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
"김너봉씨요."
네에? 하하 야구만 잘하시는 줄 알았더니 농담도 잘하시네요! 그 어색함을 넘길 방법이 없어 그의 말을 농담으로 넘기려 하는 내게 아뇨,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하고는 앞에 걸어가던 자기 후배를 부른다. 찬아 아나운서님 짐 좀 들어다드려. 형아가 변화구 가르쳐줄게, 자기도 자기가 뛰어나다는 것을 잘 알고있는 그는 자신의 비법을 전수 해 주겠다며 후배를 꼬득이기 시작했다.
"아... 저 유격순데요."
"유격수야?"
"네."
"그럼 그냥 갔다 와."
"..."
"왜."
임마, 니가 갔다 와. 어디 감히 내 새싹이를 시켜? 죽을래? 대답을 종용하던 그의 옆에서 시끄럽기로 유명한 이석민 선수가 튀어나오더니 후배를 자신의 새싹이라고 주장하며 쉴드를 치기 시작했다. 아, 저 그냥 제가 들고 가ㄱ, 야 너랑 나 막내였을 땐 더 했어! 그건 그렇지만 새싹이는 안돼! 아니 그냥 제가, 가만히 좀 있어봐요! 그냥 내가 가지고 가겠다는 말을 여러번 씹어드시며 갑자기 새싹이를 두고 싸우기 시작하는 둘이였다. 인터뷰 딸 때 근엄한 척, 멋있는 척은 다 하더니 사석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짜리 남자애 두명이 따로 없었다.
"이러실거면 아까 왜 싸우신거에요?"
"..."
"그냥 처음부터 저 데려다주고 싶다고 말씀하시지."
결국 나란히 서서 주차장으로 가는데 내가 이상형이라는 말이 생각나 깝죽대기 시작했다. 장난일게 뻔하지만 개새ㄲ, 아니 까칠하고 도도하신 권순영 언제 한번 놀려볼까 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아- 권순영선수는 언제부터 저 좋아하셨어요? 처음 만났을 때? 아님 야구여신짤로 돌아다니는 그 날? 그 날 제가 좀 많이 예쁘긴 했는데-, 도를 지나치는 깝죽거림에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는지 한숨을 후-하고 내쉬는 그였다. 현장에서 막내로 4달정도 있다보니 눈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였기에 헙, 입을 다물었다. 쫄아서 눈치만 보는 내게
"조용히 좀 하고 가죠."
"...넵"
"집"
"네?"
"집 어디냐구요."
"저 성수동이요!"
타죠, 차 문을 열어주고 자기 핸드폰을 보며 무심히 말하는 권순영을 쳐다만 보자 가는길이니까 데려다 드릴게요. 네비에 주소쳐요. 정말 무심히! 정말로 무심하다는 단어로 밖에 표현이 안되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태워준다고하니 장기가 걱정되기도 하고 어디 고기잡이 배에 팔려갈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경기장에서 지하철로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20분만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지싶어 순순히 차에 올라 탔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나선지 정확히 6분 15초째, 이어지는 정적을 참지 못하고 선수님,
"왜요."
"권순영 선수는 다른 아나운서들한테는 인터뷰 잘 해주시더니 왜 저한테는 막 단답하시구, 대답도 잘 안해주시구, 안 웃어주시구, 또 막 비웃고 그래요?"
"..."
"네? 선수님도 제가 신입이고 초짜라고 무시하시는거죠?"
아니, 나와도 왜 저 얘기가 나온건지. 25살이나 먹어놓고 단답 하나 했다고 불평하고 신경쓰는 쫌생이가 된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얼굴을 식히려 손부채질 하는데, 귀여워서요, 당황하는거 귀여워서 그랬어요. 혹시 난처하거나 속상했다면 미안해요, 그리고 비웃은게 아니라 귀여워서 웃은거에요. 아니, 쟤 왜저래? 뭐 잘못먹은거야? 차라리 철벽을 치거나 단답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격하게 들었다. 내가 만약에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주저않고 5분전으로 돌려 권순영에게 칭얼대듯이 말할 내 입을 막을거다. 그리고 20분 내내 침묵을 지키면서 집 가야지, 절대로 말 안걸고. 아까보다 더 어색하고 더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집 앞에 도착했다.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전운전하세요."
