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자마자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였다. 내 눈이 잘못된건지 네가 자꾸만 내 시야에 들어찼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계속해서 비볐다. 눈이 아픈것도 모른채 기계적으로 눈만 비볐다. 그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네가 내게로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내 손을 잡아 내렸다. 한 번 찌푸려진 인상은 다시 펴질지 몰랐고 나도 모르게 네 미간을 꾹 눌러 네 인상을 폈다. 무의식 중 한 행동이라 화들짝 놀라 네 얼굴에서 손을 뗐다. 예전엔 내가 맨날 이렇게 미간 눌렀었는데.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건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여전하네." 뭔가가 내 목구멍을 막고 있는듯 소리가 나지 않았다. 너를 보면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았는데. 너를 이대로 놓치면 꼭 영영 못 볼것 같아 네 소매를 꼭 잡았다. 제 소매에 있는 내 손을 빤히 보더니 내 얼굴로 시선을 옮긴다. 너도 여전하네. 여전히 잘났고, 잘생겼네. 꼭 눈물이 맺힐것 같았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너도 나처럼 아플까. 나만큼 힘들었을까. 너는 어떻게 지냈을까.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너무 많아서 입 안에서만 뱅뱅 맴돈다.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졌고 네 소매에 깊이 스며들었다. 내가 우는걸 싫어했던 너는 지금 이 상황이 맘에 안 드는지 내게 시선을 떼고 네 소매에 있는 내 손도 떼어냈다. 내 의지완 다르게 눈물이 투두둑 떨어졌다. 많이 보고싶었는데, 이렇게 마주하긴 싫었는데. 어디론가 가 버린 넌 예전의 네가 아니였다. 내가 울면 안절부절 못하면서 서툴게 토닥이던 네가 아니였다. 어느새 난 네게서 없어진 기억 같았다. 그 때처럼 등을 돌린 네가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