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중한 외모는 물론이고 이왕이면 몸매도 착하면 좋겠어. 연기도 잘해서 나쁠건 없잖아? 가수가 노래만 부르라는 법이라도 있나? 드라마가 좀 안될 것 같다 싶으면 급하게 아이돌이라도 투입시켜서 시청률 덕좀 보고 영화 출연으로 관객수들 좀 매꿔 보는게 요즘 추세지 뭐. 그리고 얼굴은 가능한 손을 댄듯 안 댄듯 하게 자연스럽게 가자. 또 과거 사진 불러들여서 성형 의혹만 생겨나면 골치 아파진다. 노래 실력 기를 시간에 그냥 헬스장이나 다녀, 정 부르기 싫다 싶으면 대리녹음이라도 알아볼게 넌 목소리가 흔하니까 비슷한 목소리 가진 사람 구하는 건 별로 어렵지도 않아. 좋은 소속사 만나서 데뷔 못하면 어디 스폰서라도 한 번 알아봐. 요새들어서 티비에 주구장창 나오는 걸그룹 걔 알지? 걔도 스폰서 한 번 잘 두니까 요즘 광고며 드라마며 영화까지 다 꽂아주잖아. 요즘 누가 노래실력으로만 아이돌을 해? 그냥 겉모습으로만 화려한게 최고야. 대중들한테는 그게 관심을 받는거고 인기를 얻는거라니까!
연예인의 조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내 눈가를 간지럽히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온통 새파란 배경이 내 시야를 덮었다.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한참을 두리번거리니 마치 지상세계에 온 것 마냥 새파란 곳에 뭉개구름들이 펼쳐져 있었다. 흡사 하늘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하늘나라에 온것인가..?
한참을 걷고 걸어도 끝이 없었다. 그때 아주 커다란 구름 옆에 하나의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구름 공작소’
구름을 이곳에서 만들어낸다는 건가 싶어 팻말에 표시된 화살표 방향으로 잽싸게 달려갔다. 방금전 하늘과 달리 어두컴컴한 안개속에 시야가 가려져 공작소라는 곳을 찾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그때 안개가 내 눈앞에서 걷히더니 바로 보이는건 아주 커다란 공장과도 같은 건물이였다. 하늘에 왠 시멘트 범벅으로 된 건물이 세워졌을까?
참 이상한 곳이였다. 결국 호기심에 못이겨 건물이 있는곳으로 걸어갔다. 문앞에 다다랐을 때쯤 갑자기 어떤 물체 하나가 내 눈앞에 튀어나왔다. 외계인? 아니면 요괴?
‘여긴 무슨일로 온거지?’
'누구세요?'
'나는 구름 공작소의 관리인이야.'
‘여기서 구름을 만든다고?’
‘그래.’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다. 아니 구름이 이런 공장따위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리가 없었다.
‘자연적인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은지는 아주 오래됐어. 왜냐하면 우리 공작소 주인님이 하늘을 통째로 사들였거든.’
‘..뭐라고?!’
‘그러니까 너희 인간들이 과학 교과서 따위에서나 배운 구름의 형성과정은 사라진지 오래야. 우린 이 공작소에서 기계 하나로 구름을 만들어내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그래서 쉴틈없이 구름을 만들어내고 있어. 장마철이 되면 태풍의 눈 또한 여기에서 생성하지.’
이젠 살다살다 내가 하늘한테 까지 뒷통수를 맞는구나. 아니 그럼 내가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에 보이는 이 구름은 다 가짜 투성이였던 거야?
이런 사기꾼들!
‘크하하! 왜 인간으로써 이 하늘과 자연을 지키고 싶나?’
‘당연하지! 지금까지 속아온것만 생각해도 억울한데..’
‘그럼 우리 계약 하나 할까?’
‘..무슨계약?’
‘기다려봐’
관리인은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건물로 들어가더니 잠시후 종이와 펜을 들고 다시 나왔다.
‘내가 말하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구름 공작소 문을 닫도록 하지. 그럼 너희 인간들이 원하는 자연적인 구름을 다시 만날 수가 있어.’
‘..그걸 왜 관리인인 네가 결정해? 사장은 뭐하는데!’
