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거기. 그 망할 년 좀 내 앞에 데려와 봐."
"뭐냐..! 너! 뭔데 다짜고짜 사람이 앉아있는데...!"
"닥쳐. 사내새끼가 쓸데없이 목소리 하나는 존나 쨍하네. 난 그런 목소리 싫어하거든?"
"분위기 보면 몰라? 오늘 파티는 끝났어. 다들 집에 돌아가지그래?"
잠깐 짧게 누가 숨을 헛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H다.라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파티를 망친 장본인이 그라는 것에 대한 확인이 끝나자, 남자와 여자들의 분위기는 쩡 얼어붙었다. 당장이라도 누가 그랬냐며 멱살을 잡을 듯 소리를 질렀던 남자들은 얌전히 자신들의 여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다가가서 멱살을 잡진 못하지만 끝까지 호시를 노려보며 나가는 남자들도 있었고 상대가 그라는 것에 대해 지레 체념하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나가는 남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였다. 상대가 H였기 때문이었다.
"시끄러워서 뒤지겠네."
호시는 클럽 안의 사람들이 거의 나간 것을 확인하고 태연하게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거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한참을 눈을 감고 있던 그는 미소 지었다. 이제 왔네. 그가 눈을 뜨고 앞을 바라봄과 동시에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권순영 너 이 새끼 지금 뭐 하냐? 여기가 네 구역이야?"
"왜 이렇게 보자마자 살벌해. 그래도 전 애인인데."
"미친 놈아. 왜 네가 내 전 애인이야? 등쳐먹고 튄 새끼 주제에. 너는 네 애인 등도 쳐먹고 튀냐? 여기 온 이유가 뭐야. 이 시발 새끼야."
"이유는 네가 더 잘 알지 않나? 우리 예쁜 언니가 이번에 나한테 엿을 제대로 먹여줬더라고."
총구를 남자의 머리에 갖다 댄 여자의 손은 흔들림 없이 제대로 그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곧장이라도 쏴버릴 듯 부들부들 떠는 눈빛을 바라보던 호시는 여자가 겨눈 총구의 손을 한 손가락으로 막고 옆으로 흘깃 밀었다.
"귀엽기는. 나한테 당한 게 어지간히 분했나 보지?"
"그러는 너야말로 할 일도 많은 놈이 여기까지 쫓아온 걸 보면 어지간히 속이 뒤틀렸나 보지?"
"... 아아. 이번 건 조금 공들였던 거라 말이야."
여자의 짧은 비웃음에 대답해 준 뒤 배려는 여기까지였다는 듯 호시가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자신의 앞으로 얼굴을 끌어당겼다.
"너 클럽에서 딴 놈들이랑 놀아났을 때처럼 머리채 한번 잡히고 싶지?"
"이제 애인도 아닌데 너한테 순순히 머리채 잡혀줄 거 같아? 까불지 마. 나도 이제 너한테 질질 끌려다닐 생각 없으니까. 순영아, 너 말은 그렇게 해봤자 어차피 지금 네가 갖고 있던 이번 일에 관련된 데이터 나한테 다 뺏겼잖아. 먼저 굽히고 기어 들어오면 옛정으로 봐줄 생각은 있는데."
"우리 몸정까지 든 사이에, 이제 와서 일 가지고 이러기야? 미쳤냐. 내가 너한테 왜 굽혀. 웬만하면 오빠한테 혼나기 전에 얌전히 예쁘게 굴자?"
"좆까."
그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던 여자는 말을 마치고 싱긋 웃었다. 순영은 그런 그녀를 마주 보고 웃으며 그녀에게 속삭였다, 미친년. 그를 향해 웃는 그녀의 얼굴이 더럽게도 예뻐 보였다.
Hot midnight clutch: 00
권순영/ 24/ 스나이퍼/ 무소속, 단독 행동
김민규/ 21/ 유명 브로커/ 브로디의 첩보원
파라다이스 골목에 누군가를 찾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흘러들어 온 남자. 현재는 별 행동 없이 조용히 지내고 있음. 날카로운 인상과 체격 때문에 시비를 많이 당하진 않지만 누군가 자기한테 시비를 걸어도 그냥 싱겁게 무시하고 넘어가는 파라다이스의 보기 드문 정상인. 정보 교환을 위해 미드나잇의 ㅇㅇ와는 긴밀한 관계 유지 중. 늘 할 일이 없을 땐 미드나잇의 바에 가서 술을 마신다. 잘생긴 외모 값을 할 정도로 가는 여자 안 잡고 오는 여자 안 막는 카사노바로서 요샌 ㅇㅇ에게도 꾸준히 작업 중이다. 그러나 늘 깊은 관계는 유지하지 못하는 그답게 ㅇㅇ와도 그냥 가벼운 관계. 어차피 임무가 끝나면 떠나게 될 여자일 테니.
최승철/ 27/ 행동 조장 및 사무 처리/ 클러치의 간부
클러치의 간부 자리 중 하나를 맡고 있는 남자. 뛰어난 육체적 능력과 상황 판단으로 클러치의 간부들 중에서도 중요한 인물이다. 호전적인 성향이라 상황에 직접 뛰어들어 적을 제압하거나 마약 운반의 일에도 동참하고 유명 인사의 경호를 맡기도 한다. 그러나 뇌의 지적 수준 또한 굉장히 뛰어나서 사무 처리를 보기도 한다. ㅇㅇ와는 어렸을 때부터 조직에서 알던 오빠 동생 사이. 그러나 해외 파견 업무나 특별 임무를 맡을 때가 많기에 별로 많이 보진 못한다. 사실 이건 그와 가까운 몇 명의 사람만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가 클러치의 간부가 된 이유는 누군가에 대한 복수 때문이라고 한다.
