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에 지쳐가는 너봉 X 그런 너봉을 붙잡는 순영
"김칠봉! 너 어디가?"
"아 나 순영이 만나러!"
"순영이?"
"응! 요즘 바빠서 잘 못봤거든.
완전 오랜만에 보는거다!"
"신났네 신났어.
아무리 오랜만에 보는거라해도 너무 늦지는 말아라!"
"알겠어! 나 갔다올게~"
-
"순영아, 나 안보고싶었어?"
"아 뭘 그런 걸 물어봐."
"왜~ 난 너 이~만큼 보고싶었는데.
넌? 응? 순영아~"
"됐어 그만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치.. 대답해주면 뭐 덧나냐."
-
"오늘 진짜 재밌었다. 그치!"
"응. 너무 좋았어."
"아 뭐야~ 그게 끝이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뭐 그럼 어떻게 더 말해.
알잖아. 내가 너 얼마나 좋아하는지."
"피.. 알겠어.
너 피곤해보인다. 얼른 들어가."
"그래. 나 먼저 간다.
조심히 들어가."
가라고 가냐 권순영 저 바보.
-
"아 몰라. 걘 나 보고싶지도 않았나봐.
내가 얼만큼 보고싶었냐고 물어봤는데 대답도 안하더라."
'걔가 그러는게 하루 이틀이냐.
너희 처음 만날 때부터 그랬잖아.
너가 좋다고 졸래졸래 쫓아다니면 권순영은 부담스럽다고 요리저리 피하고.
그래도 지금 이정도면 양호한거지.'
"뭐 나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데 계속 저러니까..
맞아. 오늘 진짜 속상했던거.
난 오랜만에 만난다고 화장도하고 안입던 치마도 꺼내입었는데 걘 츄리닝입고나왔더라."
'뭐? 추리닝? 걔가 맨날 입는 그 아디다스 추리닝?'
"어. 속상한것도 속상한건데 진짜 자존심 상하는거 있지.
거기다데고 '난 이렇게 꾸몄는데 넌 왜 이러고 나왔어'할 수도 없고.."
'야 그건 너가 속상해 할만 하다.
아니 그럴땐 말을 좀 해. 화도 좀 내고.'
"어떻게 그래. 걔 힘든거 알잖아."
'걔만 힘들어? 너도 힘들어 바보야.
걔만 토익 공부하는거 아니고 걔만 자격증 준비하는거 아니야.
누가보면 대한민국에 취준생이 걔 하난줄 알겠다.'
"뭐 그렇기도 하네.
옛날엔 내가 하나하나 맞춰주고 배려해주고, 그렇게해도 그냥 순영이가 내 옆에 있는거만으로 좋았는데 요즘은 좀 달라."
'솔로인 이 언니한테 연애 문제는 너무 어렵다~'
"내가 너무 내 얘기만 했나? 미안."
'뭘 미안이야. 너 맨날 그러거든~
아 그건 그렇고 너 다음주에 시간 언제되냐?'
"다음주? 왜?"
'뭐가 왜긴 왜야. 너 생일이라고 내가 밥 사주기로했잖아."
"아 맞아. 내 생일이구나."
'까먹었어? 뭐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생각하고 카톡해.
나는 우리 멍뭉이 밥줘야겠다.'
"그래 알겠어. 카톡할게."
다음주가 내 생일이구나.
내 생일은 기억하려나.
-
'카톡'
어? 순영이네?
'칠봉아 목요일에 시간돼?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목요일? 내 생일은 금요일인데..
'응 그때 시간 돼!
맛있는거 뭐 먹을건데?'
에이 하루 먼저 만나는건데 뭐 어때.
'그건 비밀.
예쁘게하고 나와.'
'알겠어!
순영이 벌써 보고싶다~'
예쁘게하고 나오라고? 뭐 내가 언젠 안예뻤단거야 뭐야.
설마 생일이라고 이벤트 이런거 하는건 아니겠지?
에이 권순영이 그러겠어.
-
"엄마 엄마!
나 이게 나아 아니면 이게 나아?"
"음 엄마는 둘 다 예쁜데?"
"아니 두개중에 하나만 딱 하나만 골라봐~"
"그럼 이거! 이게 더 화사해 보인다."
