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고 김종인 한솔고 도경수
" 도경수! "
" …으음, "
" 너 오늘 도서관 간다 하지 않았니?얼른 가야지. "
아,밝아.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에 경수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사실 떴다기에는 부족한,원래 눈 크기에 4분의 1도 안되보이는 부은 눈을 가까스로 뜨며 비빈다는게 문제었지만.대한민국의 고3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뭐 별거 있겠는가.아침 일찍 학교 가서,날밤 새면서 공부,공부.그리고 또 공부.그런 대한민국의 고3으로서 경수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었다.수능이 50일 남은 시점.들어야할 강의도,대학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얻기도 바쁜 마당에,50일 이라는 짧은 시간이 경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너 또 여기서 잔거니,똑바로 자라로 했잖아.엄마의 한숨섞인 말씀에,경수는 엄마를 슬쩍 쳐다보곤 크게 하품을 하였다.아으,찌뿌둥해.어제 들어야 할 강의 3개를 다 듣지 못하고,잠든 모양이다.경수 앞에 보인건,54분이란 길지도,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인터넷 강의가 이미 끝나 검은 화면으로 떠있었다.더불어,얼마나 켜져 있었는지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 까지 한 컴퓨터까지.얼른 준비하렴.등을 툭툭,치며 몸을 억지로 일으키는 엄마의 모습에,경수는 떠지지도 않는 눈을 최대한 부릅뜨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고3인 경수의 지루한 일상은 오늘도 변함없이 시작 되었다.
여울고 김종인 한솔고 도경수 prologue.
w.나의사랑엑소
" 밥 줄까? "
" …아니,안 먹을래. "
" 경수,너 요즘 왜그래?밥도 안먹고.그래서 공부 할 힘은 있은 있겠어? "
" 어제 뭐 급하게 먹고 잤더니 배 안고파요.그냥 갈래. "
제대로 얹혔나.오늘 새벽 3시경,배고파서 허겁지겁 먹은 햄버거가 화근인듯 했다.배고파서 3교시 끝나고 먹으려했던 햄버거를 먹지 못하고 집에 가져 왔었는데,그게 새벽에 문득 생각이 났던 것이다.원래 30초정도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어야 하지만,새벽 3시에 인스턴트 음식 먹는다고 핀잔을 줄 엄마 때문에 경수는 차가워,딱딱해져버린 햄버거를 단숨에 먹어버렸다.…먹지 말걸.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가 변하리,경수는 그저 억울한 표정으로 아려오는 아랫배를 살살 어루만졌다.약이라도 줄까.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엄마의 시선에,경수는 슬쩍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약 먹어봤자 효과가 없다는걸 자기 자신도 잘 아니깐.
" 그럼 오늘은 도서관 가지말고 집에서 쉬어,그럼. "
" 수능 50일 밖에 안남았는데 쉬긴 무슨.가서 강의도 듣고,할거 엄청 많아. "
" 얘,건강이 먼저지,공부가 먼저니? "
그건 고3한테 별 소용없는 소리라니깐.다녀올게요,경수는 엄마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채 대충 인사하곤 집을 나섰다.콜록콜록,아침 7시반인 지금.경수의 거친 기침소리만이 들릴뿐,그 흔한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은채,침묵으로 일관했다.새들도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안된건가.경수는 언제나 그랬던것 처럼,빵빵해 터질듯한 가방을 축 늘어진 어깨에 매곤,약간 길어 슬리퍼 신은 경수의 왜소한 체격으로 인해,바닥에 끌리는 체육복을 입고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를 걸어갔다.경수가 처음부터 이랬던건 아니다.원래 장난끼도 많고,멋 부리기 좋아하는 그런 평범한 고등학생 남자애였다.그러나 점점 2012년의 끝자락으로 달려갈수록,경수에게 느는것은 다크서클이었다.아,난 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걸까.경수는 오늘도 생각했다.한숨을 크게 푹 쉬며.그래도 뭐 어쩌겠는가,시간은 되돌릴 수 없을만큼 많이 흘렀는데.매일 생각하면서,꼭 결말은 하나다.부질없는 생각해서 뭐가 달라질까,내 목표는 오직 대학인데.아,추워.경수는 큰 눈을 꿈뻑이며,선선함을 넘어선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웅크리고는 도서관으로 향했다.에이,빌어먹을 인생.
