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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hideus (오르치데우스)
; 지팡이에서 한다발의 꽃을 나오게 함.
미리 알아둬요 *'ㅅ'* : 해리포터 원작에서의 호그와트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휴일이 있으며, 여름에는 긴 여름 방학이 있어요.
학생들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휴일에는 학교에서 지낼 수도 있답니다.
학기는 9월 1일에 시작되어 다음 해 6월 말에 끝나요. 하지만, 오르치데우스에서는 오직 크리스마스 휴일과 여름 방학만 있답니다. 헷갈리지 말기. 약속.
1. 박지민, 그리고 민윤기.
1학년 크리스마스 휴일에는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왜 그랬더라. 분명 처음에는 집에 가서 쉬려고 했다. 민윤기 집도 구경가고, 민윤기를 우리 집에 초대할 계획도 알차게 짜놓았었는데 그것이 무산된 것은 온전히 부모님 덕분이었다. 고작 휴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아침, 부엉이를 통해 어머니는 내게 편지를 보내셨다. 아버지의 친척분 집에 놀러가신다고 하셨었나, 크리스마스를 지내러 가신다고 하셨었나. 하여튼, 그래서 못 갔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일하시는 부서에도 부엉이를 보냈다. 저 이번 휴일 때 집에 안 갈 거라고. 나만 빼고 여행가시는 거냐고. 속상하다고. 아버지는 미안하다는 편지와 함께 선물을 잔뜩 보내오셨다. 옷이며, 먹을 것이며. 그리고 어머니도 직접 만든 음식들을 꽤 보내주셨고. 그제야 부엉이를 보내 사실 괜찮다고, 기숙사에 함께 남아있을 친구가 있다고 답하자 안심하는 투의 답장이 돌아왔다. 사실 같이 남아있을 친구가 있을 리가 없었다. 김태형이고 호석이 오빠고 전부 집에 간다고 했었고, 믿었던 민윤기도 집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었으니.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보낸 것이 조금 더 빨리 왔는데, 평소 집에서 입던 니트와 가디건 등이었다.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과 함께 보내주신 것 같았다. 어머니가 직접 구운 파이를 가지고 휴게실로 나가자 입에 딸기맛 막대사탕을 물고 꽤 심각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민윤기가 보였다. 그새 시험 끝났다고 안경이고 목도리고 집어던진 민윤기를 보자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윤기, 뭐 해? 내가 실실 웃으며 다가가 소파에 앉자 민윤기는 내 쪽을 힐끔 보고는 다시 시선을 아래로 돌린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보이는 것은 민윤기가 맞추고 있는 큐브 하나.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작게 중얼거리고는 느릿하게 움직이는 민윤기의 손을 보다 손에 들고 있던 파이를 민윤기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뭔데."
"아, 해 봐. 빨리."
민윤기는 그제서야 큐브를 돌리던 것을 멈추고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른. 내 성화에 민윤기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입을 벌려 막대사탕을 빼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들어가는 작게 자른 파이. 얼른 씹어. 내 말에 민윤기는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리면서도 오물거리기 시작한다. 맛있지. 내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민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제서야 한껏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민윤기의 팔을 잡았다. 있잖아, 윤기야. 그런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민윤기는 그제야 갑 잡았다는 듯 웃음을 짓는다. 또 뭐. 민윤기의 말에 잠시 움찔했다가 한껏 미안한 표정으로, 눈꼬리까지 늘어뜨리고 민윤기의 팔을 잡게 흔들거리자 민윤기는 뭐, 왜, 하고는 무심하게 답한다.
나 이번에 집 안 가... 부모님 여행 가셔서. 내 말에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던 민윤기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러던지, 하고 답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제 입에 사탕을 물고는 다시 큐브로 돌리는 시선과 함께 분주해지기 시작하는 손.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민윤기는 무덤덤한 반응을 내보였다. 진짜지? 다시 물어도 민윤기는 귀찮은 듯 얼굴로 응, 어, 진짜, 하고 답한다. 뭐야. 나는 민윤기랑 휴일 때 놀 생각에 신났었는데. 나만 들떴었던 것 같은 기분에 입술을 삐죽이며 휴게실을 둘러보는데, 아, 정말로 휴일인지 휴게실은 텅텅 비어있다. 진짜 다 갔어? 내 물음에 민윤기는 아까, 하고 답한다. 와, 다 언제 갔지. 새삼 감탄하며 나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문득 민윤기는 왜 이렇게 한가하게 있나 싶다. 야, 윤기야. 다시 민윤기의 이름을 부르자 민윤기는 손은 멈추지 않은 채로 잠시 나를 보며 또 왜, 하고 답한다. 넌 왜 안 가. 너네 집 멀잖아. 내 말에 민윤기는 제 입에서 사탕을 한 번 굴리고는 완성된 큐브를 내 손에 쥐어주며 소파에 등을 기대어 편하게 앉는다. 어, 나도 안 가.
