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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hideus (오르치데우스)
; 지팡이에서 한다발의 꽃을 나오게 함.
미리 알아둬요 *'ㅅ'* : 해리포터 원작에서는 호그스미드의 출입은 부모님의 허락 하에, 3학년부터 이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오르치데우스에서는 부모님의 허락만 있다면 1학년부터 가능한 것으로 합시다.
그래야 호석이랑 도망을 칠 수 있거든요.
2. 김태형, 그리고 정호석.
크리스마스 휴일의 막바지였다. 김태형은 예고했던 대로 휴일이 끝나기 하루 전 날 호그와트로 돌아왔다. 아주 이른 아침부터 내 어깨를 흔들며 깨우는 제니에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 가득히 들이차는 제니의 얼굴은, 뭔가 흥미로운 것 같기도 하고, 걱정인 것 같기도 했다. 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다 의문이 들었다. 제니는 언제 왔지? 휴일 내내 혼자 썼던 기숙사를 둘러보다 하품을 하며 다시 제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곧바로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는 내 손을 끌어당겼다. 밖에, 제니는 숨을 잠시 고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김태형, 걔 왔어. 제니의 물음에 잠이 덜 깼나 싶어 잠시 멍하게 있다 다시 되물었다. 뭐? 내 물음에 제니는 완전히 침대 밖으로 날 끌어내리고는 떠밀었다. 김태형, 왔다고.
그렇게 제니에게 떠밀려서 얼떨결에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망토에 후플푸프의 목도리를 맨 김태형이 보였다. 덤으로 제 옆에 놓아둔 여행 가방도. 김태형은 작게 하품을 하며 멍하게 서있다 나를 발견하자마자 한달음에 걸어왔다. 너, 왜 지금 여기 있어? 내 물음에 김태형은 내게 팔을 뻗다 말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의아하게 볼 사람이 누군데... 김태형은 가만히 내 눈을 들여다보다 눈을 접어 웃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 온다고 했잖아. 너무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듯 답하는 김태형의 말에 순간 어, 어...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아니, 야. 그게 아니라. 지금 아침이잖아. 어떻게 왔어?"
"어? 아, 난 또 뭐라고..."
그냥 일찍 왔어. 덤덤하게 말한 김태형은 내 모습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는 제 가방 앞에 쭈그려 앉는다. 그냥은 무슨 그냥... 툴툴거리는 내 목소리에도 전혀 아랑곳 않는다는 듯 제 가방을 뒤적거리던 김태형은 다시 일어나 내게 무언가를 내민다. 곱게 포장된 꾸러미가 두 개. 이게 뭐야? 잔뜩 의아한 목소리로 김태형에게 묻자 예의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까딱인다. 그냥, 선물. 김태형의 말에 이리저리 둘러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하나는 가볍고, 하나는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만큼 무겁다. 괜히 두 개를 비교하며 만지작거리자 김태형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내 등을 떠밀어 기숙사 쪽으로 향한다. 아, 잠깐만! 내 외침에도 김태형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얼른 씻고 나와. 밥 먹으러 가자. 민윤기는 아침 잘 안 먹잖아. 김태형은 뚱보 여인의 초상화 앞에 서자 그제야 내 몸을 돌리고는 빤히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형은 착하다, 하면서 다시 내 등을 떠민다. 뚱보 여인에게 암호를 말하고는 기숙사로 들어가려다 몸을 틀어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헤실거리던 김태형은 얼른 들어가라는 듯 턱짓을 한다. 작게 코웃음을 치고는 김태형을 향해 주먹을 들어보였다. 어디서 오빠인 척이야. 안 어울리게. 내 말에 김태형은 들켰다, 하고는 배시시 웃는다. 아, 하고 싶었어. 투정부리듯 웅얼거리는 김태형의 말에 조금만 기다려, 하고는 기숙사로 완전히 들어왔다.
