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자리에는 새근새근 아기처럼 자고 있는 은 무슨 사람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내 남편, 이지훈이 보인다. 늦게까지 술 먹고 무슨 염치로 집에 들어와서 내 옆에 자리 잡고 자고 있다니.. 그래도 신혼인데.. 막 아이도 갖고.. 알콩달콩 하게 살고 싶었는데.. 모든 게 다 환상일 뿐. 이지훈과 나 사이에 그리 현실성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술이 떡이 돼서 들어온 남편을 위해 아침 준비를 하려고 앞치마를 둘렀다. 열심히 물을 담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야채를 꺼내 탁탁 소리를 내며 썰었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머리를 부여잡은 체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이지훈이 나왔다. "... 마누라.. 물.." 웅얼거리며 잠이 덜 깬 얼굴로 말한다. 나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컵에 따라 이지훈에게 주었다. 벌컥벌컥 잘도 마시네.. 그러다 초점 없는 눈을 딱 뜨더니 날 보며 폭 안긴다. "으아..." "왜 이래 징그럽게." "내가 어제는 미안했어요.. 부장님이 신입사원 왔다고.. 회식자리에 한 명이라도 빠지면 막 혼낸다고 해서.." "풉.. 뭐야 그게.." 어쩌면 난 남편 없이 나랑 동갑인 애를 키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30초 전까지만 해도 씩씩거리고 있던 나는 언제 화가 풀렸는지, 이지훈 허리에 손을 두르고 서로 껴안은 체 왔다 갔다 오뚝이 놀이를 하고 있다가 물이 넘치는 소리에 부엌으로 다시 달려가 재빠르게 수습을 하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요리를 시작했다. 생각 없이 열심히 도마만 바라보며 요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뒤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이지훈은 언제 샤워를 끝냈는지 보송하게 말린 머리로 날 뒤에서 살포시 껴안았다. 잠이 덜 깼는지 내 어깨에 턱을 괴고 흠... 하고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내 코에 퍼지고, 반팔을 입은 이지훈의 하얀 손에 힘줄이 보여 나도 모르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마누라.. 오늘 예쁘다." "여보, 술 덜 깼어?" "아니.. 다 깼어.. 근데.. 나 오늘 출근하지 말까?" "왜, 갑자기." "그냥.. 오늘은 너랑 같이 있고 싶네.." "음..." 이지훈은 내 허리를 잡고 서로 마주 보게 몸을 돌렸다. 난 잡고 있던 칼을 도마 위에 내려놓고, 이지훈을 마주 봤다. "여보도 오늘 멋있다." 이지훈은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해지면서 금세 간절한 눈빛으로 변하더니 이내 나와 점점 가까워진다. "마누라.. 우리 오늘 아기 만들까?" "뭐..?" "아니.. 뭐.. 이제 만들 때도 됐잖아" "..." "아직은 이른가.." 하고 실망한 얼굴로 또다시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지훈이 귀여워 살짝 웃음을 터트리고,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 아니, 전혀" 이지훈은 고개를 들더니 이내 씩 웃으면서 살며시 내 입술에 입을 맞댄다. 더 깊어지고.. 깊어지다 보니, 내 허리는 뒤로 살짝 꺾였다. 이지훈은 더욱 고개를 숙여 진하게 나의 입술을 머금었다 그러다 내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려고 할 때쯤. 이지훈은 한 손으로 내 허리를 잡은 뒤 곧바로 나를 번쩍- 안아들고선 말한다. "침대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