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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소 전체글ll조회 1822l 5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세븐틴/오만/이석민] 장마 | 인스티즈





[오만/이석민] 장마



























"비온다"




























열을 올리며 수업을 하고 계시는 교수님의 목소리만 가득찬 강의실 속, 짧고 간결하게 들어찬 그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틀어 창 밖을 내다보았다.강의실에 올때까지만 해도 푹푹찌던 날씨에 신경질적이였던 기분을 풀어주기라도 하는 듯 시원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에 비몽사몽 한 채 양치질을 하며 곧 있으면 무더운 여름을 한 풀 풀어줄 장마가 다가온다던 목소리 좋은 기상캐스터의 말을 한 귀로 흘려보내던게 떠올랐다. 곧 있으면 교수평가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지 죽기 직전 마지막 울음을 쏟아내는 매미처럼 교수님은 수업에 열을 올리고 계셨다. 어쩌면 간절한 울부짖음같기도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외치는 그 말이 내게는 전공을 위한 수업이 아닌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수업으로 보일 정도였으니 그 애절함이 어느정도인지는 길게 말안해도 느껴질것이다.안쓰럽게 쇳소리를 내며 말을 하는 교수님을 외면하고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 속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 빗속에 집중했다.




















"..이름아"


"..."


"...이름아!"

























빗소리에 스며들어 가 내가 비인지 비가 나인지 모를즈음,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쪽을 쳐다보았다.수업이 끝났으니 이제 나가자며 말을 건넨 동기는 내게 한번 싱긋 웃어주고선 강의실을 나섰다.잠깐 잠이 들었던 것인지 아님 빗소리에 너무 집중해 시간이 가는지도 몰랐던건지 애절한 울부짖음을 토해내던 교수님도 그런 교수님을 보면서도 아무 감정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동기들도 모두 강의실을 떠난 뒤였다.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한 번 하고선 강의실을 나섰다. 그저 별 생각 없이 빨리 집에가서 과제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던 나의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아 우산.."























장마철이라 얘기하던 기상캐스터의 말을 무시했던 것을 떠올렸으면서도, 그 말을 무시한 채 우산을 안 챙긴것은 기억 못한 나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때리며 자책했다.잠깐 있으면 금방 그치겠지 싶던 빗줄기는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더 굵고 무서운 기세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절망한 표정으로 있던 나는 핸드폰을 뒤져 전화할 사람을 찾았지만 그마저도 금새 포기하고 말았다. 일하러 간 부모님을 비때문에 부르는 건 철없는 짓이라 생각했고, 고등학교 친구는 더더욱 게다가 조별과제를 위해 저장했던 동기들의 번호는 보나마나였기 때문이다. 순간 참 부질없고 보잘 것 없는 인생이다 싶은 내 모습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모로 봐도 도로 봐도 참 절망적인 내 상황과 현실에 체념하며 나는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버스정류장까지 달려오는 내내 간혹 머리에 손이라던지 가방이라던지를 얹고 끔찍한 표정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저 사람들에겐 이 비가 참으로 끔찍한가보다.버스정류장에 도착해 잔뜩 젖은 몸을 탁탁 털어내던 나는 손을 뻗어 내리는 비를 손에 담아보았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내 손위로 떨어지는 비의 느낌이 여간 좋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비를 느끼던 나는 이내 '4번 버스가 잠시 후에 도착합니다'라는 상냥한 안내음성에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곧이어 버스가 왔고 버스에 올라 탄 나는 탄식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기사님이 냉방병에라도 걸린건지 에어컨을 틀지 않고 비가 와 창문을 꼭꼭 닫아놓은 버스는 금방이라도 습기로 가득 차 터져버릴 것 만 같았기 때문이다. 앉을 자리가 있을 정도로 텅텅 빈 버스 내부였지만 습기가 가득 차 승객 모두의 표정에는 짜증과 불쾌감이 한가득이였다. 나 역시 그들과 같은 심정이였다. 자리에 앉을까 싶다가도 팔과 팔을 치대며 붙어있으면 오히려 안 붙을 시비도 붙을 것 같아 내리는 문 앞에 가만히 섰다. 달리는 버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비가 더해져 더욱 더 센치했다.하지만 습기때문에 잡는 봉까지도 미끌거리는 상황에 나는 그런 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기에 고개를 돌렸다.
























"..."





























분명 버스에 타서 버스 안에 있는 승객들의 짜증이 가득 담긴 표정을 봤는데, 모든 승객들이 짜증에 젖어 어두운 비와 섞여가는 것을 봤는데











그런데,내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인 내 앞에 앉아있는 이 남자는 맑게 개인 하늘 처럼 웃음을 머금은 채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N극은 S극을 보면 붙고 철수와 영희는 떨어지면 안되는 영혼의 친구처럼 국어 지문에 붙어 나왔다. 1이 있으면 그 뒤에 2가 오듯 이유는 없지만 서로 붙고 이끌리는 존재가 하나씩은 존재한다고 생각해왔었고 그리고 지금 나도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는 이 남자에 이끌리듯 그의 옆에 앉고 말았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지금의 내 상황과 어쩜 이리 잘 맞을까.










남자는 인기척을 느낀건지 창밖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원래 그런건지 아님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건지 기분좋게 말려 올라가있는 입꼬리에 심장이 간질거렸다. 나를 한번 보던 그 남자는 이내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이러지, 비를 맞아서 그런건지 얼굴이 살짝 뜨거웠다. 버스가 들썩거릴때마다 그와 살짝살짝 맞부딪히는 살갗도 뜨거웠다. 그도 뜨거운건지 아님 내가 뜨거워서 그에게도 옮겨가는건지 우리 둘이 함께 앉아있는 자리가 모두 뜨거웠다.



























-






























"콜록콜록"






















밥먹다가 말고 다 죽어갈 듯 기침을 해대는 내 모습에 승관이가 먹던 수저를 내려놓고 심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너 감기 걸렸지?"


"아니"


"아니긴 뭐가 아냐"






















감기가 걸려 몸이 안좋은 건 나인데 온갖 세상의 병을 다 짊어진듯이 찡그린 표정을 한 승관이가 내 앞머리를 홱하고 까재끼더니 자신의 손을 얹고 열을 쟀다. 내 이마에서 손을 뗀 승관이가 '야 뜨거워서 손 데일 뻔 했어'라며 빈정거리며 말을 해왔다. 밥을 먹던 나는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밥 한알 한알을 깨작거리며 승관이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넌 전화 뒀다 뭐하냐 나한테 연락 할 생각 안해?"


"너 수업ㄷ.."


"너랑 수업 같은시간에 끝나거든요?"


























승관이의 말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헙하고 입을 닫고 있으니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학교 OT날 마치 도살장에 끌려온 소돼지처럼 떨리는 눈을 굴리며 낯을 가리던 내게 먼저 다가와 준 게 승관이였다. 어짜피 대학친구는 다 부질없는 거라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고 또 낯을 너무 가리는 내 성격에 친구를 사귀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던 내 대학생활에 승관이가 성큼 다가와 준것이였다. 항상 나를 1순위로 챙겨주었고 내 말에 귀기울여주었고 '친구'라는 말에 걸맞게 내 곁에 있어준건 승관이였다. 하지만 문제는 승관이만 '친구'였다는 것이다. 나에게 이런식으로 대하는 친구는 물론이거니와 여자도 아닌 남자는 처음이였기에 그가 부담스러웠고 내친 것도 한두번이 아니였다. 혼자 다녀도 된다고 나 신경쓰지 말고 너만 마음 주지 말고 같이 마음 받을 그런  친구를 사귀라고,솔직히 말해 승관이도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멀어지는 듯 싶다가도 다시 깊숙히 내게 다가오고 멀어지다가도 다시 깊숙히 내게 다가오는 그의 발걸음이 어느 새 내게 각인되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와 승관이는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였다.







하지만 간혹 친구로써 서로를 필요로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는 그를 잊었다. 그리고 승관이는 그럴때마다 여과없이 나에게 섭섭함을 드러내었고 그러면 나는 미안한 마음에 눈치만 보다가 안그러기로 약속하고 반복하기가 벌써 10번째였다. 한 두번은 그렇다치지만 그 횟수가 10의 자리로 넘어가니 나도 양심의 가책이란게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저 믿지 않을 거짓말로 숨겨보아야 했고 그것마저도 들키게 되면 온 힘을 다해 미안함을 표시하는게 내게 있어서 최선이었다. 가만히 밥도 안 먹고 자신의 눈치만 살피는 나를 보던 승관이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내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며 얘기했다.



























"밥 먹어, 감기까지 걸려놓고 밥까지 거르면 참도 잘 낫겠다."


"...ㅁ..미안해"


"됐어,뭘 미안해 그냥 난..."




























기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나를 보고 피식 웃던 승관이가 이내 진지해진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틀어 그의 표정을 살펴도 그는 마치 굳은 석고상처럼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 싶었다. 생각할 시간을 줘야하는게 맞는 행동일거라 생각한 나는 가만히 그가 얘기해주길 기다렸다.




























"..."


"난...그냥 너가"


"응?"


"좀 안 아팠으면 좋겠고...안 힘들었으면 좋겠어, 그게 내가 있어서 도와줄 수 있는 선에서라면"





























한참을 생각하던 승관이가 꺼낸 얘기는 여전히 나의 대한 걱정뿐이였다. 나와 깊게 눈을 맞추고 얘기하는 승관이의 눈에는 한 치의 거짓말도 섞여있지 않았고 그렇기에 내 마음은 더더욱 무거워져갔다.이게 무슨 감정일까,미안하기도 했다.그치만 한 편으로는 승관이가 뭐때문에 이런 나와 친구를 하는지, 그저 그가 나를 떠난다면 그렇다면 둘다 덜 힘들고 덜 무거워하지 않을까. 못내 꺼내지 못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나의 감정은 가만히 무거운 양심 속 한 켠으로 잠겨들어갔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여전히 내리는 비에 승관이가 정류장까지 우산을 씌어주겠다며 나를 붙잡았다. 괜찮다고 우산 있다며 손사레를 치면서 거절했지만 승관이는 끝끝내 고집을 부리며 나를 이끌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가뜩이나 비가 와 어두운 분위기에 우리 사이에서 미묘하게 흐르는 기류까지 압도되니 평소 분위기가 쎄해지거나 어두워지면 먼저 나서서 풀려고 노력하는 승관이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정류장에 도착한 나는 승관이에게 이제 가도 된다며 웃어보였다. 그런 나를 가만히 보던 승관이도 이내 피식하고 웃더니 '어깨 피고 항상 그렇게 좀 웃어, 웃으니까 이쁘네.' 라고 말하고선 나를 한 번 꼭 안아주었다. 나를 안는 승관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안고 있는 팔속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친구라서 말하지 않고 서로 안기만 해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걸까 생각하던 나는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꼭 안고 있다가 우리 앞에 선 4번 버스에 먼저 갈게 하고 인사하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버스에 올라탔다.버스에 올라타서 창밖을 내다보니 승관이가 내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내 일 보 자 하고선 입모양으로 얘기하는 그에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걸로 대응했다.