*
다행히 도서관은 한가하다 못해,사람이 텅텅 비어 허전함 느낌까지 주었다.원래 이 시간쯤이면,대기표를 받고 1시간은 더 기다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텐데.이 주변 고등학교나 중학교들이 시험을 빨리 본다는데,거의 다 시험 종료가 된듯 보였다.…부러운 것들.고 1,2때는 왜 이렇게 중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난리를 쳤는지 모르겠다.학생,45번 이야.시큰둥하게 경수가 내민 학생증을 빼앗다고 할 수 있을만큼 홱,낚아채고 45번이라 적힌 표를 주는 아저씨에게,경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곤 3층을 향해 올라갔다.뭐,그 시끄러운 중딩들이 없으면 나야 좋은거지.저번주까지만 해도,7시에 도착했는데 100번대가 넘는 대기자수에,의자에 앉아 쪼그려서 공부를 하곤 했는데.그때 시발,개새끼 별 욕을 하며 만담을 즐기던 중딩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한지,경수는 한숨을 폭 쉬었다.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역사가 뭐 어쩌고 저쩌고.이미 다 배운 고3 입장에서 닥쳐 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경수는 꾹 참았다.저런 중딩들이랑 상대해서 뭐하리,사실 빨간색 머리에,엄청난 피어싱을 한 거대한 모습에 쫄아서 그랬다고 할 수 있지만.
" 아,시발 존나 재밌네. "
" 새끼야,공부나 해.그만 보고.공부 안하냐? "
" 지랄하네.니가 그럴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반에서 꼴등 하는게 누구한테 지적질이야,인마.안으로 들어가자 사각사각,연필 소리만 들려야 할 도서관이 왠일인지 소란스러웠다.그것도 온갓 욕이 난무하는 말들로 더럽혀져서.오늘 공부 제대로 할 수 있을라나.저번에 그 중딩들 사이에서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듯,경수의 몸은 살짝 경직되었다.제발 옆,앞만 아니여라.경수는 멀리서 자신을 쳐다 보는 남자들의 시선에,눈을 깔고 자리를 찾았다.43,44,45…시발.자리를 찾자마자 경수의 머릿속엔 한 단어가 떠올랐다.시발.그렇게 신께 빌었건만,신은 경수를 조롱이라도 하는듯,날라리 무리의 앞 좌석을 주셨다.뭐야 시발.처음 본 사람에게 시발이라니.시발,하며 보던 핸드폰을 놓고 노려보는 세개의 시선에 경수는 살짝 열린 입을 다물었다.
" 시발,뭐야. "
" … "
저번 중딩들 무리와는 다른 오로라의 고등학생이었다.오늘 토요일이여서 학교 안갈텐데,무슨 일이 있었는지 춘추복에 짝 달라붙게 줄인 부담스러운 교복 바지에 경수의 몸은 경직되었다.중딩들이라면 한심하게 쳐다볼수야 있지만,껌까지 야무지게 씹으며 자신을 아래위로 흝어보는 시선에 경수는 잠시 마주쳤던 눈을 아래로 깔고는,거북이 등 마냥 큰 가방을 의자에 걸기위해 뒤로 돌았다.…고3이나 보네,존나 찌질해.…아.뒤로 돌자마자 자신을 칭하는듯,다 들리게 말하며 비웃으며 큭큭 거리는 세 남자의 행동에 경수는 입을 꽉 깨물었다.자신과 저 남자 셋,도서관엔 딱 그렇게 네명 밖에 없었으니까.그럼 도서관 오는데 꾸미고 오냐,공부도 안 할거면서 남 방해나 하는 니네들이 더 찌질한거지. 입가까지 나와,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 맴도는 말에도 불구하고 경수는 말을 삼키고는,조용히 자리에 앉았다.고3이니까 내가 참자.쟤넨 미래의 짱깨 배달부들이니깐.