아직 조용한 기숙사 휴게실에 다행이라며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서둘러 방으로 향했다. 그새 씻고 옷을 갈아입은 제니가 방으로 들어서는 나를 보고는 얘기 잘 했어? 하며 물어온다. 어, 응. 근데 빨리 왔네? 내 물음에 제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냥... 일찍 와서 쉬려고. 나를 힐끔 본 제니는 곧바로 짓궂게 웃으며 물어온다. 태형이랑 뭐했어? 제니의 물음에 작게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늘 그렇지. 내 말에 제니는 그런가, 하며 수긍한다. 그건 뭐야? 제니의 물음에 고개를 숙이자 손에 쥐여있는 꾸러미 두 개가 보인다. 아, 이거... 내가 말을 흐리자 제니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얼른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며 방을 나선다. 제니가 완전히 방을 나선 것 같자 그제서야 침대에 앉아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아, 너무 예쁘게 포장되어 있어서 좀 그런데...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손을 대담하게 움직였다. 내키는대로 포장을 찢다보니 내용물이 나왔다. 하나는 빨간색의 장갑, 하나는 온갖 먹을 것이 담겨 있는 봉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먹을 것이 잔뜩 들어 있는 봉지를 먼저 들었다. 파이부터 시작해서 온갖 크리스마스 요리와 간식들이 담겨져있었다. 필시 김태형이 내 생각난다며 제 엄마를 닦달해 바리바리 싸왔을 것이 뻔했다. 입에 사과 파이 하나를 물고는 장갑을 꺼내들었다. 빨간색의 벙어리 장갑. 뭐야... 잠시 고민하다 손에 장갑을 꼈다. 오, 예쁘다. 흡족한 기분으로 손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김태형이 생각나 서둘러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귀찮으니까 나중에 씻어야지. 대충 망토까지 하나 걸치고는 다시 기숙사 밖으로 서둘러 나갔다.
김태형. 벽에 서있던 김태형은 눈을 감고 있다 내 목소리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빨리도 나온다.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손목을 잡아채 걷기 시작했다. 배고프지, 얼른 가자. 뻔뻔한 내 말에 김태형은 피식거리며 웃다 결국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선물은 봤어? 퍽 다정한 목소리를 내는 김태형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목을 놓았다. 걸음을 빠르게 옮겨 금세 옆으로 다가온 김태형은 가만히 앞을 보다 물어온다. 마음에 들어?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이니 다행이네, 하고 슬쩍 미소를 짓는다. 근데 왜 빨간색이야? 예쁜 색 많은데. 연회장 문을 열며 물으니 김태형은 또 예의 그 방실거리는 웃음을 보이며 연회장으로 들어선다. 그리핀도르, 빨간색이잖아. 꽤 일리있는 말에 아, 하고 작게 탄성을 내지르니 김태형은 뿌듯하다는 듯 웃고는 내 손을 잡아끌어 대충 끝자리에 앉힌다.
이거 그리웠어. 후플푸프 기숙사면서도 뻔뻔하게 내 옆에 앉은 김태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접시에 음식들을 담기 시작한다. 하긴 이러는 게 한, 두 번도 아니고. 이제 호그와트 학생들이라면 다 익숙해졌을만큼 김태형이랑 붙어다니기도 했고. 민윤기만 없으면 둘이 밥 먹는 날도 많고. 심지어 우스갯소리로는 김태형은 사실 그리핀도르 아니냐며, 그냥 이 정도면 기숙사를 옮겨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입에 음식을 잔뜩 넣어 빵빵해진 볼로 엄지를 척, 치켜드는 김태형을 보다 그릇에 옮겨담기 시작했다. 오늘도 진짜 맛있겠다. 새삼 감탄하며 한 입씩 떠 입에 넣어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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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을 처음 만난 것은 새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첫 느낌이 뭔가 좋지만은 않았던 민윤기와는 그 사이에 친해져 절친이 되었다. 여기저기 나를 끼고 다니던 민윤기는 그 날따라 일이 있다며 호그와트에 익숙하지도 않는 나를 놔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조금 넉넉한 시간표 덕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는 중이었다. 움직이는 계단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금지된 숲으로는 가지도 못 하고... 슬슬 지겨워질 즈음에야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쁜아."
우쭈쭈. 어디선가 들리는 들뜬 목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지금 이 시간에 나처럼 잉여롭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또 있단 말인가.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걸어오다보니 어쩌다 도착한 금지된 숲이 보일 뿐. 쓸 수 있는 마법은 몇 개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팡이를 손에 꾹 쥐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잔뜩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새에 다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왜 여기 있어? 응?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민윤기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잠시 떠오르는 민윤기 얼굴에 고개를 젓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목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이었다. 이 곳만 돌면...