친구라는 감정앞에서 느껴지는 복잡미묘한 감정에 한숨을 한번 푹 내쉬고선 버스 봉잡이를 잡고선 서있는데 그런 감정마저 잊을 만큼 강렬하게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매료된다고 표현을 해야할지, 빨려든다고 표현을 해야 할지 책의 한 구절에서 '그와 눈을 마주치자 마치 그의 눈동자속으로 내가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라는 얘기가 어떤 느낌이였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은 어제 그 남자였고 그 남자는 역시나 입가에 뜻 모를 미소를 머금고선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첫사랑에 빠진
18살 소녀마냥 그의 눈빛에 눈을 어디다 둘지 모르고 헤매다 마치 자신의 옆에 앉으라는 듯 빤히 나를 바라보는 그에 빨려들어가듯 그의 옆자리에 살며시 앉았다. 내가 앉는 그 순간에도 여전히 그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내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운 듯 싶었다. 자리에 앉았음에도 그는 여전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던 그 표정으로 그가 나를 바라봐주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감기가 더 심해질런지 온몸이 또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의자에 내린 손이 들썩거리며 그의 손과 스쳤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그 역시 여전히 뜨거웠다. 이러다 화상을 입는 거 아닐까 싶을정도로 우리 둘 사이에 무언가 뜨거운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가지 의문점이 내 머릿속을 휘감기 시작했다.나는 왜 그의 옆에 이끌리듯 앉았던 걸까,그리고 지금 그는 왜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일까. 








버스 안이 다시 한번 들썩였다.








그리고 그는 왜 들썩이는 버스와 함께 살며시 내 손 위에 얹어진 그의 손을 거두지 않는 것일까,
초점을 잃은 듯 한 눈동자가 목적지 없이 일렁였다.





























-

























과제를 하기 위해 파워포인트 창을 열어놓은지도 한 시간째인데 깜빡거리는 검은 선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뜨거운 기류를 참지 못하고 버스에서 뛰어내리듯 내려버린 나는 두 정거장 가까이 되는 거리를 비를 쫄딱 맞으며 걸어왔다. 승관이가 정류장까지 우산씌어준것도 무색하게 홀딱 젖어버린 나는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여는 순간에도, 오한이 들어 감기가 더 심해지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몸을 녹이기 위해 옷을 벗는 순간에도, 씻기 위해 샤워기의 물을 튼 그 순간마저도 그가 사라지지 않고 내 기억 주변을 뱅뱅 맴돌았다.샤워기에서 내리는 물줄기가 온 몸을 두드리듯 그가 내 온 신경을 두드리고 있었다.

























'좋아하는 걸까'























문득 든 생각에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고 내게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였다. 고작 2번 만났다. 그것도 버스안에서, 말 한번 섞어보지 않은 사람이였고 그저 눈길이 계속 가고 그의 살짝 말려올라간 입꼬리가 보기 좋았고 그래서 이끌리듯 그의 옆에 앉은게 전부였다. 남자를 물갈이하듯 갈아치우던 고등학교 2학년때 내 짝꿍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던게 엇그제 일같은데, 속된말로 '금사빠' 행동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짝꿍의 뒷통수에 얼마나 많은 욕을 했었는데 그런 내가 지금 그 짝꿍보다 더 한 짓을 하게 되다니 내 인생에 있어서 이건 지구가 흔들리는 일보다 더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이였다.








감기가 더 심해져서인지, 아니면 진정되지 않은 감정때문인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집어들어 물기를 닦아냈다. 일단 빨리 따뜻한 침대에 누워 쉬다보면 조금 생각이 진정될거라고 생각이 든 나는 재빠르게 옷을 입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하지만 이내 곧 떠오른 과제때문에 피곤에 찌든 몸을 벌떡 일으켜 책상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게 벌써 1시간째였다.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제였기에 수월하게 해낸 뒤 얼른 침대에 몸을 뉘여 오늘 하루 이리저리 고생한 몸과 마음을 추스리려고 했다.하지만 그가 눈앞에서 둥둥떠다니는 탓에 검은색 커서는 같은자리에서 깜빡이기를 수백번 반복했고 내 정신도 깜빡이기를 수백번을 반복하고 있었다. 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좋은걸까, 내일 당장 있는 강의의 과제보다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는 내 감정을 잠재우는게 더 중요하고 급급했다.





















'카톡'


















부 승관: 이름아부

승관: 내일 과회식 있는 거 알지?

부 승관: 읽었으면 대답 좀 해ㅡㅡ

나: 아 대답할려고 했어!

나: 근데...왜 회식하는거야..?

부 승관: 며칠전부터 계속 얘기했잖아, 신입생들이랑 재학생들 친해지는 자리 마련한다고 내일 시간 비워놓으라고!

부 승관: 한 2주전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거 같다

나: 아...그랬었나..

부 승관: 아휴; 넌 진짜 나 없으면 어떻게 대학생활할려고 그러냐?

부 승관: 내가 너 걱정되서 군대를 안가요 엉?




























참 나, 군대 안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거면서. 여기까지 음성지원 되는 승관이의 카톡 내용에 나는 실소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진짜 나는 승관이가 없었으면 도대체 얼마나 암울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을까, 내심 드는 생각에 소름이 끼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승관이가 없으면 그렇게 된다면 '내'가 아니라 '승관'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또 다시 오만한 생각이 나를 휘감았다. 있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없는 것을 상상해보는 나의 모습이 창피해 몸을 가리듯 책상에 고개를 박고 엎드렸다.



























-



























지이잉









지이이이잉














"ㅇ...아.."














머리속까지 울릴정도로 세차게 울려대는 진동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떠 발신자를 확인했다.
'부승관'이라고 떠있는 화면에 별 생각없이 통화버튼을 누르고 귀에 갖다댔는데 돌고래 뺨치는 승관이의 초고음에 머리가 딩하고 울렸다.


















"야! 미쳤냐?"


"아 왜.."


"아 왜? 너 지금 몇시인 줄은 아냐?"


















승관이의 말에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떠 핸드폰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4시 47분. 정확하게 빛나고 있는 숫자에 놀라 벌떡 일어나니 핸드폰 너머에서 승관이의 기가 찬 웃음이 들려왔다. 강의는 물론이거니와 회식마저 1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내 머리속은 백지장이 되버리고 말았다. 과제는 커녕 수업도 안나갔으니 과제점수와 더불어 출석점수까지 쌩으로 날라가버리게 된 것이다. 어이가 없으면 헛웃음이 나온다는게 딱 지금의 내 상황같았다.




















"됐고 야 빨리 씻고 회식은 나와라"


"뭔 회식이야..강의도 못나갔는데.."


"야 성적이 안좋으면 교우관계라도 좋아야하는거야 군말 말고 빨리 나오세요"





















마치 통보를 하듯 자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통화를 끊어버린 승관에 머리를 헝클이며 책상에 엎드렸다. '1시간안에 언제씻고 언제준비하고 언제가냐' 짧은 시간동안 갈까 말까를 수십번 고민하던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일 이 회식마저 안나간다면 후폭풍으로 밀려올 승관이의 잔소리를 감당하기 버거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씻고 옷 입고 집을 나서니 얼추 회식장소에 도착하면 시간이 맞을 듯 싶었다.








회식장소에 도착하자 우리과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처음보는 사람들이 식당안을 꽉꽉 매우고 있었다. 입구를 슥 둘러보다가 낯이 익은 얼굴에 다가가니 과대가 정신없다는 표정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부터 회비를 걷고 있었다. '회비 얼마내면 돼?' 라고 물으니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손가락 두개를 펼쳐보이는 그의 손가락 사이에다 살포시 이만원을 꽂아주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저 멀리서 "##성이름!!!!!"하고 개성장군 맞이하듯 불러대는 승관이가 보여 창피한 얼굴을 감추고 후다닥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야 아주 내가 왔다고 광고를 하세요...뭘 그렇게 소리를 질러.."


"너 같으면 안 반갑겠니? 강의도 빼먹고 오늘 처음보는 얼굴이신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하는 승관에 나는 대꾸도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그런 나를 보던 승관이가 한숨을 한번 푹 내쉬고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과제 내는 수업날 빠지면 어떡하냐부터 시작해서 내가 이래서 너때문에 군대를 안간다는 말로 마무리까지 항상 똑같은 잔소리패턴에 지겨워서 신물이 날 정도였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군대를 안간다는 그의 말에 '못가는거겠지'라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꾸역꾸역 삼켜냈다. 그는 말그대로 그랬다. 군대를 안가는게 아니라 못가는거였다. 나도 안지 얼마 안된 사실이였지만 승관이는 아주 어릴때부터 심장이 안 좋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대학교도 수시로 합격한 뒤에 수능기간동안 수술을 받아 수능을 본적이 없다고 나에게 하소연하듯 털어내던 승관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연했다. 그래서 그는 군대를 '못' 간다. 그래놓고선 마치 자신이 군대를 '못' 가는 이유가 나때문인것마냥 군대'안'간다고 말하는 그에 항상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꾹꾹 참아내는 것이였다. 오만하기 짝이 없고 못되서 썩은내가 날 정도의 뒤틀림이였기에 나는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야 내 말 듣고 있냐?"


"어, 듣고 있어"





















끝날 줄 모르는 승관이의 잔소리에 시큰둥해하며 한귀로 흘려듣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내가 잘못본건가 싶어 눈을 두어번 깜빡였지만 그 익숙한 얼굴은 버스에서 보던 남자가 틀림없었다.너무 놀라 승관이가 말하는 것도 잊은 채 그곳만 뚫어지게 쳐다보니 승관이도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























그 남자를 바라보다가 옆에서 들려오는 탄식소리에 승관이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너 저 선배 보는 거 아냐?"


