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시기
달빛만이 빛나는 늦은 밤, 잠에 들기 직전의 몽롱한 상태였다. 순간 차가운 무언가가 내 목에 닿았고 순식간에 내 목을 졸라왔다.
"크ㅎ..! 커헉..!"
내 목을 조금의 틈도 없이 꽉 잡고 있는 손이 누구 것인지 알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내가, 말했었지."
"ㅈ..잠, ㄲ.."
"이 방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고."
희미해져가는 정신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똑똑히 내 귓가를 찔러왔다. 순간 던지듯이 내 목을 놓은 그의 행동에 꺽꺽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내 숨이 다 진정되기도 전에 내게 진하게 입을 맞춰오는 그의 행동에 다시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차가운 손이 내 허리를 붙잡았고 나는 움찔거리며 그의 손을 피하려 했다.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어.'
순간 몇 년 전의 그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똑같은 문장이었지만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말이었다. 그는 몇 년 전, 그와 나의 관계를 불안해하던 내게 뚜렷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었다.
'나는.. 무서워요.'
'나 좀 봐, 탄소야.'
'저멀리서 나를 노려보는 언니들이 보이는 것 같아.'
'넌 잘 못 한 게 없어. 그러니까 무서워하지마, 응?'
'언젠가 다 끝나버릴 것 같아.'
그는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는 내 손을 붙잡고 눈을 맞춰왔다.
'너는 그냥.'
'...'
'가만히 있어.'
'...'
'내가 널 지킬게.'
내가 널 다시는 잃지 않을게.
나는 입양된 아이였다. 언니들의 말을 빌리자면 화목했던 가정에 불화를 가져온 장본인, 그게 나였다. 유난히 나를 예뻐하시던 부모님께 불만을 가진 언니들은 나를 물속으로 밀어버린다거나 창고에 가둬버린다거나 하는 갖가지 방법으로 나를 괴롭혔다. 그날도 나를 강가에 빠뜨리고 사라진 언니들 때문에 홀로 추위에 떨고 있던 나를 발견한 것이 그였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는 나를 자신의 품으로 따스하게 안아주었다. 그게 그와의 첫 만남이었고,
'네년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제발, 언니..'
'더러운 입으로 나 부르지 마, 누가 네 언니야?'
다음 날, 다시 돌아온 나를 본 언니들은 내 머리채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한참을 그렇게 언니들에게 맞고 있었을 때였다. 쾅- 하고 열린 문 뒤에는 그가 서있었다. 나를 데리고 나온 그는 나를 안아들어 마차에 태웠다.
'괜찮아?'
'...어제.'
'다행이다. 기억하고 있네?'
'고마웠어요.'
'고마우면 이름 알려 줘.'
난 민윤기. 그게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는 내게 함께 살기를 권했고 그렇게 그와 함께 살게 된 뒤, 그가 없을 때를 틈 타 나를 찾아 온 언니들은 나를 끌고 가려 했다. 그가 선물해주었던 유리구두의 한 짝이 벗겨졌고, 나는 그대로 언니들 손에 끌려 외진 곳에 있는 창고에 갇혔다. 해는 졌고 바깥은 조용했다. 그가 보고 싶었고 어둠은 무서웠다. 한참 동안 울먹거리며 그의 이름을 부르길 반복했고,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아..'
'민윤기..?'
'찾았다.'
나를 안아오는 그의 품이 너무나 따뜻해 숨이 막힐 듯 울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그가 두려워하는 날 보며 말했다. 너는 그저 이곳에 가만히 있으라고. 내가 널 지키겠노라고. 다신 널 잃지 않겠다고. 나는 그의 맑은 눈동자에 비친 나를 보았고 그것을 믿었다.
"내가, 아무도 만나지 말랬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여전히 그의 눈빛은 뚜렷했지만 맑던 눈동자는 처음과 달리 탁하게 변해있었다. 내 목선을 타고 내려오던 그의 입술이 내 쇄골에 닿았다.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알아?"
"제, 발.."
내 가슴을 세게 움켜잡는 그의 행동에 말이 뚝뚝 끊기며 나왔다. 내 위에 올라탄 채 내 몸을 더듬던 그는 언제 가져왔는지 내 눈앞에서 유리구두를 보이며 나를 불렀다.
"이 빌어먹을 구두가."
"널 다시 찾게 한 이 구두가."
"널 저 밖으로 이끌 줄 알았다면."
이미 얜 내 손에 부서졌었겠지.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벽으로 구두를 던졌고 유리 깨지는 소리만이 우리 사이를 감싸던 정적 사이를 비집고 흘렀다. 이리저리 튀던 파편은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갔고 아릿한 아픔이 느껴졌다. 손을 올려 얼굴을 쓸려 하자 내 손이 닿기도 전에 내 볼에서 느껴지는 말캉한 느낌에 가만히 손을 내렸다. 상처에 뜨거운 혀가 닿자 아픔은 더 커져갔고 그와 동시에 그는 혀로 내 상처를 꾸욱 눌렀다. 나는 따가움에 입술을 꾹 깨물었고 거친 숨을 내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날 바라보는 그와 눈을 맞추었지만 그의 탁한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비추어지지 않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숨이 막혀왔다.
"대체, 왜 이렇게 됐어요?"
눈앞은 자꾸만 흐려졌고,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을 때마다 목이 매여왔다. 내 말에 표정을 굳힌 그는 나와 얼굴을 더 가까이했다.
"지키겠다고 했잖아."
"..."
"널 다시는 잃지 않겠다고."
"..날 잃지 않는 방법이 이거예요?"
"남자든 여자든 네 옆에 있는 사람은 다 널 데려가버릴 것 같으니까."
"..."
"그냥 내 옆에만 있어. 다른 곳은 보지마."
"대체, 왜..이렇게 변했어요?"
나를 그의 양팔로 가둔 채 내려다보던 그는 흐음.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게 내 탓이야?"
나와 눈을 맞추며 내 얼굴을 쓸어내리는 그의 모습에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악에 받혀 나를 노려보는 그의 눈을, 더 이상 내가 비추어지지 않는 그 탁한 눈동자를, 그가 아닌 악마의 눈빛을,
"아니,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지."
"다른 사람이 아닌 너."
시기와 질투 속에 파묻혀 제 자신을 잃어가는 그의 목소리를, 그가 아닌 악마가 내보내는 음성을, 더 이상 듣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설명
유리구두 뭔가 되게 뜬금없네요. 저거 아니면 신데렐라라는 걸 뭘로 티 낼 수 있을지 감이 안와서..(할말없음)
이번 글은 질투와 시기에 잠식되어 버린 민윤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원래 쓴 게 짧아서 과거도 넣고 뭐도 넣고 했더니 시기, 질투라는 주제에선 좀 많이 멀어진 것 같기도 한데 원래는 여주를 갖게 된 윤기가 자신 말고 다른 사람에게 여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집착하고 구속하고 그러다가 질투에 잠식되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근데 그게 표현이 잘 안된 것 같네여..(쭈굴) 그래도 라라라..예쁘게 봐주세요..욕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이번 것도 안야하네요. 그냥 야한 척하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우울)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하트 뿅
내사랑 암호닉♥
골드빈
이 글에서는 암호닉을 새로 받을까해요. 남자애×여자애 글에서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이어도 다시 한번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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