그래서 민윤기는 진짜로 집에 안 갔다. 웃기는 게, 민윤기의 부모님도 그러려니 했다는 거다. 뭐, 작년에도 안 갔다고 했나. 하여튼 그래서 민윤기는 나와 기숙사에 잔류하게 되었다. 기숙사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그닥 없었다. 기껏 해야 열댓 명 정도? 다른 기숙사는 어떨지 몰라도 하여튼 우리 기숙사는 그랬다. 나와 함께 생활하는 룸메이트들도 다 사라지고, 민윤기도 같이 지내는 학생들이 다 갔다고 했나? 하여튼 휴게실도 온전히 우리가 차지하게 되었다. 가끔 오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조용할 때 쉬겠다며 들어가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자마자 잔뜩 들뜬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홀로라 한산한 화장실에서 금방 씻고 어머니가 보내준 니트를 꺼내입었다. 음, 괜찮은가. 잠시 고민하다 휴게실로 나와 민윤기를 기다리는데 도저히 나올 생각을 안한다. 그래도 이브라서 맛있는 거 많을텐데. 아, 민윤기. 진짜... 혼자 중얼 중얼거리며 아무도 없으니까 남자 기숙사에 잠시 들어가도 되지 않을까, 따위를 고민하던 차에 다행히 집에 가지 않았는지 옷을 껴입고 걸어나오는 톰이 보였다. 톰. 내가 부르자 얼굴에 졸음을 한가득 담고 걸어나오던 톰이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본다. 응, 여기. 내가 소파에 앉아 손을 흔들자 톰은 오, 레이디, 하고 활짝 웃는다. 얼굴은 멀끔하니 잘생겨가지고 뻔뻔하고 능글맞기 그지없다. 안에 민윤기 없어? 내 말에 톰은 잠시 고민하다 기다려봐, 하고 다시 남자 기숙사로 들어간다.
아, 진짜 민윤기. 혼자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며 기다리는데 곧 톰이 나온다. 생글생글 웃던 톰은 윤기, 힘들어서 못 나온대. 가래, 하고는 기숙사 밖으로 나간다. 그 전 날에 호그스미드 그거 갔다왔다고 뻗은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안 가도 된다고 했는데, 자기가 굳이 가도 된다고 해서 박지민도 만나고. 아, 진짜 호석이 오빠만 있었으면 오빠랑 가는 건데. 혼자 열불을 토해도 이미 저질러진 일이었다. 그냥 정 없으면 톰이랑 먹기라도 해야겠다...
기숙사 밖을 터덜터덜 걸어나와 걷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민윤기가 괘씸하다. 감히 날 놔두고 아침을 포기해. 심지어 전부 다 집에 가서 같이 먹을 사람도 없는 거 알면서. 민윤기한테 너무 정신이 팔렸는지 움직이는 계단도 놓쳐서 이상한 곳으로 갈 뻔했다. 진짜 되는 일 없네. 깨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진짜 미칠 지경이었다. 이게 다 민윤기 때문이야. 중얼 중얼거리며 연회장 문을 열고는 들어섰다. 정말로 집에 거의 다 갔는지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우와. 어제도 하루종일 눈이 왔는데. 천장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교장 선생님이 마법으로 만들어낸 눈이리라. 눈은 손에 닿기도 전에 사라졌다. 녹지도, 차지도 않은 눈송이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다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맨 앞 단상에는 커다란 트리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더 놓여져있는 트리들. 화려하다 못해 반짝거리는 십 여개의 트리를 보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맨 구석에 있는 트리에서 플리트윅 교수님이 황금빛 거품을 내어 장식을 하는 중이었다. 저게 다 저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와, 아버지가 가끔 트리를 꾸며줄 때도 있었지만 그와 비교도 되지 않는 화려함에 입을 떡 벌리고 지켜보았다. 그 뿐이랴, 유령들도 전부 크리스마스라고 잔뜩 멋을 내고, 심지어 천장에는 서양 호랑 가시나무와 겨우살이의 두꺼운 리본들까지. 그리고 산타가 빗자루를 타고 날라다니는 중이었다.
