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영 빙의글] Strike, Out!
written by. 권순영썰
우리 주말리그 인터뷰 따러갔을 때 본 적 있죠?
내가 건넨 첫마디였다. 햇볕이 뜨거운 7월의 마지막 날, KBO 최대의 루키 권순영과 막내 아나운서인 나는 그렇게 만났다.
"오늘의 수훈선수 권순영 선수를 만나보았습니다."
오늘 수훈인터뷰를 한 사람은 국내 야구의 미래라고 불리는 권순영이다. 실력? 엄청나다. 고등학교 리그는 고1때 씹어먹은지 오래고 서울고의 봉황대기, 대통령배,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고 MVP까지 거머쥐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014 드래프트 최대어라고 불리며 권순영 잡기에 나섰었다. 그렇다고 인성이 별로냐? 그것도 아니다. 알까기한 후배한테 그럴때도 있지하며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인터뷰에선 말을 예쁘게 한다며 우리 피디님이 그렇게 칭찬을 하고, 선배한테는 싹싹하고 후배들한테는 다정한 선수라고 알려져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나한테만은 까칠하고 재수없고 개싸가지라는거다. 아니, 왜? 이래봬도 명문대 졸업에 얼굴도 괜찮아, 몸매도 나쁘지 않아, 인터넷 상에서는 내가 야구여신인데!
"오늘 경기 수고하셨습니다."
"네."
"쑨, 너 왜이렇게 김아나한테만 까칠해? 똑똑하지, 예쁘지, 말 잘하지. 요즘에 김너봉같은 여자 어딨다고."
픽- 아, 잠시만. 지금 얘 비웃은거 맞지? 덕아웃에서 짐을 챙기는 그에게 같이 중계나온 선배님이 내게만 까칠하고 싸가지 없는 권순영이 이상했는지 의아하다는 듯이 묻자 비웃어버리는 그 새ㄲ.. 아니 권순영 선수였다. 후,하,후,하 참자. 네가 참아. 그래, 아직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야.
"괜찮죠, 김너봉아나운서님. 예쁘고 똑똑하시고."
"그치? 아, 권순영 어린데 보는 눈 있다니까? 그래, 너봉이랑 잘해봐. 너네 진짜 잘어울려. 아까 인터뷰하는데 캬- 요즘말로 그걸 뭐라더라? 케미?"
아, 선배니이이임. 울상을 짓고 하지말라고 애원하자 알겠어 이 자식아. 부끄러워 하긴- 난 마누라 눈치때문에 먼저 간다. 오늘도 코치들이랑 한잔하고 들어올거면 집 나갈 준비하라더라, 무서운 아줌마. 김! 조심히 들어가라. 혜미언니의 잔소리폭탄이 무서운건지 선배님이 급히 자리를 뜨시자마자 권순영은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아나운서님, 선배들 사이에선 평판이 좋나봐요?"
"당연하죠. 제가 얼마나 똘똘하고 일 잘하는데요. 오늘도 그 쪽한테 했던 질문 제가 다- 조사하고 권순영선수랑 친하다는 이석민 선수, 부승관 선수까지 찾아가서 물어보고 만든거라구요."
"그러셨는데 왜 틀리셨어요?"
"네? 틀린거 없을텐데…"
"이상형이요. 좋아하는 여자스타일"
ㅇ, 언제요? 저는 제 입으로 그쪽 이상형을 말한 적도 없ㄴ, 혹시 야구인더시티 권순영 특집 말하는거에요? 이석민선수는 그 쪽 섹시하고 요리잘하는 여자 좋아한댔는데, 아니에요? 지금 그런거 하나 잘못 말했다고 시즌 초부터 7월이 다 끝나가는 지금까지 나한테 싸가지 없게 대한거야? 시즌 초, 각 구단별 유망주특집을 한 적이 있는데 권순영 특집은 그 날 훈련을 쉬는 그 때문에 웬만한건 전화로 묻고 못 물어봤던 건 팀 동료들한테 물어봤었는데 틀린게 있었나보다. 지금 그거가지고 세네달동안 나를 개무시하고 4살이나 많은 나한테 싸가지 없게 대했던거였다. 이 찌질한 자식, 못된 놈. 4월 초, 첫 인터뷰로 답도 잘해주고 분위기도 편하다 얘기가 많아서 그나마 긴장을 풀고갔던 권순영 단독 인터뷰에서 네, 아니오로만 답하는 빅엿을 줄 때도, 생방송 수훈인터뷰 중에 내 머리를 쓰다듬어 나를 당황타게 할 때도, 밤샘 후유증으로 피곤에 쩔어 꾸벅꾸벅 졸고있는 내게 땡땡이 치는거냐며 시비를 걸 때도, 자기 동료들이 내 칭찬을 하면 내 쪽을 보며 비웃을 때도, 그래 내가 이사람한테 잘못한게 있겠구나 했었는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다시 물었다.
"아, 죄송해요. 그러면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데요?"
"저는"
"..."
"김너봉씨요."
이 새끼, 날 엿먹이려고 단단히 준비했다.
아까운 포인트 댓글 달고 회수해 가새오♡ |
안녕하세요'ㅅ' 처음 쓰는 글은 아니지만 많이 떨립니다. 야구선수 순영이와 스포츠 아나운서 너봉님의 얘기에요! 순영이가 4살이나 어리지만 뭔가 확 휘어잡고 오빠미 넘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찐 글이니 그냥 재밌게 즐기고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편으로 구상해 온 글이긴 하지만 뭔가 순영이의 능글미+오빠미를 더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헤헿헿헤헿 주저리는 이정도로 마치고 부끄러우니 도망갈게요!
+) 아! 2016년 기준으로 순영이는 21살, 김아나님은 25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