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왜 못나오는데?'
내일 못 만날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자마자 전화가 와버렸다. 전화통화하면 감기가 걸려서 쉬어버린 목소리 듣고 걱정할까봐 일부로 문자로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오다니... 나의 노력이 헛것이 되버렸다.
"아... 그게."
'누구세요?'
"핸드폰 주인이지."
'ㅇㅇ이 핸드폰 아닌가요?'
"맞..."
아 목아파.
"맞다고."
'목소리 왜 그래? 감기걸렸어?'
"어... 뭐... 아마?"
'아마는 뭐가 아마야. 와 완전 나보다 더 남자다운 목소리네.'
"놀리냐?"
'많이 아파?'
"괜찮아."
'근데 니가 퍽이나 내일 못나오겠다고 하겠다.'
"제발 물고 늘어지지 좀 마. 머리아파."
'그냥 감기인거야?'
"응. 환절기마다 치르는거야."
'내가 갈까?'
"됐어. 룸메도 있고."
룸메는 집에 갔지만 성용이가 오면 또 이거 해준다 저거 해준다 해서 부엌을 난리칠게 분명하고 또 내일도 연습있는데 불러내면 그 다음날은 또 어떻게 될지 뻔히 알기 때문에 그냥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알았어.'
"그래, 내일 연습 열심히 하고."
'불타는 금요일을 만드려고 했는데 도와주질 않네.'
"너 자꾸 그래라?"
'농담, 농담.'
"끊어. 나 좀 잘래."
'그래.'
타지에서 아프면 서럽다는데 확실히 서럽긴하구나. 집이였음 엄마가 죽도 끓여주고 신경도 많이 써줄건데 혼자라니. 아파서 서러운데다 성용이랑 통화하고 나서는 더 마음이 약해졌는데 눈가가 뜨거워지면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영국까지 와서 이러는건지. 내일 수업이 없어서 다행이지 어제같이 수업폭탄이 내리는 날이였음... 상상만해도 머리아프다. 아픈데다 울기까지 해서 잠이 몰려온다.
"ㅇㅇ아 일어나."
아파서인지 꿈도 끝내주게 꾼다. 성용이가 왜 우리집에 있어.
"ㅇㅇ아. 일어나. 죽 먹고 자."
"응? 성용이?"
"어. 나 니 남자친구 기성용이다."
"너가... 여기 왜 있어? 지금 몇시야?"
"5시."
"아침?"
"아니 오후."
"진짜? 많이 잤네."
"룸메도 없고, 많이 아프잖아. 왜 거짓말했어."
"룸메도 없다고 그러고 많이 아프다고 하면 올거잖아."
"당연하지."
"다음날에 훈련있는거 뻔히 아는데 감기 옮을 수도 있는데 오라고 그래야되? 축구선수 여자친구가?"
"아플땐 축구선수 여자친구 안 해도되거든? 말만 잘해가지고."
말 많이 했더니 머리가 다시 아려온다. 아 정말.
"아 해."
"내가 먹을게."
"너 지금 수저 들 힘도 없어보여. 말 그거 조금했다고 머리 붙잡았으면서. 빨리 아 해."
못 이기는 척 입을 벌리니까 하얀죽이 들어온다.
"싱거워?"
"아니. 이거 니가 만들었어?"
"당연하지."
"맛있다."
그냥 물넣고 쌀넣고 하면 되는 흰죽인데도 너무 맛있다. 이래서 사람이 아플땐 약해진다고 하는구나.
"그거에 감동받아서 우는거야? 내 고백받고 울지도 않던 ㅇㅇㅇ이?"
"안 울어."
"이건 침이냐?"
눈물을 닦아주면서 타박한다. 그래, 침이다.
"아."
"그만 먹을래."
"뭘 그만 먹어. 이거 다 먹어야되."
"배불러."
"너 반그릇도 안 먹었거든?"
"아파서 그런가? 안 먹혀"
"그래도 먹어."
"싫어."
"그럼 이거에 반만 먹자."
"못먹겠다니까."
"자, 아."
결국 세숟갈정도만 더 먹고 못먹겠다고 울면이는 날 보고 수저는 내려놓는다.
"약먹자."
"어디서 났어?"
한국약이다.
"한국에서 가져온거야. 음... 성인은 두알이래."
내 손에 두알을 빼준다. 다른 손에는 물컵을 쥐어주고. 와 이런대접을 영국에서 받을줄이야.
"물 더 줄까?"
"아니."
"더 잘래?"
"응."
"그래. 자."
눕혀주고 이불을 덥어준다.
"안가?"
"애인이 아픈데 어딜가? 걱정되서 못 가."
"걱정은 무슨. 가."
"어허, 빨리 자. 자장가 불러줄까?"
"됐고. 가라니까? 감기 옮아."
"난 감기 안 걸려."
"말도 안돼는 소리 말고."
"씁. 빨리 자라. 오빠 화낸다?"
말은 장난스럽게 했지만 진짜 화낼 것 같이 정색을 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을 햇빛이 들어오고, 손이 굉장히 아프다. 저린 것 같아서 고개를 돌리니 내 손을 깔고 엎드려 자고있다. 룸메방 가서 자지. 살살 내 손을 빼고 핸드폰을 찾아 시간을 보니 5시. 12시간을 깨지도 않고 잤구나. 몸이 어제보다 가볍다.
"일어났어?"
방금 깬 기성용의 목소리는 대박.
"어... 응."
"열 아직도 있나?"
손을 뻗어 내 이마에 얹는다. 그 목소리에 스킨쉽까지라니. 아침부터 수위가 너무 쎄다.
"열 내렸네. 너 어제 저녁에 열나고 난리였어."
그러고 보니 침대 밑에 대야가 있다.
"아, 잠도 못 잤겠네."
"뭐, 그냥."
"룸메방 가서 자."
"괜찮아. 너나 더 자."
"이제 잠 안 와. 몸도 가벼워졌고."
"그럼 여기서 잘래."
"그래. 그럼 아침할테니까 같이 먹자."
"엉."
부엌으로 가니 폭탄을 맞았을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꽤 깔끔하다. 설거지까지 한거야? 기특한것. 그냥 밥하고, 된장국만 끊이고, 계란말이 하고. 이렇게 하니가 벌써 한시간이 지났다. 밑반찬하고 김치까지 꺼내서 셋팅을 하니 괜찮은 밥상이 됐다.
"성용아. 일어나."
"움..."
"성용아. 아침밥 먹게 일어나."
"몇시야?"
"여섯시."
"음.... 좀만 더 자고 일어날래."
"국 식어. 빨리 일어나."
이불을 머리까지 올려 이불 속으로 숨더니 이상한 소리를 낸다.
"뭐야?"
딱 눈까지만 내리고 날 쳐다보더니 또 혼자 이상한 소릴낸다.
"왜그래?"
"좋아서."
"뭐?"
"누가 깨워주는거 진짜 오랜만이야."
"좋기도 하겠다."
"너무 좋다. 우리 결혼할까?"
"뭐?"
"결혼하면 매일 니가 깨워주고, 아침도 해주고. 매일 밥다운 밥도 먹고."
"내가 니 알람이랑 식모야?"
"그리고 무엇보다 일어나서 제일 먼저보는 사람이 너라서."
아... 이거 되게 오글거리는데 뭔가 되게 좋다.
"기글거려."
"기글은 무슨."
"빨리 일어나서 밥이나 먹어."
아침부터 수위가 너무 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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