연회장 입구에서 한참 구경을 하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그제야 허기를 인식하고는 천천히 연회장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나저나 진짜 아는 사람 없네. 어떡하지. 일단 대충 자리를 잡고는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없을 일... 그나마 아는 톰마저도 이번에는 다른 여학생을 꼬시느라 난리였다. 눈이 마주치면 분명 윙크든 뭐든 할테니 서둘러 시선을 옮기고는 테이블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음식은 맛있는 것들로 가득한데, 신이 나지를 않았다. 나 혼자 밥 못 먹는 거 알면서. 민윤기 짜증난다. 속으로 툴툴거리며 중얼거리고는 칠면조 다리를 떼어들었다. 호석이 오빠 오면 혼내달라고 해야지. 아니다, 호석이 오빠는 민윤기 못 이기니까 남준이 오빠. 남준이 오빠 정도면 괜찮겠지.
전투적으로 칠면조 다리를 뜯으며 소세지를 접시에 담았다. 진짜 그까짓 잠이, 중요하지만. 어쨌든, 민윤기. 뼈를 치우고는 소세지를 포크로 집어들었다. 민윤기. 민윤기. 민윤기 이름만 읊조리며 소세지를 뜯기 시작했다. 아, 맛있다. 분명 민윤기라고 생각하고 씹기 시작했는데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소세지의 맛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와, 진짜 짱이다. 금세 한 접시를 비우고는 삶은 감자와 소세지를 다시 옮겨 담았다. 와, 진짜 호그와트 음식이 맛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얼추 접시를 비우고는 푸딩을 담았다. 푸딩 탱탱한 것 봐... 맛있겠다. 어느새 민윤기 따위는 잊고 입 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또 얼마나 맛있을까.
그리고 들뜬 손놀림으로 푸딩을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맞은 편에 앉았다. 입을 벌린 상태 그대로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올려다보자 생글생글 웃고 있는 박지민이 보였다. 얘 나 그리핀도르인 거 진짜 알고 있었나... 그제야 입을 꾹 닫고는 수저를 내려놓는데 대뜸 박지민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눈짓을 보낸다. 박지민의 눈짓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내가 내려놓은 숟가락이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푸딩 하나. 머쓱하게 내려다보자 박지민은 눈을 곱게 접어 웃고는 먹으라는 듯 턱짓을 한다. 어... 잠시 망설이다 입에 푸딩을 집어넣었다. 살살 녹는 게, 진짜 예술이었다. 금세 기분이 좋아져 생글생글거리자 어느새 턱을 괴고는 지긋이 날 바라보는 박지민이 보인다.
*플리트윅 교수: 마법, 즉 마법 주문을 배우는 교과의 담당 교수.
래번클로의 담당교수이다.
"맛있어, 이삐야?"
"...어? 어. 응."
지긋이 내 눈을 쳐다보는 박지민을 보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박지민은 더 눈을 곱게 접어 웃는다.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활짝 웃는 박지민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는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딱 한 숟가락 퍼먹은 푸딩이 눈에 보이고, 곧 머리 위로 박지민의 목소리가 내려앉는다. 나 봐야지, 이삐야. 나긋하지만 어딘가, 위압감이 드는 목소리. 어제, 민윤기와 호그스미드로 갈까 말까 장난치다 만난 박지민처럼,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이상하다. 박지민이, 이랬나. 주위에서는 크리스마스라며 웃고 떠드는 소리로 가득한데, 이상하게 우리 테이블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치 고양이를 만난 생쥐처럼, 맹수를 만난 초식동물처럼, 박지민 앞에서의 나는 점점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이삐야. 다시 나긋한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번 말하게 하지마.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은 박지민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고,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대로 턱을 괴고는 나른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박지민의 얼굴이 보였다. 예쁘다. 박지민은 저 혼자 중얼거리고는 내 앞에 놓여있던 숟가락을 제가 가지고 간다. 그리고는 내 앞에 놓인 푸딩을 한 수저 떠서 내 입가에 가져다댄다. 아, 해 봐. 생글생글 웃는 박지민의 얼굴을 보니 거절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천천히 입을 열자 그대로 숟가락을 내 입에 넣어준다. 푸딩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오늘은 민윤기 없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박지민의 말에 기숙사로 올라 갈까 말까 고민하다 박지민을 쳐다보았다. 계속 해서 나를 보고 있었는지 나와 눈이 마주한 박지민은 그대로 씩 웃는다. 민윤기 얘기 나오니까 보네. 사람들에게 들은 박지민과는 정말로 다르다. 뭔가가 비틀린 것만 같은 미소가, 정말로 이상했다. 그냥, 일이 있어서. 우물쭈물거리다 겨우 입을 열자 박지민은 잠시 고민하는 듯 허공을 보다 아, 하고 웃는다. 그렇겠지.