"그치 이게 더 낫지?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옷도 예쁘고 화장도 잘 먹었어. 얼굴도 별로 안부은 것 같고.
신발은 이거 신으면 되겠다.
음 완벽해 완벽해.
-
"순영아 여기!"
"아 미안 내가 좀 늦었지."
"괜찮아. 나도 방금 왔어!"
"그래? 그나마 다행이네.
배고프지? 얼른 가자."
"이 근처에 있는거 맞아?
여긴 그냥 사람사는 골목인 것 같은데?"
"아니야 여기쯤인 것 같아.
아 저기있다."
"어디?"
"저기 저 간판있는데."
"간판? 무슨 간판?"
"저기 안보여?
둘리네 떡볶이 저기 있잖아."
"떡볶이..? 둘리네 떡볶이?"
"어. 너 떡볶이 좋아하잖아.
오늘은 별로야?"
"아.. 아니 떡볶이 좋지."
그래도 내 생일인데 떡볶이가 뭐냐 떡볶이가.
예쁘게하고 나오랬으면서.
널 도통 모르겠다 순영아.
"여기 진짜 맛있다. 다음에 또 오자."
"그래 그러자."
"왜? 넌 별로였어?"
"아니 좋았어."
"에이 표정은 아닌데?"
"아 맛있었어. 맛있었다고."
"아니 맛있으면 맛있던거지 왜 짜증을 내."
"미안해. 그냥 좀 신경쓸게 있.."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나? 나 지금 칠봉이랑 있는데.
어디? 여기서 걸어서 한 십분이면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좀 그렇고. 아 알겠어. 일단 끊어.
아 미안 친구한테 전화와가지고.
뭐라그랬지?"
"넌 진짜.. 됐다 됐어 말을 말아야지."
"아 왜그래. 말해보라니까.
뭐 힘든 일이라도 있어?"
"됐다고.
왜 그 친구한테 다시 전화하지 그러냐.
걔가 나오라고 그런거 아니야?
가 걔한테 가라고."
"야 넌 왜 말이 그렇게 되냐?
내가 지금 너한테 힘든 일 있냐고 물어봤잖아."
"..."
"왜 말이 없어. 어?"
"그래 나 힘들어. 그것도 너때문에 힘들어.
너 오늘 나 왜 보자고 한거야?
고작 이 떡볶이 먹자고?
넌 내일이 무슨 날인지는 알아?
내 생일이야. 내 생일.
예쁘게 입고 나오래서 잔뜩 꾸미고 왔더니 뭐? 떡볶이?"
"야 그건.."
"내 말 아직 안끝났어.
그리고 내가 말하고 있었잖아.
전화 나중에 받아도 되는거 아니야?
하긴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넌 항상 그래.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변한게 없어 넌.
내가.. 내가 만나는 것부터 사소한거 하나하나까지 다 너한테 맞추려하잖아.
근데 넌? 넌 진짜..뭐냐? 너한테 난 뭐냐고.
우리 서로 좋아해서 만난 거 아니야?
왜 나만 이렇게 애 써야하는건데!!"
"...."
"넌 나한테 미안하지도않아? 변명이라도 해봐 좀."
"..."
"아 진짜.. 나 도저히 너랑 못있겠다.
먼저 간다."
쟨 항상 저래.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아. 이기적인 새끼.
-
칠봉이가 화를 냈다. 그것도 엄청 많이.
아무래도 내 탓인 것 같다. 아니, 다 내 탓이 맞다.
우린 처음부터 그랬다.
내가 겨우 한 발 다가서면 칠봉이는 두발 더 앞에 있었다.
다행히도 칠봉이는 그런 나를 이해해줬고 어쩌면 난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겼나보다.
그렇다고 칠봉이가 좋지 않았던적이 있었던 건 절대 아니다.
표현은 서툴렀지만 칠봉이가 날 좋아해주는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난 그 아이를 아낀다.
사실 떡볶이를 먹으러 가겠다고 말한 순간부터 칠봉이의 표정은 좋지않았다.
떡볶이가 별로냐는 내 말에 아니라 대답했다.
그리고 난 그 말을 믿으면 안됐었다.
칠봉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이다.
