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백] 난 니가 참 마음에 든다 01
울었다. 결국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내 몸을 잡는 수많은 손들이 무서워져 울어버리고야 말았다. 남들처럼 마음껏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아-아- 하는 작은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저항을 하면 분명 맞을 것이 분명하지만 같은 남자에게 범해지는 수치는 싫었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입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단어였다. 더럽고 사람조차 지나가지 않는 작은 화장실 안에서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들에게 범해질 것이다. 샘이 터지듯 나오는 눈물에 눈앞의 남자들은 그저 재밌다며 조롱하기에 바빴다. 그깟 작은 구멍하나 준다고 닳는 것도 아니라며 손목을 한 손으로 잡고 결박했다. 그리고 반 나체가 되었다. 바지는 벗겨진 지 오래였고 와이셔츠의 단추는 풀러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자꾸 소리를 내려하는 내가 그들의 화를 돋구었는지 넥타이로 입을 막았다.
"강간은 섹스가 아닌데요."
나를 무섭게 범하려던 남자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밝은 갈색머리의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절 살려주세요! 입 밖으로 나올 수 말을 나는 입 안에서 읊조렸다. 재갈로 인해 굳게 다물린 입에서는 으으 하는 단호한 신음이 나왔다. 눈앞의 남자 중 한 명이 그에게 소리쳤다.
"시발 넌 뭔데 시비야 별 좆만한 새끼가 건들고 있어"
"예쁘게 생긴 애는 거칠게 다루는 게 아니야"
이내 그는 눈 깜짝할 새에 소리친 남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옆 벽 쪽으로 쓰러진 남자는 입가를 닦으며 욕을 읊조렸다. 그를 노려보며 손을 탈탈 털고 일어섰다. 별 더러운 새끼들이 나대고 지랄이야 하는 말과 함께 그의 패거리들은 사라졌다. 그는 널브러진 바지를 가져다주며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주었다. 여전히 입에서는 아-아- 하는 답답한 신음만이 나왔다. 바지를 입혀주며 토닥여주는 그의 손길이 맘에 들지 않았다. 누가 보면 정말로 어디가 많이 불편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아니꼬웠다. 그저 실어증으로 말을 할 수 없는 것뿐인데…난 장애인이 아닌데….
"여기 몇 학년이야?"
"……."
"나 여기 오늘 전학 왔는데 오자마자 예쁜 애 봐서 기분 좋네. 다시는 이런 일 당하지 마라"
그는 말없이 노려보기만 하는 내 행동에 멋쩍어졌는지 소리 내어 웃으며 답했다. 교복셔츠를 벗고는 내게 입혀주기 시작했다. 뭐하는 짓이냐는 눈으로 물어보자 그저 웃기만 했다. 손도 발도 못 쓰는 장애인으로 보는 것 같아 조용한 화장실에 마찰음이 크게 울릴 정도로 그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쳐냈다. 내가 할 수 있어! 라는 눈빛으로 단추를 하나하나 잠궜다. 금세 빨개진 손을 잡으며 말했다.
"새끼…. 지도 남자라고 자존심부리긴"
그리고 그는 바람막이를 목까지 올리고는 나를 한 번 쓱 훑고는 화장실을 나갔다. 오늘부터 전학 온 거라 했으니 앞으로 또 보겠지? 첫 만남부터가 맘에 들지 않는 남자였다.
"너는 전학 오자마자 사람을 때려패냐. 네가 무슨 조폭이야?"
"그럴만한 일이 있었어 고모"
또 다시 잔소리가 시작됐다며 속으로 깊게 한숨을 쉬는 찬열이었다.
"웃고 넘어가려하지말고! 전학 첫 날부터 이게 뭐야? 다른 선생님들 다 네가 외국에서 있다가 온 유학파다,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 1등이었던 수재다 하면서 기대하고 있는데 전학 첫 날부터 사람 때려패면 어떡해? 네가 여길 괜히 온 거냐? 한국 다른 고등학교에선 여자 임신시키고 버렸다 소문 나돌고 폭주족이다 하는 소문이나 나돌고 있어서 받아주는 곳이 없는데 넌 미국에서 퇴학도 당했으면 이제 철 들 때 되지 않았냐?"
"고모 그거 내가 임신시킨 거 아니야 그 여자애가 나한테 동정심이라도 받아보려고 임신했다고 뻥친거지"
"소문이 그렇잖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러냐?"
말을 하면 할수록 찬열의 고모이자 학교의 이사장인 그녀의 화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식이 되었다. 몇 분을 잔소리를 받다가 이제야 진정이 된 듯싶은 그녀였다.
"참 고모 여기 룸메 내가 정해도 되지? 변백현이라고 알아? 걔랑 룸메이트 할래. 걔 오늘 친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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