곧 제 표정을 지워낸 박지민은 더 안 먹어? 하고 물어보곤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 그렇구나, 하며 숟가락을 놓는다. 사실, 나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박지민은 잠시 입을 옴싹거리다 수줍게 웃으며 내게 손을 내민다. 마냥 아이같이 통통한 볼이 잘 익은 복숭아마냥 달아오른 것이 귀엽다. 역시, 내가 착각한 건가보다. 그제야 박지민에 대해 고민하던 것을 멈추고는 작게 웃으며 박지민의 손을 붙잡았다. 크고 마디가 툭툭 불거진, 그야말로 전형적인 남자 손인 민윤기와는 다르게 적당히 살집 있고 통통한 손이 귀엽다.
우리 다른 기숙사지만 그래도 친하게 지내자. 내가 손을 붙잡자 묘하게 표정이 밝아진 박지민은 또 다시 배시시 웃으며 내 손을 잡고는 위 아래로 흔든다. 어, 응? 그래. 내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내일 또 봐, 하며 손을 살랑살랑 흔들고는 제 무리가 있는 쪽으로 다시 걸어간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대로 넋이 나가 박지민의 뒷모습만 바라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지민과 민윤기가 호그와트에 입학한 것은 내가 입학하기 딱 일 년 전이었다. 사실 민윤기는 직접적으로 말해주지 않으니 나는 그냥 여기저기서 많이 주워듣고 다녔는데, 그래도 그 때 당시에 2학년이었던 호석이 오빠와 남준이 오빠가 말해준 것이 가장 신뢰성도 있고 많았다. 사실, 뭐, 공공연하게 떠들어 대는 이야기들이라 다 거기서 거기였지만.
어쨌든, 오빠들이 해준 얘기에 따르면 민윤기와 박지민은 들어올 때부터 호그와트에서 난리였다고 했다. 순혈도 순혈이지만 각각 엄청난 집 안의 자제들이었는데 둘 씩이나 입학을 한다고 해서 들썩거렸다고. 둘 다 슬리데린 출신 마법사들을 많이 배출해낸 집 안이라 안 봐도 이번 슬리데린은 장난 아니겠다고, 같이 들어오는 1학년들 불쌍하다고 수군거렸다고 했다.
고대하고 기대하던 입학식 날이 되고,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눈에 띄던 두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박지민과 민윤기. 우선 민윤기에게도 모두들 시선이 돌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뒤이어 생글거리며 들어오는 박지민에게 시선을 옮겼고. 하지만 신입생들을 빤히 쳐다보던 재학생들은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도대체 귀한집 자제 하나는 또 어디 있다고? 호석이 오빠도 의아함에 친구들에게 야, 한 명은 이름이 뭐랬지, 하며 물어봤다고 했다. 연회장은 수근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고, 주위를 멀뚱 멀뚱하게 바라보던 박지민은 살짝 웃으며 제 차례를 기다리고.
민윤기가 먼저 기숙사 배정을 받아 충격이 한 번 지나간 후, 호석이 오빠는 비로소 박지민이라고 친구에게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민윤기 말고, 한 명은 박지민이래. 친구의 소곤거림과 동시에 박지민이라는 이름이 호명되고, 학생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박지민이라는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지민네 집 안은 거의 탑 급이었으니까. 어둠의 마법사 집 안은 아니어도, 슬리데린을 엄청나게 배출한 뼈대 있는 집 안, 그것도 막내 아들. 얼마나 오만할까, 가 최대의 관심사였다고 한다.
박지민의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박지민이 걸어나오고, 여기저기서 의아함의 탄성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진짜 쟤라고? 호석이 오빠 역시 제 친구를 돌아보며 물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박지민은 생글생글 웃으며 단상 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마법 모자가 퍽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보다 박지민은 제 머리에 눌러썼다고 한다. 그걸 보면서 사람들은 쟨 슬리데린은 아니겠다. 빼박 후플푸프, 아님 그리핀도르, 하면서 내기를 걸기 시작했고, 박지민과 마법 모자는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는지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고 했다. 저거 분명 그리핀도르랑 후플푸프 중에 고르고 있는 거다, 호석이 오빠의 친구는 그렇게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고 호석이 오빠도 그런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슬리데린!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곧바로 마법 모자는 슬리데린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민윤기에 이어서 두 번째 정적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너무 놀래서 잔기침을 늘어놓았다고도. 그 사람이 시발점이라도 된 듯 여기 저기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왜, 쟤가, 박지민이 슬리데린이냐고. 그것은 슬리데린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마법 모자가 드디어 미쳐가는 거라며 지팡이를 들고 중얼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의 중심인 박지민은 유유히 마법 모자를 내려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지민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침 넘기는 소리조차 클 정도의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눈을 곱게 접어 웃으며 슬리데린 기숙사장에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곤 자리에 앉자 그제야서 슬리데린에서는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고. 교수님들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들 앉아 계시다가 그 때가 되어서야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전부 그런 생각을 했다고. 아, 슬리데린에 물건 하나가 갔구나. 쟤는 슬리데린에서 사랑둥이가 되겠구나, 이렇게.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 위에 뭐라도 입을 걸 그랬나. 아무리 촘촘히 짜여진 니트라도 구멍 사이로 바람이 송송 들어왔다. 자꾸만 웃고 있던 박지민의 얼굴이 떠올랐다. 뭐, 좋은 친구가 생긴 건가. 비록 한 살 많아도. 멍하게 박지민이 했던 말, 그리고 박지민이 지었던 표정, 이상하게 느껴졌던 위압감 같은 것을 되짚어보다 또 움직이는 계단도 놓칠 뻔 했다. 하마터면 다른 기숙사 갈 뻔 했다. 먹으러 가기 전에는 민윤기 때문에, 먹고 나서는 박지민 때문에.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자 나름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뚱보 여인은 크리스마스 휴일도 없는지 한껏 멋낸 채로 나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얘, 뚱보 여인이 뭐라 말을 걸기도 전에 암호를 댔다. 크리스마스 내내 이 암호라고 했으니 한동안 외울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뚱보 여인은 짐짓 삐진 채를 하다 단호하게 문을 열라는 내 말에 툴툴거리며 천천히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 부인, 메리 크리스마스예요. 그래도 정말 삐지면 곤란한 건 내 쪽이니 들어가며 손을 흔들자 뚱보 여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진다.
