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영 빙의글]Strike, Out!
by. 권순영썰
인터뷰를 어떻게 마무리했는지도 모르게 4분이 지났고 나는 금이 간 멘탈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제일 빡쳤던건 헤실거리며 웃고있는 권순영의 두 볼이였다. 뭐라고 욕도 못하게 발그래해져서는 진짜 같잖아! 권순영이 없는 대기실로 들어가려는데 손목을 잡고는 많이 놀라셨어요?, 올려다보니 또 권순영이다. 갑작스레 치밀어오르는 무언가에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말을 토해낸다. 야 내가 너보다 네살이 많아요. 장난도 작작쳐야 장난이지. 생방에서 이렇게 엿먹이는 거 장난 아니에요. 선 넘지마세요, 알았어요? 잡힌 손목을 쳐내며 대기실에 들어가려는데,
"...내가 하는 말이 다 장난같아요?"
"..."
대답 없이 쳐다만 보자, 내가 하는 말이 다 장난같냐구요. 내가 머리 쓰다듬었던 거 장난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너 데려다 준 것도 진짜 지나가는 길이라 데려다 준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진짜로 이상형이 너라고 했던 것도 다 장난인 줄 알았겠네, 씨발. 갑작스런 욕설에 놀라 몸을 움찔하자 한숨을 쉬어내고 마른세수를 하더니 미안해요. 욕해서, 하고는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권순영은, 나를, 좋아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훨씬 오래 전부터.
경기가 예상보다 늦게 끝나 수훈선수 인터뷰는 취소됐다. 지금 뒤죽박죽 복잡한 내 머릿 속과 권순영의 폭탄발언으로 도배된 인터넷 상황을 봐선 취소된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나 어떡하냐. 이제 얼굴 못 볼거 같은데, 야구말고 배구나 농구를 알아봐야하나? 다시금 머리가 복잡해지며 누구라도 만나 이 이야기를 털어내고 싶었다. 급하게 잡은 약속임에도 아무런 불평없이 나와 내 얘길 듣던 친구는,
"무작정 피할생각 말고 니가 진짜로 걜 좋아하면 사귀는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나? 권순영 안 좋아하지, 안 좋아해."
"아니, 너 권순영 좋아해."
"...내가, 권순영을, 좋아해?"
"너 며칠 전부터 나랑 톡하면 맨날 걔가 뭐했니, 오늘은 시비를 걸었니, 안걸었니 하면서 신경쓰잖아. 아니야?"
아- 바보같은 소리를 내며 그렇지, 내가 걜 좋아하는게 아닌데 왜 그렇게 신경을 썼을까? 그러게, 처음 받는 고백도 아니고 처음 받는 무시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인정할 수 없는 내 마음에 연거푸 술잔만 비워냈다. 옆에서 말리던 수정도 이젠 지쳤는지 가만히 쳐다만 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너봉이의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기시작한다. 뭐해? 뭐하는데, 너봉이 묻는 말을 무시한채로 얼마가 더 지났을까 상대편에서 달칵, 전화를 받자
-여보세요, 너봉이 친군데요.
-전화 끊겠습니다.
-여기 성수동 XX거든요. 너봉이는 엄-청 취했고 저는 딱 20분 뒤에 집에 갈 예정인데 어떡하실래요?
-...
전화를 끊겠다는 권순영의 말에도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수정이의 말에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안오면 부끄러운 거 잖아. 걔 안올걸 그냥 끊어, 수정이 옆에서 끊으라고 재촉하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잠깐만 너봉이 좀 바꿔주시겠습니까, 하는 권순영이였다. 건네주는 핸드폰을 받아들곤 쉼호흡 몇번을 뱉어낸다. 네. 조심스레 말을 하자,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데 딱 40분 걸리거든요? 근데 난 20분 만에 갈거에요,
-내가 20분만에 도착하면 우리 만나는거에요.
-...
-응? 왜 대답이 없어요, 너봉아.
-...오고나서 얘기해요.
어, 나 확실하게 대답 안하면 안갈건데? 너봉아 나 너한테 갈까요, 말까요? 수정이가 전화를 건 순간부터 권순영도 내 마음을 알고있을텐데 이렇게 밀당을 하는건 날 놀리기위해서였다. 백퍼센트. 그래도 내가 잘 못한게 있으니까, 와요. 와서 나 집에 데려다 줘, 조심스레 말하자 앞에 앉은 수정의 표정은 점점 썩어가고 있었다. 내가 괜히 둘 이어준다고 전화 한거 아니야...? 울면서 뛰어 나가고 싶은 수정이였다. 난 커퀴들 염장지르는거 꼴보기 싫으니까 먼저 간다. 톡으로 경과 보고해, 코트를 입고 가방을 매는 수정이를 보자 나 혼자 순영이 보기 부끄러운데 같이 있어주면 안ㄷ, 응.. 알겠어.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애교를 부리자 눈을 부라리는 수정에 깨갱하고마는 너봉이였다. 수정이 떠나고 혼자 앉아서 과일을 하나씩 집어먹는데, 20분 어떻게 기다리지? 보고싶어서-
쓰면서 제일 마음에 안들었던 편....★☆ |
일단 글삭 너무 죄송해요ㅠㅅㅜ 중간에 이상한 오류가 생겨서ㅠㅠㅠㅠ큽..ㅠㅠ 아무튼 오늘 글이 쓰면서 제일 마음에 안드는 것 같아요. 진짜 순영이의 격한 감정을 살려야하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뭔가 둘 다 뱅뱅돌게 괴롭히고 싶은데 그정도를 쓸만큼 제가 잘 쓰질 못해서...ㅜㅠㅜ 아! 그리고 암호닉은 계속 받고 있으니까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게 받겠습니다ㅎㅅㅎ 뭐 이번편 보시고 다들 도망가실 것 같지만...ㅎ헤헤헿ㅎ 오늘은 김아나가 순영이를 보고싶다고 막막 생각하게 됐어요ㅎㅎㅎㅎㅎ 행쇼해 얘드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감기조심하세요! |
암호닉
부사랑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