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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나에게꽃바람 전체글ll조회 1529


이성종 발 진짜 작다.



옥상 바닥에 돗자리 하나 깔아두고 퍼질러져 발가락을 꿈틀거릴 때면 형은 항상 그랬다. 내 발을 툭툭 건드리면서. 그럴 때면 나는 자존심 상하는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형의 슬리퍼를 뺏어 신고 아래층으로 달렸다. 야! 급하게 발에 끼운 슬리퍼는 공간이 반이나 남아 있었다. 악! 결국 내 발에 내가 걸려서 엎어졌다. 무릎이 따가웠다. 곧바로 달려온 형은 벌겋게 줄이 난 상처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따거. 울상이라도 지으면 되려 놀림을 받았다. 그래서, 얌전히 있었다. 주머니에서 약을 꺼낸 형이 살살, 아기 볼 만지듯 무릎에 펴 발랐다.



언제 클래.



잠결에 들려온 형의 목소리는 얇고, 어렸다. 또 꿈이다. 쩌억, 맨 바닥에 붙은 왼쪽 볼을 떼어 냈다. 급히 몰아치는 빛에 눈이 부셨다. 오른쪽 눈만 감았다 떴다, 왼쪽 눈만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겨우 익숙해졌는지 앞이 뚜렷하게 보였다. 커튼을 치고 잘 걸 그랬다. 일요일이라 간만에 잔 낮잠은 썩 개운치만은 못 했다. 떠오르는 형의 멀건 얼굴을 애써 지우며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부글부글. 얌전히도 끓는 물이 솟아오른다.


커피 믹스를 탔다. 둥둥 뜬 거품을 휘저었다. 머리도 어지럽고, 속도 꼬이고. 죽을 맛이다. 그새 더 나빠진 시력에 커피를 쏟을 뻔했다. 앞이 흐릿하다. 한동안 컴퓨터만 노려 보고 있던 탓인가 싶었다. 아, 잠을 잘못 잤는지 엄지손가락이 저렸다. 꾹꾹 손가락을 눌러 꺾었다. 상쾌한 일요일은 못 될 것 같아 조금 슬퍼졌다. 커피를 마저 들이켰다. 날씨 좋네. 나무가 뿌리째 뽑힐 정도로 흔들리는 창문 밖 풍경이 장관이다. 다리가 덜덜 떨렸다. 여름은 다 갔나봐.


아씨, 배고파. 라면이라도 끓일 요량으로 찬장을 뒤졌다. 텅텅. 찬장 안은 썰렁하게 비워져 있었다. 되는게 없어. 앞 마트라 해도 워낙 시골에 사는 터라, 15분은 걸리지 싶었다. 오천원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목이 늘어난 반팔티를 펄럭이다 신발장을 열었다. 맨 위,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줄무늬 슬리퍼. 별 생각없이 그 슬리퍼를 꺼내 신었다.



딱, 맞다. 반이나 남던 것이. 시간이 꽤 지났나. 때가 탄 줄무늬를 쓸었다.


이제 다 컸는데. 이걸 보러 와 줄 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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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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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쫑열.. 그리고 분위기 너무 좋아요..ㅠㅠ 쓸쓸한 느낌.. 신알신하고 갈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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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나에게꽃바람
신알신이라니. 어이쿠 어떻게 표현해야할지..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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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왜ㅠㅠㅠㅠ왜ㅠㅠ형ㅠㅠㅠ성열이형어디갔어요엉엉ㅠㅠㅠ잘읽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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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나에게꽃바람
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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