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 비로소 진정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Aurora Polaris
Episode 1. Blossom-3
written by enae
'루한! 일어나!'
꿈을 꾸고 있었다. 새하얀 침대 위에서 곤히 자고 있던 루한은 창밖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얀 구름이 가득한 맑은 하늘에선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여전히 따스한 마을의 아침이었다. 옆에 누워있어야 할 민석이 없었다. 루한은 소스라치게 놀라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에 매달렸다. 민석! 루한이 울먹이며 소리치자 일층 앞마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빨래를 널던 민석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늦잠꾸러기! 벌써 해가 다 떴잖아!'
'루한 형 바보!'
'우리보다 늦게 일어났어!'
루한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민석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민석이가 사라질 리가 없어. 항상 내 곁에 있는 내 사람인데. 나의 그림자와도 같은 사람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 환하게 웃으며 루한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햇살이 너무나도 따사로웠다. 그리고 손을 얼굴에서 뗀 순간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루한이 본 세상의 모습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드넓게 펼쳐진 들판 위론 수십 종의 야생화들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십자수처럼 알록달록했으며, 그 꽃밭 사이로 어린아이들이 뛰어놀았다. 집 근처엔 높은 나무들이 세월을 견디고 잔뜩 자라 커다란 숲을 이루고 있었고, 저 멀리엔 높은 산이 위치해있었다. 자신을 만나기 전 여행을 했다던 민석은 자주 말하곤 했다. 저 산을 넘어서 한참을 걷다보면 루한이 있던 북쪽 숲이 나온다고. 그랬다. 민석은 떠돌이였다.
'민석!'
'응? 그나저나 너 거기서 뭐해. 얼른 내려와서 나 좀 도와줘!'
'좋아해!'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민석의 얼굴이 빨갛게 붉어졌다. 옆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아이들이 두 사람을 큰 소리로 놀리기 시작했다. 부끄러웠지만 이마저도 좋았다. 루한은. 오후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햇살이 더 강해졌다. 루한은 눈을 감았다.
"루한! 문 좀 열어봐. 루한!"
눈을 다시 뜬 세상은 여전히 어둠 속이었다.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세상이었다. 그제야 루한은 깨달았다. 아, 꿈이었구나. 민석이가 날 보며 웃었던 것도, 내가 그 애를 향해 좋아한다고 소리쳤던 건 모두 다 헛된 꿈이었구나. 이게 현실이지. 민석이가 없는 현실이지. 좁은 어둠 속에 갇혀 환한 세상을 바랬던 루한은 실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랬지. 그랬던 거였어. 옷장 밖에서 들려오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또다시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머무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원히 깨지 못해도 좋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민석이와 둘이서 영원히 함께 하는 그런 꿈. 루한은 손에 꽉 쥔채 안고 있던 민석의 검은 셔츠에 얼굴을 파묻고 다시 어둠을 바랬다.
마을 인구는 기껏 해봐야 40명 정도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떠난 민석을 제외하고서 43명에 불과했다. 아직 어린 집 주인네 딸 에이프릴부터 시작해 건넛집 촌장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민석을 하루종일 한 번도 본적이 없다니. 민석의 실종 소식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 퍼진지 열두 시간이 된 차였다. 루한이 옷장 안에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옆 마을에도 다녀왔다. 주황 머리의 민석을 모를 리가 없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본적이 없어요.
"민석이를 아무도 못 봤을리가 없잖아. 보다시피 우린 다 갈색머리고 우리 마을에서 머리 색이 다른 건 루한이랑 민석이 밖에 없어. 옆 마을 사람들도 민석이 머리카락을 잊을리가 없는데."
"자, 다들 진정 좀 하고. 일단 저 건넛편 마을 쪽에도 편지를 보냈어. 곧 있으면 부엉이가 소식을 전해올거야. 그러니까 이제 어린 애들은 자러 가야지."
"민석이 형이 없는데 오늘 밤엔 누가 나 책 읽어줘?"
이름은 민석. 성(姓)은 김이라고 했다. 마을 부근에선 찾아볼 수도 없는 독특한 이름인데다가 성 또한 이 세상 어느 사람도 갖고 있지 않을 정도로 특이했다. 대략 일년반 전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루한의 손을 잡고 나타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겐 가히 충격이었다. 단일민족이나 다름 없던 남쪽 숲 사람들은 모두들 서로를 닮았고, 갈색머리에 파란 눈을 하고 있었지만, 민석은 그들이 상상하던 외부 사람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책에서 외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마을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촌장은 워낙 박식하여 마을 밖 상황을 다 알고 있다곤 했지만 민석과 같은 사람을 본적은 처음이라 했다. 염색 한 번 하지 않고도 투명한 주황빛 머리카락에 평소엔 짙지만 어두워지는 밝아지는 금색 눈도. 남자치곤 하얀 피부와 작은 체구도. 세상 어디에도 이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게 분명했다.
