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기야, 아저씨 질려? 나 진짜 불안해 (미안해요 아저씨) 내 남자친구, 아니 친구라 부르기는 미묘한 우리 아저씨♡랑 나는 달콤했던 4년연애 후에 지금은 결혼을 했어. 아직 1년도 안돼서 아직도 연애같지만. 나보다 10살이나 많으니까 생각이 깊고, 진지할거라는 생각은 오산. 아저씨는 나보다 더 좋아해. 장난을 또 시끄러움을. - 원래 다들 결혼한지 1년도 안됐을땐 친구들도 잘 안만나는거야? 아니면 유달리 우리 아저씨가 나한테만 붙어있으면서 밖으로 안나가는거야? 아저씨도 한번쯤은 친구들 좀 만나러 가도 괜찮은데.... 아저씨가 안나가니까 나도 나가기가 좀 그래서, 결혼 후에 잡히는 약속마다 미안하다며 깬지가 벌써 10번이 넘었지. 결혼하기 전에 '불토팸'이라고 둘째주 토요일이면 늘 모여서 '불토엔 먹어도 된다!!!!!!! 먹고죽자!!!!!!'는 이상한 모토로 다같이 막 먹어대는 친구들모임을 만들어서 즐겼던 때가 갑자기 너무너무 그리워지는거야. 왜, 가끔씩 찾아오는 그런 날있잖아. 뭔가 꾸역꾸역 돌아가는 일상의 바퀴에서 조금은 벗어나고싶은 날. 하필 또 운명처럼 그 날이 둘째주 토요일이었던거지. 아저씨는 시간만 나면 나랑 붙어있으려 노력하는거 너무 잘 아니까 나간다고 말하기도 미안하기도하고, 어차피 조금 있다가 금방 들어올거란 생각에 빨리 꾸민듯, 안꾸민듯 준비를 다 하고는 같이 '불토팸' 인 수정이한테 전화부터 대뜸 했지. "수정아! 수정아! 오늘 불토팸 만나?" "야, 우리가 언제 안 만난적 있었냐. 지겨운 그 얼굴들 오늘 또 보는거지 뭐. 근데 왜, 너 나오게? 나올수있어?" "사실 아저씨한텐 따로 말은 안했는데.... 그냥 오늘따라 집에 있기 싫어서... 빨리 나갔다가 빨리 들어오면 되지않을까 싶어서!" "에휴 그래 우리 불토팸에 니가 안나타난지도 너무 오래되긴했어. 빨리 와 다들 너 온다니까 신났다 아주. 아, 자주 모이던데 '넥타' 알지? 거기로와." "넵! 지금 날아갑니다-" 늘상 모이던 곳이라 익숙하게 택시아저씨에게 길을 설명하고 도착했지. 곧바로 가게문을 열어 들어서자마자 무슨 어디 멀리갔다온 사람처럼 환영해주는 우리 불토팸! '토요일만 되면 막 달리던 000은 어디갔냐', '그 잘난 아저씨가 니가 예뻐서 감춰둬야한다고 구속한건 아닐테고 왜 안나왔어?' 따위의 말들이라 자세히 들어보면 딱히 환영인사 같진 않았지만. 그렇게 후끈후끈하게 달아오른 분위기에서 시작한 탓인지, 유독 오랜만에 나온터라 자꾸만 술몰이를 당한탓에 술이 쭉쭉 들어갔어. 나도 모르게 이성을 버린채로 ' 고기 한에 소맥 두 잔, 짠! ' 을 외칠때 쯤, 회식이 드디어 끝난건지 하나둘 바삐 나가기 시작하는 넥타이 부대들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잊고있던 아저씨가 떠올랐지. '망.했.다!' 라는 말만 머리에 맴돌고 핸드폰은 어디로갔는지 보이지도 않아서 내가 이제 뭘 어찌해야좋을지몰라 발만 동동구르고있을때. 하필 왜! 그 타이밍에 아직 20살밖에 안되어 보이는 꼬꼬마들이 합석을 하자고 다가온건지. 아 정말 신은 날 버리셨나? 나를 빼곤 모두 비루한 솔로들이라 내 의견따윈 처음부터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합석은 시작돼버렸고 그 와중에 나는 핸드폰의 행방을 찾아 테이블을 뒤적거리기 바빳고, 내 파트너처럼 보이는 한 꼬마가 내 곁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어. 난 취한채로 설렁설렁 대답만 했지만. "누나 누나 사실 내가 합석하자고했어여! 여기 누나 친구들 다 이쁜데, 그래도 누나가 제일 내 눈에 들어오는거 있져?" "응..... 응....." "누나...? 누나...? 지금 뭐 찾는거 있어여? 같이 찾아줄까여? 뭐 찾아여?" "응..? 나아... 핸드폰... 내꺼..." "누나 나 벌써 찾았는데, 헷. 내가 찾아준거니까 나 소원 들어줘야해요. 알겠죠?" "으으응.... 빨리 줘어...." "아, 잠깐 그 전에 내 전화번호는 저장하고 줄래여. 기다려여, 내 폰에도 전화 할 거니까." "빨리이.... 빨리...." 취한채로 받아든 핸드폰으로 빨리 전화부에 들어가니 '♥오세훈♥'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번호가 저장되어있었고, 더 생각할 새도 없이 빨리 몇칸 더 올라가 '아저씨♥'를 찾았어. 