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MBC드라마 보고싶다의 여주인공의 특징의 일부분과, 제목을 인용하였습니다.*
*글의 전개나 분위기는 드라마의 내용과 전혀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비투비'독방에 올린 적이 있는 글이나 상당부분을 수정하였으니 다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은 댓글로 자유롭게 적어주시면 보는대로 바로 피드백 하겠습니다.*
*보고싶다,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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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더 이상은 추락할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가장 밑바닥에서만 머물렀고, 그래서 한 때는 올라갈 곳만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비현실적인 희망을 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자꾸만 자꾸만 추락할 때, 내 밑으로는 날 받쳐주는 바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태어난 이후, 아빠의 사업이 망하면서 엄마는 도망갔고, 아빠는 공사판을 전전긍긍하면서 술을 먹고 들어오기 일쑤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빠는 나를 향해서 폭언을 내뱉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니가 태어나고 다 망했어. 다 망했다고. 너 같은게 잘못 굴러들어와서 이렇게 된거라고 알아?"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나는 어릴적부터 맞았다. 어릴적엔 아빠의 힘을 이겨낼 방도가 없어서 아빠가 때리는대로 무작정 맞았지만, 내가 내 자신 스스로 맞아야 하는 인간이라고 현실에 순응하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저 몸을 웅크리며 폭력의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랄뿐이었다. 오늘도 한 차례 아빠의 폭력이 사그라들고 나는 집 밖으로 나와 무작정 생각나는 곳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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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이"
"응"
"설이누나"
"응 일훈아'
"안아줄까?"
"......"
그렇게 너에게 안겨 한참을 있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 감정 없는 사람인듯 눈만 꿈뻑이며 안겨있을 뿐이었다. 너는 그저 아무말 없이등만 톡톡 두드려 주었다.
너는 내게 안식처였고, 유일한 내 사람이었다.
"누나 다시 갈거야?"
"가야지"
"데려다줄게"
"응"
다음날 아침이되어 꾸깃해진 교복을 갖춰입고 학교에 가기위해 대문 밖을 나설 때 까지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고, 여느때와 같이 아침조례를 알리는 종이 시작되었다.
"3학년 5반 주목, 전학생이 왔다. 전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반장도 도맡아 했었다니까 너희들이 적응하는데 어렵진 않을거야. 인사해라"
"안녕하세요! 아니 안녕 얘들아 수원에서 전학왔고 이름은 이창섭이라고해 잘부탁한다!!"
"그래 창섭이는 저기 맨 뒷 줄 빈자리가서 앉고, 모르는 일 부탁할만한 일 있으면 반장에게 물어보면 될거다. 이상"
맨 뒤에서 항상 홀로 책상에 엎드려 시간을 보내던 내게는 짜증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 시끄러운 애가 오다니.
"야야 이름이 뭐야?" 부터 시작해서 " 나 남고에서 공학으로 전학온거라 디게 신기하다?", "야 너는 이 학교의 내 첫 친구야", "공학다니면 사귀는 애도 생기고 그러나? 너 남자친구 있어?", "근데 너 왜이러게 말랐냐 밥 안먹어?", "아 맞다 야 나랑 밥 좀 같이먹자" 까지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럽다 이거야..
"야"
"응 근데 너 이름 뭐냐고 대답 좀 해라"
"시끄러워 좀 가만히 좀 있어. 다른 애한테 부탁해서 자리를 옮기던지."
"오오 김설이였구나 명찰 다보임~"
진짜 짜증난다. 옆에서 남자새끼가 왜이렇게 말이 많은지 쉴 새 없이 쫑알쫑알.. 얼른 학교에서의 시간이 끝나길 바라면서 잠드려고 노력했다. 학교의 모든 수업이 끝나고 종례까지 마치자마자 가방을 들고 교문을 나섰다.
"야 김설이!!!!!"
아 진짜 또 너다. 이창섭.
"왜"
"나 길 잘 모르는데 같이가자 담임한테 물어보니까 너랑 가는 길 비슷하다고 그러던데"
"싫어"
"아 왜! 짝꿍 좋다는게 뭐냐 좀 같이가자"
"니 갈 길 알아서 찾아가 혼자가고싶으니까"
그러자 맞받아칠 줄 알았던 이창섭이 그저 뒤에서 천천히 따라걷는게 느껴졌다. 집 앞에 도착하자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집 안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아빠인가보다.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 그 자리에 계속 서있었다.
"야 김설이"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무서웠다. 지긋지긋했고, 세상이 미웠다. 이창섭이 그냥 모른 척 지나가길 바랐다. 위로 같은건 필요 없으니까 그냥 가길 바랄 뿐이었다.
아니, 네가 나를 이 곳에서 꺼내주길 소망했는지도 모른다.
"설이야"
"가"
"매정하기는. 나 집 좀 데려다 주면 안되냐"
"?"
"혼자 갔다가 길 잃어버리면 어떡해 빨리와 오늘만 나 데려다줘."
"내가 왜"
"너 우리 학교 첫 친구잖아 짝꿍까지 해놓고 이럴거야? 가자 우리집"
집으로부터 아니, 아빠로부터 도망치기위해 선택한 방법은 이창섭과 동행하는 것이었다. 물론 몇 발자국 떼자마자 후회했지만. 정일훈이 아닌 다른 사람과 간다는 것이 낯설었고, 또 무서웠다. 네가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물을까봐. 내 치부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갈 데가 있다는게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이창섭의 집으로 향했다.
"고맙다 김설이. 너 아니였으면 나 길 잃어버려서 울고불고 벌써 난리났다? "
"......"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싫었다. 지긋지긋한 폭력의 굴레로 돌아가는게 싫었고, 벗어날 수 없는 내 자신이 미웠다.
"김설이 집 구경해볼래? 아무도 없는데"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야했다. 자꾸 내 삶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복잡한 관계를 맺으며 행복해지면, 현실로 돌아왔을 때 배로 슬프고 아프다는 것을 안다. 돌아가야했다.
"아니 나 간ㄷ"
"빨리와 시간도 많으면서 튕기기는"
내 팔을 잡아당기며 집 안으로 이끌었다. 나를 쇼파에 앉히고 주스를 가져다 주었다.
"......"
또 한번 도망을 선택했다. 네게로. 그것도 오늘 처음보는 너에게로. 자꾸 이러면 계속 도망가고싶어지는데. 아주 잠시만, 아주 잠깐만 도망치는건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나는 금방 또 현실에 적응 할 수 있다. 19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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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설이 미쳤냐?"
"뭐"
"여자는 그러면 안되는거 알아 몰라"
"뭐를"
쇼파에 앉느라 한 뼘정도 더 올라간 내 교복치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예쁘니까 가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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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일훈이와의 관계, 창섭이와의 관계 모두 다 나올 예정입니다!*
* 비글들을 데리고 이런 글을 쓰기란 쉽지 않네여...뚀륵..*
*2편 얼른 가지고 오겠습니다. 사랑해요 설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