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인터뷰)
Q.백현씨, 대한민국 1호 남남커플 출연인데 소감은?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데. 소감은..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예능같은거 처음이고 우리 연애하는 모습 남들한테 구경시켜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서 얼떨떨하네요.
Q.그럼 출연을 결정하시게 된 계기는?
-뭐겠어요. 도경수가 하자니까 하는거죠.
Q.경수씨, 백현씨 꽉 잡고 사시나봐요.
-제가요? 아니에요. 진짜 이건! 변백현이 얼마나 저를 잡고 사는데요. 시청자 여러분 아시면 진짜 하...여기까지만 할게요.
Q.경수씨가 원하니까 출연하신다던데요?
-걔는 제가 또 떼쓰고 조를까봐 귀찮아서 그러는거에요. 시청자 여러분, 속지마세요. 변백현 진짜 저 맨날 괴롭히는 그런 남자에요.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그런 남자 아닌ㄷ..
근데 백현이가 그랬어요? 제가 하고싶다니까 한다고? 아닌척하더니...진짜...
[미션 카드
두분의 신혼집이 마련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두분의 달콤한 신혼을 시작하세요.
※단, 결혼식은 두 분의 자유에 맡기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친다면 신부가 서운하겠죠?]
"백현아, 결혼식 기대할게."
"뭘 기대해. 누가 신분지 어떻게 알아. 너랑 나랑 둘 다 남잔데."
"야! 너 맨날 나 여자취급하잖아!!"
"너는 그거 싫어하잖아. 니가 남자라며 니 입으로."
"그럼 깔리는게 신부지, 까는 놈이 신부야?"
"난 상관없는데 니 이미지 생각해라 도경수. 너 국민남동생 아니냐?"
"...씨...감독님..?"
괜찮아요 경수씨. 우리가 알아서 편집하고 걸러내니까..하하. 어색한 웃음을 알기나 하는건지 안심한 도경수의 낮빛이 다시 날카롭게 째진다. 변백현 니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그래.
"그래서 결혼식도 안하고 나를 채가겠다 이거야?"
"야."
"뭐! 난 그렇게 못해!일생에 한번인데 이대로 그냥 코꿸수는 없어!"
"나참..도경수."
"살아 뭐하나...결혼식도 못하고 살림이나 차리는 나는 죽어야지..."
"어디까지 삽질가능한지 지금 시험하냐?"
"....이대로 죽어야지..너는 병풍뒤에서 향내풍기는 도경수 귀신이랑 결혼해라..."
"말 또 함부로 하지."
"...."
"혼날래 진짜? 죽는다는 소리가 어디서 나와 지금. 누구 입에서."
"..아니..나는...서운하니까."
"너 안이래도 내가 너를 아는데 설마 그냥 넘어가겠냐."
"...진짜?"
"입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어련히 알아서 해줄까. 진짜 도경수..."
"..진짜 도경수 뭐. 싫다고?"
"좋다고 여우야."
가볍게 경수의 콧잔등을 친 백현이 카메라를 등진채 경수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차로 향한다.
백현씨! 카메라 등지시면 안되요!! 감독의 외침만이 그들의 등 뒤에 남을 뿐이었다.
신혼집은 아담한 전원주택이었다. 입을 벌린 채 마당으로 들어서는 경수의 뒤로 백현이 따른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도경수 취향대로 꾸미려면 피곤하겠구나.'
그리고 도경수의 머릿속까지 꿰뚫고 사는 변백현은 정확히 카운트다운을 세기 시작한다. 물론 경수가 보지 못하게 카메라에 대고.
백현의 손이 3을 나타내자 감독은 생각한다. 뭐하는거지?
백현의 손이 2를 나타내자 감독은 생각한다. 무슨 신호인가? 뽀뽀라고 하려는건가? 뭐지?
백현의 손이 1을 나타내자 감독은 생각한다. 똥줄이 탄다. 뭐지? 뭐야..
백현이 손을 거두고 이마를 짚는다. 동시에 발랄한 도경수의 외침.
"장보러 가자 백현아!!!!예쁜거 엄청 사오자!!!!"
마트에 도착하자 어떻게 알고 모였는지 몰려드는 인파에 백현의 인상은 펴질 줄을 몰랐다. 경수는 이래저래 돌아다니며 집에 어떤것을 두어야 예쁜 신혼집이라 소문이 날지
고민하느라 여력이 없어 보인다. 감독은 생각한다. 저 두사람은 저렇게 다른데 어떻게 만나서 연애를 할까.
결국 도경수가 앞 뒤 안가리고 넣어대는 보기에만 예쁘지 쓸모는 개똥만큼도 없는 장식품들이 담긴 카트를 말없이 밀고 가던 백현이 폭발했다.
도경수가 하트 모양 쿠션을 집어들며 변백현에게 바보같이 웃으며 돌아서는 순간, 극성팬의 기다란 카메라에 안면을 강타당했기때문에.
얼굴을 감싸쥐고 앓는 소리를 내는 도경수에게 카트를 내던진 변백현이 다가선다. 얼굴을 살피니 하얀 얼굴에 빨갛게 원이 생겼다. 피멍의 징조가 보이는.
그것도 변백현이 사랑해 마지 않는 도경수의 귀여운 광대뼈에.
변백현 야마 돌겠다. 도경수는 아파서 눈물이 날것같은 상황에서도 생각한다. 내가 의연한 모습을 해야 이게 방송에 나간다.
희대의 국민남동생 도경수의 프로의식이랄까.
"하..하하. 하나도 안아프네. 파리가 앉았다 갔나?하하"
애석하게도 우리의 국민남동생 도경수는 아이돌 발연기의 창시자였다.
그가 출연했던 시트콤은 팬들마저도 외면해 조기종영의 아픔을 품고 있었음을 이제야 밝히는 노릇.
"아 나 진짜 못해먹겠네 이거."
변백현이 빡쳤다.
"이걸 또 찍고있냐 너는?"
여자에게 다가간다. 변백현이. 안돼...백현아...요즘 나 쉬는데 너까지 공백기 가질 수는 없어..도경수는 생각한다.
"지금 도경수 마빡 깨질뻔했는데."
광대다 이새끼야..도경수는 와중에 서운하다. 아무리 흥분해도 니 애인이 광대를 이마에 달고 다녔으면 좋겠냐.
결국 카메라를 잠시 내려둔 감독님은 백현을 중재하며 여자와 백현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좋게좋게 가자며 서글하게 웃는 감독에게까지 차마 화를 낼 수 없던 백현은
돌아서 이번엔 경수의 턱을 쥐고 욕설을 뱉어낸다. 도경수는 거기다대고 심의 걱정을 하고 있고. 백현아. 욕하면 방송 못나가.
오늘 니네가 찍은것중에 방송에 나갈거 5분도 없어.
감독은 생각했다. 그리고 또 걱정한다.
앞으로 이 두남자를 데리고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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