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 노선 5
written by_작가1996
그가 골목 어귀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나는 가만히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다가갈 수도 없었다. 빗줄기가 조금 더 굵어졌다.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그가 나를 향해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가 사복을 입고있었다. 밝은 청바지에 짙은 파랑색의 코트를 입고있었다. 그는 이 상황에서도 멋있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긴 다리 덕분에 그는 몇발자국이 안돼서 금새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말 없이 나를 내려다봤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기를 망설였다.
"아니지…?"
"……."
"대답 좀 해봐"
"……."
나는 그에게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다. 내 물음에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않았다. 그를 올려다 봤다. 그는 내가 그 사실을 들었을거라고 이미 짐작이라도 한듯 무덤덤한 표정이였다. 그는 앞머리를 한번 쓸어 넘겼다. 그가 미웠다. 결국 그 일이 사실이였던걸까. 얼굴에 잔뜩 묻은 빗물을 닦아냈다. 그는 나에게 손을 뻗었다.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와 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으로 뺨에붙은 머리칼을 밀어내줬다. 조금은 우스웠다. 우린 어떤사이도 아닌데, 나는 그에게 캐묻고있고 그는 대답을 피하고있다. 그의 손을 잡아서 내려놨다.
"왜 그랬어…?"
"…핑계밖에 안되니까"
"……."
"그런데, 그런거 아니니까."
"……."
"믿어줘"
그가 눈을 감았다. 어두워서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는 며칠새 헬쓱해진것 같았다. 나도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어찌나 키가 큰지 팔을 쭉 뻗어야 했다. 그의 눈가에 묻은 빗물을 닦아주었다. 면도를 하지 않은건지 그의 턱주위는 거슬거슬했다.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게 아니라니. 내가 그를 어떻게 믿어줘야 하는거지. 아니 우리 사이가 언제부터 믿어줘야하는 사이였던가? 그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겉옷 안 주머니에서 축축한 종이 한 장과 모나미 볼펜을 꺼냈다. 그러더니 나에게 불쑥 내밀었다.
"적어 집 전화번호"
"…어?"
"거기에 적으라고"
나는 당황스러웠다. 집 전화번호는 왜 묻는거지. 그는 내 손에 직접 볼펜을 쥐어주곤 나를 부추겼다. 내가 번호를 적지 않고 멍하니 빈 종이만 바라보자 그는 신경질 적으로 종이와 펜을 빼았더니 적기 싫으면 불러 라고 했다. 나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는 나에게 전화할 것이다. 그리고 날 불러내겠지. 난 자신이 없었다. 그의 눈을 한번 바라봤다. 그가 준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전화번호를 불러줬다. 나는 그에게 모든걸 놔줬다. 이젠 그의 손에 달려있다.
"전화할게"
"…응."
"그리고"
"……."
"한번만 안아보자."
그의 목소리가 너무 애절해서, 그리고 나의 욕심 때문에 그런 그에게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팔을 뻗어 나를 끌어당겼다. 그는 나를 꽉 껴안았다. 얼마나 꽉 껴안았는지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나한테 까지 들려왔다. 그가 나한테 설레고 있다. 그제서야 나는 그를 믿을 수 있었다. 그가 나를 사랑할거라는 사실에 나는 몸에 힘이 빠졌다. 오로지 그의 품만 의지해 서있었다. 나는 이제 그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는 나를 대문 앞까지 데려다 준 뒤에 골목 너머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골목 어귀를 한참이나 쳐다봤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쿵쿵 뛰어댔다. 집에 들어서자 엄마는 쓰레기 버리러 갔다오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걸렸냐며 잔소릴 해대다가 비를 쫄딱 맞은 내 모습을 보더니 또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옷을 대충 벗어놓고 목욕을 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한참 담그고 나오니 몸이 피곤해졌다. 비를 너무 오래 맞은걸까, 몸이 으슬으슬 추운게 꼭 감기걸리기 전의 증상이였다. 하긴 겨울비를 그렇게 맞았으니.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저녁도 먹지않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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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분량이 좀 적죠?! 다음화에 엄청난게 나올지도몰라요@..
4편에 댓글달아주신
samsung님, 삐진성용이님, 매치드님, 1995님, 베니님, 베레기님, 뾰로롱님, 과자님, 춤바람님, 그 외 익명의 독자님들~! 댓글 사랑합ㄴㅣ댱^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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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늘 수지 레전드 기사 사진 나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