"...어...맞아"


"저 선배 신입생이였을 때는 성격도 되게 좋고 활발하고 얼굴도 잘생겨서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들한테도 인기 엄청 많았었대"






















과거형인 그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그런 나를 본 승관이가 살짝 웃으며 얘기했다.






















"근데 저 형 사고가 좀 있었어..."



"무슨 사고?"



"어! 부승관! ##성이름! 이 자식들!"




1

















사고라는 말에 의아해진 나는 승관이에게 물었지만 저 멀리서 승철선배가 반갑다는 듯 우리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탓에 얘기의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승철 선배는 후배들한테 다 잘해주는 편이지만 유달리 승관이가 마음에 드는 것인지 승관이와 더불어 같이 다니는 나까지 같이 이뻐해주었다. 반갑다며 다가온 승철 선배는 나한테 그동안 왜 잘 안보였냐며 섭섭하다는 말투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그저 허허 웃으니 선배가 술을 따라주었다. 오늘은 몸 상태가 영 별로라 술을 자제할려고 했는데 아예 여기에 자리를 잡은건지 승관이랑 둘이서 좋다고 시끄럽게 떠들던 승철 선배는 연거푸 내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몇 잔 주는대로 받아주다가 시끄러운 술판에 어지러워 턱을 괴고 대놓고 지루해하는데 내 건너편 대각선에 앉아있던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도 이 술자리가 지루해 시선을 돌리다가 나와 겹친건지 아님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건지 맞물려진 시선을 그는 피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자 또 다시 가슴속이 답답하고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애써 시선을 피하고선 뜨겁다 못해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이러면 안된다고 내 자신을 진정시켜보았다. '몇 번 봤다고 심장이 이렇게 뛰냐...' 계속 내 자신을 자책해보아도 터질듯한 심장은 멈출 줄 모르고 뛰어댔다. 연거푸 마셨던 술기운도 덩달아 올라와 이러다가는 금방이라도 내가 뻥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안되겠다 싶었던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야 어디가게?"


"어 이름후배 어디가 얼굴도 잘 못봤는데....."























어디가냐며 의아한 얼굴로 나를 붙잡는 승관과 우는 소리를 내며 가지말라는 승철 선배를 뒤로 하고 터질듯한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여름이라도 밤바람은 조금 차가웠다. 아까 너무 술을 연달아 들이켜서 취해서 그래서 이렇게 심장이 뛰고 온 몸이 뜨거운 건가 싶던 나는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먹을 심상으로 길 건너편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평소 좋아하던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온 나는 바로 식당으로 가기 싫어 주변을 둘러보다 맞은 편 쪽에 조그마한 놀이터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터덜터덜 지친 걸음으로 걸어가 그네에 털썩 앉고선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벗겨 그것을 자연스레 땅바닥에 버렸다. 잘못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스스럼없는 내 손놀림에 허나 양심의 가책은 느껴지는 내 마음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바라보고 있던 아이스크림 포장지 위로 왠 손이 얹어졌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드니 버스에서 만났던 그 남자가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손에 쥔 채로 내 옆에 있는 그네에 털썩 앉았다.








심장이 이렇게도 뛸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두근거렸다. 혹시 저 사람한테까지 들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뛰어대는 심장소리에 내 마음을 들킬까봐 조마조마해져 오히려 더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심장박동따라 점점 숨도 가팔러지고 이러다가 숨쉬는 방법마저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던 순간,























"좋아해요"






















먹던 아이스크림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모든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심지어 아까까지만 해도 미친듯이 빠르게 뛰던 심장마도 정지 된 것 같았다.설마....내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던 말이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튀어나왔나 싶어 혼돈이 느껴지는 순간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래전부터 좋아했어요"























그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처음 버스에서 만난 날보다 더 깊은 그의 눈동자속에는 달이 담겨져있었다. 일렁이는 달이, 그의 목소리도 일렁였다. 어째설까. 설렘을 가득 담아도 모자랄 말이 슬픔에 젖어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서서히 가라앉는 듯 했다.








그도 술을 많이 마신걸까, 그래서 감정이 혼동되어서 목소리도 눈빛도 하다못해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쥔 손마저 저렇게 떨리는 걸까. 뭐에 홀린 사람마냥 나는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차가웠다. 버스에서 닿았던 그 뜨거운 온기가 얼어붙어있었다.























"ㅇ...왜...어째서..."























끝내지 못한 채 얼버무렸을 말이 그의 입속으로 삼켜졌다. 차가웠던 손과 달리 승관이가 말했던 '뜨거워서 데일 뻔 했어'의 말처럼 그의 입술은 너무나도 뜨거웠고 내 입술은 데이다 못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내 앞에서 눈을 감고있는 그의 눈에는 더 이상 일렁이는 달이 담겨있지 않았다. 나도 그를 따라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닿았던 입술이 아직까지 뜨거운 것 같았다. 사라지지 않는 온기에 입술 언저리를 만지작거리다 문득 환하게 뜬 달을 보았다. 그의 눈에 담긴 채 일렁이던 게 떠올랐다. 그는 나를 오래전부터 좋아해왔다고 얘기했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는게 대체 어느 시점부터일까, 이제 대학생활 2년 째 여름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그는 나를 언제부터 알고 언제부터 지켜봐왔던걸까. 버스에서의 만남도 우연이 아니였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왔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빛과 조금 떨려서 그랬던건지 아님 술을 마셔서 그랬던건지 이상하리만큼 어눌했던 목소리와 차가웠던 손이 떠올랐다.그 오랜시간을 좋아했으면서 그렇게 서로 닿으면 데일것처럼 뜨거웠으면서 왜 고백하는 순간은 그리도 차가웠던걸까.








잠에 들려고 해도 그의 생각에 통 잠이 오지 않았다. 그에게 마치 잠식되어버린 잎사귀마냥 그는 나를 살근살근 잡아먹고있었다. 대체 왜일까, 모든 것이 의문점이였다. 그러다 술자리에서 승관이가 그를 언급할때 얘기했던 사고란 단어가 떠올랐다. 새벽 1시 27분. 조금 아니 많이 늦은 시간이였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승관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승관아

부 승관: 왜?

























늦은시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 연락을 기다린사람마냥 1은 빠르게 사라졌고 금새 답장이 왔다.























나: 안 자고 있었어?

부 승관: 응 잠이 안와서

부 승관: 근데 왜 너 먼저갔냐?

부 승관: 승철이 형이 너 먼저 가서 아쉽다고 나 붙잡고 얼마나 찡찡거렸는데.

부 승관: 갈거면 같이라도 가지. 먼저 벌떡 일어나서 가버리고...치사하게

나: ㅋㅋ미안해,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속이 안좋았어

부 승관: 그럼 나한테 같이 가자고 말하지 여자애가 위험한 것도 모르고

나: 됐네요~

나: 근데 승관아 있잖아

부 승관: 응?

나: 아까 말이야

나: 니가 말한 선배

부 승관: 누구 승철이 형?

나: 아니 그 선배 말고 사고 있었다는 그 선배 말이야.

나: 그 사고가 무슨 사고였는지 알려 줄 수 있어?

부 승관: 그게 왜 궁금한데?























승관이의 허를 찌르는 카톡에 빠르게 움직이던 손가락이 멈추었다. 그러게 내가 왜 궁금해하는 걸까. 뭐라고 설명해야하는걸까. 그랑 나는 어떻게 보면 아무 사이도 아닌데 아니 사실 아무사이가 아닐 수 없는데 그런 말도 안되는 사이를 승관이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부 승관: 너 그 선배랑 뭔 일 있었어?

나: 아니야 뭔일은.. 그냥 궁금해서 그래.

부 승관: 아닌 것 같은데? 아까 나간것도 설마 그 선배때문에 나간거냐?

나: 아니거든?

나: 야 승관아 너무 늦었다 자라

나: 잘자.






















조금만 더 있다가는 그와 나의 사이를 끝까지 추궁할 승관이를 알았기에 나는 잘자라는 카톡을 마지막으로 핸드폰 화면을 꺼버렸다. 늦은시간 먼저 카톡을 보내놓고선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자 잘자라고 덜렁 보내놓고 계속 오는 카톡을 씹는 내가 얼마나 오만하기 짝이 없는지 자책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승관이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친구라는 끈에 우리는 연결되어있었고 누구보다 그 끈을 꽉 붙잡고 있는게 승관이였기에 놓치않을걸 알았기에 그랬기에 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
























교수님의 목소리와 사각사각 열정을 쏟아내는 필기구 소리, 그리고 간간히 책상 밑에다가 핸드폰을 두고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들이 적막한 강의실 안을 여백없이 꽉꽉 매워가고 있었다. 매미처럼 울부짖던 그 교수님은 강의평가가 나쁘지 않게 끝난건지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고 간간히 커피까지 마셔가며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무언가 모를 실소가 차올랐다. '큭'하고 웃음소리가 터져버려 놀란 마음에 입을 막고 강의실 안을 쭈욱 둘러보았다. 다행히 혼자만의 호들갑이였는지 모두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을 뿐이였다. 그러다 시야에 스쳐지나간 익숙한 모습에 놀라 다시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대각선 뒤에 그 남자가 앉아있었다. 잘못봤나 싶어 눈을 두어번 깜빡였지만 역시나 버스에서 보았던 그 남자가 틀림없었다.









'그럼 이때까지 같은 강의를 들은건가'싶던 나는 어떻게 강의실에 들어올때며 나갈때며 수업들을때며 단 한번을 그를 보지 못했던거지,새삼 놀라울 정도로 주변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 마음속으로 뜻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다 항상 강의실에 들어서면 교수님,노트,간혹 창밖과 핸드폰 그리고 아주 간혹 잠에 고정되어있는 내 시야에 어쩌면 그를 보지 못한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시야를 거두지 않은 채 계속 그를 바라보니 내 시선이 느껴진건지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또 다시 그의 입가가 기분좋게 말려올라갔다. 그가 나를 바라보고 웃고 있었다. 또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입술에 시선이 갔다, 어제 분명히 나와 입을 맞췄던 그 입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새빨개지기 시작해 얼른 고개를 돌렸다.








