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 입시생이 연애하는 법00.유치원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공부에 대한 고민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고 그저 건강이 최고라는 옛 어른들 말씀을 따라 충실히 친구들과 친목도모를 다지며 아이돌 좋아하는 일만 열심히 했었던 내가 이 상태로 가다가는 답이 없다는 담임 선생님의 진심어린 충고 (사실 협박으로 들렸지만) 에 유일하게 자신있었던 달리기만 믿고 청소를 하던 엄마에게 무턱대고 "나 체육할래" 하고 외쳤던 그 다음 날인 오늘. 엄마는 하루종일 덕질만 하고 놀러만 다니던 딸내미가 스스로 뭔가를 하겠다는
말에 감명을 받아서 수소문해 잘 가르친다는 입시 학원으로 날 데려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체육관과는 다르게 조깅 10분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스트레칭을 하다가 문에 달린 종소리에 나를 쟨 뭐냐 하며 쳐다보던 그 수십 개의 눈을 나는 차마 뚫어지게 볼 수 없어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가 여긴 참 잘생긴 남학우들이 많구나 싶었다. 아 여긴 여자애들이 많이 없구나. 세상에 나 이러다가 막 고백 받는 거 아냐? 하며 망상을 하던 도중 맨 앞에서 스트레칭 숫자를 헤아리던 갈색 머리의 남자애가 내 눈에 들어왔다. 잘생긴 남자만 보면 환장하는 얼빠인 나는 또 아무 생각도 없이 그 남자애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나를 흘끗 쳐다보다가 관심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확 기분이 나빴다. 누군 뭐 관심 있는줄 아냐. 잘생기면 다야? 다기는 해.
"어머님 제가 ##이름 잘 가르치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세요."
"아유, 저희 애는 그냥 뭐 막 때리셔도 됩니다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엄마는 신나서 날 이 체육관에 두고 혼자서 문을 열고 나가버렸고, 홀로 타지에 떨어진 이방인처럼 자리에 서서 발만 보던 나에게 선생님은 사이즈에 맞는 트레이닝복과 조깅화를 주더니 "저기 탈의실에 들어가서 갈아입고 와" 하시곤 스트레칭이 끝나 서서 몸을 풀던 학생들에게로 가버리셨다. 멀뚱하게 서있던 나는 탈의실이 도대체 어디라는 걸까 주위를 둘러보다가 또 그 갈색 머리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아오 쟨 왜 자꾸 눈이 마주치는 거야. 이번엔 내가 먼저 관심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멀리 보이는 탈의실로 도도하게 걸어가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 아 미친 뭐야!!!!!!!!!!!!"
"끄아아아ㅏ앙아ㅏ아ㅏㅏ아아아악!!!!!!!!!!!!!!!!!!!!!!!!!!!!!!1"
그게 남자 탈의실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
갑자기 들려오는 엄청난 비명에 선생님 두 분이서 달려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고 나는 눈을 가린채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고 얼떨결에 피해자가 된 남학생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해보이는 표정으로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울먹이며 말했다.
"쌤 저... 저 미친 여자애는 도대체 누구예요?????? 도대체 왜 남자 탈의실에!!!!!!!!!!!"
선생님은 황당하다는 듯 우리 둘을 쳐다보며 웃었고 남자애는 애써 옷으로 상체를 가리며 울먹였다. 밖에선 무슨 일이냐며 수근대는 애들 목소리가 들렸고 내 어깨로 누군가의 차가운 손이 올라오더니 민망해서 땅바닥만 쳐다보던 나의 양 어깨를 잡고 탈의실 밖으로 이끌었다. 아. 마주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 눈동자들. 첫 날부터 아주 단단히 변태로 찍히겠구만. 허허. 젠장. 그런데 도대체 내 뒤에 선 이 차가운 손의 주인공은 누구신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그 남자애가 있는 뒤를 바라보는 척 손의 주인공을 쳐다봤는데 헐.
"취향 독특하네. 남자 탈의실을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당당하게 들어가고?"
하하.. 안녕 갈색 머리.. 키가 참 크구나 넌..
하하 똥망 글입니다 는 제가 보고 싶어서 쓰는 체대 입시생 김민규...
5p도 아깝지만 앞으로 분량도 팍팍 늘릴테니 예쁘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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