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는 핫 초코를
W. 아모레
*
“안 더워?”
“응!”
얼굴에 흐르는 땀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 호- 불며 ‘핫 초코 식히기’ 에 열중한 경수다.
무더운 8월의 어느 날. 폭염주의보까지 내린 이 날마저 경수는 ‘핫’ 초코를 시켰다. 더위도 잘 타면서 무슨 생각인지 도통 모르겠다.
종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스 카페라떼를 쭈욱- 빨아드렸다.
금방 바닥이 난 커피의 뚜껑을 열어 얼음 몇 개를 입 안 가득 털자 종인을 빤히 지켜보고 있던 경수가 보였다.
“왜?”
“그거, 많이 시원해?”
풉. 입안에 있던 얼음이 빠져나갈 뻔 했다.
그러게 너도 아이스로 시키라니까. 종인이 남은 얼음을 건네 주자 집어먹을까 고민하더니 끝내 손을 거두었다.
“됐어.”
“뭐야, 왜.”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다시 핫 초코에 몰입하는 경수다.
“도경수.”
“응?”
“너는 왜 그렇게 핫초코만 먹어?”
어…….
입을 오물오물 말 할듯하던 경수는 탁자 위에 휴지로 여기저기 땀을 닦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수상해. 종인이 떠 보지만 눈만 데구르르 굴리는 경수였다.
*
“진짜 더워!”
“핫 초코 먹는 너 지켜보던게 더 더웠어.”
밖으로 나와 내려쬐는 햇빛 속에 길을 걸었다. 뜨거운 경수의 손과 차가운 종인의 손이 가지런히 교차됐다.
경수는 시원한 종인의 팔 쪽으로 좀 더 몸을 기댔다. 아스팔트 길 위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조금 더 걸어 둘이 자주 가던 공원에 들어오니 스쳐가는 바람과 일렁이는 나뭇잎에 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느낌이었다.
“종인아, 여기 처음 왔을 때 기억나?”
“추웠지. 겨울이라.”
“그리고?”
“바닥에는 눈 쌓여서 걸을 때 마다 뽀득뽀득 소리 나고.”
“또?”
“장난친다고 나 때리고 달려가다 너 넘어지고.”
울고 불고 그랬었지. 종인이 웃으며 바라보자 경수는 획- 째려 종인을 올려 봤다.
농담이야. 농담. 종인은 경수의 머리를 달래 듯 쓰다듬었다.
“치, 그런 것만 기억하고.”
“그리고 또, 너랑 처음 키스 한 곳이지.”
삐죽대던 경수가 다시 기분 좋은 듯 수줍게 웃자 종인은 경수를 당기며 발걸음을 멈췄다.
“이 쯤 이었던 거 같은데?”
“응? 뭐가?”
“우리 첫키스 했던 자리.”
“그런가?”
“이 참에 추억을 되새기며 뽀뽀나 할까?”
“뭐?”
지금 대낮이야, 사람들 지나가면 어쩌려고! 벗어나려 애 쓰는 경수를 끌어안고 이마의 살짝 입을 댔다.
“뭐 어때.”
그리고, 포개지는 둘의 입술. 할짝, 종인이 장난치듯 경수의 입술을 핥자 경수도 포기한 듯 종인에 입에 크게 바람을 불어넣었다.
좋으면서 내빼기는 어디서 내숭이야, 도경수. 종인이 또 한번 입술을 크게 물었다.
장난치듯 시작해서 다시 제대로 된 입맞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떨어진 입술. 종인은 엄지손가락으로 경수의 입술을 쓸었다.
“달다.”
“…….”
“핫 초코를 먹어서 그런가? 맛있네. 도경수 입술.”
경수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붉어진 얼굴의 경수는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달싹였다.
그리고는, 작게 경수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인아. 응? 그, 그 있잖아.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에 종인은 좀 더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뭐?”
“하, 핫 초코만 먹는 이유.”
“응.”
“너, 너가 처음에도 나 다, 달다고 했잖아. 핫 초코 먹어서 그런가 마, 맛있다고.”
그, 그래서 그때부터, 어…. 경수가 더듬거리다 종인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경수의 입이 움직일 때 마다 종인의 광대는 자신도 모르게 따라 올라갔다. 남들이 말 하던 아빠미소였다.
어쩜, 이리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종인의 눈은 아직도 발끝만 쳐다보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경수에게 고정 되어 있었다.
저 자신도 그 말을 기억하지 못 하는데. 더운 날 땀 뻘뻘 흘리면서도 핫 초코만 고집하는 이유가 저 때문이라니.
안 그래도 예쁜데 하는 행동 마저 예뻐 죽겠으니 종인은 경수의 온 몸에 당장이라도 뽀뽀 해 주고 싶었다.
경수야, 너는 너 자체로도 충분히 달아.
종인은 목 까지 차오르는 말을 속으로 삭히며, 경수에게는 전하지 않기로 했다.
이 더운 날, 땀 뻘뻘 흘리는 경수가 조금 안 됐다는 생각도 잠시, 그래도 귀여우니까. 그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어졌으니까.
그리고, 다음에는 사탕을 먹이거나 사탕을 먹고 있는 경수에게 저 말을 해볼까 생각했다.
연인이라면 한 번쯤 따라 해봤다는 사탕키스, 를 우리는 아직 못 해봤으니까.
경수가 한 동안 또 입에 사탕을 달고 다닐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종인은…, 경수의 생각이상으로 발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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