남자를 갈아치운다며 치를 떨며 욕했던 고등학교 2학년 짝꿍에게 들리지 않을 심심한 사과를 마음속으로 보냈다, 나는 3일 본 남자와 키스했으니까. 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쳤던 게 아니였을까 저 남자는 오래전부터 나를 좋아하기라도 했지 나는 대체 왜! 고작 3일 본 남자를 좋아하다 못해 키스까지 했는지 속으로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고선 머리를 잔뜩 헝클이며 책상위로 엎드리는 순간, 오늘따라 유달리 기분이 좋았는지 '다들 수업태도가 너무 좋아서 오늘은 일찍 끝낼게요'라며 강의실을 나서는 교수님과 함께 여기저기서 짧은 탄성들이 터져나왔다.









나도 대략 1시간 일찍 마쳐진 수업에 들리지 않을 환호를 내지르며 얼른 짐을 싸기 시작했다. 분주해져 빠르게 짐을 싸던 내 손목을 누군가가 덥썩 잡았다.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그 남자가 나를 보고 웃으며 내게 포스트잇 한장을 건넸다.























내 이름은 이석민이예요.
번호는 010 1717 1717.
저장해요.
그리고 혹시 지금 시간 돼요?























말을 하면 되는 것을 포스트잇에 써서 건네는 그의 행동에 의아해 하다가도 뭔지 모를 귀여움에 피식 웃으며 그를 보고 시간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그러자 그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었다.항상 살짝 입꼬리만 말려있던 그의 입술이 환하게 열린 채 내게 웃어보이고 있었다.승관이가 말한것처럼 그가 왜 인기가 많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웃음속에는 많은 설레임이 담겨있었다. 가만히 그가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감상하고 있는데 그가 멍하니 있는 내 앞으로 손을 두어번 휘휘 젓더니 내 짐을 뺏어서 마저 싸고선 나를 이끌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도 모른 채 그가 이끄는대로 따라가자 그가 멈춘 곳은 학교앞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라멘집이였다. '아 밥 먹자는거구나' 싶어서 그를 따라 가게에 들어가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슥 둘러보다 승관이가 맛있다고 얘기하던 미소라멘이 보여 그에게 '저는 미소라멘으로 할게요'라고 얘기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선 벨을 눌렀다. 곧 직원이 다가와 주문하시겠냐고 물었고 그가 직원에게 메뉴판의 메뉴를 가르키며 주문을 했다. 그러자 직원이 조금 당황해하다가 아 이거랑 이거 주문하시겠어요?라고 재차 묻자 그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굳게 닫힌 채 열릴 줄 모르는 그의 입에 나는 점점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왜 그런걸까 원래 말이 없는 성격일까, 근데 그건 또 아닌 듯 싶었다. 승관이가 얘기하길 활발하고 밝아서 인기가 많았다고 했으니까.그럼 아주 혹시 정말 만약에 사고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생각에 잠겨들때 쯤 마침 주문한 라멘이 나왔다. 평소에 원체 잘 먹기도 했고 배도 고팠던 나는 나온 미소라멘을 말없이 흡입하는 수준으로 먹기 시작했다. 승관이의 말마따라 그 라멘은 정말 맛있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드니 그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너무 정신없이 먹기만 했나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다 문득 먹는데 집중을 하느라 몰랐던 내 다리가 그의 다리와 맞닿아있는 것을 느끼고는 화들짝 놀라 내 다리를 거두었다. 그러자 그가 나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그의 다리로 내 다리를 꽉 안듯이 결박시켰다. 입에 넣고 있던 라멘을 하마터면 뱉을 뻔 했다. 심장이 또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하나하나가 아니 그 존재 자체가 그냥 내게는 모두 반응을 주는 자극제같았다. 맞닿아있는 다리며 떨리는 심장이며 주체가 되지 않았다. 라면을 빠르게 집어먹던 젓가락질은 느려졌고 우리 주위로 뜻 모를 뜨거운 온기가 또 휩싸이기 시작했다. 어쩔 줄 몰라 눈만 도르륵 굴리며 눈치를 보는데 그가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내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두드렸다.























"귀여워"























웃으면서 말해 그런건지는 몰라도 살짝 뭉그러진 그의 발음에 나도 모르게 그쪽 말투가 더 귀엽네요 하고 말해버렸다. 나도 모르게 내뱉어버린 내 말에 놀란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무언가 뜻 모를 미묘한 웃음을 머금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우리가 앉아있는 창문쪽을 누군가 쿵쿵쿵하고 두드렸다. 뭐지 싶어 그쪽을 쳐다보니 승관이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못볼 걸 본 사람마냥 놀라며 기겁하고선 그의 다리에 결박되어있는 다리를 순식간에 빼내었다. 그리고선 안좋은 예감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역시나 내 예상대로 부재중전화가 쏟아져있었다. 같이 밥먹자고 약속했으면서 안나오고 전화도 안받는 내게 승관이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안봐도 뻔했다. 미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니 그가 씩씩거리면서 라멘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쿵쿵거리며 걷는 걸음걸이가 여간 화난게 아닌가보다, 그는 잔뜩 성이 난 얼굴로 내 옆에 와 털썩 앉았다.






















"야! 넌 전화 뒀다가 국 끓여먹을래? 내가 무음해놓지 말랬지? 전화기 줘봐, 이봐 이봐. 또 무음해놨어 참나. 친구는 쫄쫄 굶고있는데 라멘이 목구멍으로 아주 잘 넘어가시나봐요?!!!!"























많이 화가 난건지 평소보다 배는 높은 목소리로 우다다다 말을 쏟아내는 승관에 식당안에 있는 모든 시선들이 우리에게로 쏟아졌다. 일단 화난 승관이부터 진정시키는게 급선무라 생각한 나는 그에게 미안하다고 라멘 내가 살테니까 같이 먹자고 얘기했다. 내 말에 승관이는 그제서야 내 앞에 앉아있던 이석민이라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조금 머뭇거리면서 목인사만 까딱해보였다. 버릇없게 선배한테 그런식으로 인사하면 되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는데 승관이가 뭔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머뭇거렸다.그러던 승관이는 이내























"야 ##성이름 됐으니까 저녁에 밥 사. 나 일있어서 먼저 간다, 조금있다가 전화하면 꼭 받아"























하고선 식당을 나가버렸다. 나가던 승관이는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핸드폰을 뺏고선 무음을 풀고는 저 50M 넘어로 사라져 안보일때까지 내게 무음 해놓지 말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런 승관이에게 설렁설렁 손을 흔들어주다 잠시간 폭풍이 휘몰아친것 같은 느낌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문득 석민이라는 분한테 미안해 사과를 하니 그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으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어보였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다가가자 그가 달려와 내 몫까지 같이 계산을 해주었다. 아 뭔가 이런건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할법한 듯 한데 싶다가도 그냥 선배로써 후배한테 밥 사주시는거겠지 싶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보이고선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온 우리 둘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아무 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걸으며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간질간질거렸다. 아무 일 없이 내뻗은 내 손이 그의 손과 살짝살짝 부딪혔다. 그의 손과 내 손이 닿을때마다 움찔거리며 놀라던 나는  안되겠다 싶어 손을 앞으로 빼내려는 순간, 그가 살며시 내 손을 잡아왔다.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니 그가 나를 보며 또 다시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 눈빛에 나는 차마 내 손을 꽉 쥔 그의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대로 정류장에 온 우리는 버스를 타는 순간에도 마치 지정석인냥 항상앉던 그 자리에 앉는 그 순간에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맞잡고 있는 손은 뜨겁다기보다는 따뜻했다. 가만히 창가쪽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나는 잡은 손을 놓고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놓아진 손에 의아한 눈빛으로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내 핸드폰과 이어폰을 꺼낸 나는 음악폴더로 들어가서 비오는 날이면 항상 즐겨듣던 음악 하나를 재생했다. 그리고 한쪽 이어폰을 그의 귀에 꽂아주고선 한쪽 이어폰도 내 귀에 꽂았다.그를 바라보며 웃자 그가 나를 또다시 일렁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당황해하는 나를 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놓아진 내 손을 다시 꽉 잡았다. 마주 잡은 손이 떨려왔다,

아주 많이.


























-
























집 앞 정류장에 다다른 버스는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꽉 잡아 쥐가 날 정도로 하얘진 손을 놓고 버스에서 내렸다.내리고선 뒤를 돌아 그가 보고있을 창문을 바라보니 그가 잘 가라는 듯 내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나도 그런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버스는 출발했고 그는 내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쥐가 난 손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런 손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분명 버스에 탈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아보였는데 음악을 듣자마자 그가 많이 떨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손을 놓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평소 음악을 듣기 싫어해서 그런건지 혹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게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집에 들어가기 위해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가락이 조금씩 떨렸다. 집에 들어와 멍하니 그의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데 식탁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이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그냥 받지 않겠다 생각하던 나는 아까 승관이가 전화하면 꼭 받으라고 했던 말이 떠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빨리빨리 안 받을래?"


"아 씻느라..."


"됐고 너 집이지?"


"응 왜?"


"나 지금 너네집 간다."


"왜?"


"뭘 왜야 저녁 니가 사준다며, 니네 집 가서 저녁 먹게. 그리고 나 할 얘기 있어."























승관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어색했다. 보통 그는 할 얘기가 있다면 통보를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찾아와서 얘기하는 편인데 이렇게 진지하게 할 얘기가 있다며 그것도 강의가 다 끝난 시간에 우리집으로 찾아온다는 거면 진짜로 무언가 중요한 얘기가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알겠다고 하고선 전화를 끊고 하루종일 꿉꿉한 날씨에 습기로 고생한 내 몸을 씻기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개운하게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니 마침 승관이도 도착한건지 벨소리가 들려왔다.























"전화할 때 씻었다더니 아직도 머리 안 말렸냐?"


"어?"






















승관이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그가 아직 젖어 덜 마른 내 머리칼을 가르켰다. '아'하고 영구 박터지는 소리를 내니 그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선 자연스럽게 소파에 가서 벌러덩 드러누웠다. 눈썰미며 눈치며 남자치고는 굉장히 좋은 그에게 거짓말은 들키기 쉬운 말장난에 불과했다.


























"뭐 먹고 싶은데?"


