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종 발 진짜 작다.
옥상 바닥에 돗자리 하나 깔아두고 퍼질러져 발가락을 꿈틀거릴 때면 형은 항상 그랬다. 내 발을 툭툭 건드리면서. 그럴 때면 나는 자존심 상하는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형의 슬리퍼를 뺏어 신고 아래층으로 달렸다. 야! 급하게 발에 끼운 슬리퍼는 공간이 반이나 남아 있었다. 악! 결국 내 발에 내가 걸려서 엎어졌다. 무릎이 따가웠다. 곧바로 달려온 형은 벌겋게 줄이 난 상처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따거. 울상이라도 지으면 되려 놀림을 받았다. 그래서, 얌전히 있었다. 주머니에서 약을 꺼낸 형이 살살, 아기 볼 만지듯 무릎에 펴 발랐다.
언제 클래.
잠결에 들려온 형의 목소리는 얇고, 어렸다. 또 꿈이다. 쩌억, 맨 바닥에 붙은 왼쪽 볼을 떼어 냈다. 급히 몰아치는 빛에 눈이 부셨다. 오른쪽 눈만 감았다 떴다, 왼쪽 눈만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겨우 익숙해졌는지 앞이 뚜렷하게 보였다. 커튼을 치고 잘 걸 그랬다. 일요일이라 간만에 잔 낮잠은 썩 개운치만은 못 했다. 떠오르는 형의 멀건 얼굴을 애써 지우며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부글부글. 얌전히도 끓는 물이 솟아오른다.
커피 믹스를 탔다. 둥둥 뜬 거품을 휘저었다. 머리도 어지럽고, 속도 꼬이고. 죽을 맛이다. 그새 더 나빠진 시력에 커피를 쏟을 뻔했다. 앞이 흐릿하다. 한동안 컴퓨터만 노려 보고 있던 탓인가 싶었다. 아, 잠을 잘못 잤는지 엄지손가락이 저렸다. 꾹꾹 손가락을 눌러 꺾었다. 상쾌한 일요일은 못 될 것 같아 조금 슬퍼졌다. 커피를 마저 들이켰다. 날씨 좋네. 나무가 뿌리째 뽑힐 정도로 흔들리는 창문 밖 풍경이 장관이다. 다리가 덜덜 떨렸다. 여름은 다 갔나봐.
아씨, 배고파. 라면이라도 끓일 요량으로 찬장을 뒤졌다. 텅텅. 찬장 안은 썰렁하게 비워져 있었다. 되는게 없어. 앞 마트라 해도 워낙 시골에 사는 터라, 15분은 걸리지 싶었다. 오천원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목이 늘어난 반팔티를 펄럭이다 신발장을 열었다. 맨 위,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줄무늬 슬리퍼. 별 생각없이 그 슬리퍼를 꺼내 신었다.
딱, 맞다. 반이나 남던 것이. 시간이 꽤 지났나. 때가 탄 줄무늬를 쓸었다.
이제 다 컸는데. 이걸 보러 와 줄 형이 없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