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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형은 어렸을 땐 동네에서 제일 인기가 많았었다. 키도 크고, 씩씩하고, 나이 많은 형들이건 어린 동생들이건 누구에게나 친절했으니까. 다들 형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고, 형은 누구에게나 친하게 굴었다. 형이 진심으로 그 애들 전부를 친하다고 생각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애들 사이에서는 형과 친하다는 것을 내세우며 서로 자랑하는 게 유행이라고 할 정도로 형은 인기가 많았다.

 

영웅 놀이를 할 때도 형은 아이들의 리더 격이었으면서도 한 번도 영웅 역할을 맡지 않았다. 오늘은 재민이한테 슈퍼맨 하자고 하자. 정우는 어두운 것도 박쥐도 하나도 겁 안 내고 용감하니까 내일 배트맨 하면 되겠다, 그치. 이런 식으로 본인은 나서지 않고 늘 누군가의 마음을 북돋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동네 아주머니들도 애가 참 의젓하고 착하다며 형과 놀러 나가겠다면 믿고 보내는 식이었으니까. 진짜로 형은 동네에서 인기가 제일 많았었다.


예전엔.



 


 

/ Viva! /


 

 


 

형은 찐따가 됐다. 형이 어렸을 때만 해도 착한 사람이 제일이었는데, 그 잠깐 새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은 착하게 살면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적당히 약아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물론 형이 지금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형은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찐따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아직 갓 성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더 예민하고 민감하고 쉽게 흥분한다. 누가 가장 강한 된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는 소년과 청년 사이의 얼간이들의 세계에서 된소리는 커녕 혀도 짧고 발음도 어렸던 시절 그대로에서 멈춘 형에게 땀냄새 그득한 우리 안에서 정해진 역할은 보잘것없었다. 토끼 같은? 아니면 생쥐? 그러나 형은 슈퍼맨도 배트맨도 되고자 하지 않았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보잘것없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 보였다.

 

 

“야, 지민아. 나 오백 원만.”

“그래. 다음에 나 맛있는 거 사 줘야 돼.”

 

 

형은 늘 오백 원, 천 원씩 돈을 꾸는 친구들을 데리고 다닌다. 형은 '친구'라고 말하지만 과연 형이 말하는 친구라는 사람들이 형을 진짜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형은 돈을 빌려줄 때마다 다음에 맛있는 거 사 줘야 해, 하고 대답했지만 나는 형이 '친구'에게서 무언가 얻어먹는 것을, 또는 받는 것을 본 적 없었다. 그런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해맑은 표정의 형이 짧게 눈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멍청해 보이는 뒷모습이었다.

 


“하러 갈래?”

“추워, 등신아.”

“근데 왜 따라오냐.”

“어쩌라고.”

 


내 알 바 아니지만.

 

 



 

“너 근데 아까 그 형이랑 친해?”

“누구.”

“키 작고, 동글동글한.”

“아.”

“친해?”

“글쎄.”

“대답 존나 애매하게 하네.”



니가 알아서 어쩌려고. 신발코로 땅을 툭툭 치는 버릇 때문인지 앞코에 흙이 묻었다. 흰 신발인데. 현수는 뭐가 웃긴지 큭큭대며 웃다가 필터만 남은 담배를 발로 비벼 껐다.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깊게 들이쉬고는 또 깊게 내뱉는다.

 


“우리 형이랑 잤다던데.”

“무슨 소리야.”

“형이 그러던데. 우리 형 호모 아닌데 어쩌다 그렇게 됐냐. 그 형 무슨 패왕색 게이래?”

 


뭐가 그렇게 웃긴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 박현수 이빨, 존나게 누렇다.

 


“담배나 끊어. 누렁니 새끼.”

“니나.”


 

 

집에 가는 길에 형 생각을 했다. 정말 형이 그랬던 걸까? 어렸을 때부터 남아의 특성을 가진 쪽이라기보다는 그냥 유순한 쪽에 가깝긴 했었다. 형이 더운 여름에 손부채질을 해 줬을 때나 추운 겨울에 제 목도리를 내게 둘러 주었던 것과 같은 행동들은 혹 형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었을까. 형이, 그랬던 걸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태 일말의 의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 이상하기까지 했다. 왜 여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까 매점에서 본 모습을 떠올렸다. 작은 체구에 동그란 머리통. 그래, 사과처럼 동그란 머리통. 멍청해 보였던, 꼭 여자처럼 사뿐사뿐 걷던 걸음도. 지금 와서 보니 수상하다 하지 않을 게 없었다. 혹시.

 

 

“놔.”

“야, 박지민.”

“놓으라고 했어. 아파.”

“미안하다고.”

“소문 내든지 말든지 네 마음대로 해. 고마워, 덕분에 성적 취향 공연히 알릴 수 있겠네.”