"됐어 먹고 왔어"


"뭐야 그럼 저녁 먹는다는 말은 왜 하냐 일부러 안먹고 기다렸더니"


"나한테 니가 따지고 그럴 형편은 아니라고 보는데"























그의 말에 괜시리 아까 일이 또 떠올라 미안해져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너한테 할 말 있다고 했잖아."


"응 뭔데?"


"...이름아"


"...응?"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진짜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란 거 알고선 들어줬으면 좋겠어"























진지한 눈빛으로 내게 말하는 그에 나도 덩달아 앉은 자세를 바로 고쳐 앉았다.평소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드물었기에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이 무엇이길래 이리도 길게 뜸을 들이고 말하기를 망설이는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이며 손톱을 물어뜯던 그는, 내가 빨리 얘기해달라고 재촉하자 서서히 입을 열었다.























"그 너가 이석민 그 사람이 무슨 사고를 당했는지 알려달라고 했잖아"


"ㅇ..어?"























예상한 것과 달리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이석민에 관한 얘기였다. 생각지 못했던 그의 이름이 승관이의 입에 오르자 무언가 심장이 찌릿하고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더더욱 그게 사고에 관련된 얘기라면 좋은 얘기는 아닐 게 분명했기 때문이였다. 떨려오는 마음을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는 것으로 진정시켜보았다.























"이석민, 그 사람 1학년때까지만 해도 성격 좋고 활발해서 다른 과에서 이름만 대면 알정도로 인기가 많았대. 근데 그 사람이 음악듣는 걸 되게 좋아했다나봐,그래서 항상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녔는데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모두가 다 좋아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런 사람들이 좀 있었나봐 막...질투? 뭐라해야하지 하여튼 그 형만 보면 시비를 거는 무리가 있었는데 그 무리들이 맨날 이어폰 꽂고 있을 때만 말걸어 놓고 못듣고 대답안하면 막 이 새끼가 싸가지 없이 선배들 말 씹는다고 이런식으로 시비걸고 근데 그 형은 사람이 좋은건지 등신인건지 맨날 그저 웃으면서 죄송하다고 하며 넘어갔대."























승관이의 말에 항상 해사하게 웃어보이던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웃음은 그 어떤 악의를 찾아 볼 수 없을만큼 맑았고 그렇기에 더더욱 그의 감정이 어떤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들도 그랬겠지, 그 웃음속에서 그가 얼마나 힘들고 아파하는지를 가늠 할 수 없었겠지.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큰해졌다.
























"근데 작년 여름 비오는 날 유달리 그 무리 중 한 사람이 기분이 안 좋았는지 평소보다 심하게 시비를 걸었대. 그래서 주변에서 다 그러지말라고 말리는데 그 사람이 계속 시비를 걸다가 그 형을 밀쳤나봐. 근데 이어폰을 꽂고 있었는데 빗속에 넘어지면서..."






















승관이가 뒷말을 잊지 못한 채 조금 머뭇거렸다.






















"...감전이 됐다나봐.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그 형 순발력이 좋았던 건지 이어폰을 빨리 빼내서.."


"야 승관아 잠깐만...어...나 더 이상 안 궁금한데 그만 얘기하면 안될까?"


"...아니 계속 들어"


























혼란스러웠다.더 이상 승관이의 말을 들었다가는 꼴사납게 그의 앞에서 엉엉 울어댈지도 모를 일이였다. 눈물이 가득 찼다. 온 몸이 물로 이뤄진 사람마냥 뭐가 그렇게 슬픈건지 습기로 가득 찬 날씨마냥 내 기분도 물들어갔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힘들고 버겨웠다. 듣는 나마저도 이렇게 힘든데 직접 겪었을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가만히 뭉그러진 채 꽉 쥔 주먹이 덜덜 떨려왔다. 하지만 승관이는 그런 나를 보고도 냉정한 말투와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목숨은 건졌는데 그 형 귀가 서서히 안들리게 됐대. 모르겠어, 지금은 귀가 아예 안 들리는지 아니면 조금은 들리는지. 여름방학 끝나고 한 학기 휴학해서 자퇴했다 뭐다 말이 많았어. 그 형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당연히 학교측에서 퇴학시켰고, 근데 이번에 다시 복학해서 선배들이고 동기들이고 말이 많아. 물론 그 형 잘못은 하나도 없지. 그 형이 나쁜 사람이란 건 더더욱 아니고"


"근데"


"근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


"내가 말했잖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선에서라면 니가 안아프고 안힘들었으면 좋겠다고.니가 누굴 사귀던 누굴 만나고 다니던 내가 신경쓸거 아니란 거 잘 아는데 그래도 누군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안 좋은 소문에 휘말려있는 사람ㅇ..."


"니가 뭔데?"


























승관이의 말에 내 핀트가 엇나가고 말았다. 마치 끊어진 전구의 필라멘트마냥 '친구'라며 잡고있던 그 끈이 뚝하고 끊기고 말았다.























"니 말처럼 내가 누굴 사귀던 누굴 만나던 니가 뭔데 신경쓰는데? 진짜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인데 너가 진짜 뭔데? 너는 나를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다가오는거 아는데 나는 너가 하는 행동들 다 귀찮고 지겨워. 버겁다고,알아? 맨날 너가 믿지 않을 거짓말 하고 들키고 그럼 안그러기로 약속하고 그리고 또 그 짓을 미친새끼들마냥 몇번을 반복하고 그 짓을 왜 해야하는데? 너도 힘들잖아? 너도 상처받고 아프잖아 그러니까 가라고 니가 뭔데 나한테 이러는데.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그렇게 티를 내는데 왜 자꾸 나한테 와서 끼어드냐고 어? 그리고 니가 군대를 안가는게 아니라 못가는거겠지. 니 심장이 아파서 못가는 걸 마치 내가 걱정되서 안가는것마냥 말할 때 솔직히 얼마나 같잖은 줄 알아?"























이러면 안된다고 내게 건넨 승관이의 말이 어떤 뜻인지 다 알면서 이런식으로 말하면 안된다고 내 자신을 말려보았지만 한번 나온 말은 끊길 줄 모르는 폭포수처럼 끊임없이 쏟아졌다. 나를 보는 그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들어찼고 모진 말을 건네는 내 눈에도 눈물이 가득찼다.























"제발 승관아 나 나쁜년 만들지 말고 그냥 가, 너만 끙끙대는 사이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어? 그만 상처받고 제발 가. 친구관계가 이렇게 서로 상처주고 받는 관계라면 나 그 런거 진짜 하기 싫거든? 그러니까 제발 가...승관아"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울어야 되는건 내가 아니라 여물지 않은 상처를 이리저리 물어뜯긴 승관이인데 그러니까 나같은 애는 울면 안되는건데 계속 나오는 눈물을 소매로 꾹꾹 눌러보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런 나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승관이는 고개를 떨구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에게 다가온 그가 나를 일으키고 소파에 앉혀주고선 그만울라고 내가 미안하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상처를 준건 난데 왜 니가 미안해하냐며 말을 꺼내려 승관이를 본 나는 그 말이 목구멍으로 삼켜져 들어갔다. 생전 본 적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잔뜩 젖어있는 그의 눈가에는 터져서 진물이 흘러내리는 상처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내가 저렇게 만들었구나, 내가 저렇게.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에게 손을 뻗는데 그런 내 손을 뿌리친 승관이가 간다며 빠르게 집을 나섰다.








승관이가 집을 나가자마자 부모님을 잃어버린 어린아이마냥 소리내어 엉엉 울어댔다. 상처가 가득 담긴 승관이의 눈은 이석민의 눈이 일렁일때와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아물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걸까. 나에게 고백을 할때 일렁이던 그의 눈이 무슨 의미였는지, 어눌한 말투를 귀엽다며 웃던 나를 바라보던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어떤 음악이 나오는 지 모른 채 귀에 꽂혀진 이어폰에 내 손을 잡는 그의 손이 왜 그렇게 떨렸었는지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사람은 참으로 쓸데없는 오만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신에게 숨겨진 그 감정이 오만함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그런 쓸곳 없는 오만함, 모두 나와 같은 처지일거라고 내 중심으로 생각하는 그 오만함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주었는지 항상 내 곁에 있어줘 그 소중함을 잃어버린 채 상처만 주는 그 쓸데없는 오만함이 얼마나 악했는지. 너무 늦게 알아버린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가 보고싶었다. 염치없고 뻔뻔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서 인간인것이다. 자신이 원하면 그 어떤 상황에서건 어떤 수를 쓰건 이뤄내고 손에 쥐어야만 만족하는 그런 동물, 나는 주머니에 고이 접힌 채 넣어 져있던 포스트잇을 펼쳐 내 핸드폰에 그의 전화번호를 한자한자 입력해나갔다. 자연스레 전화를 누른 손에 황급히 놀라 종료버튼을 누르고 카톡으로 들어갔다.
























나: 저 이석민 씨 핸드폰 맞나요?

이 석민: 네 연락 기다렸어요.























그의 말에 나는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사람처럼 멍해졌다. 그는 여지껏 내 연락을 기다렸구나 무언가 또 다시 휘몰아치는 감정에 눈물이 떨어질것만 같았다.























나: 보고싶어요

이 석민: 나와요 ㅇㅇ공원으로

이 석민: 여름이라도 비 와서 날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고 나와요























마치 내가 이 말을 꺼낼것이라는 걸 알고 있던 사람처럼 그는 빠른속도로 답장을 했다. 그렇게 많은 상처를 주었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걱정이 담긴 마지막 말에 참고 참았던 눈물이 또 다시 떨어졌다. 그를 만날때까지 퉁퉁 부어버린 눈이 가라앉아야 할텐데 운걸 들키면 안될텐데, 그러나 몸은 머리를 따라주지 않았다.
