이석민/ 21/골목의 이인자/ 샴트레인의 후계자
아버지가 파라다이스 골목을 총괄하는 유명 조직 샴트레인의 수장. 그 아버지 밑에서 나고 자란 둘째 아들로서 아버지의 상속을 앞에 두고 있다. 소위 말해 뒷빽 든든한 낙하산. 그러나 첫째 아들이 명실상부히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가 그를 후계자로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을 조직의 부하들과 재산이 어마어마하다. 형과 너무 어린 동생이 후계에서 밀려나고 자신이 선택된 지금 사실상 아버지 다음으로 파라다이스 골목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인물이 아닐까. 이미 그를 골목의 이인자로 보고 붙어먹으려는 심산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멀쩡한 형을 두고 그가 후계로 선택된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언쟁이 난무하지만, 그는 늘 그런 말들에도 웃는 표정이다. 현재까진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않아서, 그가 그냥 속 좋은 멍청이인지 칼을 품은 야심가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말들이 많다.
최한솔/ 20/ ㅇㅇ의 정보원/ 클러치의 조직원
파라다이스 골목의 자유로운 영혼. 헐리우드 배우 뺨치는 외모에 넘어가는 여자들도 많지만 정작 본인은 이성에 관해 별 관심이 없다.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고 사실 조직에서 맡는 업무도 나 몰라라 하는 성격이 강하다. 하도 업무 땡땡이를 많이 쳐서 승철이 일부러 고생 좀 하라고 ㅇㅇ의 밑으로 붙여줬다. 덕분에 워커홀릭이나 다름없는 ㅇㅇ밑에서 현재 아주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투덜투덜대면서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족족 잘해온다. 일만 잘했으면 아마 간부급은 아니었어도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의 목표는 ㅇㅇ와 똑같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것.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것. 늘 여유롭고 뻔뻔한 포커페이스다. 그러나 사실 클러치에 들어오기 전엔 샴트레인의 사람이었다.
부승관/ 20/ 어린 딜러/ 협회 포커스의 등록원, 파라다이스 카지노 소속.
술파티에 마약 등 온갖 불법 행위가 난무하는 파라다이스 골목에는 빠질 수 없는 도박판이 있다. 그 도박판에 몇 년 전부터 혜성같이 등장한 신흥 루키. 포커 대회에서 온갖 돈이란 돈은 다 쓸어가더니 이곳의 도박판에 정이라도 들었는지 아예 파라다이스 골목의 일명 파라다이스 카지노에 딜러로 눌러앉았다. 협회 포커스의 등록원으로 포커 좀 즐긴다는 사람은 거의 다 그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다. 18살에 나타나 파라다이스 카지노에서 전설적인 포커 대회 기록을 달성했었다. 이곳 내에서 도는 우스갯소리는 어쩌면 조직들의 보스를 제외하고서는 승관이 제일 부자이지 않을까하는 소리가 있다. 어리다는 이유로 그에게 포커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사기 쳐서 뺏어가려는 사람도 많았으나 빠른 눈치와 영특한 머리로 전부 잘라내고 쳐냈다. 샴트레인의 후계자 석민과는 파라다이스 골목과 카지노가 그의 아버지 관할인 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지훈/26/ 해커/ 브로디의 간부
어려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벌써 26세를 맞은 성인 남성이다.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실적과 커리어가 화려한 브로디의 간부이자 해커이다. 민규와는 친한 형 동생 사이. 특별 임무를 맡아 자리를 비운 민규의 뒤를 봐주고 있다. 일에 관해선 굉장히 완벽 주의자고 예민하고 까칠하다. 아니 사실 그냥 평소 성격 자체가 까칠한 면이 많다. ㅇㅇ와는 인터넷상으로 잠깐 거래상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던 사이인데 사실 그 때 거래를 빌미로 ㅇㅇ의 네트워크망을 해킹해서 데이터를 털어간 적이 있다. 그러나 용의주도해서 걸리진 않았다. 굉장히 일처리가 신속하고 확실한 실력 있는 해커. 석민을 알고 있지만 브로디와 샴트레인이 적대관계인만큼 서로 좋게 생각하는 사이는 아니다.
홍지수/ 24/ CEO/ 클러치와 상호 의존 관계, 실낙원의 총책임자.
젊은 나이에 성공한 유능한 CEO. 그러나 그의 기업 또한 옳은 방식으로만 큰 게 아니어서 뒤 세계와 연관이 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클러치와의 관계가 유독 깊다. 클러치가 그의 뒤를 봐주고 그의 거래처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대신 그는 클러치에게 기업 수익의 일부를 떼 주기도 하고 마약 운반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사실 그의 기업이 빠른 밑천과 자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가 은밀하게 운영하는 하나의 조직인 '실낙원' 덕분이었다. 실낙원은 유통 체제를 갖춘 조직으로 여러가지 암시장에 팔려 나갈 경매 물건이나 마약 종류들을 다루는 일을 한다. 사실 그는 파라다이스 골목의 정보와 관련해서도 관심이 많아서 거래처 관계 이외에도 자신과 협조자인 ㅇㅇ에게 여러 정보를 사고팔고 있다. ㅇㅇ도 그가 가끔 가져다주는 정보가 유용하기에 그에게 호감을 가지는 중.
(쭈굴) |
안녕하세오. 글잡에 처음 입성한 클러치에오. 글잡은 처음이라 떨리고 설렙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독자님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