"어, 왔냐?"
그리고 한 손에 큐브를 들고는 입에 막대사탕을 물고 있는 민윤기. 민윤기는 내가 들어서자마자 내 쪽을 힐끔 보고는 웃으며 큐브를 옆으로 둔다. 웃는 얼굴이 오늘따라 얄밉다. 아, 민윤기. 내가 민윤기에게 다가가 소파에 앉자 민윤기는 왜, 하며 답지 않게 다정한 소리를 낸다. 너, 진짜. 잔다고 밥도 안 먹고, 나 혼자 못 먹는 거 알면서. 존나, 존나, 너, 이씨. 그제야 터져나오는 서러움에 징징거리는 소리를 내자 민윤기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 야, 내가 미안... 하며 어설프게 나를 달래기 시작한다. 그리고 너 어디서 그런 말 쓰래. 존나? 이씨? 그 와중에도 지적은 빼놓지 않는다. 근데 오늘 밥 맛있었어, 내일은 더 맛있겠지. 한참 중얼거리던 내가 소세지 자랑을 하자 민윤기는 잘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 맞다... 그리고 나 아까 박지민이 찾아왔어. 갑자기 생각난 박지민 이름을 꺼내자 민윤기의 표정은 갑자기 굳어진다. 박지민이? 민윤기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나랑 친해지고 싶대. 그렇게 살가울 줄 몰랐어. 내 말에 민윤기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가만히 내려다본다. 아무 표정도 없이 나를 빤히 보는데, 아까의 박지민만큼이나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머글들 말로 하면, 지리겠다고.
그래서, 뭐라 했는데? 민윤기의 낮은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서 악수 한 번 하고... 그냥 알겠다고 했지. 내 말에 민윤기는 그제서야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고는 평소와 다름없는 무심한 표정을 짓는다. 야, 이리 와 봐. 민윤기는 그대로 제 품에 나를 끌어안고는 한참 등을 토닥여준다. 피곤해서 같이 밥 못 먹어줘서 미안. 저녁이랑은 꼭 같이 먹어. 그 뒤로 뭐라 더 웅얼거린 것 같기는 한데, 들을 수가 없었다. 뱀새끼, 랬나. 하여튼 대충 고개를 끄덕이다 퍽 아쉬운 소리를 내었다. 마법사 폭죽 하나라도 터뜨리고 싶었는데... 윤기야, 넌 그거 없지? 내 말에 민윤기는 어이없다는 듯 낮은 웃음소리를 내다 제 품에서 날 떼어낸다. 있겠냐. 민윤기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냥 한 소리야. 내년에 해야지, 뭐.
*마법사 폭죽(Wizard cracker) : 영국에서 실제로 쓰이는
크리스마스 크래커(Christmas cracker)의 마법사 버전.
두 사람이 양 쪽에서 잡아당기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선물이 나오는데,
마법사 폭죽은 더 신나고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한다.