-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저 멀리 벤치에 앉아있다 내가 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나에게로 다가오는 그가 보였다. 새삼 커보이는 그의 키와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에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미안한 마음에 엉엉 운 사람이 맞나 싶을정도로 그를 보자마자 내 얼굴과 심장은 본능에 충실하기 그지 없었다. 아무 말 없이 내게 다가온 그는 당연하다는 듯 내 손을 그러쥐고선 가만히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걷던 우리 둘은 맞은 편에 보이는 벤치에 누가 먼저랄것 없이 가서 앉았다. 아직 가라앉지 않고 퉁퉁 부어있는 내 눈을 만지작거리며 그가 보면 안될텐데라는 생각에 몸이 점점 구부러졌다. 마치 '내 얼굴 보지 마세요'라고 광고하는 사람마냥 대놓고 얼굴을 숨기는 내 모습에 그가 내게 손을 뻗어 얼굴을 꽉 붙잡고 들어올렸다. 갑자기 들어올려진 얼굴에 놀라 흡 하면서 숨을 참는데 조명에 비쳐 가까이 다가온 그의 얼굴이 완연히 보였다. 너무 가까워서 코로 내쉬는 숨소리마저 느껴질정도였다. 어쩔 줄 몰라 눈만 도륵도륵 굴리는데 그런 내 눈 언저리에 그의 손가락이 닿았다.아무래도 눈치를 챘나보다. 퉁퉁 부어 평소보다 2배는 부어버린 눈인데 모르는게 이상했다. 잔뜩 부은 눈을 보며 그는 어떠한 이유도 묻지 않았다. 그저 안쓰러운 눈으로 내 눈가만 쓸어내릴 뿐이였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나를 덥썩 끌어안았다. 놀라서 어버버거리는데 이내 맞닿은 가슴으로 크게 쿵쾅쿵쾅 뛰는 그의 심장소리가 느껴졌다. 그도 그랬구나, 나를 볼때마다 이렇게 크게 심장이 뛰고 있었구나. 또 늦게 알아버렸다. 항상 한발짝 늦는 내 발걸음에 상처를 입는 그에게 너무 미안해 또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런 그가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손길이 어릴 때 엄마손은 약손이라며 내 배를 쓰다듬어주던 엄마의 손길만큼이나 따뜻했다. 가만히 안겨서 울던 나는 이내 그에게서 떨어져 품안에 꼭 감추었던 공책을 꺼내 그에게 건냈다.








그를 만나러 나오기 전, 급하게 써내려간 편지였기에 앞뒤 문장도 안맞았고 내 마음을 전하는게 급선무였기에 글씨도 삐뚤빼뚤했지만 내 진심 하나만큼은 모두 담겨있는 그런 편지였다.의아한 눈으로 그 공책을 건네받은 그가 조심스레 첫장을 펼쳐보았다.



























석민선배, 어 아니 그러니까 석민씨.
아...어떻게 불러야 될지 모르겠어요.
우린 아직 제대로 정의 내려져 부를 수 있는 그 어떤 사이가 아니니까요.
근데 이것만큼은 확실해요.
당신이 말한것처럼 저도 당신을 많이 좋아해요.
버스에서 처음 당신을 봤을 때, 심장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을 정도로 쿵쾅거렸으니까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맨날 금방 남자친구를 사귀고 헤어지던 친구를 금사빠라고 뒤에서 욕하곤 했었는데 내가 걔보다 더했어요.
당신을 3일만에 너무 좋아하게 되버렸어요.
진짜 많이 좋아해요.
아무 뜻 없는 행동 하나하나에 모든 신경이 반응할만큼, 계속 생각나요.
그래서 미안해요.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어요.
다 나와 같을거라고 판단지어버리고 아무 생각없이 했던 행동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됐을까, 정말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내 이기심때문에 상처줘서 미안해요.
그리고 당신은 오래전부터 나를 좋아해줬는데 나는 이렇게 상처만줘서 그래서 더 미안해요.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이건 상관 안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첫만남에 반했는데, 내가 그걸 따질리가 없잖아요.
그니까 제 말은 그냥 지금처럼 계속 그쪽 좋아할거라고요























다 읽은건지 고개를 들어올리는 그의 볼을 붙잡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입을 맞추었다. 그의 볼을 잡고 있는 손이 떨려왔다. 그의 표정이 어떤지 볼 용기도 안났고 그가 무슨 말을 할 지 들을 용기도 안났다.서툴게 입을 맞추는 내가 귀여운건지 가만히 내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던 그는 이내 내 머리를 부여잡고 서서히 리드하기 시작했다. 진전없이 그저 입술만 맞대던 나와 달리 그는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그의 얼굴을 잡고 있는 손이 더더욱 떨렸다. 온 몸이 나른해 힘이 풀려가는 듯 했다. 내 떨리는 손을 느낀건지 입을 맞추던 그가 참던 웃음을 터뜨렸다. 살짝 달아오른 건지 귀가 잔뜩 빨개진 그를 보다 나도 같이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던 그가 내 손을 잡고선 손바닥에 뭐라고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미 안 해 하 지 마



























사 랑 해






























그의 손길을 가만히 바라보던 내 눈에 또 다시 눈물이 가득 들어찼다.

























-





























수업을 듣는 내내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소음을 내던 내 볼펜은 옆에 앉아있던 동기의 핀잔에 의해 멎었다. 볼펜은 멈췄지만 여전히 불안한 내 마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승관이가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사과를 하고 싶었다. 친구를 그만두건 뭐를 하건 일단 내가 그에게 준 상처는 내가 약을 발라줘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얼굴은 커녕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카톡을 보내도 1은 사라지는데 답장은 없었다.마음이 답답했다. 무언가 꽉 막힌 느낌이였다. 승관이와 있을때면 그렇게 귀찮아 했으면서 막상 이렇게 옆에 없으니까 남에게 피해가 갈만큼 불안해하다니 참 나도 대책없는 애다 싶어 한숨을 푹 쉬며 턱을 괴었다. 오늘따라 이상하리만큼 시간이 느리게 갔다. 그가 없는 시간이라 더뎌진걸까, 더욱 더 승관이의 모습이 그리워졌다.








수업이 끝나고 승관이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남자아이를 붙잡고 승관이 혹시 어딨는지 아냐고 전화되냐고 물었지만 그도 잘 모르는 듯 고개를 저었다.생전 연락 한 번 안하던 승철오빠한테까지 전화를 해 승관이의 행적을 물었지만 그도 모르는 듯 싶었다. 언제 술 한번 하자는 그의 목소리를 끝으로 전화를 끊은 나는 착잡했다. 얼마나 승관이에게 관심이 없었으면 고작 2명을 끝으로 승관이가 누구와 친한지 누구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는지를 찾지 못할까 입 안이 씁쓸했다.








승관이를 수소문해 찾아보려 애 썼지만 별 소득은 없었고 그렇게 승관이가 없는 며칠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그가 없는 불안함은 점점 잦아져갔고,이제 장마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석민오빠와는 강의가 끝나면 누가 먼저랄것없이 만나서 손을 잡고 정류장에 가서 버스를 타고 집에 오거나 간혹 점심저녁을 같이 먹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승관이의 빈자리를 마치 그가 채워주는 느낌이였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승관이의 상처는 아직도 피딱지가 져서 아프게 남아있을텐데 내 빈자리는 그가 없는 순간을 잊어먹을 정도로 꽉꽉 들어찼기 때문이다. 잠시 승관이의 생각에 빠져 정신을 놓고 있는데 옆에서 수근거리는 목소리가 내 귓가에 박혀 들어왔다.























"저 사람 이석민아냐? 자퇴한 거 아니였어?"


"몰라...언제 학교 나왔대...능력좋다 금방 여자친구 만들고 역시 잘생기고 봐ㅇ..큼.."























맞은편 테이블에서 자기들 딴엔 숨긴다고 하는 얘기가 스멀스멀 기어와 우리가 있는 테이블에까지 닿았다. 말을 하며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그들을 노려보니 말을 하다말고 헛기침을 내뱉으며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들에 울화가 치밀었다. 내 앞에 앉아있는 석민오빠는 다행히 그 얘기가 들리지 않는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화가 조금 억눌리는 듯 했다. 내 쪽으로 뻗어진 그의 손을 잡고 웃어보이자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행이였다. 더 이상 그가 상처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오늘 아니 지금만큼은 그의 귀가 들리지 않는 것에 감사했다.


























-





















강의실 안이 평소보다 소란했다. 무슨 일 났나 생각하며 강의실에 들어섰는데 소란스럽던 강의실이 찬 물을 끼얹은 듯 축하고 가라앉았다. 무언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몸이 살짝 떨려왔다. 자리에 앉고 노트와 프린트물을 꺼내고 필기구를 꺼낸 뒤 앞을 바라보는 그 순간까지 이 강의실 내의 모든 신경이 나에게 쏠려있다고 느끼는 건 비단 내 신경이 날카롭기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강의실 주변을 둘러보았다.문득 문득 나와 눈이 마주치고 놀라서 얼른 시선을 돌리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행동에서 소리 없는 목소리가 내게 날카롭게 박히는 것 같았다. '쟤 그 오빠랑 사귄다며?' '와...난 아무리 잘생겼어도 귀머거리랑은 못사귀겠던데' '그 오빠는 그렇게 됐으면서 뭔 학교를 다니겠다고' '야 잘생겼으니까 한명이라도 어떻게든 꼬셔볼려고' 들리지 않는 마지막 목소리에 주먹이 찢어질 듯 손을 꽉 쥐는 순간 쿵 하고 큰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그 쪽을 쳐다보니 석민오빠가 잔뜩 화난 얼굴로 남자동기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참나, 그러니까 왜 멀쩡한 애를 꼬셔서 뒷말 나오게 만듭니까."


"..."


"아니, 솔직히 그런 일 있고 한동안 안 보이더니 갑자기 복학해서 어린 애랑 연애질 하고 있으니 말이 좋게 나오겠어요?"


"..."


"...아... 안들리시는구나? 왜 수화라도 해드릴까요?"
























그 남자아이의 말에 바보같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람은 참 악했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시간 때 배운 성악설에 나는 적극동의했다. 사람의 본질은 악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걸 숨기는 방법을 터득했기에 동물보다 한 수 위에 군림할 수 있었고, 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면 손에 피한방울 안 묻히고도 사람을 상처내고 죽일 수 있는지 또한 알았기에 그 잔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짐을 챙겨 석민오빠를 끌고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냄새가 역해서 더 이상은 저 아이들과 같은 강의실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그저 저들에게는 지루한 일상에 관심을 줄 수 있는 약자가 필요했고 그 게임에서 우리가 술래로 선택되어진 것 뿐이였다. 손을 잡고 걷는 내내 우리 둘 사이에는 아무 말이 없었다. 뒤를 돌아 그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하기 싫었다. 정류장에 도착해서야 그의 손을 놓고 털썩 앉았다. 나를 내려다보던 그도 역시 내 옆에 털썩 앉았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옆으로만 보이는 그의 낯빛이 많이 그늘져있었다.








