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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 5년만에 만난 선생님 도경수 X 제자 김종인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2/a/02a15b3a7d074c6582887e37d18e8911.png)
모진 겨울바람에 빨갛게 굳어버린 손을 호호 불었다. 꽁꽁 언 발을 빨리 움직이려 애썼다. 으으, 늦겠다- 분명 바보같이 들어가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떨어뜨릴까 싶어 손에 쥔 영화티켓 두장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어지러운 인파,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번쩍이는 네온사인들 사이에서도 우뚝 솟아있는 까만 머리에 피실피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찬열아. 손을 들어 이름을 부르자 빨개진 귀가 쫑긋한다.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보인다는 듯 손을 휘휘 저어보인다. 긴다리로 성큼성큼, 어느새 눈 앞까지 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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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을래, 자꾸."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쿡 찌른다. 미안한 마음에 베시시 웃자, 손바닥으로 얼굴을 폭 감싸며 따라 웃는다. 이쁘니까 봐준다. 자연스레 허리에 감겨오는 찬열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후우- 담배연기처럼 짙게 피어오르는 입김이 신기해 연거푸 숨을 뱉어냈다.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 느낌이 좋아 잠시 눈을 감았다. 단단하게 허리를 잡고 있는 찬열이 덕에 바닥이 미끄러움에도 넘어질까 걱정하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땐, 맑아진 시야와 함께 익숙한 형체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뚝 하고 발걸음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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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야?"
찬열이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거짓말처럼 멈춰버리고, 너를 제외한 거리는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너는 나를 보고 있었고, 나 또한 너를 보았다. 차마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음에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내려 눈을 감았다. 그럼에도 너의 잔상이 남아 나를 괴롭게 했다. 제발, 제발. 꽉 깨문 잇새로 너의 이름이 흘러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여전했다. 모든 것을 다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너의 그 시선도. 듣고 있으면 숨이 막힐 듯한 너의 목소리도. 그런 너를 피해 필사적으로 찬열이에게 매달렸다. 더이상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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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야?"
찬열이의 물음에 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 널 설명해야할지 몰라, 그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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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사람을 만났다. 재회였다. 너와 나는 다시 만났다. 아무런 기약도, 연락도 없이 차가운 거리에서 우린 이렇게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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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옆에 두고서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났다.
그토록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널 뒤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울컥 치밀어오르는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다.
건강해보였다. 잘 지내고 있구나. 키도 좀 큰것 같고. 애같은 얼굴은 그대로네. 좋아보여서 다행이다. 그런 너의 모습에 서운하기보다 감사했다. 넌 살아야지. 넌 잘 지내야지. 나는 이렇게 죽어있어도, 너만은 웃어야지. 이젠 나 없이도 잘 살아야지. 니가 내 옆에 없던 그 시간동안 주문을 걸 듯 수도없이 반복했다. 나는 죽어도 넌 살아. 그 주문이 지금까지 날 있게 만들었고, 널 여기에 오게 한 것 같아 눈물이 꾸역꾸역 차올랐다. 잘 컸네,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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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어? 아.. 일은 무슨."
"영화 시간 늦겠다. 빨리 가자."
"응... 얼른 가자."
"하여튼 도경수. 다리 짧아서 걸음 느린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니가 긴거야. 난 평균이거든."
"여자 기준으로?"
호탕하게 웃는 찬열이의 웃음에 겨우 생각을 덮었다. 걸음 보폭을 나에게 맞춰오는 찬열이의 배려가 고마웠다. 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쥐여주는 핫팩에 온 몸이 따뜻해졌다. 고마워- 감동한 내 목소리에 다시 한번 시원하게 웃는다. 별거 가지고 다 감동해, 도경수. 귀여워- 품에 폭 안기자 달달한 향이 코 끝을 간지럽혔다. 널찍한 품이 그 아이의 것과 데자뷰처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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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나중에 나랑 같이 살래요?"
김종인,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돌이켜 생각해보면 장난은 아니었다. 어린 날, 풋내음 가득했던 너의 말들을 난 그저 냉담히 무시할 뿐이었다. 이제와서 단죄를 받고 있는거라고, 그 때 너에게 저지른 벌을 받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참 차가웠었다, 그 때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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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사랑해!"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학교가 떠나가라 그렇게 소리치던 너를 잊지 못한다. 싫었다. 모두 나 때문이었다. 그토록 사랑받던 아이가 사람들에게 가시돋힌 말과 손가락질을 받고, 끝내 자퇴서를 내밀고 학교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건 온전히 나의 탓이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좋아한다 고백하던 네가 싫었다. 어렸던 넌 무슨 일에도 당당했고, 사랑에도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런 너에게 잔인하게도 먼저 등을 돌린 것은 나였다. 때묻지 않은 널 먼저 짓밟은 것도 나였다. 마지막까지 내가 좋다며 울던 너를 무참히 버린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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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야, 너 진짜 무슨 일 있지."
전부 나였다-
"항상 그랬어."
"...뭐?"
"내가 그렇게 만든거야. 내가 그 아일 그렇게 만들었어. 아무리 모질게 해도, 아무리 밀어내도, 넌 늘..."
"......"
울먹이던 너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선생님.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말 잘들을께. 나 진짜 공부 열심히 할테니까... 안가면 안돼?
아이처럼 나에게 칭얼대던 네가 기억난다. 그럼 어떡해. 도경수 없이는 못사는데. 선생님 없이는 못사는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마지막까지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너. 이젠 너와 눈을 마주칠 수 조차 없는 나.
그랬던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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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너와 나는 만났다. 까마득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는 만났다.
눈물과 절규로 쌓아올렸던 그간의 세월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너와 나는 마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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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우리는 재회했다. 널 잊었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음에도 널 쳐다 볼 수 없었던 나는 어쩌면 널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널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하고 바래왔던 지난날의 소망들이 이제야 이루어진 것이라고 기뻐했던 건지도 모른다.
어느 덧, 나를 한참이나 내려다보는 너를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된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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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그렇게 나는, 널 사랑했던 나와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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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