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 노선 3
written by_작가1996
시간이 천천히 흐르길 바랬지만 시간은 참 야속하다. 아이들은 분주하게 어딘가 갈 준비를 했다. 친구가 같이 시내에 나가자고 했지만 어디 나가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집에도 일찍 들어가야하니까 그 핑계를 대고 미안하다 했다. 선생님은 간단히 종례를 하고 아이들을 풀어주었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우루루 쏟아져나갔다. 나는 그제서야 천천히 가방을 쌌다. 우울했다. 오랜만에 생소한 기분이였다. 반 정도 차있는 가방을 보고 멋쩍게 웃었다. 고개를 한 번 저었다. 오늘 외식하기로 했으니까 어서 집에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려고 애썼다. 그가 다시 사라졌으면 했다.
교문을 지나 학교담 옆을 걸었다. 햇빛이 들지 않아 3월의 꽃샘추위가 더 춥게 느껴졌다. 밤색 코트 주머니에 손을 깊숙히 찔러넣었다.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너무 서두른건지 발들이 서로 엉키더니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아팠다. 꽁꽁언 겨울 바닥이 고통을 배로 느끼게해줬다. 오른손에 흙이 잔뜩 묻고 왼손은 아스팔트 바닥에 쓸려 피가 살결마다 고여있었다. 무릎은 벌개져서 금방 멍이 들것만 같았고, 밤색코트는 힘없는 먼짓가지들을 얼음물과 함께 머금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지나가기 전에 벌떡 일어났다.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고였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었다. 버스를 타고 빨리 집에 가야했지만 나는 벌써 몇 대의 버스를 보내버렸다. 붉은 노을이 발끝에 걸렸지만 바람이 얼마나 따갑던지 코 끝이 찡했다. 추워서 고통이 배가 된 듯한 느낌이였다. 넘어져서 긴장했던 근육들이 이제 좀 풀린듯 해서 나는 다음 버스에 올라탔다. 아, 그 남자를 잊고있었다. 5개월동안 잊고 살았던 그 남자. 정말 답답한 하루다.
오늘은 시간이 참 빨리간다. 아무생각 없이 앞좌석 사람의 뒤통수나 멍청히 바라보고 있다보니 벌써 내가 내릴 정류장이였다. 버스 계단을 내려오는데 무릎이 저릿했다. 며칠 고생할 생각을하니 골치가 아팠다. 노을이 정류장을 비췄다. 눈이 부실정도로 노을빛이 밝았다. 나는 노을을 등지고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 환영인가? 그 남자는 아침 모습 그대로 그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남자가 노을빛에 실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나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 이 향이였다. 그 남자만의 강렬한 향. 나는 또 다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거 뭐야, 맞았어?"
"……."
"맞았냐고 물어보잖아"
남자는 살짝 언성을 높였다. 나는 대답하지않았다. 그는 먼지묻은 내 밤색코트를 툭툭 털어주더니 왼손을 잡아올렸다. 살결마다 고여있는 붉은 피 아니 이제는 굳어가고있는 검붉은 피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남자는 내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 끌더니 의자에 앉혔다. 의자는 그의 체온으로 따듯하게 데워져있었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의 주머니에선 연고와 대일밴드가 나왔다. 웃음이 나왔다. 남자가 주머니에 연고와 대일밴드를 넣고 다닌다니! 그가 귀엽게 느껴졌다. 생긴것과 너무 달라서 생소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는 한쪽 무릎을 굽히고 내 앞에 앉더니 검게 탄 투박한 손으로 연고를 죽 짜서 내 손바닥과 무릎에 덕지덕지 바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르면 어떡해요, 이리 줘봐요"
"…바르는 방법도 있나"
"이렇게 조금씩 짜서 상처에 얇게 발라야죠, 봐봐요"
나는 10년지기 친구를 대하듯 그에게 아주 편하게 말을 하고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적응할 겨를도 없었다. 매일아침 나를 노려보던 남자는 지금 나에게 약을 발라주려 하고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남자에게 웃으면서 연고 바르는 방법을 설명해주고있다. 하하하, 누가보면 배꼽잡고 웃을일 아닌가? 나는 이 상황이 어이없고 재밌었다. 그 남자는 내가 연고를 바르고 있자 대일밴드 상자를 뒤적거리며 적당한 크기의 밴드를 꺼내들었다. 나는 그가 이상하게 붙일것을 예상했지만 말리지 않았다. 그는 밴드를 어색하게 붙이고 손으로 떨어지지 않게 한번 더 꾹 눌러주었다. 밴드를 통해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마냥 차가울 줄만 알았던 그 남자는 따듯했다.