잘못한 거 없는데, 그렇게 주눅들어 있을 필요 없는데. 그저 그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가 이런 악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와 괴롭힘에 지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그의 팔을 붙잡으니 그가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도 역시 나를 보며 웃어주었지만 평소와는 달리 힘없는 입꼬리 끝이 마저 말려올라가지 못한 채 파르르 떨려왔다. 많이 힘든걸까, 그의 눈빛이 일렁였다. 그의 손바닥을 잡아 끌어 조그맣게 하트를 그려보았다. 그가 피식하고 웃었다. 한참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싶던 그는 이내 내 손바닥을 그려쥐더니 크게 하트를 그렸다. 그리고 또 그려댔다. 손바닥이 빨개질정도로 그는 하트를 계속 그려댔다. 마치 각인시키라도 할 것처럼. 한참을 그러던 그는 이내 내 손을 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빨갛게 자욱이 남은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심장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가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또 다시 그가 나때문에 아프다.






















-

























다음 날,

버스에서 내리던 순간 마지막으로 보았던 석민오빠의 얼굴에는 처음 버스에서 보았을 때 만큼의 빛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 어제 밤새도록 연습했던 손동작을 다시 되짚어보았다.석민오빠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어제 연습해뒀던 사랑해라는 짧은 손동작을 다시 그려보았다. 아마 분명히 이걸 보면 그는 예전처럼 환하게 웃어줄게 눈에 선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과건물로 들어가는데 여러명이 대자보가 붙어있을 곳에 모여 수근대고 있었다. 무슨 일 났나 싶던 나는 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수근대던 사람들이 내가 다가오자 마치 길을 터주듯 반으로 갈라졌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오는 길 내내 연습했던 손동작을 까맣게 잊을만큼.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뿜어져나오는 이유없는 악언들이 나를 사근사근 갉아먹고 있었다. 대자보에는 3학년 귀머거리가 2학년 여자애를 꼬셔서 사귄다는 아주 질 나쁜 연예기사를 보는 듯한 글 내용이 써져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언제 찍혔는지 모를 나와 석민오빠가 손을 잡고 다니는 사진,같이 밥먹는 사진, 키스하는 사진까지 그 사진들을 보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내용은 너무나도 어이없었다. 사랑해서 사귀는게 뭐 그리 잘못된거라고, 귀머거리는 사랑도 하면 안되는건가. 아무도 어이없는 이 대자보에 반기를 들고 나서서 찢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이 대학교에 들어와 있는 자체가 소름끼쳐 치가 떨릴 정도였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은 채, 대자보를 찢어발기듯 뜯어냈다. 내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하나 둘 각자 수근거리며 갈 길을 갔다.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말이 틀림없었고 저들은 각자 갈 길을 가며 되지도 않는 말을 흘려보낼것이 분명했다. 다 닥치라고 모두의 입에 돌 한웅큼을 집어넣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화가 나는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은 채 강의실로 씩씩거리며 올라갔다. 대자보에 붙어있던 청테이프가 자꾸 손에 붙어 신경질적으로 그것을 떼어 내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그 뒷모습은 승관이가 분명했다. 화가 났던 것도 잊은 채 반갑고 미안한 마음에 그에게 다가가는데 문득 그의 손에 들린 청테이프가 보였다. 또 다시 핀트가 엇나갔다. 분명히 다짐했는데, 만일 그를 오랜만에 보게 된다면 내가 그동안 미안했다고 설령 다시 친구를 하지 못한다 한들, 그의 상처에 약 정도는 내가 발라줄거라고. 근데 오늘도 또 나는 이빨을 드러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야 부승관"


"어 이름아.."


"너가 그랬냐?"


"어?"


"이거 너가 붙였지?"


"무슨 말.."


"내가 그랬지, 내가 누구랑 사귀던 말던 신경쓰지 말라고 니가 뭔데 내 일에 끼어드는데?
뭐? 안아프고 안힘들면 좋겠다고? 지금 힘들고 아프게 하는게 누군데"


"야 ##성이름, 증거 있어? 승관이가 그랬냐는 증거 있냐고"


"그래, 승관이 휴학계 쓴다고 지금 왔는데 뭔 소리야"
























나를 막으며 말하는 남자동기의 말에 나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승관이를 쳐다봤다. 승관이는 왜 그런것까지 말하냐며 그 남자동기를 타박했다. 또다, 또 다시 그에게 상처를 입혔다. 허나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여전히 예전과 똑같았다. 그래서 그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것을 꾹 참고 승관에게 짧게 미안하다는 말을 해보이고선 강의실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주변에서 수근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상관없었다. 그저 내 자신이 한심했다. 성악설을 믿던 제일 큰 이유가 내 자신이 악했기 때문이란 것을 나는 또 망각하고 말았다.
























-
























강의를 듣는 내내 수업 내용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석민오빠와 휴학계를 냈다는 승관이때문에, 혹시라도 석민오빠가 그 대자보를 본것일까 조마조마했던 내 마음은 서서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오빠에게 카톡을 보냈으나 핸드폰을 아예 보지 않는건지 읽히지 않은 채 계속 떠 있는 1에 나는 핸드폰 화면을 꺼버렸다. 머리가 과부화되서 오류가 날 것 같았다. 컴퓨터는 재부팅이라도 있지, 나는 그 아무것도 다시 되돌릴 수 없었기에 불안함을 가득 담은 채 달칵거리던 볼펜을 멈추고선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제 장마의 막바지인지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승관이는 왜 휴학계를 낸 것일까, 정말로 더 이상 나를 보기 불편해서 내가 준 상처들이 아물지 않아서 그래서 나때문에 휴학을 하는 것일까. 죄책감이 밀려왔다. 또 다시 그가 보고 싶어졌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강의가 끝나고,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정류장으로 향했다. 혹시나 하며 둘러본 버스 내부안에선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집 앞 정류장에 다다른 버스가 내뱉듯 나를 내려주었다.그런 버스를 한번 돌아본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집으로 향했다. 아직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와서 그런지 어둑어둑한 골목길에는 가로등이 켜져있었다. 그리고 집앞 그 가로등 밑에 승관이가 보였다. 오래 기다린 것인지 우산을 꽉 잡은 손이 빨갰다. 놀란 마음에 인사를 건네려던 나는 고개를 돌린 채 무시하고 걸어갔다. 몇발자국 갔을까, 그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얘기 좀 하자"


"싫어"























잡힌 내 손목을 강하게 뿌리쳤다. 승관이가 조금 당황한 낯빛을 띄우더니 이내 다시 내 손목을 붙잡았다.
























"잠깐만 이름아, 혹시 아직까지 오해하는거면 그거 내가 그런 거 아니야. 일단 내 얘기 듣고.."


"놔 승관아, 너가 그랬던 아니던 그동안 내 연락은 왜 피한건데? 아니다. 내가 친구 끊자고 했는데 뭔 연락을 바라니. 그래도 사람 걱정되게 그 다음날 바로 수업까지 안나와버리면 나는 어떡하라고? 나때문에 너가 망가지면 내가 나쁜년이 되잖아, 그리고 승관아. 내가 이렇게 하면 질려서라도 저런 미친년 친구안해 하면서 안찾아오겠다. 근데 너는 왜 끝까지 나를 찾아와? 어? 내가 이렇게 너 의심하고 비참하게 하는데 왜?!"


'




















말을 하다가 목에 울음이 가득 찬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이런 말을 하는 순간에도 그는 내 눈에 가득찬 눈물부터 걱정했다. 나는 뭐가 그리 승관이한테 못 미더워서 나한테 다 퍼주는 그에게 이리 모질게 대할까,얼마나 더 오만해야 그를 이렇게까지 밀쳐낼 수 있을까. 그리고 승관이는 왜 그런 나를 어미 잃은 새끼마냥 못 잊고 붙잡는걸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승관이의 말에 무언가 막고 있는게 터진듯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승관이가 그런 나를 안아주었다.























"바보야 니가 뭐가 미안해...내가 미안해야하는데....내가 너무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승관아."



"..."


"너가 나한테 다가올때 솔직히 너무 싫었어, 내 소심한 성격에 금방 질리고 나한테 상처주고 떠나버릴까봐 계속 모질게 굴었는데 넌 좀 멀어지다 싶다가도 다시 오고 다시 오고 모질게 마음 먹은 걸 너가 헤이하게 해. 왜 이런 나랑 친구 해? 이런 못되먹은 애랑 왜? 너라면 충분히 좋은 친구 사귈 수 있는데 대체 왜...? 너가 말했잖아 내가 안아팠으면 좋겠다고 내가 안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니가 할 수 있는 선에서라면, 나도 그래. 친구로써 너가 안아프고 안힘들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힘들고 맨날 상처만 주는 원인인 나를 버렸으면 했어. 근데 너는 매번 다시오고 다시오고 진짜 이 바보야 모질아 진짜..."























엉엉 울며 뱉어내는 내 말에 승관이는 나를 그저 꽉 끌어안을 뿐이였다. 그도 우는 건지 기대어있는 어깨가 떨려왔다. 한참을 둘이 부둥켜안고 지나가는 시선도 무시한 채 엉엉울어대었다. 마치 지난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서로 꽉 껴안은 품사이로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다 승관이가 나를 떼어내더니 눈물이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보고는 웃으며 얘기했다.























"그러게 이렇게 못생긴 애랑 뭐가 좋다고 그렇게 친구를 하고 싶다고 했을까"
























그의 말에 아프지 않게 그를 치자 그가 피식 웃으면서 다시 얘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눈 동그랗게 뜨고 겁먹은 강아지마냥 있는 너가 불쌍하고 가여웠어.뭐가 그리 불안한지 온 사방을 경계하는 너가 신기하기도 했어. 나는 그래본적이 없으니까. 나와 다른 너가 불쌍해서 다가갔어. 근데 너는 매번 나한테 상처줬어, 뭐가 그렇게 무서운건지 그렇게 나를 물어뜯었어. 근데 그게 아픈데 정말 따끔거리는데 그런데도 어느 순간 다시 너한테 다가가게 되더라,오기인지 뭔지 모르겠어. 그냥 너가 그렇게 물때마다 내가 아픈것보다 니가 더 아파보였어. 물리는 건 난데 왜 너가 더 아파보이는건지, 그래서 나는 너가 안아프고 안 힘들었으면 좋겠어. 너는 남한테 상처주는 그 순간까지 너 자신한테도 상처를 주는게 보이니까."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아프지마 이름아, 이제 너 나 못 물어. 나 멀리 떠날거거든"























그의 말에 놀란 나는 말문이 막힌 채 어버버거렸다.