근데 막상 핸드폰을 찾으니까 전화걸기가 더 무서운거야. 게다가 취한채로 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일지 나도 장담못하니까 정신이라도 차리고 전화를 거는게 맞는것 같아 화장실로 냅다 달려갔어. 화장이고 뭐고 찬물로 벅벅 얼굴을 문대니까 좀 정신이 드는 것같아서 다시 테이블에 갔지. 젠장. 근데 왜 저 꼬마가 내 핸드폰을 들고있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기도 잠시, 내폰을 빼앗으려 달려드는걸 눈치챘는지 잽싸게도 피한 꼬마는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 정확히 내 눈을 응시하며 말했어. "아, 누나여? 제 옆에 있는데여? 곧 내사람 될거라서여. 그럼 이만." 미쳤어? 미쳤어!!!!!!!!!! 아오 이 당차고 대책없는 꼬마 덕분에 일이 더 꼬이게 생겼지. 결과적으로 난 망했지. 아아아아- 다행인건 핸드폰이 내 손에 다시 돌아왔을때, 아저씨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는거. 난 1분이라도 빨리 변명을 하려 전화를 받자마자 말을 꺼낼려고 했지만 아저씨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에 아무말도 못했어. 여지껏 5년을 알아오면서 제일 무서운 목소리를 해가지고는 들려오는 말이 더 무서웠어. "애기야, 아저씨 나이가 많아서. 그래서 그래?" "아아....아니....아니야..." "그럼 왜 그래, 왜 새파랗게 젊은남자가 그것도 널 누나라고 부르는 남자가 니가 자기사람이 될 거라고 그래...... 아. 이제 나이많고 늙은 남자랑 5년쯤 만나니까 질려? 그래?" "아니야.... 아저씨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야.... 미안해요 아저씨, 내가 다 미안해애.... 응? 내가 잘못했어...." ".....애기야, 애기가 굳이 이렇게 표안내도 아저씨는 충분히 불안해. ....불안해서 미쳐버릴것같아." "내가 뭘 표를 내..... 나... 내가 제일 아저씨 사랑하는거 알잖아.... 안되겠다 나 지금 집에 갈게. 응?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줘요." "....아니야 뭘 와..... 놀다... 놀다 와.." "조금만 기다려줘요." 이야기는 안꺼냈지만, 내가 어려서 그런걸까. 아저씨가 많다고 생각하는걸까. 모르겠지만 아저씬 언제나 나이에 관해서 민감하게 반응했어. 늘 자신보다 어린 내가 언제 곁을 떠나 날아갈까 사실은 많이 불안하다면서, 10살이나 많은 늙은이한테 쉽게 질려하지는 않을지 혼자 괜히 걱정할때가 많아 오히려 내가 걱정을 했었어. 안그래도 퇴근하고 집에 왔을때 내가 없어서 많이 걱정했을 사람인데, 거기다가 내 전화는 누가 들어도 풋풋하고 앳된 목소리의 남자.가 받아드니 아저씨 혼자 제멋대로 소설을 써내려가놓고 우울해하며 좌절하고있을게 분명했어. 그게 아닌데, 나도 아저씨만큼 불안한데. 그 상냥한 말투와 다정한 행동, 몸에 배어있는 매너, 거기다가 완벽히 조화로운 얼굴까지 갖추어서 이리저리 회사에서 돌아다니며 여직원들 눈에 찍힐걸 생각하니 나도 불안한데. 아저씨가 나랑은 얘기가 안통한다고 자기와 맞는 또래의 여자를 만났다며 홀연히 사라질까 두려운건 나도 똑같은데 왜 아저씨는 혼자 내 걱정만 할까. 생각하면 할 수록 그저 신경쓰이게 한 것이, 마음 아프게 한 것이, 하루의 마무리를 우중충하게 한 것이 미안해져왔다. 어서 빨리 아저씨 곁으로 가야했다. 서둘러 핸드폰과 가방, 겉옷까지 들고 막 가게를 나섰을때, 뒤에서 꼬마가 날 붙잡아 왔다. "누나, 제 사람 하기 싫어서 지금 도망가는거에여?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여자 혼자 어딜 가겠다는거에여. 위험해여 안돼. 가더라도 같이 가여." 내 팔을 물고 늘어지는 꼬마를 아무리 떼내려해도 역부족이라, 그냥 포기하고 같은 택시를 타고 우리집으로 향했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집 앞에서 난 진지하게 말했지. "ㅅ...세훈이? 세..