"그냥 마을을 떠난게 아닐까요. 평소에 고향을 되게 그리워했던거 같은데."
"그게 문제란거지요. 다들 알다시피 그 성(姓)은 더 이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요. 제가 찾아봤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갔단게냐."
"네."
"그래도 어쩜 아무 흔적 안남기고 사라졌을까……."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같았던 루한과는 다르게 민석은 마을에 등장한 순간부터 똑부러졌었다. 말론 저 먼 추운곳에서 왔다곤 했지만 빠른 시간 내에 그 마을에 잘 적응했고 돕기 시작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다. 또한 이야기를 듣자하니 오랜시간동안 떠돌아 다녔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 사람들은 민석은 어딜가서도 잘지낼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홀로 남겨진 루한이 잘지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민석의 도움없인 살지 못할 루한이란걸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린 괜찮지만."
"루한은 어떡하죠."
일층 마당에서 마을 사람들은 루한이 있는 방을 위로 올려다 보았다. 루한이 옷장에서 나오지 않게된지 10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저 멀리서 부엉이 날갯짓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모두들 귀를 기울였다. 보낸지 한시간만에 돌아온 서신이었다.
부엉이는 촌장의 어깨에 앉아 물고온 편지를 놓았다. 부엉이는 아무 감흥도 없었다. 민석의 행방불명에 속상해하던 마을 사람들이 서서히 말수를 줄이고 촌장의 곁에 모여들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마을엔 풀벌레 소리만이 들렸다. 촌장이 종이를 펴서 글을 한번 훑어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사람들의 표정 또한 그와 비슷하게 변했다. 긴장만이 맴돌고 있었다. 촌장은 그러고 잠시 눈을 감고선 옆에있던 아들에게 종이를 넘겨주었다. 마을 내에서 건넛편 마을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 마을에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촌장의 아들과 민석 단 두 사람 뿐이었다. 종이 위에 적혀있는 글이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적혀있자 사람들은 다들 하나둘씩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옆에 서 있던 어거스트에게 당장 방으로 가 루한을 데려오라 전했다. 민석의 얘기라며.
어거스트는 아저씨의 말에 헐레벌떡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숨차게 루한과 민석의 방이 있는 2층에 도달하였을 때의 방 안은 여전히 고요했다. 그저 옷장 속의 루한이 훌쩍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굳게 닫혀있는 옷장 앞에 서서 어거스트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루한 형."
아무 대답도 없었다. 어거스트는 살짝 얼굴을 찌푸린 채 더 굳센 발음으로 말했다.
"루한 형. 민석이 형 얘기 전해주러 왔어."
어거스트의 말이 끝나자 훌쩍거리던 루한이 큰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다. 발길질을 하며 옷장이 부서지기라도 할 듯이 발버둥쳤다. 루한은 사실 알고 있었다. 민석이 떠났을거란걸 사실 어젯밤 자기 전부터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루한은 떠올렸다. 유난히 슬퍼보였던 민석의 표정과, 그 작은 몸이 더욱더 주눅들어보였던 것과, 잘 울지 않던 민석이 갑자기 울어버린 일도. 진작에 떠날거란걸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못한건 제 자신이었다. 하루종일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발버둥쳤던것도 루한, 자신이었다.
"형. 내려와서 같이 편지 읽자."
"떠……났지?"
"……."
"나…… 두고 간거야?"
"아냐, 그런거."
오랜 시간동안 닫혀있었던 옷장 문이 드디어 열렸다. 항상 밝게 빛났던 루한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부어있었다. 얼굴은 얼마나 울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보였다. 루한은 다시 세상 밖으로 발을 디뎠다. 다리 한쪽을 내려 서보려고 했지만 오랫동안 똑같은 자세로 있었던지라 다리에 쉽게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두 다리로 서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채로 주저 앉았다. 어거스트는 그런 루한의 손을 잡고 일으켜 같이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며 루한은 줄곧 생각했다. 한 칸 한 칸 내려가면 갈수록 더욱더 비참해지는것 같았다. 지금까지 자신과 함께한 시간은 민석에게 무엇이었는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민석의 말이 기억이 났다. 내 이름은 김민석이야. 무서워 하지마, 내가 앞으로 너와 함께해줄게. 앞으로. 너와. 함께. 민석에게 그 단어의 뜻은 무엇이었는지 루한은 묻고 싶었다. 이런식으로 끝낼것이였으면 애초에 구해주지도 말았었어야지. 어린 어거스트의 몸에 의지해 루한은 겨우 다시 집 밖으로 나왔다.
"루한. 얼마나 울었길래 이런거야."
"어머,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어서 어떡해. 여기 물부터 마시고 오렌지파이도 먹어."
