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한 잔 할까 '
그 말이 화근이였다.
-
쌀쌀한 겨울바람이 두껍게 껴입은 겉옷을 맴돌아 으슬으슬했다. 내가 추위를 유독 많이 타는 걸 아는 두준이가 걱정스럽게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초록빛 얄쌍한 병을 잡고 작은 잔에 술을 들이부으려니 이미 얼근하게 취한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 반은 흘리는 꼴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던 두준이가 말없이 자기 잔을 입으로 털어넣었다. 으- 쓰다 , 오늘만큼은 마시고 싶은데 쓰디 쓴 술맛에 인상을 찡그렸다.
" 뭐 땜에 싸웠는데 "
" 싸운거 아냐 "
이미 풀려버린 혀가 발음을 잔뜩 흘렸다.
자꾸 쿡쿡 웃음이 났다. 홀로 우스운 꼴이 된 나도 웃겼고 날 감쪽같이 속아넘겼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을 멤버들도 웃겼다.
그냥 다 웃음이 났다. 헤헤 웃는 입이 아팠다.
" 너 취했다. "
" 나 안취했써어- "
너 내 주량이 얼만지는 아냐? 흐흐 때려부어도 저얼대로 안취한다 뭐
앞이 빙글빙글 도는게 재미있었다. 적당히 알딸딸한 기분이 좋았다.
눈 앞의 잘생긴 두준이 얼굴위로 익숙한 얼굴이 씌워진다.
우현이? 너 왜 여기까지 와서 나 괴롭혀 이 개새끼야
혼자 궁시렁거리는데 두준이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두준아, 나 힘들어 존나 힘들어 투정같은 욕지기들이 입밖으로 주을 수도 없게 막 튀어나왔다.
순간 멤버들이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따.
우리 처음 만났을때,
첫 데뷔,
첫 일위
수많은 일들이 지나가면서 마지막 남은 건 우현이였다.
성규형 - 그 다정한 목소리 오늘 아침의 그 배신감
만감이 리본처럼 묶여 결국 꼬여버린다.
결국 현실은 내가 알지못했던 불편한 진실이였으니까 , 여태까지 잘 속여온 멤버들에게 박수라고 쳐주고 싶은 심정이였다.
" 울보 "
" ... 울보아니야 "
" 울면서 얘기하면 누가 믿어? "
" 내가 ... 울어? "
습관처럼 눈에 손을 댔는데 물기가 긴 손가락을 타고 흐른다.
나 우는건가, 내가? 김성규 많이 죽었네
내 모습이 같잖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 두준아, 내가 너 진짜 좋아하는거 알지 "
" 아니 모르는데? "
" ...... "
" 아 알았어 알았어 알지 뼈저리게 느낀다 아주 "
근데 왜 애들은 나 안좋아할까 난 좋아하는데 애들은 나 싫대, 난, 난 안그런데
주기만 하고 보답받지못한 마음이 산산히 조각났다.
조각난 마음에 베여 따끔거렸다. 결국 혼자 남아 울고있는 날 끌어안은 건 두준이였다.
멤버들이 아닌 두준이. 유독 더 기대고 더 믿었던 우현이가 아니라 두준이
내가 두준이 품에서 느낀 건 따뜻함과 그리고 그 이상의 마음이였다.
날 생각해주는 사람의 품이 그리웠다.
외로운 생활이 반복될 수록 난 점점 지쳐버리고 만다.
전전긍긍 끙끙 앓아왔던 긴장이 탁- 하고 풀린다.
그런데 이렇게, 날 일으켜주는 사람이 한명 있다.
두준이,
그때 내 두꺼운 패딩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누구지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지만 딱히 궁금하진 않았다.
반 쯤 넋이 나가 얌전히 두준이에게 안겨있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하지만 시끄럽게 제 존재를 아리던 핸드폰은 두준이 손에 의해 힘없이 딸려나갔다.
여보세요 - 하는 두준이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다.
" 성규 지금 나랑 술마셔 "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무어라 얘길 하는가 싶더니 두준이가 말을 이은다.
" 나랑 좀만 더 마시다 갈게 너무 걱정안해도 돼 끊는다 "
다정하기만 했떤 두준이의 목소리에 날이 서있었다. 날 바라보는 듯 두준이의 시선이 정수리에서 느껴진다.
누구냐고 묻진 않았다. 예상하고 있다. 남우현, 너일테지
" 아주 꽐라가 됐구먼 ? 어? "
" 나 안취했써어~ 더 마실래꺼야아.. "
" 애교부리는 것 봐라 그래도 안돼 가자 "
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날 들어올린 두준이가 날 들쳐업는다.
너 등짝도 디게 넓다아- 이 이기적인 시키.. 잘생기고 키크면 다냐?! 엉?!
네네 답니다-
헤헤하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기분 좋아, 두준이 등 편해 눈이 스르륵 감겼다.
나말고 딴 놈이랑 술마시지마라
단호한척하는 두준이의 말을 마지막으로 난 덮쳐오는 어둠에 까무룩 정신을 놨다.
-
얇은 눈꺼풀새로 미지근한 햇볕이 새어 들어왔다.
눈이 확 떠지는데 잠시 정신을 놓을 뻔했다.
눈 앞에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다 잠시 눈을 꿈뻑였다. 어, 어디지 하는 생각에
덜 깬 뇌가 바쁘게 움직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 옷들, 그리고 우현이 옷들이 걸려있는 옷장
깔끔한 바닥.
아 여긴 숙소, 구나
탁 떠오른 생각에 안심하고 눈을 비비는데 긴장이 풀리니까 속이 쓰려온다.