"고마워요."
"……."
"저…이제 가볼게요!"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제서야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일찍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니 안그래도 버스를 몇대나 보냈는지 시간이 많이 흘렀을게 분명했다. 남자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나를 내려다봤다. 기분이 묘했다. 나는 먼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집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무릎이 아직도 아파서 절뚝거렸다. 뒷모습이 웃길까봐 긴장됬다. 최대한 뒤뚱거리며 걷지 않으려고 이쁘게 걷기위해 노력했다. 그 남자가 보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딱딱하게 굳어있던 심장이 한박자 늦게 이제서야 뛰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가슴이 떨렸다. 밴드가 붙은 왼손에서 흐릿하게 그의 향이 느껴졌다. 아는사이가 된건가? 이제부터 그를 아는척 해야되는건가? 나는 떨리는 가슴과 복잡한 머리를 이끌고 저벅저벅 차가운 겨울길을 걸었다.
춥다 추워. 코트 속으로 입을 파묻었다. 그때 누군가가 팔을 강하게 잡아당겼고 나는 놀라 기절할 뻔했다. 그 남자였다. 뭐하는거지 싶었지만 남자는 내 왼팔을잡고 돌리더니 자신의 교복에 달려있던 하얀색 배경에 초록색이름이 박혀있는 명찰을 뺐다. 기성용. 그의 이름이였다. 남자는 조금 멀쩡한 오른손에 그 하얀 명찰을 쥐어줬다. 그러곤 아무말도 안하고 그저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뒤돌아섰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계속 쳐다볼수 밖에 없었다. 명찰을 꼭 쥐었다. 기성용, 기성용, 기성용. 어찌나 그와 붙어있었는지 그의 향이 밴드에서도 하얀 명찰에서도 그리고 나에게서도 가시질 않았다.
나는 그가 보이지 않을때쯤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다시 향했다. 청록색 대문앞에 서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투캉-! 듣기싫은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더니 엄마가 날 바라보고있었다. 엄마는 날보더니 인상을 팍 썼다. 나만보면 성질이나나 왜 나만보면 다 인상을 찌푸리고 난리야.
"이 지지배야! 지금 시간이 몇신데 지금와?!"
"…죄송합니다-"
"어머어머, 이게 뭐야 자빠진거야? 옷 꼴좀 봐 옷이나 갈아입고 나와!"
엄마는 나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대문 안으로 들여보냈다. 후딱 갈아입고나와! 엄마의 질책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히죽 웃으며 그의 명찰을 꼬옥 쥐었다. 잠이나 잘 수 있으려나 몰라.
| 난모ㄹ라ㅏ |
하나도 안달달..안달달 ㅠㅠㅠㅠㅠ이런 달달 노우.. 어서빨리 전개해야겠어요 달달한걸 워낙못써서..ㅠㅠ
2편에 댓글 달아주신
samsung님, 깡통이님, 뾰로롱님, 기글기글님, 자봉식빵님, 기성용가리님, 베니님, 콜라맛님, 엑소기성용님, 대훈대훈님, 1995님, 아싸님, 연두님 그 외 익명의 독자님들♡♥
댓글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댓글보면 정말 기분좋아지고 힘도나고 소재가 없어도 글쓰고싶어요 히히 11시에 집에오다보니 너무 피곤하네요 ㅠㅠ 늦은 연재 양해바랍니다! 독자님들은 착하시니까 히히^-^♥ 금요일은 학교가 일찍끝나니까 집와서 바로 연재해야겠어요~그럼 금요일에 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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