두 눈을 떠 앞을 바라보았을 때엔 마을 사람들이 잔뜩이나 걱정어린 표정과 목소리로 루한을 위로했다. 루한은 물을 마시고 옆집 누나가 건네어 주는 오렌지파이를 보고 있자니 또 다시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민석의 머릿칼과 그 향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손에 들고 있는 민석의 옷을 더 세게 쥐었다.
촌장의 아들은 편지 속 글을 읽고, 또 읽었다. 그는 끝까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잠시 숙였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어 목을 가다듬고 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루한의 앞에가 앉았다. 그의 목소리가 인파 사이로 울렸다.
"존경하는 촌장님. 오늘 오후 그가 다녀갔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듯 했습니다. 어딜가느냐 물어도 그저 웃으며 걷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떠나가는 그의 손에 음식 보따리를 쥐어주었습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찾을 때엔 꼭 이야기해달라 했습니다. 무례하게 아무 인사 없이 떠난 것에 대해선 정말 죄송하다며, 몇 년간 떠돌이였던 자신과 루한을 받아준 마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마을 사람들은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루한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민석의 옷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훗날 꼭 돌아와 다시 웃으며 마주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루한은 민석의 옷을 들어 얼굴을 파묻었다. 더 이상 민석의 향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을의 루한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루한은 얼굴을 옷에서 뗀 후 종이를 바라보았다.
"발코니의 꽃은 내가 남긴 선물이야. 다시 만날 때까지 잘 키워줘. 라고 마지막으로 말을 한채 그는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마을엔 정적이 끊이질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한은 말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길이 없었다. 루한은 정말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이 왜 여기에 앉아서 지금 그 얘기를 듣고 있었는지를 생각할 뿐이었다. 모두 모순이었다. 자신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생각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들 뿐이었다. 그리고 루한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났다. 마을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루한. 어디가니?"
"루한씨!"
"루한!"
아까까지 걷지도 못하던 루한이 제 두 발로 뛰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선 3층 옥상 발코니로 달려갔다. 어제 민석과 마지막을 보냈던 그 곳이었다. 발코니에서 보이는 바깥의 풍경은 어제와 여전했다. 맑은 밤하늘에 밝은 별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달도 여전했다. 모든것이 함께하는데 왜 우리는 그러지 못해? 루한은 테이블 위에 놓여져있는 꽃 화분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화분 밑엔 종이 한장이 있었다.
"이 꽃……."
꽃은 하얀색이었다. 민석이 예전에 읽어준 책에서 본 꽃이었다. 이름은 앵초였다. 하얀 앵초. 민석이 하얀꽃인데도 귀엽다며 좋아했던 꽃이었다.
"왜…… 하필이면……."
루한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채 울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너무 울어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질 않았다. 그저 흐느낄 수 밖에 없었다. 루한은 말을 내뱉고 싶었지만 속으로 삭히고 삭혔다. 꽃말, 왜 하필이면 첫사랑이냐고. 마지막으로 떠나는 순간에 나를 사랑한다며 말해주지 못할 망정 어째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거야. 루한은 고개를 들어 종이를 펼쳐들었다.
민석의 글씨체는 예뻤다.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루한이 잘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또박또박 적으려고 했던게 보였다. 달빛이 마치 루한에게 어서 글을 읽으라고 재촉하듯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달빛 아래서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루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루한은 글을 조금 더 정확히 읽기 위해 발코니 난간에 섰다.
"안녕, 루한. 네가. 이걸. 일…을 때 즘이면. 난. 아마. 마으. 레. 이지. 아늘거야."
안녕, 루한. 네가 이걸 읽을 때 쯤이면 난 아마 마을에 있지 않을거야. 마을 앞 숲 속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고 조금 더 나아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을지도 몰라. 혹은 보이지도 않을 저 멀리에서 혼자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너에게 미리 떠난다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사실 아까 말하고 싶었는데 끝까지 입 밖으로 꺼내질 못했어.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내 자신에게도 미안해서. 너를 앞에 두고 말하려면 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아서 결국 너를 재운 채 이 글을 쓸 수 밖에 없었어.
서툰 발음으로 루한은 글을 읽어내려갔다.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모든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말하는건 루한 자신이었지만, 루한의 귀에는 민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옆에서 소근소근 말하는 것만 같았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널 만나기 한참전부터 계속 여행해왔어. 어릴적 노예로 팔려 고향을 떠난 이후로 나는 자유를 되찾은 순간부터 고향을 찾기 위해 걷고 또 걸었어. 내 고향은 아무도 모르는 곳인게 당연했지만 나는 그래도 찾고 싶었어. 그러다 난 널 찾게 되었고 그리고 오랜시간 쉬어버려 사실 난 내가 어디를 오고갔는지도 자세히 기억할 수가 없어.