민윤기 역시도 박지민과 같은 해에 입학했다. 박지민과 다르게 민윤기가 들어왔을 때는 강당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직감적으로 아... 쟤구나, 싶었다고 한다. 호석이 오빠의 회상에 의하면 심지어 당시의 민윤기는 흑발이었다고 한다. 민윤기가 생각보다 머리색을 자주 바꾸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검은 머리를 본 적이 없다. 하여튼 호석이 오빠는 그 냉하고, 하야말간하게 생긴 게 검정색 머리를 하고 무표정으로 들어오는 걸 상상해보라며 넌더리를 쳤다. 근데 그게 또 내 퀴디치를 방해할 줄은 몰랐고... 새삼 회상하던 오빠는 씁쓸하게 웃었다. 오빠, 오빠... 괜찮아. 오빠의 등을 토닥이자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민윤기의 이름도 굉장히 앞에 불렸다고 했다. 제 이름이 불리자 민윤기는 그대로 걸어 앞으로 나갔다고. 슬리데린이다, 슬리데린이야. 민윤기가 지나치는 곳 마다 사람들은 수근덕거렸다고 했다. 진짜 쟤는 슬리데린이라고. 오죽하면 호석이 오빠도 무서워서 눈을 못 마주쳤다고 했다. 뒤에 물어보니까 민윤기는 오히려 학생들이 저랑 눈을 안 마주쳐줘서 자기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줄 알았다고 했다. 진짜 서운할 뻔 했다고. 이런 걸 들으면 민윤기도 귀엽긴 한데. 하여튼 민윤기는 그 상황에서도 음? 하기만 했지 걱정 따위는 1도 안 했을 거다.
하여튼 민윤기는 그대로 걸어가 의자에 앉자마자 마법 모자를 제 머리에 씌웠다고 한다. 민윤기가 모자를 쓰고 나자 슬리데린이다, 슬리데린, 하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슬리데린의 학생들도 쟤는 우리 기숙사지, 하는 표정으로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고. 하지만 조금 고민을 하는지 입씨름을 하는지 모를 마법 모자는 조금 이따 껄껄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그리핀도르! 하는 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연회장은 순간 싸한 정적이 돌았다고 한다. 뭐? 한 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던 슬리데린 학생들도 얼빠진 표정으로 마법 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곧이어 쟤가 왜, 슬리데린이 아니야? 하는 탄성 짙은 목소리와 함께 연회장은 쑥덕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민윤기는 그대로 그리핀도르 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호석이 오빠의 말에 따르면 그리핀도르로 향하던 민윤기가 잠시 누구와 눈이 마주치자 픽, 웃고는 다시 무표정으로 걸어갔다고 하는데, 그걸 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호석이 오빠는 그 쪽에는 박지민 밖에 없었다며 열성적인 목소리를 내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윤기는 넋이 나가 일어서있는 그리핀도르 기숙사장를 보며 제 코 밑을 쓱, 훑고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 그대로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고 한다. 진짜 민윤기스럽다. 원래는 박수소리라도 터져나와야 정상인데 그 당시에는 정말로 당황해서 차마 박수고 뭐고 할 생각을 못했다고.
민윤기가 퀴디치 에이스가 된 것은 조금 더 나중의 일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민윤기가 훨씬 만만... 은 아니지만 어쨌든 빼박 슬리데린은 아니라고 다들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관심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순혈이면서도 머글이나 혼혈을 무시하는 걸 혐오한다고. 아, 그렇다고 정말 다들 민윤기를 만만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민윤기는 민윤기였으니까. 그래도 조금 뒤에 그 정도 말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 민윤기 약간 예전에 다녔던 학생인 시리우스 블랙, 같다고. 둘이 묘하게 닮았다고.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묘하게 민윤기의 귀 끝이 붉어지는 걸 보면 싫지는 않은 것 같다.
이브는 그냥 저냥 민윤기랑 보냈다. 둘이서 버터 맥주도 마시고, 어머니가 보낸 파이도, 그리고 민윤기 어머니가 보낸 간식거리도 실컷 먹으면서. 크리스마스 지나면 정말 살 쪄있을 것 같다는 내 웅얼거림에 민윤기는 괜찮다며 먹으라고 입에 쑤셔 넣어주더라. 막상 본인은 달달한 거 싫어해서 별로 먹지도 않으면서. 참, 민윤기는 버터 맥주 마시면 가끔 취해서 반 잔만 먹고는 내려놓았다. 사실 그렇게 술맛이 나는 것도 아닌데 왜 취하는지 모를 일이다. 민윤기는 정말 술을 못 마시는구나, 싶었다. 사실 제대로 된 술도 아니지만.
그리고 대망의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자 민윤기를 데리고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는 곧바로 밖으로 향했다. 소복히 쌓여 있는 눈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다 곧바로 눈을 뭉쳐 민윤기에게 던졌다. 아. 이도 저도 아닌 작은 소리를 낸 민윤기는 코를 킁, 하고 들이키더니 제 팔을 쓸어대며 이제 들어가면 안 되냐며 물어왔다. 무슨 소리야, 눈 싸움 해야지. 다시 내가 눈을 뭉쳐 던지자 민윤기는 한껏 귀찮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제 망토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는 목도리를 고쳐썼다. 묘하게 승부욕을 발동시키게 하는 민윤기의 반응에 다시 눈을 뭉쳤다. 이번에는 가슴팍 쪽에 던지자 그제야 민윤기는 한 쪽 눈썹을 치켜뜬다. 빨리, 눈싸움! 내가 민윤기를 보채자 민윤기는 하품을 작게 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너 이제 죽었다."
