이과훈남 변백현 5
학원이 끝나기 30분 전부터 너는 초조한 마음으로 시계만 쳐다봐. 기다릴게. 단 한 마디에 이렇게 초조해하는 스스로가 우습지만 이 두근거림을 숨기고 싶진 않아. 10시가 되기 10분 전, 너는 분주해져. 핸드폰 액정에 비춰진 얼굴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아까 빗었던 머리카락을 괜히 다시 빗어. 어차피 밤하늘에 어둡게 가려질테지만 그래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어. 평소같지 않은 모습에 종대까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너는 개의치 않아.
안녕히 계세요!
시침이 10을 지나고 너는 미리 챙겨둔 가방을 들고 학원을 나와.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느린 것 같아. 버튼을 괜히 계속 누르며 층을 올려다보던 넌 결국 비상구 계단으로 향해. 뛰어가듯 내려가면 가만히 입구 앞에 서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 백현이가 보여. 속이 아릴 만큼 벅차오르는 기분에 너는 차마 다가가지도 못하고 멍하게 계단 앞에서 백현이를 바라봐. 그 순간 백현이가 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마주친 서로의 시선이 사선을 그리고 백현이가 네 쪽으로 몸을 틀어. 그 모습이 네가 그리워했던 네 기억 속의 백현이와 너무나 닮아서 서러웠어. 이젠 정말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해준 충고가 자꾸 잊혀져.
집 어느 쪽이야?
...오른쪽으로 좀만 걸으면 돼.
가자.
조금 빠른 걸음으로 백현이의 속도에 맞추는 너야. 말간 얼굴을 더 이상 마주할 자신이 없어 넌 그저 고개를 푹 숙여.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백현이는 처음이야. 얇은 맨투맨에 트레이닝 팬츠만 입었을 뿐인데도 참 멋있어. 새삼 여자애들이 왜 백현이에게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아. 경아도, 아마 같은 마음이겠지. 그렇게 흘끔거리며 말없이 걷고 있었을까, 갑작스레 말을 걸어오는 백현이 때문에 너는 조금 놀라. 몸은 괜찮아? 볼 위로 닿은 시선이 느껴져서 얼굴이 괜히 뜨거워지는 것 같아. 잠깐의 침묵이 찾아오고 너는 입술을 꾹 깨물어.
응... 괜찮아.
진짜?
그럼 가짜게?너는 장난스럽게 웃어. 백현이는 네 꾸밈 없는 웃음을 천천히 바라봐.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고집스러운 눈. 그러나 백현이 본인만이 알고 있을. 다시 찾아온 침묵이 아까보단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아. 조화로운 발걸음 소리는 음악이었고 너의 집으로 가는 길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한 편의 그림이었어. 원래의 목적조차 잊게 만드는, 함께 걷는 밤길. 조금의 과장을 섞자면,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을 만큼 너는 이 순간이 좋았어. 정확하게는 네 옆의 백현이를.
김종인이랑은, 언제부터 친했어?
종인이?
...응.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어.
투닥거리며 놀던 종인이와 너를 떠올려. 생긴 건 완전 무섭게 생겼는데 속은 너보다도 더 소녀감성이라 종대와 자주 놀리곤 했었던 종인이야. 문득 떠오르는 즐거운 기억에 조금씩 웃음을 터뜨리는 너와는 달리 백현이의 표정은 그리 밝지는 않아. 끊어진 대화에 너는 웃음을 거두고 백현이를 올려다봐. 입을 다물고 앞만 보며 걷는 백현이가 화나보여 너는 그제서야 지난 며칠 간의 너희가 떠올라. 은연중에 실수라도 한 게 아닐까 초조해지기 시작한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현이는 그저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채 너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아. 방금 전 네가 한 말을 다시 곱씹어보며 실수를 찾아보지만 딱히 실수를 한 게 없는 것 같아 더 혼란스러워지는 너야.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민망한 대답이 돌아올까 쉽게 말을 건네지도 못해.
여기 맞지?
어, 어...
있잖아, 너... 아니다. 갈게.
망설임 없이 돌아가는 뒷모습이 원망스러웠어. 그리고 그 원망스러움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되었고. 멀어지는 백현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너는 풀 죽은 얼굴로 집으로 향해. 이러나, 저러나 백현이에게 너는 이상한 여자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해. 같이 걸어온 길이 한순간의 꿈처럼 허무해져. 입구로 들어서는 네 발걸음엔 힘이 없어. 나는 진짜 왜 이러는 걸까. 네 한숨소리에 너는 뒤따라오는 발소리도 듣지 못했어. 버튼을 누르고 하나씩 바뀌어가는 숫자를 멍하게 보고있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 그리고 뒤따라오던 발소리가 멈추고 안으로 들어서던 네 손목이 붙잡힌 것도 동시였어.
