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오는 한 사람,
step 1.
요즘 내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틀림 없다. 꿈에 자꾸 똑같은 남자가 나온다.
꿈의 장소가 어디건 상관 없었다. 그는 늘 내 꿈에 나왔고, 나를 빤히 쳐다보다 그렇게 사라졌다.
잠에서 깨도 그의 얼굴은 선명하게 나에게 각인 돼 있었다.
요즘은 그가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난 권순영."
"......."
"넌?"
꿈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선명하다. 나는 권순영. 아이처럼 웃는 그 모습에 잘 웃지 않던 나도, 웃어버렸다.
넌? 이라고 묻더니, 내가 대답이 없자 '네 이름 궁금하다니까.'라며 투정을 부리는 권순영이라는 애였다.
"김세봉."
"......."
"김세봉이야, 나는."
step 2.
요즘은 그가 나에게 말을 건다. 이것 저것, 그냥 나에 대해서 물어본다.
좋아하는 음식부터 사소한 거 하나 하나, 권순영은 호구 조사 하러 나온 사람마냥,
나한테 질문을 퍼붓기 바빴다. 왜 그렇게 궁금한 게 많냐고 묻자, 권순영은 또 애같이 웃으며 나한테 말했다.
"그냥, 너가 궁금해."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 머리를 정리해 주는 권순영의 손길이 낯설어서인지,
내 얼굴이 점차 붉어지는 것 같았다. 너가 궁금해, 그 말이 그렇게 위험한 말인지, 어딘가 돈 사람처럼,
떨리게 하는 말인지, 나는 처음 알았다.
"너 어디 살아?"
"......어?"
알아서 뭐 하게, 라는 생각이 일단 1차적으로 들었다. 너랑 나랑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꿈에서 만나는 게 다인 사이잖아.
"그거 알려주는 게 어렵냐. 그렇다고 내가 막 찾아가서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그냥...."
"난 남양주 산다. 남양주!"
남양주! 무슨 대단한 거 자랑하는 애처럼, 권순영은 남양주를 힘 줘서 말했다.
꿈은 내 무의식이 만들어 낸 세계라는데, 내가 무의식 중에 남양주에 사는 햄스터 닮은 남자애를 머릿속에 그린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둥둥 떠올랐다. 나도, 너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그 말을 삼켰다.
step 3.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던 날, 울면서 잠에 들었고, 눈을 떠 보니 권순영이 나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울었지."
"......."
"야, 솔직히. 거짓말 할 수가 없겠는데. 완전 티 나."
"......."
"왜, 오늘 안 좋은 일 있었어?"
우리 가족보다 더 다정하게 물어오는 것 같았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 좋은 일 있었냐고 묻는 권순영에 내 눈물샘이 다시 터져 버렸다.
그렇게 엉엉 울었다. 그냥 속상해서. 나한테 정말 소중한 친구였는데, 그렇게 호박씨 까는 애였을 줄 누가 알았겠어.
얼마나 울었을까. 울음을 꾹꾹 눌러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유리에 금이 가듯 깨져버린 나의 평정심의 끝은 여과 없는 눈물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말 안 해 줄 거 같고."
"......."
"힘들면 언제든지 여기서 털어 놔. 묻지 않을게."
"......."
"알겠지? 참지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무슨 대단한 약속이라고 새끼 손가락을 걸어 오는 권순영에 웃음이 터졌다.
울다가 웃으면 큰일난다, 말한 권순영이 미처 마르지 않은 내 눈물을 제 손으로 훔쳤다.
step. 4
"엄마가 이사갈 지도 모른대."
"그래?"
"......어. 나 이사 가는 거 싫은데."
"왜?"
"그냥. 친구들도 자주 못 보고."
이사를 갈 지도 모른다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권순영이었다.
전학 가 본 적이 없는 나라 공감해 줄 수 없는 게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어디로 이사 가는데?"
"모르겠어. 아마 서울로 갈 걸."
이사 가는 게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입술을 쭉 내민 모양이 오리 같았다.
"그래도 기대하는 거는 하나 있어."
"뭔데?"
"만약에 너가 꿈이 아니라면,"
"......응?"
"그니까. 너가 단순히 꿈에만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면,"
"......."
"그런 거 있잖아. 괜히, 막 만날 수 있을 거 같고.... 그런 거."
권순영의 말은, 나를 더 혼란에 빠지게 했다. 꿈에만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말이 내 귓전을 때렸다. 너의 꿈에도 내가 존재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너도 내가 사는 세상에 살아 있는 거라고, 믿어도 되는 거야?
*
그 날 이후로 권순영은 꿈에 나오지 않았다. 잠시나마 권순영이 나와 같은 하늘, 같은 땅을 밟고 있는 사람일 거라고 믿었던 내가 미웠다.
미쳤지, 그래. 그런 허상에 넘어가고. 내가 요즘 많이 힘든 게 틀림없다. 그런 거나 믿고 말이야.... 한숨을 푹 쉬며 주위를 둘러 봤다.