...아. 몸을 틀자마자 당황해 다시 몸을 숨겼다. 하얀 강아지와 신나게 놀고 있는 남자애 하나가 보였다. 아는 척을 해야 하나.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누가 지켜보고 있는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는 남자애가 다시 시야에 들이찼다. 목도리... 아니, 여름인데 웬 목도리. 의아할 틈도 없이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후플푸프구나. 목도리와 넥타이 색을 빤히 보다 결론을 내리고는 잠시 멍하게 서있었다. 왜 혼자서 저러고 있을까. 신입생인가? 신입생 중에 저런 얼굴은 못 본 것 같은데... 내가 생각에 꼬리를 잇는 사이 어느새 남자는 예쁜아, 예쁜아, 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애처럼 웃는 얼굴이 말갛다. 햇살이 좋아서 그런가.
그냥 다시 돌아가야겠다. 별로 위험한 사람도 아니고... 생각을 끝맞치고 다시 몸을 돌리는 순간, 나긋한 목소리가 들린다. 계속 그렇게 있을 거야? 틀려던 몸을 그대로 멈췄다. 어떻게 알았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이 쪽을 보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덤으로 활짝 웃고 있는 얼굴도. 어... 아, 그게. 말을 잇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자 남자는 내게 손짓을 해보인다.
"예쁜이. 예쁘지."
"...어?"
"너도 예쁜이 볼래?"
하얀 강아지를 예쁜이라고 부르나 보다. 강아지 쪽을 향해 작게 턱짓을 하는 남자를 바라보다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제 앞에 선 나를 올려다본 남자는 자리를 조금 옮기고는 다시 강아지를 쳐다본다. 어디서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혼자 있더라. 나긋하게 말한 남자는 다시 강아지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강아지도 남자의 손길이 싫지는 않은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그대로 쪼그려 앉아 남자를 힐끔거리다 손을 들어 강아지의 등을 쓰다듬었다. 와, 부드럽다. 작게 감탄하자 대뜸 옆의 남자는 웃음을 터뜨린다. 의아하게 올려다보자 어느새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왜... 내가 말을 잇기도 전에 남자는 손을 내민다. 후플푸프, 1학년 김태형. 간결하게 제 소개를 한 남자, 아니 김태형은 얼떨떨한 내 표정을 보고는 그대로 내 손을 잡아끌어 위아래로 흔든다. 예쁜이만큼 너도 마음에 들었어. 우리 친구하자.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던 김태형은 곧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야겠다. 나중에 보면 인사해. 김태형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쁜이도 다음에 또 보자. 제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에게 살랑살랑 손을 흔든 김태형은 그대로 뒤로 돌아 걷기 시작했다. 점점 작아지는 김태형의 등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강아지를 내려다보았다.
...예쁜아. 고민하다 작게 웅얼거렸다. 저를 부르는 것을 눈치챘는지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예뻐. 작게 웃고는 김태형처럼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다음에 또 봐. 강아지를 뒤로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게 김태형과의 첫만남이었다.
김태형이 말했을 때는 뭐, 자주 만나겠나, 싶었는데 막상 학교 생활을 하다보니 정말 자주 마주치는 거다. 밥 먹을 때도, 수업을 들으러 다닐 때도. 평소에는 왜 인식을 못했나, 싶을 정도로 김태형과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났다. 김태형은 언제나 제가 먼저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는 내 이름을 불렀다. 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그리핀도르 친구야! 예쁜이 친구야! 하고 불렀다. 물론, 예쁜이가 나인 줄 알았던 민윤기의 표정은... 그래, 가히 볼만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그렇게 김태형을 자주 만나다보니 어느새 둘도 없는 절친이 되어있었다. 근데 진짜로 김태형처럼 잘 받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더 친해질 수도 있었던 거고. 특히나 김태형은 향기가 좋았다. 내가 딸기향을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김태형에게서는 달달한 딸기향이 났다. 실제로 김태형은 달달한 걸 좋아한다고 하기도 했고. 딸기향이 또 진하기는 얼마나 진한지. 모퉁이 멀리서부터도 딸기향이 풍기면 곧바로 김태형인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물론, 모퉁이 뒤에 숨어서 김태형 놀리는 것도 재미 있기도 했고.
