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닿았다.
아마 칼인듯했다.
나는 칼을 떨어뜨릴세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걱정 마. 찌르기만 하면 뒤처리는 알아서 해줄게"
나는 남자가 나를 이끌어주는 대로 보이지 어둠 속을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디뎠다.
이윽고 남자가 멈춰 섰다. 나도 따라 멈춰 섰다.
"내 발소리가 사라질 때 그냥 앞을 향해서 찔러. 살고 싶은 만큼 찔러.
허튼수작 부릴 생각하지 말고"
남자의 말과 동시에 묵직한 것이 내 관자놀이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눌렀다 떨어졌다. 총인 것 같았다.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손은 풀어주고 가야겠네.
안대는 찌르고 나서 벗어 아니다, 안 벗는 게 좋을거야
찌르기 전에 벗으면 죽는다."
나는 멀어져 가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없어졌다. 발소리가.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겠지.
조용해지니 앞에서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 것만 같은 신음이 들려왔다. 이 사람은 무슨 잘못이 있어서 여기에 이러고 있을까.
막상 찌르려고 하니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떨리는 손을 서서히 앞으로 뻗었다.
칼끝에서부터 전해져 손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부드러움이 소름 끼치도록 싫어 당장이라도 빼버리고 싶었다.
끝까지 밀어 넣었다. 찌르고 또 찔렀다.
이젠 희미한 신음마저 들려오지 않는다.
나는 천천히 안대를 벗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주먹으로 가슴을 수없이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거기 누구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누가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하아.. 눈 떠보니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윤기는 자신의 손등에 난 흉터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잊으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잊을 수없었다.
기억은, 저만치 밀어 놓아도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어떤 상황이 되면, 의식 위로 떠올라서 우리 마음이 반응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런 경험은 일부러 기억해 내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윤기는 자신의 흉터에 박혀있는 기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자신의 손으로 엄마를 죽였던 그날 자신도 죽었다고. 내가 꼭 그 새끼 찾아내서 죽이고 엄마 보러 갈게.
무의식적인 분노는 정신적인 불행이나 불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것은 분노와 적대감의 원천이다. 그것은 현실을 완전히 곡해하여 자신을 망가뜨리고, 본심의 청아한 빛을 찾지 못하게 한다.
윤기는 그날 이후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원입니다 :D 분량이 똥이어서 죄송해요..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이해 안가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그러니까 윤기가 자신의 과거를 꿈꾼거죠.. 윤기가 엄마를 손으로 죽였어요..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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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네띠네, 0103, 꽃담배, 찐슙홉몬침태꾹, 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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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