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의 정석
Episode01
"연! 오늘 올거지?"
"어딜."
"신입생 환영 파티지. 재작년 신입생 파티의 주인공인 니가 빠지면 섭하다."
"작년에도 그 말한거 알지?"
"오늘 전정국도 온대. 아, 너 걔 못 봤지? 신입생 환영 파티 때만 오고 해외 연수 때문에 바로 휴학했었거든. 잘생겼다고 다들 난리났었는데 휴학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근데 이제 복학한다고 오늘 온대."
작년 신입생 환영 파티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재작년, 주는 족족 목으로 넘어간 술 덕에 진상이란 진상은 다 부린 후로 절대 가기 싫은 곳이 신입생 환영 파티였다. 아영의 말을 듣자하니 이번에는 신입생 보다는 복학하는 후배가 주역이 될 것 같았다. 왜 나 들어올 때는 복학생 한 명 조차 없었는지 괜히 울컥했다. 올해도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물론 추호도 없었다. 이리저리 둘러대며 피할 생각이었다. 작년에도 그랬듯, 아영의 말은 싸그리 무시한 채 도서관으로 직행하던 중 지민에게 납치당하다 시피 끌려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분명 아영과의 뒷거래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박지민, 나 안간다고! 약속 있다니깐?"
"거짓말하지 마. 너 오늘 도서관 간다면서."
"아무튼 나 안가. 안갈거야!"
"네가 나보다 힘 세면 돌아가보시든가."
"야, 리포트. 리포트 내가 대신 써줄게. 응?"
"널 뭘 믿고 내 리포트를 맡겨."
어떤 말에도 꼼짝하지 않고 나를 들춰 업고 가는 것을 보니 아마 김아영이 대단한 거라도 해주기로 했나보다. 이번엔 정말 안가긴 글렀다. 알겠으니까 내 발로 가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발바닥이 땅에 붙을 수 있었다. 그 때 도망이라도 갔어야 했다. 절대, 절대로 환영회는 다시 가지 말았어야 했다.
"연이 왔네. 아, 연이랑 정국이는 처음 보지? 인사해. 이제 학교도 같이 다닐텐데."
꼴에 선배랍시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수 선배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자 아마 그 소란의 주인공인 듯한 전정국이 조금 성가시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이내 가식적인 웃음을 얼굴에 띄우며 고개를 숙인다. 안녕하세요. 단정한 외양과 잘 어울리는 반듯한 목소리에 심장이 뛰는 듯 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뛰었다. 분명히 그 녀석에게 두근거렸다. 그새 얼굴이 발개지기라도 한건지 귀띔을 해주는 아영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멍하니 보고만 있을 뻔 했다.
"어..., 잘 지내자. 난 도연이야."
"네."
약간의 떨림과 함께 뱉어진 내 말에도 별 신경쓰지 않는 듯 설아가 건네는 잔을 건네받는다. 윤설아가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는 건 정국이 정말 여자에 관심이 없지 않은 이상 남자라면 다 알면서도 넘어가줄 판이었다. 그리고 가장 다행스러운 것은 전정국은 아마 여자에 정말 관심이 없는 타입같았다는 점. 그리 착한 편도 아니면서 거절은 또 못하는 타입이라 이 자리가 불편해지려던 것이 정국과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속까지 울렁거려왔다. 정수 선배의 게임 제안 덕에 시끄러워진 틈을 타 잠깐 바람이라도 쐬야겠다 싶어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으, 추워."
"저기요."
"...? 정국이네. 왜 나왔어?"
"혹시 라이터... 없죠?"
뭐 더러운 거라도 만지듯 손가락으로만 톡톡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뒤를 돌아보니 꽤나 예상 외의 인물이 서있음에 당황해 얼떨결에 정국아, 라며 친한 척을 한 것 같아 민망해졌다. 역시나 정국은 그런걸 깊게 신경쓰는 타입은 아닌 듯 라이터나 찾았지만. 물론 내가 담배를 피는 것도 아닌데 있을리가 없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보이자 아쉽다는 듯 빼내려던 담배 한 개비를 다시 집어넣고는 벽에 몸을 기댄다.
"왜 안 들어가?"
"시끄러워서요."
"너..."
"..."
"지인짜 잘생겼다."
내가 벌써 취했는가보다. 미친 짓이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 놈에게 추근대는 꼴이라니. 윤설아의 행동에 혀를 차던 내가 뱉은 말이라고는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았다. 정국은 제 얼굴을 보며 중얼거리는 나를 한 번 흘끗 쳐다보더니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다시 눈길을 돌렸다. 이런게 익숙한가.