똑같은 풍경, 똑같은 교실. 내 주변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권순영 하나 없어졌다고 이렇게 모든 게 허전할 줄 몰랐다.
별 수 있겠어. 그냥 내가 미친 거 뿐인걸. 한숨을 쉬며 권순영이라는 사람의 기억을 하나 둘 씩, 지우개로 지워나가려고 했다.
꽤나 컸던 모양이야. 너가. 몇 달 동안 내 꿈에 전세 낸 것 양 늘 나왔었던 권순영을 지워내려고 보니,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아직 많은데, 너는 이제 없구나.
step 6.
요즘 매일 꿈에 나오는 여자애가 있다. 이름은 김세봉, 웃는 게 참 예쁜 여자애다.
처음엔 내가 미친 줄 알았다. 내 기억 저 편에 묻혀 있던 첫사랑이라도 되는 걸까. 그러기엔 낯선 얼굴이었고,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진 그냥 꿈의 풍경 중 하나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모든 게 선명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여자애가 궁금해졌다. 한 여름 밤의 꿈처럼, 곧 사라질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말 한 번 쯤은 걸어보고 싶었다.
너가 궁금해, 내뱉고 나서 내가 이런 말을 다 하는구나, 싶었던 그 말. 내 진심이었다. 너가 궁금했고, 너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내심 기대했다. 혹시, 밤이 지나고 나서도 너와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기대.
"야, 있잖아."
"뭐."
"만약에 꿈에 계속 똑같은 여자애가 나오면 넌 어떻게 생각할래?"
"예쁘냐?"
저 새끼한테 물어본 내가 병신이지.... 이석민을 흘겨보고 다시 혼자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요즘 들어 세봉이가 꿈에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세 개다.
1. 권순영은 미쳤다.
2. 김세봉이는 그냥 내 꿈 속 인물이다.
3. 김세봉이는 실존 인물일 리가 없다.
난 그냥 내가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김세봉이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상사병 걸려서 죽을 것 같다는 사람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는 요즘이었다.
이사를 준비하게 되는 요즘도, 이사 간 동네에 혹시나, 혹시나, 세봉이가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 속에 묻혀 사는 나다.
진짜, 만나고 싶어.
step 7.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는 무슨. 얼어 죽을 것 같다.
꽤나 추워진 날씨에 가디건 지참은 필수사항이 돼 버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날 반기는 교실,
이제 권순영은 다 잊었다. 고 말하고 싶다. 사실 요즘 그 증상이 심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권순영이 생각날 때가 있다.
나를 보고 웃어줬던 그 표정, 그리고 그 탁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맑은 눈동자. 이런 거.
미쳤지. 꿈을 꿔도 그런 걸 꿔선.
"야, 오늘 전학생 온대."
"관심 없어."
"남자라는데도?"
"응."
친구의 말에 대충 대답하고선 문제집에 눈을 박았다. 전학생? 이라는 말에 솔깃하기도 했지만 그게 권순영일 리 없으니 관심이 갈 리 없었다.
그냥,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가 얼굴 비추는 순간 그 기대치를 떨어뜨려 버리는, 그런 평범한 남자 사람이겠지. 관심 없었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는 동안 혼자 초연히 샤프를 쥐고 있었다.
"반장?"
"......."
"세봉아!"
".......아, 네. 선생님....."
"정신을 어디다가 두는 거야. 전학생, 너가 반장이니까 잘 도와 줘."
선생님의 불호령에 고개를 벌떡 들었다. 언제부터 멍 때리고 있었던 거야....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냐는 말에 뒷머리를 긁적이자, 선생님이 한번 나를 흘겨보시더니 전학생 좀 잘 도와주라고 부탁하셨다.
귀찮은데. 반장 괜히 했나 보다. 네, 대충 목례를 하고 선생님 옆에 서있을 것이 분명한 전학생을 찾아 눈을 돌렸다.
어...?
"안녕."
"......."
"권순영인데,"
"......"
"오랜만에 날 본 소감은?"
꿈 꾸는 건가, 아님 미친 건가.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닮은 사람이겠지. 싶었지만, 뒤이어 딸려 오는 말에 나는 그냥 넋을 놓았다.
오랜만에 나를 본 소감은, 권순영이 웃으며 말해 왔다.
"아직 궁금한 거 많이 남았는데."
"......."
"알려줘, 반장님."
"......."
"보고 싶었어, 많이."
"......."
"세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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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ㅇㅌㅍ인가? 어떤 댓글 캡쳐본을 보고 쓴 글이에요!
어릴 적 꿈에 한번 나왔던 남자를 고등학교 교실에서 만났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걸 모티브로 한번 싸질러 봤습니다... 엉망이야.... 생략과 비약의 수준이 아주 관동별곡급이네요^^
그래서 포인트 팍팍 내렸어요 5포인트 5포인트도 아깝쟈나...(흑)
아 쿱데 포드레 써야 되는데 미적분1 저를 안 도와 주네요... 숙제하러 갈게오...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