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니 여친이 맞긴 하니 (부제:5년차 커플의 권태기) 01 음, 그래, 전정국과 나는 흔히 말하는 장수 커플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중학교 1학년 때 코가 꿰어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도 나름 잘 사귀고 있다. 딱히 별 탈은 없었다. 전정국이 장난을 조금, 아니 조금 많이 치는 것을 빼고는. 연애 초반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점점 장난의 정도가 지나치고 있었다. 나도 시시콜콜한 장난들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전정국 이 놈이 치는 장난은 정말 속을 박박 긁어놓는다. "야, 돼지야. 어떡하면 그게 입에 다 들어가냐? 신기." 라던지, "바지 터지겠다, 꽉 끼는 것 좀 입지 말라고. 내 눈, 마이 아이즈!" 진짜 한 대 쥐어 패고싶다. 거지같은 전정국. 자기는 장난이라고 하는데, 나는 장난이 아니라고. 지 말로는 돼지가 귀엽다는데, 귀엽긴 무슨. 지랄을. 물론 이것들도 짜증나지만 내가 진짜 싫어하는 전정국의 행동은, "오빠, 안녕하세요!" "어, 안녕. 머리 잘랐네?" "네!ㅎㅎㅎ" "잘 어울린다." "감사해요, 저 계속 잘 안 어울린다는 소리만 들었었는데..." "질투나서 그런가 보지." 하며 여자들에게 매우 살갑게 군다는 것이었다. 아주 카사노바 납셨어. 차라리 내 앞에서 안 하면 얼마나 좋아, 내가 있을때도 저 꼴이라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였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내 입으로 말도 못 하겠고, 그리고 전정국 이 새끼가 꽤 잘 생겨서 인기도 많기에 더 화가 났다. 그렇게 매일매일 감정이 쌓여가다가, 결국 터져버렸다. 불과 아까 전의 일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오늘 여자들의 마법의 날, 그것도 두 번째 날이었던 나는 몸이고 컨디션이고 모조리 최악이었다. 눈치없는 강슬기까지 알아차릴 정도였으니까, 말 다 했지. 그래도 점심시간 까지는 참아보려 했지만 결국 백기를 들고 조퇴하기로 했다.
"이름아, 내가 대신 가 준다니까. 괜찮아?" 내가 친구 하나는 잘 뒀어, 내 새끼ㅠㅠㅠ. 나를 걱정해주는 슬기에게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다. 사실 괜찮지는 않았지만 교무실까지는 어떻게든 갈 수 있겠지 싶어서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난 이 선택을 5분만에 후회했다. 염치 없어도 그냥 해 달라고 할 걸. 지금 내 눈 앞에는 전정국이 있었다. 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배주현과 함께. 멀리서 봐도 퍽 다정해보이는 게 완전 커플 같았다. 우리가 저렇게 한 지는 언제였더라, 기억도 나지 않았다. 갑자기 확 비참해졌다. 전정국 여친은 난데, 왜 나는 여친 취급도 못 받고 이러고 있는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울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아서.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아픈 배를 부여잡고 발을 돌리려는데, "어, 돼지야!" 저 놈의 돼지소리 진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전정국을 쳐다보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전정국 옆의 배주현이 나를 비웃고 있었다. 돼지라고. 그래, 저게 더 빡친다고. 한숨만 나와 그냥 무시하고 뒤를 돌았다. "야, 성돼지! 왜 무시하냐." "신경쓸 거 아니잖아. 가서 배주현이랑 놀아." "됐어, 쟤랑 안 놀래. 너랑 놀거야. 가자." 고개를 들어 배주현을 보자 얼굴이 빨개진 게 꽤나 볼만했지만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조퇴 받으러 교무실 가니까, 나오라고." 그제야 전정국은 내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뭘 이제와서 걱정한다고. 짜증이 솟구쳐 마음이 삐뚤게 나가버렸다. 나에게 아프냐며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 네가 괜히 보기싫어 널 밀치고 교무실로 향했다. 넌 이제 또 화내겠지, 왜 그러고 가냐고. "야, 뭐하냐. 사람이 걱정해주는데." "아프다고 했잖아. 길 막지말고 비켜." "말 존나 이쁘게 한다?" "비켜." " 야, 너 진짜.." " 좀 비키라고!" 결국 감정이 터져버렸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소리가 커졌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결국 비참해졌다. 너는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같잖은 걱정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배주현이랑 놀라고, 내가 말 했잖아! 나 아프다고! 내 기분 더러운 건 상관 안 해? 넌 매일 너만 신경쓰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굳어버린 전정국을 다시 밀치고 교무실로 향했다. 내 꼴을 본 선생님은 바로 조퇴증을 끊어주셨고, 나는 교무실을 나와 바로 교문으로 향했다. 근데 또 너는, "얘기 좀 해." "할 얘기 없어." 또 나를 화나게 만든다. 지금은 널 보기 싫은데, 넌 이럴 때만 나를 찾지. 평소에는 찾지도 않다가. 굳어지는 표정이 눈에 뻔했다. 그래도 내가 아픈 걸 신경 쓰는지, 아까처럼 짜증내지는 않았다. 그러면 차라리 비켜주라, 제발. 아까 소리를 질러서 그런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에 네가 나를 살폈지만 눈을 피하고 그냥 지나갔다. 너도 더 이상 나를 잡지 않았다. * 그러고 집에 어떻게 왔는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집에 와서 밥을 대충 챙겨먹고 약을 먹은다음 뻗어버렸다. 겨우 눈을 뜨고 무거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침대 옆 탁자에 놔둔 핸드폰을 확인하니 벌써 5시였다. 슬기한테 인사도 안 했는데, 걱정하겠다. 핸드폰을 켜자 부재중 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총 9통. 한 통은 슬기, 한 통은 엄마. 그리고 나머지는 다 전정국. ".. 왜 이러냐, 진짜..." 전정국의 이름을 보자 갑자기 울적해졌다. 아, 진짜 모르겠다. 그래도 너는 평소에는 다른 여자애들과 잘 놀면서도 내가 보이면 달려왔는데 요즘은 그것도 아니다. 아까는 그냥 배주현이 달라붙어서 같이 있었을 테고. 평소에는 다른 여자애들과 있을 때 아는 척도 잘 하지 않는다. 남자친구 맞냐, 진짜. 일단 슬기와 엄마에게 괜찮다고 전화를 넣은 다음 전정국의 전화는 무시하기로 했다. 보니까 톡도 엄청나게 왔다. 지금은 받기싫어 핸드폰을 다시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제, 지쳤다. 단순히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글... 너넨 왜 첫 편부터 싸우니... 내가 뭘 쓴걸까 싶지만ㅋㅋㅋㅋㅋ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