...변백현?
...직접 들어야 정신차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어?
...너, 김종인 좋아해?
너무 놀라 넌 그저 눈만 크게 뜨고 백현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 지금 네게 다가온 현실이 네 상상 안에는 없는 것들 뿐이라 너는 백현이가 왜 지금 여기 있는지도, 네가 무슨 행동을 취해야할지도, 그리고 백현이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도.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어. 열렸던 문이 다시 닫히고 너와 백현이 사이에 존재하는 건 미약한 형광등의 불빛이 전부였어. 그제서야 네 감각들이 백현이와 이 공간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뛰어왔는지 조금 붉어진 얼굴과 이마에 맺힌 땀. 너는 천천히 고개를 저어. 안 좋아해.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어. 그리고 비로소 백현이는 숨을 크게 쉴 수 있었어.
다행이다.
.......
그럼, 김종인.
......
앞으로 종인이, 말고 김종인이라고 해주면 안돼?
너만 온전히 담긴 눈동자. 아마 백현이가 보는 네 눈동자에도 백현이 본인만이 가득할 거야. 백현이는 잔인했어. 끝없는 절망과 후회만을 안겨주다가도, 이렇게 작은 희망을 발치에 던져줘. 어쩌면, 이라고 시작된 희망이 너에겐 결국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너는 이 순간만큼은 어쩌면 백현이도 너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어. 정말 기쁘다는 듯 시원하게 웃는 백현이가 네 시야에 가득해져. 버튼을 다시 누른 백현이가 열려진 문 안으로 너를 이끌고 너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 카톡해. 그리고 앞으로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잡으면 소리라도 질러. 이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넘어가겠다.
...알았어.
내일은 아프지마. 그리고,
......
내 짝꿍은 펜 안 빌려줘서 공부를 할 수가 없어. 나 다시 뒤로 가면, 펜 빌려줄거야?
그제서야 너도 웃을 수 있었어. 고개를 다시 끄덕였어. 아까보단 조금 더 힘찬. 너와 백현이의 웃음이 닮아있다는 것을, 아마 서로는 모를거야. 진짜 갈게. 손목 위의 온기가 사라짐과 함께 백현이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닫힌 문 사이로 보이는 등에서 너는 시선을 떼지 못해. 문이 완전히 닫혔지만 너는 힘이 풀려 16층을 누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어.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을 알지만 너는 붉어진 얼굴이 부끄러워 손바닥에 얼굴을 묻어. 변백현이라는 원은 도무지 빠져나갈 틈이 없어. 손목에 아직 남아있는 자국과 온기가 짜릿짜릿해. 한참을 멈춰진 1층 엘리베이터 안에 앉아있었을까,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던 10층 아주머니가 주저앉아있는 널 보며 짧은 비명을 질러. 괜찮니?
...네, 괜찮아요.
좋아해, 백현아. 그 누구보다 신이 난 얼굴로 자신의 집으로 뛰어가고 있을 백현이는 아쉽게도 이 고백을 듣지 못할거야. 너 또한 백현이의 뒷모습에 감춰진 환한 웃음을 모를테고. 어쩌면, 이라고 시작된 너와 백현이의 수줍은 상상이 어쩌면 현실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 도착했어ㅎㅎ 근데 할 말이 뭐였어?
- 몰라
- ????????ㅠㅠ
- 얼른 씻고 자
- ㅠㅠㅠㅠ응... 너도! (웃음)
백현이가 할 말이 있다고 한 건 그냥 너징의 입에서 확실히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야 자기가 포기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런 거.......
이제 백혀니가 찌질이에서 벗어났으므로 적극적으로 너징에게 구애의 춤을 출 예정ㅎㅎ
너징에게도 눈치라는 게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ㅠㅠ 아 마따 이거 내가 쓰는거지......휴....
근데 니니 부쨩해....☆★☆ 어쩌다 나란 여자의 손에 놀아나게 되었니....☆★☆ 결혼하자
암호닉 신청해주시는 분들ㅠㅠㅠㅠ 빠른 시일 내로 정리해서 올려드릴게요ㅠㅠㅠ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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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