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생 너봉 X 너봉보러 카페 오는 고딩 민규 01
수능이 끝나고 할 일 없이 시간만 보내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알바를 구했다.
알바천국부터 알바몬까지 알바 사이트란 사이트는 다 뒤진 끝에 짚 앞 카페에서 알바를 하게됐다.
첫 알바라 떨리기도하고 실수할까 긴장되기도했지만 뭐 생각보다 나쁘지않았다.
한적한 골목길이라 손님도 없고, 음료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네.
가끔 손님이 너무 없어서 지루한 것만 빼면 진짜 좋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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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칠봉 얼른 일어나! 너 알바 5시부터라며 안깨워줬다고 난리치지말고 얼른 일어나라!!"
"아 알바 진짜 가기 싫은데.."
그렇게 알바를 몇주간 하다보니 긴장을 풀리고 손님은 없는데 할 일은 없고
점점 알바가기가 싫어졌다.
"아 엄마!! 김칠봉 안일어나!"
"알겠어 알겠어 일어난다 일어났어"
아프다고하고 하루만 쉴까. 아니야 어제도 아프다하고 안나갔잖아. 이러다 짤리면 어떡해.
이런 생각만 하면서 겨우 준비를 마치고 카페로 출발했다.
역시 오늘도 손님 없는 것 좀 봐. 매달 적자가 나는데는 이유가 있다니까.
친구들은 내가 알바하는 걸 보면서 꿀이라며 이렇게 쉽게 돈 버는 알바가 어딨냐고하지만 나도 알바다운 알바 하고싶다고.
'딸랑'
"안녕하세요. 카페모닝입니다."
"아 저 자몽에이드 하나 주세요.
돈은 여기."
"현금 영수증 하시겠어요?"
"아니요. 괜찮아요."
"쿠폰 찍어드릴까요?"
"네. 여기 쿠폰 있어요."
"영수증 버려드릴까요?"
"아 네, 버려주세요."
"음료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동네 카페라 그런지 맨날 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얼굴을 익혔는데 쟤도 그 중에 하나다.
맨날 교복입고 이 쯤와서 자몽에이드 한 잔 시키고 책을 보면서 뭘 열심히 한다.
학생이니까 공부겠지 뭐.
"주문하신 자몽에이드 한 잔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번호도 따이고 가끔가다 손님들이 고생한다고 음료 하나 갖다준다는데 나는 뭐..
"저기"
...?
헐 뭐지. 자몽 에이드 맞는데. 내가 뭘 잘못했나. 음료 따르고 위에 자몽 올리는거까지 다 했는데. 뭐야..
"네?"
"아 저 그게 다른게 아니라"
다른게 아니면 빨리 말해. 얼음 너무 많이 넣어줬나. 아니면 뭐 히터라도 틀어달라는건가.
"아니 그게 그.. 어제 왜 안나오셨어요..?"
"아.. 어제 제가 좀 아팠었거든요."
아 난 또. 어제 내가 안나온게 그렇게 뜸들이면서 물어 볼 얘긴가.
"지금은 괜찮은거에요?"
"아 네 지금은 괜찮아요."
"어제 갑자기 안나와서 깜짝 놀랐었는데.. 이제 안나오는 줄 알고."
"안나오긴요. 이거 아니면 완전 잉여에요. 잉여"
"잉여..푸핫"
내 말이 웃겼는지 그 애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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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많이 심심하긴 심심했나보네 얼굴만 보던 손님하고 얘기도 나누고. 그것도 나보다 어린 애랑.
그 애는 조끼위에 붙은 이름표를 가리키면 자기 이름이 민규라고 했다. 김민규.
그러면서 내 이름표를 보더니
"김..칠봉? 아 예쁘다. 이름 예뻐요."
라며 송곳니를 들어내며 웃었다.
그 뒤로 자기는 여기 앞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이제 3학년에 되었으며 꽉 막힌 독서실보단 탁 트인 곳이 좋아 이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거라 말했다.
주문만 받을 때는 몰랐는데 웃는 모습이 정말 딱 고등학생같다.
그렇게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그 애를 앞에 두자니 얘기가 술술 나왔다.
"아 진짜요? 뭐야.. 완전 부럽다.
나도 빨리 수능 봐버리고싶은데."
이번에 수능을 봤다는 내 말을 듣더니 웃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알지 알지 그 기분 잘 알지. 고삼때 피똥싸며 공부했던 생각하면 으 진짜 싫다.
시무룩하던 얼굴이 다시 밝아지더니 공부는 잘했냐. 수능은 잘 봤냐. 대학은 어디 붙었냐.하는 얘기가 나왔다.
뭐 고3으로 지낸 1년동안 수도 없이 들었던 얘기라 아무렇지않았다.
이런 저런 내 대답을 듣던 그 애는
"와 공부 진짜 잘했나보다.
아 그럼 이제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봐도 돼요?
보니까 손님도 별로 없어서 심심해 보이던데"
"아..네.."
심심한 것보다는 낫겠지.하는 생각으로 알겠다고는 했지만 뭐 얼마나 물어보겠어.
"아 벌써 일곱시네.
저 학원 가야돼요."
시무룩한 얼굴로 가방을 챙기는 그 애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키는 이렇게 큰데 하는 행동은 귀여워서.
가방을 다 챙긴 그 애는
"저 갈게요.
아 근데 누나라고 불러도 괜찮죠?
칠봉이 누나 빠이!"
하며 나갔다.
어쩜 인사하는 것도 귀여워.
근데 나 다 봤다.
너가 이러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