" …아, "
" 뭘 봐. "
" … "
탁탁,거리는 반복되는 소음에 경수는 고개를 홱 들었다.안그래도 졸려서 영어 지문이 머릿속에 들어오긴 개뿔,외계어 보는것 같은데 자꾸 누가 심기를 건드려.40분동안 독해 지문을 겨우 5문제 밖에 풀지 못했다.날이 갈수록 할건 많은데,불안해서 공부는 안되고.오랜만에 맘 잡고 공부하려고 도서관까지 왔는데 이상한 남자애들 앞 자리가 딱 걸려서 더 마이너스 요인이고.…아,짜증나.잘 부리지 않던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느낌에,경수는 거칠게 안경을 벗고는 발을 쳐다보았다.본 곳엔 고등학생중 한명이 다리를 떨며 책상 옆면을 발로 차고 있었다.…뭐라고 할까.진짜 뭐라고 해야할듯 싶어,다시 고개를 들자 정면에서 남자의 시선이 느껴졌다.…뭘봐.생긴건 분위기있게 생겨서 하는꼴은 왜 이러는건데.경수를 조롱이라도 하듯,껌을 씹으며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남자의 시선에 경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진짜 자리 잘못 잡았구나.
*
" 아오,시발.너 이런거 보냐? "
" 왜,이 여자 존나 이쁘지 않아?새로 나온 걸그룹이라는데 쩐다. "
" 지랄하네,니 여친이나 챙겨. "
개새끼들.경수의 머릿속엔 오직 욕만 가득찼다.책상을 치는 소리가 잠잠해지길래,다행이다 했던게 고작 30분 전이었는데.세 사람의 대화 주제는 유치하다 못해 진부하기 까지 했다.새로운 걸그룹이 나왔는지 셋은 열띤 토론을 진행 중이었다.그런 얘기를 하던 말던 내 알바는 아닌데,왜 도서관에서 이러는 걸까.넌 나만 보는 해바라기 - 이젠 나라는 사람은 잊은건지,콧소리가 가득 담겨 듣기 싫을 정도의 목소리를 가진 여자들의 소리까지 들렸다.더불어 그 목소리에 좋다고 실실 거리는 남자들까지.저런 노래를 듣고 좋다고 실실 거리는 새끼들도 이해가 안가지만 내 생각은 하지도 않은채 지들 안방이냥 크게 노래를 듣는 세 남자의 행동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사람들 오면 아무말도 못할거면서, 나같이 찌질한 고3 새끼는 인간 취급도 안해준단건가.오늘따라 텅텅 비어,사람 올 생각 조차 보이지 않는 휑한 풍경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노래를 최대로 틀어도 그 듣기 싫은 낄낄 거리는 웃음소리는 더욱이 선명하게 들렸다.아저씨한테 말씀 드려야 하나.아님 집에 갈까.머릿속이 복합적인 감정들로 인해 실 엉킨듯,복잡해져 왔다.
" 다리봐,존나 이뻐. "
" 새끼야,내가 니 여자친구한테 이른다? "
" 아오,그러기만 해봐.너 진짜 죽는ㄷ… "
결국 경수가 내린 답은 이거였다.물 마시고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하자.아니,원래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비루한 고3이 저런 애들한테 어떻게 대항할수 있을까.맞지 않는것 많으로도 다행이지.그래도 직접적으로 시비거는건 아니니까,머릿속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곤 물을 마시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죽는ㄷ…텀블러를 들고는,자리에서 일어나자 정적과 함께 경수를 향한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특히,가운데 있는 남자는 그 행동에 아까부터 피식,거렸다.경수가 화나서 일르는꼴 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인듯 했다.경수를 쓱,쳐다보곤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으로 향하는 두 시선은 다행히지만,유독 끈질긴 한 시선에 경수는 남자를 슬쩍 쳐다봤다.김종인.그의 왼쪽 가슴팍에는 남색에 정갈한 글씨로 김종인 이란 세 글자가 박혀있었다.교복은 옆 학교 여울 고등학교것으로 2학년인듯 했다.경수의 친구의 동생이 여울고 2학년으로,남색 명찰을 달고 있다는걸 심심치 않게 봐왔던 경수니까.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다리를 떠는 남자의 행동에,경수는 텀블러를 손에 꽉 쥔채 아무렇지 않은척 도서관 밖으로 나왔다.