그래서 너를 여기 두고 가고자 마음 먹었어. 오랜시간 동안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야. 너는 내 또래지만 나보다 한참 여리고 약해서 이 길은 너에겐 너무나도 벅차고 위험할거야. 루한 널 힘들게 하고싶진 않아. 그러니 난 혼자 떠날게. 너는 이곳에 남아서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 속에 끝까지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나도 다 잊어서 어디를 향해 가야할진 모르겠고, 목적지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지만 걱정마. 나 그래도 잘 견딜게. 네가 보고 싶어도 나는 꼭 힘낼게. 내가 어디에 있어도 난 널 떠올릴게. 사막에서도 저 멀리 바다 위에서도. 간간히 편지도 보낼거고 고향을 찾으면 반드시 다시 돌아올테니까, 루한 널 꼭 보러 올테니까, 너도 날 기억해줘.
루한은 글을 읽다가 달을 등진 채 뒤로 돌아섰다. 눈 앞에 자신의 긴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가 너무나도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다시 테이블을 바라보았을 땐 화분말고도 다른 것이 하나 더 놓여있었다. 민석의 목걸이었다.
꽃은 네가 좋아하는 하얀꽃이야. 내가 저번에 책에서 읽어준 적 있지? 보살피는 법은 아저씨가 잘 알거야. 내가 돌아올때까지 나를 사랑하는 만큼 그 꽃을 사랑해줘. 그리고 목걸이는 두고 갈게. 쓰는 법은 네가 언젠가 알아냈으면 좋겠다. 잘 있어야해. 루한.
"마지막 바메. 민석이."
루한이 서툴게 편지 읽기를 다 마쳤을 순간 저 산 너머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루한의 얼굴을 스쳤다. 루한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알수가 없었다. 화를 내야할까, 또 무작정 슬퍼하며 떼를 써야할까, 혹은 돌아올 민석을 기다리며 덤덤하게 지내야할까. 한 손엔 민석의 셔츠와 종이를 들었고, 또 다른 한손엔 민석의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이렇게 두 손 안에 민석의 것들이 있는데 민석은 자신의 품 안에 없었다.
한참을 의자에 앉아 손에 들린 목걸이의 팬던트를 바라보던 루한이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있잖아. 민석아."
넌 네가 널 따라가면 위험할거라 했지. 나는 아직 정신적으로 어리다고, 절대로 따라가선 안된다고. 그래도 있잖아. 민석아. 내가 이 세상에 물들어 타락한다 해도 난 네가 없으면 안돼.
"네가 없는 이곳은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아냐. 난 널 따라갈거야, 민석아."
루한은 굳게 마음을 먹고선 화분과 모든 것을 손에 들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1층으로 내려갔다. 달은 여전히 그가 떠난 발코니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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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이...이내가 돌아왔습니다. 되게 오랜만에 돌아왔어요 오로라 폴라리스로 ㅠㅠㅠ 글 얼른 올리고 싶었는데 베이징 여행 다녀온 이후로 일주일동안 뭔가 다른 일들을 하다보니 글 쓰는걸 손에서 놓을 수 밖에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성실 연재하기로 했는데! 단편 소재 정리도 하고 그걸 또 적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나서... 엄청 오래돼버렸네요. 그나저나 베이징 여행은 재밌었어요. 가서 좋은 소재도 생각해놨고. 일단 연재하던거 하고 언젠가 써보도록 할게요... 쿨럭.
기다려주신 분들 몇 명 계실게 분명한데 ㅠㅠㅠㅠㅠ 아오... 글 수준은 이것밖에 못돼서 너무 죄송해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나중에 텍스트 파일로 만들어 낼 때엔 꼭 수정해서 올리겠습니다.
음, 일단 첫번째 에피소드 "Blossom"은 다음편으로 끝나요. 그리고 두번째 에피소드가 나오겠죠, 짜잔. 참고로 제가 저번에도 말했듯이 이 글은 2~3년전부터 구상해오고 있던지라 제가 처음에 만들었던 설정에서 몇 년간 계속 살을 붙이고 붙였... 아니, 어쨌든 그래서 뭔가 내용과 소재는 거대해져버렸어요. 그게 제 후달리는 필력이 받쳐줄지가 문제네요. 이번 편은 제가 쓸데없이 생각을 너무 많이한지라 평소의 분량보다 너무 길어졌는데... 밸런스가 붕ㅋ괴ㅋ 으앙ㅋ큐ㅠㅠㅠㅠ 앞으론 제대로 잘 맞추도록하겠습니다. 더 노력할게요.
암호닉은 언제나 받고 있고 항상 글 읽어주시는 분들 너무나도 감사해요. 언젠가 선물로 돌아올게요! 다음 편은 며칠 뒤에 봐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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