"죽이고 그런 소리하던지!"
민윤기는 그대로 제 발 밑의 눈을 끌어모아 크게 눈뭉치를 만든다. 그리고는 죽었다, 중얼거리며 나를 쫓아온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눈치 없이 죽여보라니 민윤기는 달려오기 시작한다. 어디서 났는지, 계속 눈뭉치를 던지며. 민윤기는 퀴디치 조차도 귀찮아하는데, 진짜 큰일났다, 싶었다. 후회한들 늦었지만.
일방적으로 민윤기에게 당하고 나자 어느새 시간은 많이 흘러있었다. 아, 배고프다. 눈 위에 드러누워 주린 배를 움켜쥐고 말하자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던 민윤기가 손을 내밀었다. 싫어. 귀찮아. 몇 번 도리질을 쳐도 그대로 손을 내미는 민윤기에 결국 민윤기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얼른 씻고 밥 먹으러 가자. 지금 쯤이면 먹을 수 있겠지. 그대로 민윤기의 손을 잡고 얼른 기숙사로 향했다. 따뜻한 물에 샤워도 하고, 머리도 말리고. 두툼한 니트까지 입고 나서야 다시 휴게실로 나올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씻고 나온 민윤기는 답지 않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시험 기간도 아닌데, 무슨? 내가 민윤기를 보곤 의아한 표정을 짓자 민윤기가 귀찮아서, 하며 안경을 고쳐 쓰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늘도 칠면조 요리 있겠지? 들뜬 내 물음에 민윤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팔을 이끌며 앞장서 걸어나간다.
연회장은 어제와 다름없이 파티 분위기였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학생들도 잔뜩이었다. 민윤기는 천장에서 내리는 눈을 질린다는 듯 바라보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제 접시를 들고는 기다리는 민윤기를 보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아, 진짜 너무 배고프다. 내 중얼거림에 민윤기는 많이 먹으라며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런 민윤기의 맞은 편에 앉아 무엇을 먼저 먹을까 고민을 하는데, 어제보다 음식이 더 많아진 것 같다. 행복한 고민 아닌 고민을 하다 일단 소세지와 감자를 담았다. 아, 진짜 맛있다.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 시작하자 민윤기는 작게 웃고는 많이 먹으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너도. 오늘 노느라 수고했어. 내 뻔뻔한 말에 민윤기는 슬쩍 웃고는 제 몫을 접시에 담는다. 그와 동시에 교장 선생님은 이처럼 즐거운 날에는 캐롤이 빠질 수가 없다며 일어나셔서는 캐롤을 부르기 시작하신다. 와, 교장 선생님 저러시는 거 처음 본다. 민윤기에게 작게 속삭이고는 소세지를 먹기 시작했다. 민윤기는 작년에도 그러셨다며 심드렁하게 대답하고는 감자를 퍼 입에 넣고는 우물거리기 시작한다.
"이삐야, 안녕."
열심히 소세지를 씹고 있는데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내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민윤기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다. 고개를 돌리자 생글거리고 있는 박지민이 보인다. 이삐야. 어디서 난 낯간지러운 호칭인지, 입에 잘도 담아대며 박지민은 웃으며 날 내려다본다. 맛있어? 박지민의 물음에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민윤기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윤기의 시선은 박지민을 향해 있지만.
오늘은 뭐했어? 박지민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 머리 끝을 만지작거리며 물어왔다. 어... 오늘은 윤기랑 같이, 놀았는데... 내 말에 박지민이 내 머리 끝을 아프지 않게 잡아 당기고는 힐끔 민윤기 쪽을 본다. 어제는 없더니. 묘하게 가시가 돋힌 박지민의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어, 오늘은 있어서... 내 말에 박지민은 민윤기를 향해 비틀어진 미소를 짓고는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내가 보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는지, 민윤기에게 지었던 표정은 싹 지우고는 눈을 곱게 접어 웃는다.
저 뱀새끼. 나긋하게 중얼거리는 민윤기의 목소리도 들린다. 박지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가만히 나만 내려다보다 민윤기가 신경 쓰인 내가 고개를 돌리자 그제서야 저도 고개를 돌린다. 너 아직도 있었네. 아이같은 박지민의 말에 민윤기는 한 쪽 입꼬리만 끌어올려 웃고는 어, 내가 왜 가냐. 쟤 데리고 가야하는데, 하며 내 쪽으로 턱짓을 한다. 잠시 말이 없던 박지민은 이를 악 물고는 아, 그래? 하며 나를 돌아본다. 아, 소세지 먹어야 하는데. 내 접시를 힐끗 보고는 일단 둘이 어떻게든 떼어놓아야겠다는 생각에 박지민의 팔을 잡았다.