너의 세상으로 여린 바람을 타고 -
조용한 도서관 밖에서 울리는 큰 벨소리에,경수는 깜짝 놀라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을 급하게 꺼내들었다.너의 세상으로 - 이 벨소리는 누가 해놓은거지.분명 이 핸드폰은 자기것이 많은데,처음 들리는 벨소리에 경수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변백현 짓인가.요즘 엑소인가 뭔가,남자 아이돌에 빠져서 쉬는시간이든,수업시간이든 그 아이돌 노래만 듣다가 핸드폰까지 뺏긴 변백현의 모습이 떠올라 경수는 허,하며 헛웃음을 지었다.그 새끼 짓이구만.어쩐지 내 핸드폰 가지고 뭘 열심히 하더라.남들 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만 고3에게 그건 사치다,라는 신념을 가진 경수는 진파란색의 폴더폰을 열었다.백현 강아지.발신인은 백현 강아지였다.아오,변백현 진짜.저번에 같이 야자 끝나고 가다가 오빠,강아지 닮았어요.하며 화장 떡칠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추정되는 여자 아이들의 말에 홀려서 내 전화 기록부까지 손을 댄 모양이었다.백현 새끼가 딱 적당한데.여보세요.통화 버튼을 누르자 마자 들리는 백현의 발랄한 목소리에,경수는 휴대폰을 귓가에서 살짝 뗀후 조용히 말했다.아,왜 전화하고 난리야.
" 너 어디야? "
" 어디긴 어디야,내가 갈곳이 어딨겠냐. "
" 도서관인가 보네,야.무튼 나 대박 사건! "
" 또 뭔데. "
" 나 여자친구 생겼어.친구한테 소개 받은앤데 완전 여신.예고 다닌데. "
" …수능 몇일 남은지는 알고 그런 얘기가 나오냐? "
" 50일 남았던데,아직 많이 남았구만 뭘. "
수능이 50일 남은 동시에,니 제삿날이 디데이 50일 이란걸 알아두길 바래.백현은 모르는 모양이었다.우리 백현이 공부 좀 시켜줘,공부하는 김에.저번에 길가다가 마주친 백현의 엄마가 경수에게 얼마나 사정사정 했는지.경수는 전교 30등 안에 들고 착한,그런 모범생의 정석이지만 그에 반해 경수 친구 백현은 달랐다.공부라는걸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고,머릿속엔 그저 여자.여자.또 여자뿐이었으니까.모자를 것 없는 경수가 백현이랑 노는 이유는 딱 하나,성격이라고 말 할수 있었다.언뜻 보면 막 나가는 애같지만,성격은 친구로서 두기 좋은 믿음직한 성격에,노래도 꽤 잘하는 그런,다양한 방면에 끼가 있는 아이였으니까.그런 녀석에 비해 경수가 할 수 있는건 오직 공부였다.사교성도 그닥 좋지 않아서,친하다고 할 수 있는 애는 반에,변백현 하나에,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공부쪽 머리밖에 없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공부나 해,새끼야.놀거 놀면서 즐기는 백현의 모습에,경수는 살짝 약이 올라 툴툴 거리며 말을 뱉었다.
