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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한] 에덴 추적자 00 | 인스티즈







에덴 추적자 00








 쨍그랑.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접시 두 개가 연달아 깨졌다. 연이어 거친 손길로 찬장을 하나하나 열어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엌 옆에 조그맣게 딸려있는 공간의 문 뒤에는 작은 남매 둘이 숨죽여 떨고 있었다. 겁에 질려 바들거리는 어깨를 어쩔 줄 모르는 한 소녀와 그 아이를 지키기엔 덧없이 작고 하얀 소년. 언제 비명이 새어나올지 모르는 소녀의 입을 억센 손길로 막고 있는 준면의 눈동자는 덜컹거리는 문을 향해 의미를 알 수 없는 시선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내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침을 목울대가 울리도록 꿀꺽 삼킨 후 소녀에게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잠깐만, 잠깐만 여기 숨어있자."


 소녀의 여린 손목 마디를 움켜잡고 낮은 곳에 위치한 찬장 앞으로 간 후, 찬장 안에 있던 청소용구들을 모조리 밖으로 꺼내버리는 준면이다. 그런 제 오빠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싫어... 오빠도 여기 있어..."


"... 오빠가 금방 있다 올게."


"싫어..."


 끝까지 옷자락을 놓지 않는 아이의 눈물고인 눈과 마주치자 준면은 저의 눈에도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낀다.


"약속, 절대 여기서 나오지 않기."


"..."


"어떤 소리가 들려도... 절대 움직이지 말고..."


"..."


"울지 말고, 소리 내지 말고..."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는 소녀의 벌건 두 얼굴을 억지로 웃어보이게 만들며 준면은 새끼 손가락을 건다. 끅끅거리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저도 눈물이 날 듯 했지만 참아야한다. 우리 동생은 내가 지켜야 하니깐. 밖에선 덜컹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오고 종종 고함소리도 섞여 나오곤 하였다. 마지막으로 소녀의 얼굴을 기억하는 손길을 남기곤 끝까지 버티는 아이를 찬장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준면은 그 사람이 난동을 부리던 우리의 집 안에 제발로 들어갔다.


그것이 내가 오빠를 본 마지막 날이었다.





-





 오빠 없는 내 삶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핏줄인 고모의 집에 얹혀살게 된 나는 눈칫밥을 먹으며 겨우겨우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어디가면 내로라 하는 성적이었지만 친척한테 얹혀사는 주제에 대학까지 꿈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찌감치 포기한 수능이었기에 졸업하고 취직을 하던 뭘하던 해야지라는 심정으로 내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이젠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수능 달력을 보며 씁쓸함을 느낀다. 그 때 그 사람이 우리 가족을 살려줬다면 지금 난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아마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가족들과 평범한 날들 속에서 뭐든지 평범하게 살았겠지. 언젠가 누가 해준 말이 생각난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다들 손가락질 하였다. 나는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운명을 믿는다. 귀신도 믿고 무당도 믿고, 영혼의 존재도 믿는다. 하지만 딱 하나, 신은 믿지 않는다. 누가 신이 공평하다고 했던가. 평범한 내 삶을 모조리 앗아가 다신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없게 만든 신. 그러나 일요일 마다 교회는 간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고모는 내가 하루라도 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면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기 일쑤였다. 남들이 수능특강을 펼쳐 고전시가를 배울 때 나는 고모로부터 천지의 창조를 배웠고 남들이 영어책을 읽을 때 나는 성경책이 닳고 닳을 때까지 읽곤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신은 없다.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에덴의 존재를 부정한다.


 교회 집사이신 고모께서 약속이 있다며 먼저 가신다고 하였다. 나에게 집 키를 쥐여주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종종걸음이 꼭 나를 부끄러워 하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전부 빠져나간 텅 빈 예배당 맨 앞, 신부님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성경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맞았고 얼떨결에 나는 큰 소리로 질문을 하였다.


"신부님."


"네, 무슨일이죠?"


"에덴을 믿으시나요..?"


"... 믿죠."


"그렇다면, 에덴은 존재하나요?"


"존재하고 말고요."


"저희 오빠가요, 죽었어요. 옛날에."


"..."


"오빠는 천국에 갔을거예요."


"그랬을거예요."


"오빠는 그럼 에덴에 있는건가요?"


"..."


"에덴은 존재해요... 그렇죠..?"


"그럼요..."


 오늘따라 확실한 믿음을 얻은 기분이다. 우리 오빠, 나의 오빠는 에덴에 있는 것일까. 고개를 살짝 숙이는 목례로 가볍게 인사하고 웅장한 예배당 문을 밀어 밖으로 나갔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겉옷을 단단히 여미고 가로수길을 걸어간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집 앞 골목에 다다랐다. 집 앞엔 처음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뒷모습은 앙상하였고, 밝은 머리칼은 유난히 눈이 부셨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머리칼에 눈을 찌푸리며 다가섰다. 그와 나의 사이가 두발짝 즈음으로 좁아졌을 때 그는 휙 고개를 돌렸다. 아, 멍청하게 입에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미카엘을 실제로 본다면 이럴까.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에 눈일 멀 듯 하였다. 풀어진 모습으로 서 있는 내 모습에 그가 먼저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


"에덴을 찾으러 갑니다."


"..."


"같이 가실래요..?"


 진심을 담은 그의 두 눈이 맑게 빛났다. 에덴에 가면 옛날에, 아주 옛날에 날 떠난 사람도 볼 수 있나요? 그럼요.


"그럼 갈게요."


 나를 향해 내밀어 오는 그 따스한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였다. 에덴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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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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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좋아요 이런 분위기의 글 ! 가볍지 않고 장난스럽지 않고 진지함이 가득 묻어나오는 좋은 글이네요 작가님 다음편 기대할게요 꼭꼭 써주세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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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와....글분위기가.....와..........진짜 좋네요 완잔 궁금하다....왜죽였지ㅜㅠㅠㅠ에덴을 찾으러 어떤여정을.펼칠지 왜 저 남자가 에덴을.찾으러 가자고하는지....짱이다 다음편도 기대할께요!!!!회원전용은 안돼요ㅠㅠㅠㅜㅜ제바루ㅜㅠㅠ저같은 닝겐도 볼수있게 해주세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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