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고딩 권순영 X 초짜 과외선생님 김너봉
w.내가호시
그날 이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녀석을 대했다. 아니 솔직히 어색해 죽을 것 같았다. 권순영도 눈에 띄게 말수가 줄고 나에게 심심찮게 치던 장난조차 사라졌다. 이 분위기를 어찌하면 풀어내야 할까 머리가 아팠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안될 것 같아서 내가 총대를 메야겠단 생각을 했다. 오늘은 꼭 괴롭더라도 그날에 대한 일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눠봐야지라고 생각하며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순영이네 집 방향으로 발걸음을 빨리하였다. 그리고 막 큰길을 지나 집 쪽으로 올라가는 낮은 언덕의 코너로 접어들려던 무렵이었다.
"헐....."
나는 황급히 내 입을 막고 벽 쪽으로 몸을 숨켰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빼꼼 내밀어 언덕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다지 멀지 않는 곳에 권순영이 서 있었다. 근데 그냥 서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집 앞 담벼락에 기대 있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었다. 그 앞에는 비슷한 교복 차림의 여자애가 서 있었고 대담하게도 순영이를 벽에 두고 까치발을 들어 입을 맞추고 있었다.
한참 동안 계속된 입맞춤은 여자애가 먼저 입술을 떼어내며 끝이 났다. 그 여자애는 수줍은 듯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이게 내 마음이야'라고 말하며 황급히 언덕을 내려왔다. 나는 급히 내밀었던 고개를 거두고 벽과 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벽에 밀착했다. 다행히 그 여학생은 내가 서 있던 반대편 큰길로 달아났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고개를 내밀어 동태를 살피니 무덤덤한 표정인 권순영이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 씨... 뭐야 저것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괘씸한 거다. 권순영 이 자식 내 첫 키스를 그렇게 앗아가놓고 저는 다른 여자랑 그것도 집 앞에서 대놓고 진득하게 입술을 맞대고 있다니...
"설마... 나 지금 질투하는 거야? 헐.. 우왁!! 미쳤다 진짜 야 김너봉 너 진짜 미친 거 아냐?"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나 혼자 방방 뛰며 발광을 해 댔다. 생각만 해도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지나가던 한 할아버지가 '쯧쯧.. 젊은 아가씨가... 정신을 놨구먼...' 하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제야 밀려오는 민망함에 전력질주를 해 언덕 위로 올라갔다.
"후~ 김너봉 정신 차리자 정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렇게 나 자신에게 주문을 했다. 그날 이후로 내가 좀 많이 미친것 같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평소처럼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어머님~ 저예요~'라고 외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누구세요' 라며 무뚝뚝한 순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흠.... 누.. 누구긴! 네 스승이지!!"
(덜컹-)
대꾸도 없이 문이 열렸다. 사람 민망하게 시리... 왠지 좀 섭섭해지려는 마음을 눌러 담으며 정원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밟았다. 괜히 굴러다니며 거슬리는 돌이 짜증 나 발로 뻥 차버린 건 덤이다. 현관문을 열자 제 방으로 가라던 참인지 2층 계단을 오르는 순영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서 있을 줄 알았던 내 착각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 씨..."
그냥 이상하게 자꾸 심술이 났다. 일부러 계단을 쿵쾅 거리며 올라갔는데도 쳐다도 안 보고 먼저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도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순영이는 가방을 바닥에 던지듯 벗더니 책상 앞에 앉지 않고 침대 위로 풀썩 엎드려 버린다.
"뭐야- 너 공부 안 할 거야? 빨리 일어나"
"아... 귀찮아"
"이게 빨리 안 일어나? 또 내 말은 개 똥으로 무시하지"
"아오... 귀찮으니까 건들지 말라고!!"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너 진짜 갈수록 버릇없어진다"
"하...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니야.."
뭔가 화를 억누르고 있는듯한 순영이의 태도에 솔직히 겁이 났다. 그래도 지기 싫어서 꿋꿋하게 녀석을 책상 앞에 앉혔다. 그리고 최대한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와 행동으로 오늘 수업을 시작했다. 물론 너무나도 어색한 이 공기에 입술이 바짝 마른 건 어쩔 수 없었지만...
"흐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이건 다음 주까지 풀어야 할 숙제- 방학이라고 너무 풀어지지 말고 보충수업도 듣기로 했다며... 이제 곧 고3인데 수능 금방 온다 너- 네가 열심히 해야지 내가 어 어머님 볼 체면이 서지 안 그래?"
"어...."
"어쭈 대답이 시원치 않다? 방학이라고 여자 만나서 놀 생각 말고 공부나 해 요 녀석아!"
순간 내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아 진짜 이놈에 입이 방정이지 이러면 아까 내가 그 장면을 봤노라고 내 입으로 떠벌리는 꼴인데 평소에는 말 잘하면서 꼭 이럴 때 머리가 안 돌아간다. 나를 바라보는 순영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어.. 그러니까.. 음.. 내 말은 말이지..."
"봤지"
"어?"
"봤냐고"
"흐음! 내.. 내가 모.. 몰래 훔쳐보려고 그런 건 아닌데... 어... 그러니까.. 어! 그래 그러길래 왜 벌건 대 낮에 담벼락에서 어!! 아니 모.. 너의 사생활이니까 내가 터치하는 것도 뭐 웃기다만... 그래도 난 너를 가르치는 선생이니까... 그냥.. 모.. 아직 학생이고.. 조금 건전한 만남을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당황해서 내가 뭐라고 내뱉는지도 잘 몰랐다. 그냥 말을 하지 않았던 게 더 나았으려나... 점점 더 짜증으로 물드는 순영이의 표정이 보였다... 아뿔싸... 내가 잠시 이 녀석의 지난 과거가 엄청나다는 걸 망각했구나...