‘우리 월급갖고 튄지 오래야. 어차피 곧 있으면 이 빚덩이 공작소도 넘어가게 될테지.’
‘그럼 내가 굳이 너랑 계약을 하지 않아도 이 공작소는 문을 닫을거잖아?’
‘흠흠..아니 네가 계약을 하냐마냐에 따라 공작소가 문을 닫아도 결과는 아주 달라.’
‘무슨말이야?’
‘엄청난 먹구름을 하나 만들고서 문을 닫을거거든. 그리고 우리 하늘아래에 살고있는 인간들은 최소 3년동안 폭우와 함게 지내야하지. 내 생각엔 1년동안만 비가 내려도 세계 인구의 절반은 죽을거라 생각해. 하하!’
‘…이 잔인한 것들’
‘하지만 너가 이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그 먹구름 제조를 시행하지 않고 바로 공작소 문을 닫겠어. 자, 어때? 너의 선택에 따라 사람들이 사냐마냐에 달려있는거야.’
생각해보자니 내가 지금 얘한테 놀아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계약을 하지 않으면 나를 포함해 전 세계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것 같은…아니 이게 무슨 액션영화야? 내가 무슨 히어로라도 되냐고! 왜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거지?
‘그래서..네가 말하고 싶은 제안이라는 게 뭔데?’
‘난쥉아, 잘들어봐.’
‘이게!! 누가 누구보고 난쟁이래? 내 다리보다 짧은게!!!’
‘뭐야? 지금 나랑 계약하기 싫어? 바로 들어가서 먹구름 만들까? 어?’
‘….ㅇ,알았어! 하던 얘기 계속 해. 아무말도 안할 테니까’
저 여우 같은 놈..감히 이런식으로 인간한테 갑질을 하네?
내 눈앞에 자신이 들고있던 종이를 펼친 관리인은 글자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너는 앞으로 특정인물들과 아주 질리도록 얽히게 될거야. 그런데 네가 그 중 한명이라도 피하게 될 시, 나는 이 계약을 철폐하고, 다시 공작소에서 구름을 다시 만들어 낼거야. 네가 우리의 계약을 어겼으니 약속한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먹구름을 만들게 될테지.’
‘그 특정인물들이 누군데?’
‘안알랴줌’
이 새끼가 진짜!!!!!!!!!
아, 참자 참아. 이게 모두 지구의 평화가 달려있는 일이야..김여주, 이성적으로 행동하자..
‘그리고 그 인물들과 너의 관계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는 우리가 책임지지 않는다. 난 그저 너에게 그들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뿐이야.’
‘이거 누가 이기는 게임이야?’
‘게임? 글쎄..게임으로 치자면..인간 네가 이기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이익을 얻는건 너희 쪽이니까.’
‘그래, 그럼 바로 계약하자. 계약서 가져와.’
‘대신에. 그만큼 네가 얻는 피해도 어마어마 하다는걸 알아둬.’
‘…뭐라고? ㅈ,잠깐만!’
‘계약서 가져올게.'
나 또 당하는건가? 이젠 하다하다 저 인간이 아닌 놈한테까지 사기를 당하는거야?
‘생각해보니까 사인은 좀 약한 것 같더라고. 그래서 지문으로 바꾸려고. 이왕이면 확실한게 좋잖아?’
..인간도 아닌 주제에 더 인간 같은 행동을 한다. 되게 의심스럽다. 저거 혹시 외계인의 탈을 쓴 인간 아닐까?
‘뭐해? 빨리 찍어.’
어느새 인주까지 준비한 관리인 녀석은 나보고 어서 그 손가락을 찍으라며 재촉한다.
‘너 내가 이거 찍으면…’
‘안만들어! 가짜구름도 안만들고 먹구름도 안만든다고! 이제 하늘이 알아서 하겠지.’
‘..에이씨’
엄지손가락을 인주에 묻히고 나는 눈을 꾹 감은 채 계약서에 손가락을 찍었다.
‘계약성립.’
‘됐지? 나 이제 집으로 보내줘.’
‘그래, 그럼 일어나.’
‘뭐?’
‘일어나라고.’
‘무슨소리야? 나 이미 일어나 있는데..’
‘일어나’
“일어나!!!”
“으악!”
눈을 떴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건, 다름아닌 익숙한 차 안.