" 나 공부랑 담 쌓은거 알면서, "
" 그래도 고3이면 형식적으로라도 책 한번 봐주는게 예의 아니냐? "
" 어차피 그 쪽으로 갈것도 아닌데 뭘.무튼 난 여친이랑 데이트나 할란다. "
참나,백현의 무관심한 말투에 경수는 픽 웃었다.지금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한테 염장 지르려고 전화 한거야,뭐야.데이트나 하러 갈래,공부 열심히 해 도경수.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대충 말을 뱉는 동시에 들려오는 뚝,하며 전화 끊긴 소리에 경수는 말했다.여보세요,변백현?야,야!아무리 불러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화면을 확인하자 이미 끊겨진듯 본화면으로 돌아가있는 핸드폰에,경수는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꺼버렸다.기껏 전화도 받아줬더니,자기 얘기만 하다 끊고.어째 기분좋게 시작해야할 토요일 하루가 벌써 부터 엉킨듯하다.대낮부터 이렇게 운이 안좋아서야,목을 죄여오는듯한 답답함에 정수기 물을 따라,벌컥벌컥 마시는데 도서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끼익 -
" 야. "
" …? "
" 물 더 마실거야? "
" …어? "
" 더 마실거냐고. "
" 아,아니. "
" 그럼 꺼져. "
문이 열리는 소리에,무심코 본 그곳엔 김종인이란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내 시선에,무관심한듯 쓱 쳐다보고는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에 경수는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 드는 느낌을 받았다.그 긴 다리로 어느새 경수 앞까지 다가와 내려다 보는 김종인이란 애의 모습에 더더욱.…아,진짜.안그래도 한살 어린 남자애한테 비웃음을 당하는꼴도 우스운데 이런 굴욕적인 키차이 까지.마주친 눈을 최대한 깔고는,물을 조심히 홀짝이는데 남자는 갈생각이 없는지 경수를 가만히 내려보기만 했다.왜,왜저러는 거지.잘못한것도 없는데 찔려오는 느낌에,물 한번먹고 남자를 한번 보는걸 반복했다.물 더 마실거 아님 꺼져,그런 경수의 모습에 남자는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아,어,어.한대 떄릴줄 알고 마음 준비까지 하고 있었는데.남자의 목소리에 머쓱하게 정수기를 가렸던 몸을 옆으로 치우자,남자는 피식 웃곤 물을 마셨다.별 병신을 다 보겠네 하는 그런 표정으로.
*
아,진짜 안되겠다.도저히 신경쓰여서 공부 따위는 머릿속에 흡수 되지 못하고 튕겨져가는 것 같다.문득 본 시계는 애석하게도 아침 10시 30분을 향해있었다.약 2시간 정도 동안,사람은 15명정도 들어온 것 같았다.워낙 도서관이 넓은지라,그 정도 사람은 없다고 칠만 했지만.경수는 생각했다.주변에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가 앉아서 앞에 앉은 생각 없는 고등학교 2학년 애들을 혼내주기를.하지만 주변에 앉기는 커녕,경수와 남자들과는 동떨어진 자리에 앉아 편한하게 공부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경수는 한숨을 폭 쉬고는 주섬주섬 가방에 문제집을 넣었다.과장해서 한 3키로는 될 것 같은데,머릿속에 들어온건 1g도 안되는것 같고.이러다가 귀중한 토요일을,이도저도 아니게 보낼것 같다는 느낌에 경수는 더욱 서둘러 짐을 쌌다.엄마께 혼나는 일이 있더라도,이럴바에야 집에서 좀 쉬고 공부하는게 나으니깐.대충 가방에 짐을 싸고는,자리에서 일어나자 슬쩍 위를 쳐다 보는 김종인이 보였다.이제 볼일도 없겠지.실컷 비웃어라.경수는 자신을 쳐다보는 종인의 시선에 살짝,노려보고는 빠르게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 … "
" …야! "
" … "
" 도경수.도경수 맞나,문제집에 적혀 있던데. "
내 이름 부를 사람이 없는데.끼익,거리는 시끄러운 도서관 문소리에 최대한 조심히 문을 닫고는 계단으로 향하는데 그 듣기 싫은 문소리가 다시 한번 들리더니,도경수 하며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이름인데.의문스러움에 뒤로 돌자,그곳엔 경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종인이 있었다.교복 잘 어울리네.경수는 처음으로 부러움을 느꼈다. 저런 얼굴에,큰 키까지.저런 애들이 여자친구도 많이 사귀더라.무튼 도경수라고 이름을 부르는거 보면,그리고 문제집 봤다는거 보면 그 문제집이 수능 특강이란것도 봤을거고.그럼 고3이란것도 알텐데.나를 완전히 무시하는지,도경수.하며 반말을 찍찍 뱉는 종인의 모습을,경수는 아니꼽게 쳐다보며 말했다.저기 근데 너.