어쨌든 우리는 호그와트의 전설 아닌 전설이 되었다. 다른 기숙사끼리 저렇게 절친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학생들은 신기해했다. 물론 민윤기는 조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 같기는 했지만. 어차피 저와 내가 동급생이 아니라 항상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노릇도 아니었기에 별 다른 말 없이 넘어가고는 했다. 그리고 김태형이랑 있으면 재미는 엄청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만족해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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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밥을 다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는데 김태형은 이번엔 케이크를 먹자며 성화다. 케이크?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태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테이블을 가리킨다. 고개를 돌리자 시끌벅적한 한 테이블이 보였다. 저기가 아마... 슬리데린 쪽이었나.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곧바로 수긍했다. 아, 슬리데린이구나. 슬리데린 맞구나. 겨우 며칠 봤다고 익숙해진 박지민 얼굴에 이 쪽을 보기 전에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뭐? 내가 다시 물으니 김태형은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을 몇 번 치고는 입을 연다. 케이크 먹어야지. 너 보나마나 휴일 내내 하나도 안 먹었지? 김태형의 물음에 괜히 정곡이 찔린 것 같아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민윤기는 그런 거 말 안 해주던데. 내 반응에 김태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케이크, 케이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알겠어, 먹자. 그걸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곱게 접어 웃는다.
우와. 내가 작게 감탄하자 김태형은 뿌듯하다는 듯 웃는다. 안 그래도 호석이 형한테 물어봤다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하는 김태형에 작게 웃었다. 예쁘다. 내 말에 김태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근데 이거 아까워서 못 먹겠다, 어떡해. 내 말에 김태형은 가만히 케이크를 바라보다 덩달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 진짜 아깝다. 둘이서 한참 케이크를 내려다보다 어떡하지, 하며 시선을 교환했다. 그냥 먹을까, 말까. 내 말에 김태형은 잠시 고민하다 그냥 먹자며 칼을 집어든다. 호석이 형이 이거 진짜 맛있대. 침을 꿀꺽 삼킨 김태형은 그대로 케이크를 조각내기 시작했다. 칼질을 한 번 할 때마다 케이크 위에서 유연하게 스케이트를 타던 장식물은 칼을 피해 좁은 공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는 케이크 자르는 것에 집중하던 김태형은 곧 무심한 손놀림으로 장식물을 뽁, 하고 뽑아냈다. 물론 장식물이 조금 버둥거리기는 했지만. 겨우 케이크를 전부 조각낸 김태형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내 접시 위에 한 조각을 올려다주었다.
"와..."
"왜?"
"진짜 맛있어."
최고. 포크로 조금 덜어내 먹은 내가 엄지를 치켜 들자 김태형은 날 빤히 바라보다 진짜? 하며 제 포크를 손에 쥔다. 응, 진짜로. 호석이 오빠 말이 맞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형도 한 입 먹고는 우와, 하며 엄지를 치켜 올린다. 괜히 장난기가 발동해 김태형 엄지에 내 엄지를 맞대자 김태형은 배시시 웃으며 손을 만지작거린다. 씁. 내가 혀를 차고는 다시 케이크를 먹기 시작하자 김태형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접시에 고개를 박고는 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강아지 같아서 작게 웃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랬더니 또 좋다고 헤실거린다. 마치 주인에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마냥. 애니마구스 마법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애니마구스 마법: 갖가지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사의 총칭.