"...조심히 들어가요."
"내일 뵙겠습니다!"
기껏 태워다 준 사람한테 고맙다는 말도 안하긴 양심에 찔려 고맙다는 말을 마치곤 탁, 문을 닫았다. 휙, 돌아서서는 머릴 쥐어뜯으며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괜히! 어? 괜히! 그 이상한 질문해서 분위기 다 이상해지고, 아 괜히 나댔어. 진짜 다음부턴 뭐 질문하나 봐라. 조용히 다녀야지. 근데, 권순영 선수 집이 성수동 근처였나? 저번에 회식 장소 성수동이라니까 집이랑 멀다고 투덜댔던 것 같은데...? 아, 몰라! 이사했겠지. 순영이 자신을 좋아해서 데려다 준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진짜 지나치는 길이라 데려다 주는 줄 아는 김아나였다.
#한편 우리 순영이는
"아, 진짜! 이석민 뒤질래?"
"야 미안...."
"미안이고 뭐고 때리고싶으니까 사라져라."
내 이미지 망했어, 망했다고. 엉엉. 안 그래도 4살이나 어린데 뭐라고 생각하겠어. 코치님 이석민 죽이고 천국가겠습니다. 무뚝뚝한 척, 무심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등 온갖 멋있는 척, 척, 척을 해대던 순영은 석민때문에 이미지관리가 망해 굉장히 슬픈 상태였다. 내일 우리 아나운서님 얼굴은 어떻게 보냐고, 망했다. 내일은 경기장 안 가야ㅈ, 아니 우리 김아나가 내일 보자고했는데 안갈 순 없지! 김아나는 정말, 정말! 한톨의 사심도 없이 입에 발린말로 내일 보자는 말을 했으나 순영에게는 달콤한 데이트 신청으로 들렸는지 긴장하기 시작했다. 내일 최대한의 멋있음을 장착하기 위해 옷장을 연 순영의 앞에는 트레이닝복, 구단에서 나눠 준 트레이닝 복, 후드집업, 패딩, 팀 복, 그리고 유니폼과 몇 벌의 티, 스키니 밖에 없었다. 아! 진짜- 나는 평소에 뭘 입고 다니길래 이렇게 옷이 없어? 한 여름이니까 패딩이랑 후집은 좀 아니고- 그렇다고 트레이닝복 입고 가긴 너무 신경 안쓴거 같은데, 스키니는 또 아니야 너무 신경 쓴 것 같단말이지, 이것저것 몸에 대보던 순영은 그냥 유니폼 입어야겠다!며 잠자리에 들기위해 누웠다. 눈을 감기 전 핸드폰 캘린더를 열어 '김너봉 데려다 준 날♡ 집은 성수동'이라고 메모해 두는 것을 잊지않고.
안농, 독자님들! |
헤헤, 결국 이렇게 2편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순영이가 아나님께 철벽 친 이유는 부끄러워서!였어요. 우리 순영이가 어릴 때부터 야구만 하고 커와서 여자와의 접촉이 많이 없었는지 김아나님만 보면 몸이 굳고 뻣뻣해지나봐여(ㅋㅋ) 순영이는 진심을 말했으나 아나님은 얘가 미쳤나...!하고 무시를 때리는거져. 아직은 순영이가 철벽치고 단답하고 엿먹이던게 생각나서 얘가 날 좋아할리 없지, 뭐 그런생각 아녔을까요(사실 엿먹이는게 아녔을텐데...!) 빨리 온다고 왔는데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을지...;; 음! 아무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꼭 아까운 구독료 돌려받고 가새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