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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밴드할거야."

 "밴드? 니가? 미쳤네."

 "지랄한다."

 "병 걸렸냐?"

 

 뜨거운 물을 넣은 지 4분이 지나고 컵라면은 충분히 다 익었을텐데도 나는 컵라면에 손도 대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컵라면이 아니였다,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고 개마냥 허겁지겁 컵라면을 들이키다 싶이 먹고 있는 애들에게 밴드를 할거라는 폭탄선언을 하니 몇몇은 입에 담고 있던 컵라면을 그대로 내뿜기도 하고, 몇몇은 입에서 컵라면을 주륵 흘러 보내더니 나한테 나무 젓가락을 냅다 던졌다. 씨발 새끼들, 이럴 때만 죽이 잘 맞아요. 애들은 켁켁대며 기침을 하다가 나에게 욕을 한 바가지 퍼 부었다. 그 욕들에 신경도 안 쓴 채 나는 얼굴에 붙은 라면 한 가닥을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최대한 손에 이물질이 묻지 않게 집어 바닥에 대충 버리고, 탁자에 굴러 다니는 꼬질꼬질한 휴지를 뽑아 얼굴을 닦았다. 아, 졸라 라면 국물…. 내 얼굴을 닦은 휴지도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버리니 이 곳의 집주인인 변백현이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병신아 왜 그걸 거기다 버려! 휴지통 안 보이냐!! 변백현의 고함을 무시한 나는 귀를 후비적거렸다. 뭐, 밴드를 할 거라는 내 말에 애들이 놀랄 건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니가 밴드하면 난 UN 사무총장 한다."

 "악보도 못 읽는 게 무슨 밴드야?"

 "씨발 내가 뭐 악기 만진데? 나 보컬 할거야!"

 "보컬도 악보는 봐 븅신아."

 

 지랄, 앙칼지게 쏘아대는 말에 애들은 저 새끼 요즘 금연하더니 미쳤다며 혀를 쯧쯧 차고는 다시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변백현은 나를 노려보며 쓰레기도 아무데나 버리고 더러운 새끼라며 쫑알거렸고, 박찬열은 쫑알거리는 변백현을 보더니 키득거렸다. 크리스는 조용히 컵라면만 먹고 있었고, 김종인은 니가 어떻게 밴드를 하냐며 나를 비웃었다. 갑자기 확 더러워진 기분에 의자에서 박차듯이 일어나 문 밖을 나가니 뒤에서 어디 가냐는 애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도 안 돈 채 조용히 중지 손가락만을 날리고 신경질적으로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창문으로 비춰지는 내 얼굴에 갑작스레 얼굴 부심이 피어 올랐다. 오, 좆나 뜬금없지만 썅 나는 내가 봐도 졸라 멋있어. 루한, 내가 봐도 넌 쫌 잘 생겼어! 구레나룻을 매만지며 창문을 거울 삼아 이리저리 얼굴을 비춰대니 창문 넘어 나를 보고 뭐냐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애새끼들이 보였다. 순간 얼굴이 확 굳었다, 지금만큼은 짜증보다 부끄러움이 더 먼저 피어 올라 급하게 창문 옆 문 쪽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더니 한창 변성기인 소년 겸 청년들의 걸걸하게 웃는 소리들이 들렸다,

 아 썅, 존나 쪽팔려…. 방금 전까지 개지랄 떨다 왔는데. 무작정 나오니 딱히 할 일이 없어 문 앞에 쪼그려 앉아 라이터를 탁탁대며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라이터를 보니 요즘 금연을 해 없는 담배가 갑자기 고파졌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담배 한 대만 달라고 할까? 이런 생각도 했지만 내 성격상 이런 자존심 상하는 일은 죽어도 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냥 담배 생각을 머리에서 지워 버렸다. 교복 바지를 입은 다리를 달달 떨며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더니 앞 건물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내가 있는 건물과 앞 건물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터라 작은 소리도 생생하게 다 들렸다.

 

 "…민석아!"

 "어? 루한?"

 "너 거기서 기다려! 내가 바로 갈게!"

 

 가방에서 열쇠를 찾는 듯한 민석이였다. 단정하게 우리 학교 교복을 차려 입은 민석이는 알아보기 쉬웠다. 나와 내 친구들은 교칙에 매우 어긋나게 교복을 입고는 했으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평범하고 단정한 교복을 입은 학생을 보면 나와 너무 다르다고 생각 해 제일 먼저 눈에 띄곤 했었다. 건물이 가까워 큰소리로 말을 하면 옆 건물에도 들릴 것 같아 내가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동글동글한 뒷통수가 홱하니 뒤로 돌려져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나를 보더니 민석이는 베시시 웃었다. 아, 졸라 귀여워!

 금방이라도 민석이에게 뛰쳐 나갈 것 같은 발에 바로 간다는 말을 하고 재빨리 계단을 내려 갔다. 변백현은 민석이랑 이웃 주민이고, 졸라 부럽다! 평생 부러울 일 없을 것 같았던 변백현이 처음으로 부러워졌다. 순식간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뛰다 보니 어느새 내 몸은 민석이 앞에 서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일찍 온 나에 놀란듯한 민석이는 헥헥대며 숨을 고르는 나에게 힘들었지? 라며 어깨를 토닥였다. 누구보다 다정한 손길이 내 어깨에 닿았다. 금방이라도 욕이 튀어 나올 것만큼 좋았다. 그래도 민석이 앞에서 뽄새 안 나게 욕을 할 수는 없어서 억지로 입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듯한 육두문자를 참아 내고 무작정 민석이를 끌어 안았다.