"아니... 그게 있지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아.. 진짜 나 뭐래냐?"
"아무렇지도 않았어?"
"어? 뭐.. 뭐가?"
"그날... 내가 누나한테..."
"그래! 그날은.. 뭐 물론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뭐.. 너야 맨날 나 놀리는 재미로 살았고... 어.. 그냥 귀여운 장난이었다고 생각하고 넘겼지!! 너 설마 그거 때문에 마음고생했구나~ 에이 그렇게 안 생겨 먹어놓고선~ 은근 소심하네 너~"
"장난?"
"그 그래!! 너 처음 나 만났을 때 나한테 막 남자친구는 있냐고 그러고!! 어!! 키스는 해봤냐느니 이런식으로 장난쳤잖아!!"
"후우... 장난이라... 그래.. 그럼 지금 이건 장난인지 아닌지 한번 맞춰봐"
"뭐? 으웁!!"
생각해보니 엄청 억울해서 말이 막 나왔다. 녀석은 흥분해서 삿대질까지 해 대는 내 손목을 끌어당기더니 그대로 입술이 맞붙었다. 아니 맞붙은 게 아니라 거의 내 입술을 먹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뻣뻣하게 굳은 내 목덜미를 부여잡더니 그대로 고개를 틀자 입술이 더 정확히 맞물렸다. 입술을 꾹 다문 채로 서 있는 내게 안달이라도 난 듯 녀석이 제 혀를 내어 내 아랫입술을 살살 간지럽히고 있었다.
두 손을 꼭 말아 쥔 채 그대로 경직이 되었다. 뭔가 반박이라도 해야 하는데 모든 사고 회로 가 멈춘 듯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내 반응에 녀석이 더 화가 난 건지 이젠 아예 대놓고 내 아래 입술을 이로 잘근잘근 씹어대며 빨아당겼다. 순간 아프단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입술이 벌어지며 신음을 내뱉자 그 틈을 권순영의 혀가 빠르게 비집고 들어왔다. 그제야 내 몸이 반응하고 아등바등 거리며 팔을 허우적 대자 가만히 있으라는 듯 내 두 손을 제압하고 내 손에 제 손을 맞물리게 해 깍지를 쥐는 게 아닌가...
입으로 숨을 쉴 수가 없으니 벅찬 숨이 올라와 잇새로 비음이 내뱉어졌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운데 입안은 그것보다 몇 배는 더 뜨거웠다. 이러다가 혀가 녹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뜨거운 입김과 함께 부드러운 혀가 연신 도망치려는 내 혀를 집요하게 따라왔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무너져 내리는 내 허리를 급하게 녀석이 받쳐 들었다. 덕분에 민망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입술 사이로 서로의 타액이 섞여 길게 늘어졌다. 살짝 실눈을 뜨고 녀석을 보았다. 여전히 코가 맞닿은 가까운 거리에서 촉촉한 순영이의 눈이 보였다. 곧 울 것 같은 표정에 내 심장이 찌르르하고 울렸다.
그냥 자동적으로 눈이 감겼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입술이 맞물렸다. 이번엔 내가 먼저 입을 벌렸던 것 같다. 녀석이 더 강하게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도 녀석의 목에 팔을 둘렀다. 틈이 하나도 없이 입술이 맞물렸다. 이미 내 머릿속은 내 것이 아닌듯해 보였다. 저기 발끝부터 올라오는 전율을 느꼈다. 아 이게 바로 키스란 거구나... 그날의 그 가벼웠던 입맞춤은 키스도 아니었다. 그냥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기분이 좋았다. 어설프게나마 나도 적극적으로 녀석에게 매달렸다.
점점 숨이 차올라 버거워하는 나를 배려라도 하듯 순영이 먼저 입술을 떼어내었다. 잠시 떨어져 나갔을 뿐 여전히 입술의 끝이 맞붙어 있었다. 그 사이로 모자란 숨을 몰아쉬었다. 그냥 머릿속은 온통 아쉽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입술이 가볍게 맞물렸다 떨어지길 여러 번 드디어 내 허리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며 순영이의 얼굴이 멀어졌다.
"이래도 장난 같아?"
"............"
"나 혼자서 좋아서 삽질한 거였어 그래? 이래도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걸로 보여?"
"수.. 순영아.."
"처음이야... 누군가에게 미친 듯이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
"............"
"마음에도 없는 여자애가 키스해도 머릿속은 온통 누나뿐이었다고 하면 믿어줄래?"
"..........."
"제발... 아무 말이라도 좀 해주라....."
"............"
".....씨발...."
내가호시♥
정말 bgm 제목처럼 그 입술을 뺏었네요ㅋㅋ
저번편에는 뽀뽀고 이번편에는 키쮸....ㅎㅎㅎ
부끄러버라... 불맠을 달아야할것만 같아....
본격 글로 제 사심 채우기하고있져ㅋㅋㅋ
이제 찌~인하게 입술 도장 쾅쾅 찍었으니까
사귀어야 되는데 너봉이의 반응이 영... 애매하죠잉~ㅎㅅㅎ
너무 쉽게 사귀게 둘수없어!!! 솔로천국 커플지옥!!!
암호닉 받고 있으니까 신청해주세요^^
1편부터 꾸준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댓글 안 달아주셔도 제 비루한 작품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도 너무 감사드려요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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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