고등학교 2학년, 처음 같은 반이 됐었을 때 먼저 건낸 말은
"나 떡볶이 너무 먹고싶은데 혹시 오백원있어?"였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같은 과라는 걸 알게 됐을 때도
"어! 떡볶이!!"라며 반가워했던 칠봉이였다.
적어도 나에겐 그런 의미가 있는 음식이였는데 아니였나보다 칠봉이는.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내 머릿속엔 칠봉이밖에 없었다.
요즘 통 못봤는데 나에대한 마음이 식은건가.
표현이 서툰 내가 이젠 질린건가.
아니야. 아닐꺼야.하며 내 앞에 있는 칠봉이만을 온전히 내 눈에 담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작은 실수 하나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우린 위기의 상황에 있었고 그 상황 속에서 난 크나큰 실수를 했다.
결과는 뻔하다.
그녀는 오해를 했고 난 붙잡지못했다.
그리고 이제야 알아버렸다. 내 마음이 아무리 커도 상대방에 전해지지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벌써 며칠째 칠봉이는 내 전화를 받지않는다.
아니다. 싫다. 이렇게는 안된다.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칠봉아 나야 순영이. 전화 안받아서 메세지 남겨.
나 정말 너 만나서 해야할 얘기 너무 많은데..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응?
제발 칠봉아.. 나 너희 집 앞에서 기다릴테니까 너 마음 내키면 그 때 나올래?
언제든지 상관없으니까 그냥 나오기만해.. 알겠지?"
-
"야 그래도 한번 만나줘라. 걔 요즘 몰골이 말이 아니래."
"아니야. 걔때문에 너가 얼마나 마음고생했냐.
걔도 좀 알아야 돼. 이번 기회에 아주 고쳐놔야지."
"아 모르겠다. 우리 순영이말고 다른 얘기하자 다른 얘기."
홧김에 순영이에게 화를 냈다.
내가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구나 할 정도의 모진 말만 했다.
순영이가 미워서 그런 말을 한건 아니다.
그냥 좀 알아달라고. 나 이만큼 힘드니까 나 좀 보듬아달라고. 투정아닌 투정이였다.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안기고싶은 순영이지만 아직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친구들과 헤어진 뒤 집으로 가는 길, 나는 순영이에게 당장 달려 갈 수 밖에 없었다.
-
"칠봉아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기회 줘.
내가 진짜 더 더 잘할게.
너가 나한테 해줬던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더 잘해줄게.
나 너 없으면 안될 것 같아.
응? 칠봉아 전화 좀 받아.."
내 눈 앞에 순영이는 핸드폰을 붙잡고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고있었다.
" 순영이? 순영이야?"
순영이냐는 물음에 나를 올려다 보는 눈이 그동안 얼마나 울었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본 순영이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말도 없이 날 보기만했다.
"순영아.. 너 여기서 뭐해?"
날 가만 보던 순영이는 울음이 다 가시기도전에 나를 안더니 흑흑 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칠봉아. 내가 다 미안해.
나 버리지마.. 응?
나..나 아직도 너가 너무 좋은데..진짜 너 없으면 안되는데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나 한번만 용서해주라. 더 잘 할게 내가 더 잘 해줄게.."
"알았어.. 알았어 순영아. 울지마..응?"
"나 용서해주는거야..?
그런거야..?"
"용서해주고 말고가 어딨어.
내가 너 말고 누굴 만난다고.
그니까 울지마 순영아. 뚝!"
-
위기의 상황에서 작은 실수 하나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 큰 오해는 그저 오해로만 끝날 뿐이다.
그리고 오해가 끝난 뒤 위기의 상황이라 불렸던 상황은 더이상 위기가 아닌 또 다른 기회로 찾아올 것이다.
나와 칠봉이처럼.
-
으어 한번에 다 쓰려니까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네요ㅜㅜ
그래도 이건 한번에 써야할 것 같아서 눈 부릅뜨고 썼습니다!!
사실 저 움짤로 글 써보고싶었는데 으 어려워요 어려워ㅜㅜㅜㅜ
처음에 잡았던 방향은 이게 아닌데 많이 틀어진 것 같아 아쉽기도해요ㅠㅠㅜㅠ
뭐 그래도 쓴게 어디에요! 이걸로 만족하려구요ㅋㅋㅋ
S2여러분의 댓글이 정말 큰 힘이됩니다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