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남장여자물에 조직물을 더하면?)
프롤로그는 언제나 재미가 없죠... 탄소(여주)의 성장 배경을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짧은 소개글입니다!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겠죠?
맞춤법 실수가 있다면 댓글로 둥글게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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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60 프롤로그
나는 올해로 18살이 되었다. '이 곳'에 온지는 어느덧 10년이 됐다. '이 곳'에 오기 전 나의 인생은 순탄하다 못해 풍요로웠다. 그런데 망할 아버지 덕분에 순식간에 바닥을 맛 봐야 했다. 대기업에서 정확히 어느 직책인지는 몰라도 간부를 맡고 있던 아버지는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후 사업에 손을 댔다가 보증까지 잘못 쓴 바람에 우리 집에는 붉은 딱지가 만연했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어떻게든 갚아 나가자고 가족끼리 다짐을 했었는데 알코올이라는게 가족보다 좋았는지 아버지는 점점 술에 의존했고 그 길로 가정폭력까지 이어졌다. 기간이 다 되었는지 소위 말하는 조직 폭력배가 우리 집에 들이 닥쳤다. 나에게는 한살 어린 남동생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조폭들에게 구타 당하고 있던 어머니를 구하려다가 본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나는 살고 싶었다. 부모님과 하나 뿐인 동생이 죽는 모습을 보고도 더러운 본능이 나를 각성시켰다. 나는 살아야 한다고. 화장실로 기어 들어가 문을 걸어 잠군 후에 아버지가 쓰던 전자면도기를 집어들었다. 어깨까지 오던 단발머리를 거침없이 밀어냈다. 뒷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거울로 보니 남자 아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아직 1, 2차 성징을 겪지 않은 아이였으니 조폭들은 나를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아이라고 여겼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
그들은 화장실의 문을 거칠게 열어제낀 후에 나를 밖으로 끌어 냈다. 내가 있는 힘껏 저항하자 그들은 나를 무자비하게 때리게 시작했고 나는 맞으면서도 중얼거렸다. 눈물이 찔끔 나오는걸 닦아내면서 악착같이 견뎠다. 내 끈질긴 생명력을 높게 샀는지 조폭들은 내 목숨을 끊는 대신 나를 망태기에 넣어서 떠날 때 함께 챙겨갔다.
그들과 함께 도착한 곳은 황금 빛깔과 붉은 색이 잘 어우려진 중국풍의 근사한 호텔이었다. 나의 추한 몰골은 그곳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어렸던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조폭들의 건물이구나. 이곳은 투숙용 호텔이 아니구나. 엘리베이터에 밀쳐져 꼭대기 층인 30층보다 두 층 아래인 28층에서 내렸다. 원기둥형의 건물이라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삥 돌아서 걸어야 했다. 도착한 곳에는 무거운 문이 한눈에 봐도 커다란 방을 지키고 있었다.
"얘는 누구냐."
조폭들에게 설명을 들은 사람은 나를 가까이 불러서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면서 웃었다. 한참동안 혼자서 웃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조폭들에게 나가라고 명령했다. 호텔에 도착한 후 처음 느껴본 다정한 손길은 낯설었지만 여덟살 꼬마 아이는 덩달아 미소 지었다.
"머리는 더 깔끔하게 밀어야지."
"..."
"넌 이제부터 이름이 없단다. 알겠니?"
"...네."
"당분간은 나와 함께 지내야 해."
저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허겁지겁 고개부터 끄덕였었다. 그게 김석진과의 첫만남이다. 한참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김석진은 나를 본 순간부터 여자 아이라는 것을 알았더랬다. 잔뜩 힘을 준 눈과 급하게 자른 듯한 머리카락을 보고 대충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감을 잡았는데 단지 나의 재치와 용기를 높게 사서 데리고 지냈다고 한다. 보호자 시설같은 곳이 아닌지라 나는 김석진과 몇 가지 약속을 했다. 이 곳에서 키워지는 아이들과 같은 교육을 받을 것. 그리고 그들 중 가장 뛰어난 아이가 될 것. 절대로 여자인 것을 들키지 말 것. 석진은 웃는 얼굴로 들킬 시에 어떤 벌이 내려질지는 알아서 생각하라 했다.
나는 곧바로 아이들이 지내는 숙소로 옮겨 졌다. 12살 아래의 남자 아이들과 지냈는데 나는 체격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었다. 15살이 되자 예고도 없이 월경이란 것이 나를 찾아왔다. 이런 일을 예상했었는지 김석진은 나를 그의 옆 방에서 지내게 해줬다. 당시 나는 그 건물 안에서도 주목 받는 유망주로 소문이 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서 김석진은 나에게 여러 가지 배려를 베풀었고 이에 대해서 토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은 나와 김석진의 특별한 사이를 시기해서 더욱 더 나를 소외시켰지만 나는 외줄타기를 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훈련에만 매진하면서 악착같이 살았다.