“박지민.”

“왜? 소문 낸다고 협박해서 자 놓고, 해 보니까 맛이 구렸어?”

“보자 보자 하니까, 말을 씨발,”

 


말을 이렇게 잘하는 줄 처음 알았네, 그죠. 속에서 웃음이 터졌다. 웃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웃으면 안 될 것 같아 억지로 참았다. 항상 남들 말에 공감만 하고 살던 사람이 저렇게 말하는 걸 처음 보니 괜히 웃음이 났다. 저 형 저런 타입이었나? 갑작스레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놀라 동그랗게 뜬 눈이 웃기기도 했고. 집, 안 가요?

 


 



“어디부터 들었어?”

“그렇고 그런 사이?”

“그런 거 아냐.”



짜증 가득했던 말투는 온데간데 없이 다시 원래 형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원래 모습보다 조금 더 축 늘어졌다고 하는 게 맞을까. 느릿한 걸음에 맞춰 걸으니 주변을 더 살피며 걷게 된다. 동그란 머리통. 사과처럼 동그란 머리통. 형의 정수리를 쿡 찌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예전에 형은 키가 컸었다.



“소문, 안 낼 거지?”

“뭘요.”



흐흐, 형이 실없이 웃었다. 좋댄다. 왜 웃는지 잘 모르겠지만, 웃을 때 사라지는 눈이 웃겼다. 형은 웃을 때 눈이 '선'이 된다. 그냥 찍 그어 놓은 눈처럼. 그렇게 눈을 일자로 쭉 찢으며 웃고서는 형은 시원하다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길 바랐지만 알아주길 바랐다고 했다. 나는 그런 형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왜 숨겼는데요?”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드러내도 특별하게 살진 않을 거잖아요.”

“그건 그래.”
 


그래도 좋을 건 없으니까.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사실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묻고 싶었지만 조용히 형의 머리통이나 볼 수밖에 없었다. 더 물으면 꼭 금방이라도 아까처럼 앙칼지게 굴 것 같았다. 형은 무슨 말로 대답해야 좋을지 한참이나 고민하던 내 신발코를 보더니 내게 물었다. 뭐 할 말 있는 거야?



“무슨 할 말요?”

“너 하고 싶은 말 있는데 참을 때 앞축으로 땅 차잖아.”

“그냥 무의식적으로 그래요. 우리 엄마도 모르는데 무섭게.”

“나 동네 형 10년차야.”

 


딱히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혹시 형이 10년이나 숨겨왔던 걸까. 10년이나 아무도 모르게 숨긴 사실을 알아챈 게, 나도 재민이도 정우도 아닌, 고작 일 년 남짓 본 게 전부인 현수의 형인 걸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무의식적인 습관의 원인조차 꿰고 있을 정도로 예민한 사람이 왜 현태에게 걸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새 또 땅을 툭툭 차고 있었다.



“그냥.”



정수리 찔러 봐도 돼요? 형은 결국 웃음이 터졌다. 무슨 말을 할까 조금 긴장해 있던 형의 뻣뻣한 자세가 바로 흐트러졌다. 동그란 머리통이 푹 주저앉았다. 결국 할 말이 그거야? 네. 형은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자.









“Viva.”

“갑자기 웬 영어예요?”

“이 정도도 나는 만족해.”



형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숨기고 살면 병이 된다고 하면서 제 머리통을 가리키더니 흘끗 내 신발코를 본다. 형은 예나 지금이나 속을 알기 어려운 사람이다. 이상하게 얼굴에 감정이 곧잘 드러나는 편이면서도 어쩔 때는 상황에 맞지 않는 표정에 기분을 어림짐작하기 힘든 것이다.



“정국아.”



나는 가만히 있었다. 정국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조금 들뜬 것도, 침울한 것도 같은데 통 어느 쪽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10년의 비밀을 털어낼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인지, 아니면 10년의 비밀이 파헤쳐진 상실감 때문인지 형의 목소리에는 꽤나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렇다고 형이 가벼운 말을 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나는 왠지 내 이름 다음에 올 말이 꽤나 무거울 것만 같아 그 말을 받아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기다릴게.”



형은 기다린다고 하면서 망설이는 기색 없이 지나쳤다. 멍청해 보이지 않는, 사뿐한 걸음걸이었다. 동그란 머리통이 들썩이고, 형의 책가방 안에 든 필통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10년이 뒤엉키고 있었다. 10년이었다. 기다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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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비바는 아마 2 아니면 3까지 있을 것 같습니다... 떨립니다... 내 첫 글잡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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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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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상에 기다린다니 아 세상에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갑니다ㅠㅠㅠㅠㅠㅠ다음편이 너무 기대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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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글이 너무 예뻐요ㅠㅜㅠㅠ잘읽고갑니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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