"무슨 꿈을 그렇게 요란스럽게 꾸냐?"
그리고 앞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매니저 오빠.
뭐야, 다 꿈이였어? 에이 그럼 그렇지, 내가 구름 공작소랑 계약을 할 리가 없지..
“어쩐지 개꿈이더라! 으하하하하하!”
"김여주 아직도 잠꼬대 하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웃긴 꿈을 꿨더니..하하!”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는게 마음까지도 가벼워졌다. 그런 계약따위가 진짜가 아니였다니 굉장히 다행이였다. 오늘따라 창밖에 보이는 하늘이 참 맑아보이는구나!
“아까까지는 그렇게 우울해 하더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보인다? 그럼 더 기분좋으라고 내가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까?”
“좋은소식? 뭔데요?”
“너 드라마 캐스팅 됐대”
오랜만에 회사로 향했다. 사실 앨범컴백 관련된 일 이외로는 잘 들리지 않았던 곳인데 오늘은 왠일인지 실장님이 나를 먼저 부르셨다. 아무래도 데뷔 이래 첫 드라마 출연과 관련된 일이므로 실장님이 직접 나에게 설명을 해주신다고 하셨다.
“여주, 잘 지냈어? 스케줄 많아서 바빴지?”
“아뇨, 괜찮았어요.”
“그래. 오늘 있었던 라디오 일은 싹 잊고! 그냥 운이 살짝 나빴던거라고 생각해, 알았지?”
“아, 그럼요! 전 이미 잊은지 오랜데요 뭐.”
“매니저한테 드라마 캐스팅 관련된 이야기는 대충 듣고왔을거야. 이게 여주한테 첫 드라마인 만큼 좋은 인상을 남겨야하는데 감독님께서 특별히 오디션 없이 여주를 캐스팅 했대.다른 배우들은 이미 오디션을 끝낸 상태여서 캐스팅이 됐고.”
“저는 왜 오디션을 안보고 바로 한거에요?”
"감독님이 그 캐릭터에 맞는 연예인이 유일히 여주밖에 없었다고 하셔서. 다른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캐릭터가 안 맞을 것 같다고 차라리 연기를 좀 못하더라도 여주를 넣어야겠대.”
“대체 무슨 캐릭터인데요?”
“여자 주연의 과거 학창시절 역할인데, 여자 주인공이 과거에 굉장히 못생겼던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때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남자 주인공을 어른이 되어서 복수하는 그런…내용이라고….여기 써져있구나? 하하..”
“아, 여자 주인공의 못생긴 과거 역할..”
“괜찮아, 어른이 된 주인공 모습은 배우 한지민씨래! 너무 슬퍼하지마! 너는 한지민씨의 과거 역할이야. 뭐, 비록 모습이 많이 바뀔테지만..”
“극중 이름이 뭐에요?”
“구름이.”
“네?”
“여기,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 구름이 라고 써져있네. 안그래도 과거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더 많은 놀림을 받는 내용이 있다고 하구나..”
“구름이요..? 구름? 구름?!”
“ㅇ,어..왜? 이름이 맘에 안들어?”
“그럼 상대 남자 주인공은 누구에요?
“잠깐만 인물관계도를 보니까 남자 주연 과거 학창시절 역할은.…어! 도경수씨래! 너 엑소분들이랑 꽤 친하다고 들었는데 잘됐네!”
“저 안!친해요!”
느낌이 안좋았다. 이름이 구름이라니! 게다가 또 엑소분들과 얽히는…
잠깐만,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게 뭔가 좀전에 꿨던 꿈 내용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럼 그 꿈이 단순히 개꿈이 아니였던거야?
‘너는 앞으로 특정인물들과 아주 질리도록 얽히게 될거야. 그런데 네가 그 중 한명이라도 피하게 될 시, 나는 이 계약을 철폐하고, 다시 공작소에서 구름을 다시 만들어 낼거야. 네가 우리의 계약을 어겼으니 약속한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먹구름을 만들게 될테지.’
‘나는 구름 공작소의 관리인이야.’
‘구름’
‘구름!’
‘구름~’
‘구~름~’
‘구름아!’
연예인의 조건 09 完
(암호닉 신청해주셨는데 이 목록에 없으신 분들은 저에게 말해주세요~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