" 고2 아니야? "
" 맞는데.뭐, "
" 너 나랑 초면이지. "
" 어. "
" 근데 왜 반말이야.그리고 남 문제집은 왜 기웃거리는데? "
그거야 내 눈으로 보는건데 니가 무슨 상관이야.경수의 말에,눈 하나 깜짝 안하고 말 하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는 어이없어짐을 느꼈다.적반하장도 유분수지,진짜.아까 겪었던 온갓 고난과 역경들이 경수의 머릿속에 한편의 영화처럼,흘러갔다.어차피 안볼 사이라면 한마디 하자.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에,경수는 가방을 다시 들쳐매곤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그래,그건 넘어가는데 너 말이야.경수의 목소리에,종인은 시큰둥하게 경수를 바라봤다.
" 니가 공부를 하던 말던 나랑 상관 없는데, "
" …? "
" 딴 사람한테 방해는 주지마. "
" 내가 방해를 줬어? "
" 어,그래.그것도 엄청 많이. "
" 어떻게 방해 했는데? "
" 진짜 몰라서 물어?계속 책상 발로 치고,사람 있는거 빤히 알면서 큰소리로 웃고 얘기하고. "
" 그래서. "
" 그렇게 할거면 집에 가서 편하게 놀아.다음년에 고3이면 지금 고3 생각도 하면서 놀라고, "
저런애들,괜찮은 여자 꼬시는 목적으로 도서관 와서 놀다가 갈거 뻔히 아는거니까,경수는 생각했다.어차피 다신 안 볼 사람이니까 이정도 충고는 괜찮겠지.이런 경수가 어이 없는지 허,하며 헛웃음을 짓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는 그런 종인을 흘끗 쳐다보고는 뒤로 돌아 계단을 내려갔다.저런 애들이 있으니까 대한민국 미래가 어두운거야.아직도 뚫어 져라 쳐다보는 부담스러운 시선에,경수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이었다.야,경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야,도경수 "
" … "
" 니가 고3이든 뭐든 나한테는 상관 없어.존나 찌질한 새끼가 말하는데 빌빌 기겠냐? "
" 야, "
" 별 또라이 같은 새끼가 난리네.눈이나 깔고 지랄하던 새끼가, "
" … "
" 말을 할거였으면 진작에 하든가,이제 가니까 못하던 말이 튀어나오냐?이런 새끼들이 꼭 엄마한테 일러요, "
한대 때릴듯,노려보는 시선에 경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처음 본 사람한테 새끼라는 욕을 하면서 나대는 애들은 안봐도 뻔하다.인생 막 사는 애들중에서도,인생을 포기 한 애들 이란건 고3쯤 됬으면 다 아니까.조금 무섭기도 하고,저런 놈이랑 일 엮여서 좋은 일 하나도 없기도 하고.화가 나는지,머리를 거칠게 헝크리고는 도서관 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 종인을,멍하니 쳐다보는데 그런 경수의 시선에 종인은 경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 충고를 할거면 제대로 해. "
" … "
" 덜덜 떨면서 말할거면서,왜 어른 행세야.한살 차이밖에 안나는 새끼가, "
" 어른 행세가 아니라… "
" 너야 말로 나 처음 봤으면 그냥 갈길 가지 그랬어.근데 어쩌냐, "
" ? "
" 나 도서관 몇번 와서 너 많이 봤었거든.너 야자도 잘 안하고 맨날 여기 오는것 같던데, "
" … "
" 나중에 또 보자.한솔 고등학교 3학년 12반 도경수. "
기대해,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듯 했다.경수는 웃는 종인의 시선에 직감적으로 느꼈다.이제 끝이구나.
******************
여기서 백현이가 경수랑 동갑으로 나와용!
내용이 너무 재미없네요 ㅠ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
이거 시리즈물인데 반응 보고 연재 고려해봐야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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