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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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사라졌다.
이젠 익숙할 정도로 너는 자주 사라졌고, 또 언제 사라졌냐는 듯이 내 옆으로 와 쌩긋 웃었다. 처음에 네가 사라졌을 때 동네 이곳저곳을 뒤지며 찾으러 다니고 너가 자주 다니던 PC방, 게임방, 자주 가던 공터, 네 친구 찬열이 집. 너가 있을만한 모든 곳은 다 뒤지고 또 뒤졌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너에 내가 지쳐 집으로 돌아왔을 땐 자기가 언제 사라졌었냐는 듯이 제 집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나를 반기는 모습에 자존심이 강한 내가 네 앞에서 펑펑 울었다. 아마 그때 이후론 네가 사라져도 찾지 않았다. 사라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사라지는 동안 뭘 하는지는 몰라도 돌아오는 날들이 하루 이틀씩 늦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네가 없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았다. 그치만 이젠 네가 사라진 기간 동안 너를 생각한다거나 그리워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 너가 사라지면 너를 복사해 만들어 놓은 인간이라고 말해도 무서울 정도로 똑같은 사람이 네가 없는 제 집에 눌러산다.
"뭐 해, 지금 일어났어? 일찍도 일어난다. 나 일어나서 너 기다렸잖아"
지금 제 침대에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가운을 입고 누워있는 이 남자가 너와 쏙 빼닮은 그 사람이다. 이름이 현이라고 그랬나
처음엔 좀 당황해 베개로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적응이 됐는지 놀라기는커녕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반긴다. 왜 지금 일어났냐면서 지금이 몇 신지는 아냐고 자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데 지금 잠이 오냐고 너와 다르게 이 남자는 말이 참 많다. 대답을 안 해주면 입이 뾰로통하게 나와서 왜 대답 안 해주냐면서 해줄 때까지 따라다닌다. 진짜 대답할 때까지 따라와 정말 기분이 안 좋을 때 빼곤 대답을 다 해주는 편인데 몹시 귀찮다. 지내다 보면 너와 외간만 빼닮았지 성격과 행동은 진짜 너와는 정반대. 다정하고, 내 기분을 먼저 생각해주며 그냥 너랑 정반대이다. 아, 이 말이 이 남자에겐 딱 어울리는 거 같다. 착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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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현이 너와 표정과 말투가 일치할 때가 있는데, 내가 무심결에 현을 네 이름으로 부른 적이 있다.
그때 현이 나에게 한 말과 표정들이 사라진 너를 보는듯 했다.
"대체 내가 언제까지 봐줘야 해"
"너가 그렇게 찾는 걔"
"내가 너보다 먼저 찾아서 죽여야하나"
가볍게 가볍게 쓰려고 합니다.
첫 화가 언제 올라올지는 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