 내 품 안에 안긴 작은 몸집의 민석이를 양 옆으로 흔드니 민석이가 숨이 막히다며 작은 주먹으로 내 등을 콩콩 때렸다. 아, 맞다, 나와 민석이는 쉽게 끌어 안을만한 사이가 아니다. 그저 친구 사이일 뿐이니,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민석이를 안고 있던 걸 푸니 얼굴이 살짝 발그레 해 진 민석이가 보였다. 내가 숨을 막히게 해서 그렇게 된 것만 같아 무작정 미안하다 사과를 했다.

 

 "아, 미안."

 "으응, 아냐 괜찮아! 근데 여긴 왠 일이야? 너희 집 옆 동네 아냐?"

 "여긴 변백현 집, 저기. 친구들이랑 라면 먹으러 왔어."

 

 내 말에 그렇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 민석이는 흐트러진 내 앞머리를 작은 손으로 정리해 주었다. 민석이의 손이 내 이마에 닿을 때마다 내 심장의 심박수가 몇 배씩 더 뛰는 듯 했다.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 얼굴이 발개질까 하더라도 차가운 밤바람이 막아 주었다. 야자하고 왔어? 내 물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민석이는 야자 하기 너무너무 싫다고 나에게 옹알거리듯 말을 꺼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귀여울 수 있을꼬! 정녕 내 앞에 있는 생물체가 나랑 같은 거 달린 시커먼 남자애가 맞긴 한 건지 의심이 들었다. 분명 이 세상에는 김민석 전용 귀여운 짓 하는 법 책이 있을 것이다. 없으면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책 내주지 뭐. 같은 반이라 만날 일이 많을 텐데도 내가 학교를 자주 빠져서인 지 오랜만에 만난 듯 했다. 뭐, 물론 학교에 빠졌을 때에도 문자나 영상 통화는 꼬박꼬박 했지만. 갸웃거리며 나를 올려다 보는 민석이에 얼굴에 뭐라도 묻었냐며 묻자 민석이는 너 요즘 생각이 많아 보인다는 말을 꺼넸다. 생각이 많아 보인다고? 어쩜 이리 하는 말도 이쁠까! 내 얼굴에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밴드 하고 싶어서 애들 꼬드기고 있는데, 애들이 안 넘어 와."

 "밴드? 음악하는 밴드? 멋지다!"

 "그치? 근데 새ㄲ…, 아니 친구들이 악보를 못 봐 악보를……. 너 밴드 음악 좋아하잖아."

 "오올-, 나 밴드 음악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어떻게 알긴, 따로 호구조사 했지. 민석이는 장난스럽게 주먹을 내 어깨에 때렸다. 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밴드 음악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냐는 민석이의 물음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새학기가 되고 전학 온 민석이를 보고 나는 소위 말해 첫 눈에 반했다. 평생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첫 눈에 반하게 했으면 했지 내가 반할거라는 생각은 안 했었는데, 그 생각을 민석이가 와장창 깨트려 준 것이다. 나는 새학기부터 민석이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끙끙대며 고민도 많이 해 보고 생각도 많이 해 봤는데, 오랜 생각 후 내린 정의는 나와 민석이의 공통점은 같은 반이라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였다. 다니는 무리도 완전히 다르고, 성적도 다르고, 학교에 머무는 시간도 다르고,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민석이에게 친근하게, 무서움 없이 다가가나 몇 달을 끙끙대던 나는 이내 나와 민석이의 다름을 인정하고 민석이에게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듯이 다가갔다. 그리고 민석이는 나를 받아 들여 줬다. 물론 처음에는 내 이미지가 워낙 쎄고 양아치 이미지였던지라 조금의 어색함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많이 많이, 서로 어색함도 없고 적당한 선을 지키는 친한 친구 사이다.

 여하튼 나는 처음에는 민석이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아야겠다 싶어 민석이의 친한 친구들을 무력 비슷한 힘으로 포섭해 민석이가 좋아하는 노래, 음식, 색깔, 과목 등 소소한 것들까지 조사해 민석이에 대해 알아 갔다. 그렇게 민석이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가다 보니 민석이가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밴드를 하려는 이유는 민석이였다, 민석이가 밴드 음악을 좋아해서.

 

 "흐흥, 루한이 밴드 하는 거 상상하니까 되게 멋있다."

 "그치? 근데 민석아."

 "응?"

 "니가 내 뮤즈야, 뮤즈."

 "뮤즈?"

 

 김민석, 나의 뮤즈.

 어느 새 내 품에 가득 들어 찬 까만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니 민석이는 좋다며 또 한 번 베시시 웃었다.

 

 

 

 

 

 

이 갑작스럽게 끝낸 듯한 마지막은 뭐죠

닥꽃밴 오랜만에 다시 보고 쓴 조각글입니다. 루민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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