어제 두준이랑 술을 너무 퍼마셨나, 두준이한테 업힌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더 이상 생각이 나질 않는다. 으- 머리가 띵하다. 기억하지말라이건가,
쓰린 속을 부여잡고 방을 나서는데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티비만을 열심히 보고있었다. 간간히 웃음소리가 나는 걸 보면 재밌나보다.
..재밌어?
날 발견한 동우가 반갑게 인사했지만 억지로 입꼬릴 끌어올려주기만 했다.
순간
아, 나 억지로 웃는거 다 티나는데
이어 난 생각에 잠깐 후회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우의 눈꼬리가 조금 내려갔지만 애써 외면했다.
성종이도 부엌에서 시끄럽게 설거지를 하다 날 발견하곤 웃으며 입을 떼려는데 그냥 지나쳤다.
이젠 멤버들 얼굴만 봐도 토기가 쏠렸다.
어제한 과음 때문인지 아니면 어제...
" 형, 꿀물 먹어요 "
쑥 내밀어진 컵하나에 얼굴을 드니 아, 우현이다.
" 우욱-! "
" 형! 괜찮아요?! "
갑자기 올라온 헛구역질에 입을 틀어막았다.
깜짝 놀라 날 붙잡은 우현이의 얼굴이 걱정스러운 빛이 가득 찬다.
날 걱정해? 니가?
거짓말
" 형 그러니까 빨리 꿀물먹ㅇ... "
" 안먹을래 "
우현이의 눈이 놀라움으로 동그래진다.
하긴 술먹은 다음 날엔 무조건 꿀물부터 찾았으니까.
근데 지금은 지가 타준 꿀물은 먹을 수가 없다.
난리가 난 속이 더 난리가 날 것만 같았다.
" 아, 너무 달아서 못먹겠어 "
애써 변명했지만 급조한 티가 났다. 단거에 환장하는 내가 달아서 못먹겠다니 거짓말인거 몰라줬으면 좋겠는데...
날 꽉 붙잡은 손을 조심스레 떼어냈다. 날 바라보는 눈길도 피했다.
실망한 티를 숨기지못하는 우현이를 두고 뒤돌았다.
지금 니가 한 실망은 내가 어제 당한 실망의 끝머리도 잡지못해.
재밌는 오락프로도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지 못했다.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오.. 오늘 연습해요 형? "
호원이의 다급한 말투가 궁금해서 물어봤다기보단 뒤돌아 가는 날 붙잡으려는 의도가 더 큰 듯했다.
난 여전히 애들한테 등을 보인채 난 말했다.
" 아니 "
놀란 멤버들의 표정이 안보여도 선했다.
연습을 그렇게 시키던 형이 자진해서 안한다니까 놀라고, 또 기쁘겠지
" 너네 피곤하잖아 "
나빼고 노느라
내가 들어선 방의 문이 꽝 하고 닫혔다.
-
- 자냐?
" 지금 7신데 누가 이시간에 잠을 자 "
- 어제 니가 얼마나 퍼마셨는지 모를거다 나한테 엉엉 울면서
두준아 난 너없으면 못살거같...
" 다 기억나니까 뻥칠 생각하지마라 "
- 그래? 그건 됐고 나 지금 너네 집 앞이니까 나와
" 뭐? "
- 기다릴게
뚝 끊긴 전화를 황당해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제일 두껍고 따뜻한 패딩을 입고 툴툴거리며
나가려는데 마침 방에 들어오려던 우현이와 딱 마주쳤다. 아.. 씨발..
" 또 어디가요? "
그냥 좀 지나쳐주면 안돼나, 나는 불편한 감정에 눈썹을 이그러뜨렸다.
부글부글한 속이 폭발할 것만 같은 느낌
" 두준이 만나러 "
두준이의 이름을 부르느라 화를 꾹꾹 눌러담아 말했다.
말없이 서있는 우현이를 그대로 지나쳐 집을 나왔다.
춥네, 추웠다. 알 수없는 씁쓸함에 입술을 짓이겼다.
복잡한 머리가 뚝 하고 멈췄다.
가로등 밑의 빛을 받고 서있는 두준이는
.... 솔직하게 멋있긴 멋있었다.
두준이한테 목매는 여자연예인들이 이해가 가긴 갔다.
저렇게 잘생기고, 매너도 좋은 남자를 어떤 운좋은 여자가 데리고 갈까
" 왔냐 ? "
" 어.. 어 "
씨익 웃는 두준이이 얼굴에 잠시 멍때리다 퍼뜩 말을 이었다.
" 왜..왜 나오라한건데 "
" 자 "
난데없이 손을 내미는 커다란 손엔 캔에 담긴 꿀물이었다.
아.. 우현이가 왜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 왜, 감동먹어 죽겠냐? 빨리 마셔 너 속쓰리잖아 "
아, 으응.. 꿀물은 막 꺼내온 듯 따뜻했따. 덕분에 속이 풀리는 듯 한결 편해진 속에 표정이 풀렸다.
그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두준이 손이 빨갰다.
나, 기다리느라고 그런건가
" 어, "
두준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차디찬게 꽤 밖에 오래있었는 듯 했다.
당황한 두준이가 날 바라봤다.
" 내 손, 따뜻해 "
잠시 멈칫한 두준이가 내말을 이해한 듯 픽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맞잡은 손을 그대로 끌어 저 품에 날 가뒀다.
놀라 눈을 꿈뻑이는데 가라앉은 두준이의 목소리에 난 지그시 눈을 감았다.
" 이게 더 따뜻한거 같은데 "
-
읍!!!!!!!!오그리!!!!!!토그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어어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근데 이걸 현성으로 갈지 두규로 갈지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ㅠㅠㅠㅠㅠㅠ
쓰다가 정가면 정하려곻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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