그, 지민아. 친구들이 기다리지 않을까? 내 물음에 박지민은 가만히 날 보다 웃음을 터뜨린다. 나 보내려고 하는 거야? 박지민의 물음에 당황해 고개를 젓자 박지민은 내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주고는 귀엽네, 속아줘야겠다,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민윤기, 그리고 이삐야. 다음에 또 보자. 박지민은 얼굴 가득 미소를 품고는 제 무리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박지민이 가고 나서야 한시름 덜며 고개를 돌리자 소세지를 깨작대는 민윤기가 보인다. 윤기야. 내 부름에 민윤기는 뭐, 하고 심드렁하게 답한다. 어...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망설이자 민윤기는 제 포크를 내려놓고는 가만히 날 바라본다.
쟤랑 놀지마. 그리고 얼른 먹어. 배고프다며. 평소와 다름 없는 말투로 민윤기는 내게 말하고는 팔짱을 끼였다. 그냥, 크리스마스라서, 정말 신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교장 선생님의 캐롤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박지민과 민윤기, 그리고 나. 셋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만난 날이었다.
***
분명 제 오늘 계획은
오르치데우스 쓰기(O)
어린 아빠 번외 쓰기(X)
되면 조각글 쓰기(X) → 사실 무계획
이었는데 쓰다보니까 이렇게 되었네요... 시무룩. 어린 아빠 번외를 먼저 데려오려고 했는데 오르치데우스 1편 정도는 구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욕심내다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독자님들은 천천히 가져와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1편이라도 얼른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셋의 첫만남과 은근한 기싸움, 그리고 슬리데린 이삐오빠랑 그리핀도르 군주님의 기숙사 배정. 이렇게는 딱 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하. 이제 2편이 언제 나올 지 모르겠네요. 독자님들이 너무 기대하셔서 제가 더 두려운 것... 하하. 암호닉도 너무 많아져서 두려운 것... 하하. 해리포터 덕후 독자님들이 많아서 더 두려운 것... 엉엉.
여러분들은 이번 편에서는 허억... 지민아... 이삐 오빠... 윤기야... 이러지만 곧 허윽... 태형아... 아니... 정국아... 호석아... 허윽, 억... 남준... 석진... 이럴 겁니다. 하하!
어쨌든 여러분 감기 조심하시구여... 다음 글은 언제가 될 지 모르겠네요. 일단 어린 아빠 번외라도 끝내겠습니다. 엉엉
♡암호닉♡
발꼬락/ㅈㅈㄱ/디즈니/호시기호식이해/전정뱅/석진센빠이/아뱅정/낑깡긹/비비빅/홉푸
샐리/베네/♡모래♡/태태/골드빈/몬꾹/꾸기까까/치즈/소청/밀크우롱티
우리박지민/랩몬스터주식회사/쌍디/짐짐/비비팔이/채꾸/딥크/헤드위그/돌하르방/#방치킨
다람이덕/꿀떡맛탕/퍼플/모찌/호그와트 사랑둥이/민윤기다리털/닭키우는순영/기단/민빠답/0205
설렘/딸기/밥솥/눈부신/짜몽이/나의 그대/증원/챠누/웬디/블락소년단
달걀초밥/삐용/어디가/여름밤/난이/가온/돌고돌아서/근육쿠기/슈가민천재/바나나
베스킨라인/첼리/골드스니치/짱구/0622/현/칼로리/갈매빛/레드카드/마틸다
이리다/설탕슙슙/버블버블/0608/꾸기쿠키/백사장/태권브이/에델/레티/오렌지
계피/감자/미니미니/보라돌이뚜비나나뽀/워더/구구콘/현지짱짱/설탕/샤이닝/ㄴㅎㅇㄱ융기
오하요곰방와/섬유탈취제/♥꽃님♥/빵/잔디/밍쩡/딘시/민트/플랑크톤회장/쥴라이
태쁘/쿠키전/쿠야몬/고구마호박/모자/들레/달토끼/핑슙/꿀/공백
양이/쿠야쿠야/동룡/꾸꾸/태징태징/쀼뺘삐뾰/매직핸드/그늘/이부/곰씨
넌봄/박지민/삐요/밀짚모자/슬비/아이닌/황금올리브유
구칠칠/링링뿌/ㅈㄱ
없으면 말씀해주세요. 늘 고맙고 애정합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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