18살이 되자마자 김석진은 나에게 직책을 부여했다. 새파랗게 어린 놈이 무슨 직책이냐고 뒷소리가 시끄러웠지만 나의 실력은 그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내가 맡은 일은 이러했다. 행동대장 격인 역할을 맡아 몇 명의 동료를 데리고 마카오 도박판에 가서 중국인 여배우 '리요우메이'를 암살하는 임무다.
"리요우메이는 중국에서 국민 여배우로 통해. 그런데 메스컴이 알면서도 쉬쉬해주는 사실이 하나 있어."
"그게 뭔데요?"
"마약 중독자야. 중요한건, 그 약을 어디서 공급 받냐는 것인데. 2년 전 우리와 손 잡기로 했다가 계약이 불성사된 곳 알지?"
"한신파. 계약이 불발한 덕분에 저희는 중국에 있던 저희의 소유지도 잃고 아마 거래금도 몽땅 털렸던걸로 기억하는데요."
2년 전의 상황을 떠올려 봤다. 미팅이 예정되있던 장소에 한신파에서 보내기로 한 간부들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조직원들을 미리 숨겨 놓고 우리 측의 간부 두 명을 살해한 뒤 챙겨갔던 거래금과 소유지에 대한 계약서 또한 훔쳐가서 멋대로 위조해 그 땅을 한신파의 소유지로 삼았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김석진을 포함한 우리 측의 간부들은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맞아. 한신파의 부두목이 리요우메이와 조건 만남을 하고 있어. 약을 주는 대신, 밤에 놀아주는. 흥미로운 점은 그 부두목인 탕 허가 리요우메이를 조건 그 이상으로 본다는 거야. 우리 측에서는 이 약점을 이용해서 잃은 것을 되찾을 필요가 있어. 알다시피 요즘 재정난이기도 하고."
김석진은 나를 옆에 두고 이런 말을 자주 해줬었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바보 짓이지. 소를 잃었으면 전보다 더 많은 소를 다시 잡아 와야 해.' 평소 김석진의 성격을 잘 아는 나는 김석진이 한신파에게 당한 순간부터 틈을 노려 왔다는걸 알아 차렸다. 그리고 마침내 시기적절하게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리요우메이를 암살함으로써 한신파를 자극시켜라."
김석진은 나의 빠릿한 대답이 만족스러운듯 웃으면서 설명을 마저 했다.
"탕 허는 상당히 감정적이야. 저번에도 충동적으로 적두파를 덮치려다가 낭패를 봤으니 이번에도 무작정 우리를 치러 오겠지."
"그럼 우리는 역으로 한신파를 덮쳐서 잃어버린 소도 되찾고 그들의 소마저 빼았겠다는 계획이죠?"
"그래. 계획은 다음에 알려줄게. 너는 정확히 일주일 후에 마카오로 떠나면 돼. 따라 가게 될 동료는 총 여섯 명이야."
"여섯 명이나?"
"리요우메이는 탕 허를 따라서 도박장에 오는 거니까 한신파의 조직원들이 곳곳에 위장한채로 숨어서 경호할거야. 그 조직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관심을 분산시킬 사람도 필요하고 불가피하게 추격전이 벌여질 경우를 대비해서 후방에 배치할 인력이 필요할텐데 여섯 명이 딱 적당하지."
김석진의 말에 수긍한 나는 그가 건내준 문서를 눈으로 훑었다. 첫 장에는 탕허와 리요우메이의 정보가 있었고 종이를 넘기니 여섯 장의 사진과 더불어 각 인물에 대한 짧은 설명이 있었다. 여섯 명 모두 훈련장에서 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었다.
"김남준, 해킹 및 CCTV 조작. 민윤기, 사격. 정호석, 무기(폭탄 제조) 및 마약 전문. 박지민, 사격. 김태형, 사격 및 위장술. 전정국, 사격 및 독극물 전문. 이런 인재들은 어디 숨겨 놨던거에요?"
"아, 얘넨 특별한 케이스지."
김석진은 작게 웃고선 설명했다.
"총명한 애들이야. 그래서 일찍이 중국에 유학 보냈지. 마카오에서 의사소통 문제는 없을거야."
생전 모르는 사람들이랑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완수하라는 김석진의 어이없는 요구에 헛웃음 밖에 안 나왔다. 아니, 얘네 한국말은 할 줄 알죠? 김석진은 나의 질문에 박장대소하면서 할 줄 안다고 답했다. 벌써부터 아려오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한숨만 쉬었다.
"내일 지하 3층 가서 구경해봐. 거긴 걔네만 쓰는 훈련장이야."
전용 훈련장까지 마련해줄 정도면 나만큼이나 김석진이 아끼는 아이들이겠다 싶어서 안심은 됐다. 적어도 머저리들이랑 첫 임무를 수행하게 된건 아니니 말이다. 나는 종이에 인쇄된 여섯 명의 얼굴들을 다시 한번 보고 자리에서 일어 섰다. 김석진에게 인사를 한 후 나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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