대표적인 예로 시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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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기숙사까지 데려다주겠다는 김태형을 만류하고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휴게실에는 언제 일어났는지 모를 민윤기가 큐브를 맞추며 앉아있었다. 잊어먹으면 서운한 딸기맛 막대사탕마저도 입에 물려있었고. 왔냐. 민윤기의 물음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소파로 향했다. 제 옆에 앉은 나를 힐끔 본 민윤기는 자연스레 제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손에 쥐어주었다. 밥은. 사탕을 까며 묻자 민윤기는 별 생각 없어, 하고 무심하게 중얼거린다. 얼씨구. 사탕을 입에 넣으며 핀잔을 줘도 민윤기는 들은 채도 안한다. 혼자 먹었어? 아예 말을 돌려버리는 민윤기에 못마땅하다는 듯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김태형이랑. 내 말에 민윤기는 다행이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 큐브를 돌리던 손을 멈춘다. 지금 아침 먹고 온 거, 맞지? 민윤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민윤기는 허, 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무리 봐도 물건.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린 민윤기는 다시 분주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 들어가서 잘래. 머뭇거리다 입을 열자 안 된다는 답이 곧바로 들어온다. 나중에 호석이 오빠 오는데 좀 자다 갈래... 내 칭얼거림에 민윤기는 씁, 하며 내 머리를 제 어깨에 기대게 만든다. 아, 이거 불편해. 내가 작게 중얼거리자 민윤기는 그냥 조용히 하고 자기나 하라며 내 머리를 꾹 눌러온다. 민윤기... 씨이... 내가 짜증 섞인 몸짓으로 바둥거리자 민윤기는 내 머리를 누르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준다. 존나 독재자. 내가 툴툴거리자 머리 위에 얹었던 손이 슬금슬금 내려와 입술을 아프지 않게 친다. 존나, 쓰지 말라고 했지.
깜빡 잠이 들었는지 눈을 뜨자 정신이 멍했다. 아, 목이야. 여전히 큐브를 만지작거리는 민윤기에게서 떨어져 뻐근한 목을 몇 번 움직였다. 뼈소리가 들리자 민윤기는 경악스럽다는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몇 시야? 그 시선을 싹 무시한 채로 묻자 민윤기는 별 다른 말 없이 잠시 고개를 돌렸다 네 시, 하고 답한다. 헐. 그 말에 깜짝 놀라 그대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몇 시간이나 잔 거야. 아, 호석이 오빠. 내 작은 외침에 민윤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지금이라도 나가라며 내 등을 떠민다. 그에 서둘러 내 방으로 향해 급하게 챙기기 시작했다. 망토랑, 목도리... 그리고 김태형이 준 장갑도 손에 끼고. 다시 휴게실로 나오자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민윤기가 보인다. 이거. 김태형이 준 먹을 것에서 대충 몇 개만 빼 민윤기 다리 위에 올려두었다. 밥 안 먹었지, 이거 먹어. 의아하게 올려다보는 민윤기에게 속사포처럼 내뱉고는 목도리를 두르며 기숙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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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손을 흔들며 오빠에게로 달려가자 오빠는 천천히 오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호그스미드 입구에서 만나기로 호석이 오빠랑 휴일 전에 약속을 했었다. 오빠도 하루 일찍, 세 시 반에서 네 시 쯤 올테니 그 때 둘이서 호그스미드에 놀러가자고 하면서. 예전에는 3학년 이후로만 호그스미드 출입이 가능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저학년도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특히 호석이 오빠는 호그스미드 곳곳을 잘 알아서 같이 다니면 더 재밌기도 하고. 서둘러 달려가 오빠 앞에 서자 오빠는 내 얼굴을 힐끔 보고는 장난스레 울상을 짓는다. 얼굴 빨개진 거 봐. 못살아. 마치 엄마처럼 잔소리를 하는 오빠의 등을 괜찮다고 떠밀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버터맥주 마시러 가자. 추워.
으. 덜덜 떨며 목도리와 장갑을 벗어두고는 가장 구석자리에 앉았다. 싱글거리던 오빠는 대충 버터맥주와 먹을만한 것들을 주문하고는 턱을 괴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내가 묻자 오빠는 고개를 몇 번 젓고는 별 일 없었고? 하며 물어온다. 응. 고개를 크게 끄덕이다 갑자기 생각난 것에 박수를 치며 입을 열었다. 그, 케이크, 오빠가 가르쳐줬다며. 그거 완전 맛있었어. 다시금 생각나는 달달한 맛에 내가 엄지를 치켜들자 오빠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잘했어,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곧 주문한 것들이 나오고, 버터맥주를 한 모금 마시자 따뜻한 기운이 온 몸에 퍼져나가는 느낌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은 오빠도 마찬가지인 것인지 나른하다고 중얼거리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아, 맞다. 그... 슬리데린에 박지민 있잖아. 걔가 친하게 지내자고 했어."
