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생 너봉 X 너봉보러 카페 오는 고딩 민규 02
" 아 그래서 넌 걔가 좋다는거야 싫다는거야!"
"아니. 그게 막 좋고 싫은 감정이 아니라 그냥 귀엽고 같이 얘기하면 좋고 그렇다고.."
"아오 이 답답아!!
아 맞아 걔한테 문자온거 그거 보여줘봐.
그래도 남자는 남자가 알지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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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바를 한지도 벌써 네달.
즉 민규를 본 것도 네달이 지났다.
말을 처음 건낸 이후로도 민규는 꼬박꼬박 카페에 들렸다.
그런 민규가 나에게 번호를 물어보았다.
"안녕하.. 어 민규!"
"누나 안녕~"
송곳니가 보이도록 활짝 웃는 얼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흔드는 양손.
쟤는 맨날 저러고 온다니까.
"자몽 에이드?"
"아니아니. 저 바로 학원으로 가야돼요.
좀 늦어가지고."
"아 그래? 그럼 빨리 가. 더 늦기전에."
"안그래도 지금 가려구요.
근데 누나.. 저.. 그.."
뭐야.. 처음 말 걸었을 때 이후로 저렇게 말 버벅 거리는건 처음보는데. 내 이에 고추가루라도 꼈나.
"아 저.. 누나 핸드폰 번호.. 알려주면 안돼요?"
"내 번호?"
"네. 아 그게 다른게 아니라..
막.. 모르는 문제 생겼을때.. 누나가 설명해주는게 제일 좋더라구요!
뭐랄까.. 좀.. 쉽게 설명해준다해야하나?"
"그래. 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뭐야. 번호 물어보려는거였어? 그거 때문에 저렇게 수줍어한거였구나.
아 진짜 쟤 뭔데 자꾸 귀엽냐고오..
"자 여기."
내 쪽으로 건낸 핸드폰에 번호를 찍어줬더니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 웃는다.
핸드폰을 건내는 손이 조금 떨렸던 것 같기도하고?
뭐 아님 말고.
"와아. 저 이제 모르는 거 있으면 막 아무때나 연락해도 되는거에요?
그런거에요? 그래도 돼요?"
"그래. 근데 너무 늦게는 말고."
"아 절 뭘로 보고.
제가 또 그런 센스 정도는 있죠!"
"알았어 알았어.
근데 너 학원 가야한다며."
"헐 학원. 완전 잊고있었어.
저 갈게요!
칠봉 누나 빠이!"
"그래 민규도 빠이."
손을 흔들고 헐레벌떡 뛰어가는 뒷모습이 참 귀엽다.
아 귀엽다는 말 지겨운데 진짜 귀엽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근데 민규야 모르는 문제 질문한다며. 너 왜이렇게 날 당황시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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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한테 온 문자?"
"그래 문자! 민균지 민군지한테서 온 문자!!"
"아니.. 그건 좀.."
아 얘한테 말하는게 아니였어.
요즘 민규한테서 온 문자를 어떡해야하나 고민하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말했는데.
역시 권순영은 아니였나봐.
"내가 다른걸 하려는게 아니라 그냥 본다니까?
보기만 한다고!"
그래 그래도 남자 문제 연애 문제는 항상 권순영이였지.
고등학교 처음 입학했을때부터 매번 옆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얘 말대로하면 다 됐으니까.
"아 진짜 보기만하는거다?"
"알겠어 알겠어.
이 오빠를 뭘로 보고."
"뭐냐 이 새끼?
왜 지 셀카를 보내."
"나도 몰라. 맨날 이래"
"뭐 얼굴은 반반하게 생겼네.
합격!"
"아 합격은 뭐가 합격이야.
다음 꺼 다음에 보낸 거 봐봐."
"보지말라고할 때는 언제고 지가 더 신났어."
"아니 지 셀카 보내는 이 새끼도 웃긴데
이모티콘 딸랑 하나 보내는 넌 뭐냐?"
"저렇게 셀카 보내는데 뭐 나도 셀카 찍어서 보내라고?
어떻게 그러냐 내가."
"아니 셀카 문제가 아니라 너도 화이팅~ 이런 말 하나 못하냐?
넌 진짜 내가 옛날부터 생각했던건데 표현이 너무 서툴러."
" 아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문자를 보내봤지.
이거 봐봐."
"....이모티콘 두개? 장난해?
아니 손은 또 왜 저러는데.
뭐 꽃게 흉내내는거냐?"
"카페 온다니까 환영 이런 의미..?"
"아오 진짜.
그럼 이모티콘 두개니까 격한 환영 그런거냐?"
"어 맞아. 완전 딱 맞아."
"딱 맞기는 뭐가 딱 맞아 이 기집애야!
그래 문자 보니까 그건 알겠다.
이 새끼 보통 새끼가 아니네.
자기 셀카 보내는 것도 모자라서
저렇게 이모티콘 하나 두개 보내는 애한테 계속 문자하는거 보면 장난아니다 얘."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그니까 왜 그런 말 있잖아 '얼굴에 철판을 깐다.' 이런말.
완전 딱 얘다."
"좋은건가?"
"좋고 나쁘고 할게 뭐 있어. 그냥 얘가 그런 것 같다고.
그리고 설마 이것까지 말해줘야하는지 모르겠는데
얘 완전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이러는건 진짜 미친놈이고.
맨날 본다면서 그런 것도 눈치 못챈건 아니지?
어린 놈이 당돌하니 난 마음에 드는데
너는 어떠냐?"
나는 어떠냐고? 글쎄. 나한테 민규는 뭘까. 한번도 안생각해봤는데.
내가 일하는 카페에 맨날 놀러오는 고등학생?
나 일할 때마다 심심하지않게 해주는 애?
자기 셀카 보내서 가끔 당황하게 하는 애?
내가 얘를 그냥 동생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모르는 척하는건지 헷갈리게 하는 애?
그렇게 한참 얘기하다 헤어지기전 순영이가 말했다
"문자보니까 카페에서 너가 얘를 어떻게 대할지 뻔하다 뻔해.
야. 얘가 좋든 싫든 조금 더 표현을 해봐 좀.
걔가 아무리 얼굴에 철판 수백개 수천개를 깔았어도
너가 계속 그렇게만 대답하면 지친다 지쳐.
너를 좋아하는 감정이 식는게 문제가 아니라
'저 누나한테 나는 이거밖에 안되나' 생각하게 될까봐 그래.
너를 위하기보다는 그 애를 생각해보라고.
내 말 알겠지? 오빠 간다~"
내가 표현이 서툴다고? 더 표현을 해야된다고? 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아 김민규 타이밍 한번 기막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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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잡에 글을 쓰는 건 처음이라 뭔가 좀 떨리고 그랬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사실 제가 카페 알바를 하고있거든요.
글에 사심이 아주 듬뿍 들어가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재밌게 써보려고해도 워낙 글을 딱딱하게 쓰는지라 어떨지 모르겠어요ㅜㅜㅜ
아 그리고 이번 글부터는 포인트 안받으려구요!
처음 글 써볼까 했을 때는 포인트가 보답의 의미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글을 올려보니까 포인트보다는 여러분들의 댓글이 더 힘나는거 있죠!
이게 포인트 내고 볼만한 글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하고요.ㅋㅋㅋ
너무 말이 많았죠?
아무튼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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