훈아 나는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결혼도 했고, 너보다 나이도 많고 늘 내 곁에서 응원해주는 든든한 남편도 있어. 그러니까, 난 네 사람이 못돼줘. 미안해." "거짓말이죠? 어떻게 누나... 그 ... 그런 얼굴을 해가지고선 결혼을 해요..... 아직도 애같은데...? 나 떼어놓으려고 거짓말하는거죠!" "뭘 거짓말이야. 내 애기는 거짓말 같은거 몰라, 이 꼬마야. 자 이제 애기보호자왔으니까 꼬마 너도 얼른 집에 들어가. 꼬마는 애기 쫓아다니는거 아니에요-" 언제부터 있었던건지, 그저 내 통화가 끝난 후 부터 기다리고 있던건지 내 손을 잡아오는 아저씨 손은 한기가 가득했고, 사실 미세한 날카로움도 목소리에 서려있었어. 솔직히 말하면 그 와중에도 아저씨가 꼬마랑 나눴던 대화를 다 들었을테니까, 오해는 풀려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꼬마에겐 미안하지만, 난 내 아저씨와의 사이가 더 중요하니까. - 술에 취하고 거기다가 찬바람까지 살살 맞은 탓에 발그레한 얼굴로 살며시 나한테 다가와서 안기며 애교를 가득 부리는데 죽는 줄 알았다. 진짜. 애기가 애기행동을 하면 어떡해! 사실 나는 나보다 애기가 한참 어린탓에, 애기를 내가 조금만 세게 다루고 건들면 그대로 가루가 되어 내 눈앞에서 사라질것같고, 내 손이 닿음으로 인해 더러워질것같아 미안한 마음이 굉장히 컸다. 애기를 못믿는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그 이상한 꼬마랑 했던 얘기를 듣고 기분이 좋아졌달까, 신뢰는 물론 감사까지했다. 그래도 아직까진 분노와우울모드였기 때문에 분위기를 억지로 낮추려 애썼지 뭐. "애기야, 진짜 내가 싫어지고 질려지면 언제든지..... ㄸ..떠..떠나..... 보내줄테니까. 아저씨가 해줄수있는 말은 이 것 밖에 없네." "왜 그래요. 아저씨! 다 들었으면서, 이러지마요. 뭐? 떠나? 보내줘? 혹시라도 내가 아저씨 떼 놓고 이리저리 전국각지로 도망쳐도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서 붙잡아야죠! 그리고 해줄말이 그것밖에 없다구요? 사랑한다, 좋아한다, 보고싶었다, 걱정했다. 해줄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에구구구- 5년 만났다고 아저씨 벌써 다 파악해버렸네 이 애기가. 애기야, 다음부턴 얘기하고 나가. 그래야 내가 덜 걱정하지. 지금 내가 너 못나가게하는거 아니잖아, 그냥 걱정돼서 그런거니까 말은 하고, 연락은 하라는 거지. 그래도 또 이런식으로 남자가 전화오면 나 그땐 진짜 미칠거야. 조심해." "응! 나도 아무말도 없이 나가서 미안해요, 걱정했죠 아저씨? 그래도 아무일도 없었어. 자자- 피곤하죠 많이많이. 오늘 나 때문에." "잠깐 잠깐 스탑. 아무일없었다니, 그 꼬마 번호 저장...돼있을거니까 그거 지금 삭제하고 자자. 내일 일어나서 또 보면 화날 것 같아. 자.... 전화부 들어갔는데.... 걔 이름이 뭐라고?" "...오세훈" "ㅇ...오...오세훈. 찾았다! 근데 왜 하트가 양쪽으로 막 달려있어? 나도 얘랑 똑같은 취급이야? 어? 어디보자 ㅇ...아.저씨.... 허 참내 난 하트 하나? 이런게 어딨어! 나 괜찮아졌던 분노게이지가 급상승하고있어. 빨리 지워." "아이이잉- 이거 내가 설정한거 아니야- 그 꼬마가 했어! 난 아저씨가 최고최고 일등인거 잘 알죠? 헤헷 아저씨이- 내가 티는 안내도 아저씨를 이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랑해요!" '쪽' "나도 사랑해. 우리.... 화해한김에 키스나 진하게 한판 할까나....?" 그 키스가 내가 아는 키스가 아닌 것 같은 그 불길한 예감은. 침대가 덜컹거릴게 눈앞에 선한 이 직감은. 내일 불맠글로 돌아올까요-? 일상으로 돌아올까요-? 알아맞춰보세요! 헿 아 그리고 사랑하는 암호닉 '_'♥ '플랑크톤회장' 님! 감사합니다 : )
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위/아래글현재글 [EXO/준면] 애기야, 아저씨 질려? 나 진짜 불안해 (미안해요 아저씨) 171 12년 전 공지사항없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