"박지민? 걔가 왜?"
"몰라. 그냥 갑자기."
갑자기 생각난 박지민에 오빠에게 이야기를 해주고는 심드렁하게 답하며 감자튀김을 주워먹었다. 오, 양념이 더 맛있어졌네. 눈치 없이 몇 번 더 주워먹다 그제야 심각한 오빠의 표정을 보고는 왜? 하고 묻자 오빠는 아니야, 하며 고개를 젓는다. 민윤기는 별 말 없고? 오빠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나름 나쁘지 않던데? 내 말에 오빠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젓는다. 눈치가 없는 것도 죄야. 오빠는 작게 중얼거리고는 제 잔을 천천히 비우기 시작한다.
-
호석 오빠를 다시 만난 것은 순전히 김태형 덕분이었다. 김태형과도 절친 중에 절친, 정말 인생 친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쯤 김태형은 제 기숙사에서 저와 정말 친한 형이 있다며 내게 넌지시 말을 해왔다. 퀴디치 주장인데, 퀴디치도 엄청 잘 하고, 성격도 좋고, 얼굴도 진짜 짱이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데 궁금하지 않을 리가. 그래서 김태형에게 소개해달라고 말했더니 김태형은 활짝 웃으며 안 그래도 그럴려고 말을 꺼낸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그 주 주말 호그스미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민윤기는 집요하게 누굴 만나러 가냐고 캐물었지만 태형이를 만난다고 하니 그새 기 빨린 표정으로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쨌든 설레는 마음으로 입구에 서있자, 곧 저멀리 김태형과 다른 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멀리서도 나를 발견한 김태형은 손을 흔들며 즐거워했다. 그에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는 김태형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얼마나 좋은 사람이길래 그렇게 칭찬을 하나 싶어서, 정말 궁금한 마음도 있었고. 그리고 몇 발자국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김태형 옆에 서있던 남자는 그대로 자리에서 멈추었다. 물론 남자를 알아본 나도.
"...어?"
기차...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하자 남자, 아니 호석이 오빠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핀도르 된 거 봤어요. 태형이랑 친구일 줄은 몰랐네. 살갑게 말을 붙여오는 호석이 오빠에 잠시 우물쭈물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반응에 김태형은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둘이 아는 사이야? 김태형의 물음에 호석이 오빠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그 말에 김태형은 고개를 내게로 돌렸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는 수 밖에 없었다. 맞는 말인 걸, 뭐. 장난스레 웃다 일단 뭐라고 먹으러 가자는 호석이 오빠의 말에 셋이 사이좋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태형이랑 놀아준다고 고생 많아요. 장난스러운 오빠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형은 씩씩거리며 제가 놀아주는 것이라고 항의했지만 김태형 편이 되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 삐지기 전에 관두는 게 낫겠다 싶어 놀리는 것을 관두기는 했지만. 어쨌든 한참 걷다 이것저것 말을 붙이는 오빠에 괜히 뻘쭘한 기분이 들어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 편하게 말 놓으세요. 내 말에 오빠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너도 편하게 오빠라고 해. 반말도 쓰고, 하며 말해왔다. 그에 김태형은 다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게 친해진 호석이 오빠는 그 후로 틈이 날 때마다 나를 데리고 호그스미드에 가주었다. 그러다보니 오빠랑도 정말 많이 친해졌고, 오빠가 얼마나 진국인 사람인지도 알 수 있었고. 민윤기와는 다른 오빠미라고 해야 하나. 남준이 오빠도 있지만, 그 오빠는 공부 말고는... 응, 그래서. 하여튼 호그와트에서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었다. 고민 상담도 많이 하고, 둘이서 시간도 많이 보내고. 특히 호석이 오빠와의 유대감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게 제일 많이 쌓인 순간이 처음으로 퀴디치 경기를 본 날이었다. 그 날은 민윤기를 다시 본 날이기도 하고, 호석이 오빠를 다시 본 날이기도 하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오빠를 보자 골든 스니치를 금세 잡아버린 민윤기가 놀라우면서도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오빠는 장난스레 괜찮다며 어깨를 으쓱였지만 민윤기는 괴물이었으므로. 민윤기를 어떻게 이기나. 천재인 것을. 하여튼 그 날 이후로 나는 누구보다 오빠의 편이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오빠가 내 편이 되어 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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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스미드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해는 훌쩍 넘어가있었다. 오빠는 얼른 들어가 쉬자며 걸음을 재촉했다. 내일 하루 더 쉬고... 그러면 다시 학기 중이겠다. 생각만해도 넌더리가 난다는 듯 오빠를 인상을 찡그렸다. 아, 진짜 싫다. 내 중얼거림에 오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러다 금방 시험 치고, 그럴 걸... 그러다 방학 되고. 아, 여름 방학 때 놀러 올래? 태형이랑? 오빠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완전 좋지. 오빠는 활짝 웃고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다 걸음을 더 빨리 해 걷기 시작했다. 눈이 많이 오네. 나 역시도 오빠의 중얼거림을 따라 마저 걷기 시작했다.