"나랑 다른 데 가서 술이나 좀 깨고 올래?"
"아니요."
"그래. 우리가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지."
"... 전 안 취했어요. 술 안 깨도 돼요."
너무 빨랐던 대답에 저도 눈치가 보였는지 변명하듯 말을 툭 던지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귀엽다. 겨우 한 살 어린 것이 이렇게 모든 것이 귀엽게 느껴지게 만들 수도 있구나 했다. 그러니까 아마도, 내가 그 대학의 로망이라는 CC (Campus Couple)를 꿈꾸고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 어린 철벽남에게 말이다.
-
다행히 어제는 신입생의 진상짓 따위는 보지 않고 1차에서 빠져나와 집에 올 수 있었다. 지민이 아영의 손을 잡고 끌고가준 덕이랄까. 그 덕에 아홉시에도 무리없이 잠에서 깨 열 시 수업을 늦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두 시간 연강은 언제나 피곤을 쌓았다. 오늘은 아영, 지민과도 수업이 달라 왠지 허전한 옆을 위로하며 학관으로 들어가려 할 때 쯤, 이상하게 벌써 익숙한 검은색의 동그란 뒤통수가 눈에 들어왔다.
"정국아, 학식 먹을려고? 나랑 같이 먹을래?"
"아뇨. 혼자 먹는 게 편해서요."
어제와 다름없는 단호한 말투였다. 어떻게 저렇게 대답도 말투도 심지어는 톤 조차 똑같이 말 할 수 있는지. 다만 다른게 있다면 변명거리가 조금 달라진 것 뿐이랄까.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이자 역시나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고개를 까딱해보이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연아, 밥 먹으러 왔어? 같이 먹자."
"네? 아니요, 저는 오늘은 그냥 삼각 김밥으로 떼우려고요."
갑자기 나타난 정수 선배에 정국이가 느꼈던 기분을 뼈져리게 느끼면서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연! 완전 대박 사건. 전정국 있잖아, 걔 전교수님 조카래. 왠 열. 하나도 안닮았어. - 아영]
[너 이번에 전교수님 수업 듣던데. 잘 보여야 되는거 아니야? ㅋㅋ -지민]
왠일로 단톡방이 조용하나 했다. 셋 뿐임에도 항상 시끌벅적한 단톡방이 오늘따라 조용하더니 놀라서 기절할 만한 사실을 들고 다시 나타난 것이다. 전교수님이라면 찔리는 구석이 있는 분이라 그 분 수업만은 피하려고 몇 번이나 노력했으나 올해는 수강 신청도 더럽게 못해서는 모레가 전교수님의 첫 수업이었다. 카톡을 확인함과 동시에 다시 학관으로 뛰어야 했다. 어쨌든 나는 전정국이랑 친해질 필요가 매우 간절했다. 내가 전정국을 아주 좋아하는 쪽인 것은 다행이었다. 관심도 없는 남자에게 수상한 목적으로 치근대는 것은 젬병이었기에. 나를 부르려는 정수 선배를 지나쳐 식판에 한가득 받아 정국의 앞자리에 의자를 빼 앉았다.
"난 혼자 먹는거 싫어해서. 같이 먹어도 되지?"
최대한 매력적이게 보이도록 미소를 띄우고 말하자 동그란 눈으로 빤히 쳐다보는게 영 민망해 식판에 고개를 박고 오바스럽게 밥을 떠 먹어보였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아무렇지 않게 식사중인 전정국의 잘난 얼굴이 보였다. 그래, 아저씨도 아니고 연하가 뭐 어때서. 좋으면 된거지. 꼬시자, 꼬셔. 속으로 몇번이고 다짐하며 그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다가 그가 일어설 때서야 같이 식판을 정리하고 그에게 따라붙었다.
"정국아, 어느 쪽으로 가?"
"본관이요."
"나도 마침 거기 가야되는데. 같이 가면 되겠다, 그치?"
"... 편한대로 하세요."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올까봐 조마조마 했다. 대답이 조금 달라진 것은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하나, 하하. 낯을 가리는 건 아니지만 말주변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색한 분위기가 불편해 괜히 가방끈만 만지작 거리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정국과의 거리만 보며 걸었다.
~
독방에서 투표를 한 결과,
여주를 쫓아다니는 남주 보다는 남주를 쫓아다니는 여주를 더 선호하시더라구요.
제가 생각해놓은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는 막 애교스럽거나 들러붙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은근히 정국을 성가시게 하는 거라서 원하던 내용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신선함을 느끼셨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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