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Daft Punk - Something About Us
[다각/구도] 공커의 의무 1
첫 번째 의무 : 공식커플링, 현성
데뷔 전, 데뷔를 얼마 앞둔 날 연습을 끝내고 애들과 숙소로 돌아와 거실에 모여 앉았다. 한 아이돌로 산다는 것은 강한 의지보다 멤버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여긴 내가 애들에게 부탁을 했다. 자신의 비밀이나 밝힐 수 있는 모든 것을 밝혀보자고. 애들은 귀찮아 보였다. 하루에 10시간을 훨씬 넘게 연습만 하고 그나마 쉬는 시간인데 거실에 모여 앉아 여자애들처럼 실답지 않은 얘기를 한다는 것이. 그래서 얘기를 하자고 한 내가 제일 먼저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옆에 앉은 남우현에 의해 묻히고 모두가 남우현의 말에 집중했다. 남우현이 흥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음, 난 호모포비아야.”
평범한 사람들에겐 아무렇지 않은 발언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겐 그 무엇보다 무척 중요했던 발언이었다. 내가 하려던 말은, “난 게이야.” 이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언젠간 밝힐 취향이었다. 일찍 밝히나 나중에 밝히나 결과는 같을 거란 생각에 밝히려고 했었지만, 목 끝까지 차올랐던 말은 몸 깊숙이 들어갔다. 위험했다. 만약 내가 먼저 저 말을 했었다면 뒷일은 안 봐도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뭐야, 왜 반응이 없어? 남우현이 물었고 그제 서야 우린 시시한 반응을 보였다. 나또한 그들의 반응에 물처럼 스며들어 아무렇지 않은 척 반응을 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대화를 끝내고 싶어졌다.
“우현이한테는 미안한데, 내가 좀 멍청했나봐. 지금 다들 피곤할 텐데 가서 자. 미안, 미안. 들어가자.”
“네..”
“에이, 나만 바보 됐네. 성규 형, 자자.”
눈을 반쯤 감은 이성종과 이호원, 이성열이 서로한테 기대어 방으로 들어가고 어느새 곤히 잠들어있는 장동우를 등에 없는 김명수도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조금의 알 수 없는 씁쓸함에 애써 웃으며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남우현이 내 옆구리를 간질이며 방으로 들어가자고 하고 난 움찔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남우현과 난 너무 다르다.
“형, 전 호모포비아인데, 아이돌 생활 잘 할 수 있을까요? 그게 너무 걱정 되요.”
“글쎄....”
“대답이 시큰둥하네. 졸려서 그런가... 말 안 걸게요. 빨리 자요.”
“응...”
불을 끄고 같은 방을 쓰는 남우현과 나란히 누워 짤막한 대화를 마치고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좋아하는 잔잔한 노래들을 들어도 잠은 도통 올 생각을 안 했다.
결국 모두가 잠든 사이, 자고 있는 남우현 몰래 일어나 편의점에가 맥주캔을 사왔다. 술은 원칙상 일체 금지지만 이거라도 마시지 않으면 정말 잠이 올 것 같지 않았기에 아무도 몰래 오늘만 마시기로 했다. 조용히 숙소로 돌아와 거실에 앉았다. 불을 키고 캔을 따서 시원한 맥주를 막 들이켰다. 원래 술을 잘 못하는지라 한 캔만 마시고도 정신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바닥에 곱게 세워져있던 애꿎은 캔을 손으로 꾸겨버렸다. 착잡하고 어지럽다.
“형?”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는 남우현이 방에서 나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항상 누누이 말하던 리더가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분명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해 캔을 등 뒤로 숨겼다. 하지만 남우현은 이미 캔을 본 상태였다. 주먹을 쥐고 머리를 콩콩 치던 내 손을 말린 남우현이 내 앞에 앉았다.
“무슨 일 있어요?”
그럴 리 없겠지만 술에 취한 나에겐 저 질문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남우현이 날 놀리는 것만 같았다. 남우현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웃을 듯 말 듯. 표정이 이상했다.
“넌, 동성애자가 그렇게 싫냐?”
“네?”
“.....”
“형, 설마 그거에요?”
그거. 표현 참 애매하다. 남우현이 말한 그거는 분명 말하지 않아도 동성애자냐는 질문을 담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난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할 정신이 지금의 내겐 없었다. 술이 내 모든 이성을 집어삼켜버렸고, 내 머릿속은 하얗게 텅텅 비었다. 이미 표정을 굳힐 대로 굳힌 남우현도 신경 쓸 새도 없었다.
“그래, 나 게이야.”
“......”
“한 대 치겠다?”
“....”
“쳐봐.”
사람은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 버릇처럼 하던 말이 정말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에 뱉은 말이 화를 불렀다. 남우현은 정말 내 멱살을 잡고 일으켜 주먹 쥔 손으로 얼굴을 세게 쳤고 난 어금니를 깨물 새도 없이 그대로 맞아 힘없이 넘어졌다. 무척 아팠다. 남우현의 손이 워낙 큰 탓도 있었고, 힘이 센 탓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내가 자초한 것이었으니 할 말이 없었다. 볼 안을 깨물어서 입에는 이미 피가 고였고 혀도 깨물었는지 아파왔다.
“더러워.”
남우현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할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하늘이 핑핑 돌고 입에서는 피가 여기저기서 나고 있었으니. 남우현은 씩씩거리더니 뒤를 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굳게 닫힌 방문이 너무나 커보였다. 그 방문이 남우현과 나 사이에 생긴 큰 벽만 같았다. 아프다.
*
“성규 형! 여기서 뭐해요!!”
어제, 그렇게 한참을 넘어진 상태에서 가만히 있다가 순간 정신을 퍼뜩 차려 깨끗이 씻었다. 남우현이 무슨 말을 하던 난 술에 취해 필름이 끊겼다고 박박 우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맞아서 생긴 상처와 함께 더럽다고 들었던 마음의 상처도 씻으려 애썼다. 그게 나를 위한 치료법이고 이렇게라도 안 하면 계속해서 이 말만이 맴돌 것 같아서. 화장실에서 나와 냉동실에서 얼음주머니를 꺼내 부푼 볼에 대고 잠시만 누워 있자고 생각했다. 언제 방에 들어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잠들었고, 그렇게 아침까지 자버렸다.
그리고 지금 눈을 떠보니 걱정스런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성종이가 보였다. 무엇을 하냐는 성종이의 질문에 뜸을 들이다 저 뒤로 막 일어난 것 같은 남우현이 문을 열고 나와 급히 말했다.
“아...모르겠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남우현은 날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옆에 얼음주머니를 쳐다보더니 부은 내 볼도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 후 시선을 거뒀다. 남우현은 지금 내가 어제 모든 일을 기억하는 것을 알고 있고, 나또한 남우현이 일부로 내게 모른 척을 할 것이란 것을 안다. 빙판길을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우리들은 서로, 모두를 위해 입을 다물었다.
Blind Talk!
안녕하세요, 홍익인간입니다! (백숙이에요~피치 못할 상황 때문에 필명을 바꿨습니다ㅠ)
공커의 의무 첫 번째 이야기를 데리고 왔습니다.
사랑, 응원, 조언, 칭찬, 댓글, 신알신, 암호닉, 비판, 충고, 지적, 찬양, 질문, 표지 다~받습니다!
그대들! 공커의 의무 완결까지 같이 가자↗
ㅎㅅㅎㅅ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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