잘 들어가고. 내일 심심하면 놀러 가자. 굳이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오빠를 이길 재간이 없어 뚱보 여인 초상화 앞에 서 오빠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 아침과는 다른 사내인 걸? 뚱보 여인의 말에 오빠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태형이 왔었어. 내 말에 오빠는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걔 알게 되면 또 삐지겠네... 작게 한숨을 쉰 오빠는 얼른 들어가라며 고개짓을 했다. 응, 오빠 오늘 고마워. 내 말에 오빠는 오히려 제가 더 고맙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잘 가. 오빠에게 손을 흔들고는 기숙사로 들어섰다. 아, 피곤하다. 얼른 쉬어야지. 제 침대를 생각하며 중얼거리고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도 정말, 끝.
***
생각보다 어린 아빠 번외가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 하하. 여러분 미안합니다... ㅠㅅㅠ
그래서 일단 오르치데우스 2편을 가져왔습니다. 2편까지 대충 주요 인물과의 첫 만남! (★) 그리고 크리스마스 휴일을 보여줬죠. 이제 3편부터는 아마 이야기가 차차 진행되지 않을까 싶은데... 또 3 편이 언제 나올지 저도 모르겠네요. 하하. 눈치 없이 너무 늦게 왔네요. 미안. 오늘 개학하는 독자님 많죠?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
가끔 독방에 제 글을 서치하거나 글잡 추천 글을 보는데 괜히 추천글이 있으면 민망하고 좋고, 그러더라구요. 저 본 사람도 많겠죠... 껄껄. 거기다 제 예전 글을 추천해주는 사람들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일 놀란 건 기억을 삽니다! 그거 추천글 있으면 막 가슴이 콩닥콩닥... 뜻 밖의 도로시 영업글이었죠, 그게.
어쨌든... 분량이 짧다고 느끼시는 건 착각이구요. 쓰다가 노트북 한 번 꺼져서 진심으로 비속어 나왔습니다. 저장은 되어있었지만... 엉엉. 다행이지요.
그리고 여러분... 제 글 호그와트 아니고 오르치데우스 입니다... 엉엉... 호그와트 글 많아요... 외우기 힘들어여, 제목...? 나는 까리하게 지었다고 좋아했는데... 엉엉. 괜찮아요. 저도 물론 힘들었으니까... ^ㅁ^... 아, 맞다. 몇 편 더 진행하고 나서는 암호닉 정리가 있을 예정입니다. 암호닉은 제 나름의 기준이 정해지는 대로, 공지 올릴게요.
늘 고맙고 사랑합니다 'ㅅ'
♡암호닉♡
발꼬락/ㅈㅈㄱ/디즈니/호시기호식이해/전정뱅/석진센빠이/아뱅정/낑깡긹/비비빅/홉푸
샐리/베네/♡모래♡/태태(김태형)/골드빈/몬꾹/꾸기까까/치즈/소청/밀크우롱티
우리박지민/랩몬스터주식회사/쌍디/짐짐/비비팔이/채꾸/딥크/헤드위그/돌하르방/#방치킨
다람이덕/꿀떡맛탕/퍼플/모찌/호그와트 사랑둥이/민윤기다리털/닭키우는순영/기단/민빠답/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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