"왜...왜가는건데? ㅇ..어디로 가는건데?"


"참나 그렇게 가라고 밀쳐대더니 막상 간다니까 많이 서운한가보네"


"넌 그걸 말이라고..!"


"나 심장수술하러가, 이제 진짜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늙어죽을때까지 안 아플려고...그래서 가."






















그의 말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 말을 하러온 승관에게 나는 마지막까지 모질게 대했으니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이기적이고 못됐을까, 그렇게 울어대던 눈가에 또 다시 눈물이 들어찼다. 그런 나를 승관이가 다시 한번 꽉 안아 주었다.







'















"울지마, 내가 영원히 가는거 아니잖아. 수술 잘되면 금방 돌아올거야. 그만 뚝 그쳐 이름아"























그의 말에 눈물이 가득 담긴 눈을 한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조명에 비치는 승관이의 얼굴이 확실하게 보였다. 어쩌면 오랫동안 못볼지도 모르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딱 1000일만 세, 1000일 뒤에는 내가 죽었어도 관에서 살아 튀어나와서 너한테 다시 올테니까, 그때는 제발 물지 좀 말고 늙어죽을때까지 같이 옛날엔 그랬었지 하며 허허호호하는 영감 할머니 될때까지 친구하자. 알았지? 약속해."























장난스럽게 건네는 그의 새끼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옭아매었다. 진심을 담아서 1000일만 세면 꼭 오라고, 그때는 안 물테니까 너 가 나 물어도 가만히 있을테니까 건강하게만 와 달라고 닿아있는 손가락으로 서로의 마음이 가득 전달되고 있었다. 서로 손을 걸고있던 승관이가 갑자기 내 얼굴을 잡더니 '아니 눈 이렇게 부어서 너 어떡하냐' 하는 말에 크게 웃음을 떠뜨리고 말았다. 본인 걱정이나 하시죠 하며 거울을 꺼내 보여주니 히익! 소리와 함께 거울을 보며 아 큰일났다 나 붓기 잘 안빠지는데 하며 손으로 눈을 꾹꾹 누르던 승관을 보며 큭큭댔다.























"근데 언제 가?"


"음...일주일 뒤? 휴학계도 벌써 다 냈으니까.."


"...뭐가 급하다고 이렇게 빨리 가냐...방학하고 가도 늦지 않을텐데.."


"빨리 오려고 그러죠 빨리 오려고"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승관에 나도 따라 웃어보았다. 서로를 마주 한 채 이렇게 웃어봤던 적이 있었나, 그의 웃음에 마음에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빨리 저 웃음을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그  때가 오면 승관이 말마따라 늙어죽을때까지 서로를 보며 웃는 친구사이가 되게 해달라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마음속으로 빌어보았다.































-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양치질을 하며 티비를 보는데 목소리 좋은 기상캐스터가 오늘까지만 비가 오고 내일부터는 화창하게 개일거라며 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짧은 장마였지만 그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양치를 하던 나는 칫솔을 입에 물고선 가만히 이때까지의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러다 늦은 시간에 놀라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준비해 학교로 향했다.








강의실에 들어섰다, 석민오빠는 오늘도 안보였다. 매미소리는 끝이났다. 그저 밖에 청량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만이 여름인것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게 해주었다. 모든것이 끄트머리에 있었다.여름도,장마도, 2학년 1학기도.








울부짖듯 수업을 해내던 교수님은 세상천지 이런 목소리를 가진 자가 없을 거라고 자부하듯 여유롭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매미는 울부짖다가 죽었지만, 저 교수님은 울부짖다가 살아남았다.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였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혼자 정류장으로 향했다. 손을 뻗어 내리는 비를 맞아보았다. 느낌이 여간 좋았다, 나는 남들보다 유달리 비오는 날을 좋아했다. 건너편에서 이 비가 끔찍하다는 듯 뛰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비오는 냄새도 좋았고 살짝 어둑해지는 분위기도 좋았다. 그런 생각을 할 무렵 저 멀리 버스가 오는게 보였다. 버스를 타기 위해 살짝 뒤로 물러서는데 그만 실수로 물웅덩이에 발을 빠뜨려 양말이 다 젖어버리고 말았다. '으 찝찝해'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내 앞에 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은 습기로 가득 차 있었고 텅텅 빈 자리가 보이는 버스 내부였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딱 한사람만 빼고 말이다.


그가 항상 앉던 그 자리에 앉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런 표정도 담지 않은 얼굴로 그저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 나는 그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역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어제 안왔어요? 연락은 왜 피하고?"























내 질문을 듣던 그는 그저 내 손만 꽉 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그는 또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려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유달리 그의 가슴팍이 많이 들썩거리는 게 보였다.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보았다. 아프지가 않았다. 온 신경이 심장에 쏠린듯 손가락 한개가 잘린다해도 모를 것만 같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나는 내 위로 겹쳐진 손을 빼내 그의 손에 깍지를 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또 다시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눈물을 가득 담은 채.








사람에겐 직감이란 게 있었다. 그 직감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느낄 수 있었고, 대부분의 직감은 들어맞는 경우가 파다했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지금 나의 직감이 제발 틀리게 해달라고. 나를 바라보던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정차벨을 눌렀다. 무슨 상황이지 싶어 그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버스가 멈추고 그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내 손에 무언가를 붙이고 빠져나가듯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따라내리려던 나는 버스밖에서 나를 보며 하염없이 우는 그의 모습에 온몸이 굳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손을 흔들어서 잘가라고 얘기해야 하는데 그러기 싫었다. 이별의 그 어떤 징표도 꺼내어보이기 싫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든 나는 그를 바라보며 허공에다 그렸다.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굳어갔다. 버스는 출발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지던 그도 나와 똑같이 손동작을 그려주었다, 사랑한다고.








온 몸이 덜덜 떨렸다. 이가 부딪쳐올 정도로, 손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간신히 떼어 내 읽을려고 하는데 덜덜 떨리는 손에 흘러나오는 눈물에 도저히 글자가 눈에 읽혀지지 않았다. 눈물을 한번 소매로 슥 훔친 나는 두손으로 포스트잇을 꽉 잡은 채 그가 써내려갔던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갔다.




























이름아, 많이 좋아해.
너무 많이 좋아해서 미안해.
그래서 너한테 다가가고 너한테마저 상처를 줘서 미안해.
너가 나한테 미안해할일이 아닌데 미안해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이런 나라서 미안하고 이렇게 된 나라서 더 미안해.
나의 이기심때문에 너한테 다가가서 미안해.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그저 내 감정에 앞서서 행동해서 미안해.

안 그럴 수 있다고, 너한테 상처같은 거 안 줄 수 있다고 다짐했는데
이미 내가 너무 많은 어둠 속에 갇혀버렸어.
그거 알아? 너는 웃을때가 제일 이쁜 거,
그 웃음이 내 어둠속에서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들리지가 않아.
너가 나에게 재잘거리며 얘기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니가 뛰다 못해 떨어지면 어쩌나 싶었다던 너 심장소리도 들을 수 없고,
못된 말로 너한테 상처주는 애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어서
아무것도 막을 수 가 없었어.

미안해, 너무 늦게 알아버리고 너무 늦게 고백하고 또 이미 너무 늦어버렸는데 되돌리려고 해서.
너가 나를 보는 것도 내가 너를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더 이상 너가 안아프고 안 힘들었으면 좋겠어.
고마웠어, 보잘 것 없는 날 좋아해줘서.
그리고 진짜 정말 많이 좋아해.

사랑해
안녕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참던 감정이 모두 터져나가는 것 처럼 눈물이 눈물을 비집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얼마나 아팠을까, 혼자서 마음을 정리하고 보내는 준비를 하느라 나를 위한 결정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다. 기상캐스터의 예견이 틀렸는지 벌써 창밖은 장마가 끝난듯이 비가 멈추고 맑게 개어있었다.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바라보던 어둠속이 어땠는지 하염없이 멈출 기세 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그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추스리고 아껴오고 담아왔는지 맑게 개인 하늘에서는 그 어떤 슬픔도 찾을 수 가 없었다. 그저 고인 물웅덩이 사이로 그의 슬픔이 언뜻 스쳐지나갈 뿐이였다.








그에겐 이 비가 얼마나 끔찍했을까, 창밖으로 비춰지는 햇살에 비가 말라가듯 그도 말라갔다.


























그리고 일상처럼 내리던 비도 그쳤고 일상이 되어가던 그도 내게서 그쳤다.












































fin















































이지만 번외를 쓸 생각입니다....원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요.


석민이와 승관이의 시점 그리고 그 뒷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ㅠㅠ급하게 쓰느라 급전개도 많고 문장의 완성도가 높지 못해요 양해하고 읽어주시길 바랄게요!
'

원래는 독방 백일장에 참가해 독방에 올렸어야 하는 글인데 백일장이 무산이 되어 부득이하게 글잡에 글을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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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어떡해요 아 진짜 브금들도 하나같이 몰입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요소로 작용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혹시 첫번째 브금이랑 세번째 브금 제목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첫번째 브금은 후렴구만 알고 제목은 전혀... 모르는...ㅋㅋㅋ 두번째 브금은 제가 원래 좋아하던 노래라 브금 틀자마자 소름돋았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원래 눈물 많은 여자지만.. 글 보면서 이랗게 눈물 쏟은 적은 처음이에요..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분량도 장난아니여서 한 30분 정도 읽은것같아요... 진짜 너무 마음이 아파요 마음이 넘 아파서 뭐라 글로 표현이 안되는것 같아여... 아직도 넘나 먹먹하고... 우울해지고.. 가슴이 턱 막힌느낌이랄까.. 새벽감성도 느껴지고... 소재도 장난아니였지만 작가님 글 솜씨가 대단해서 이런 소재들을 잘 풀어낼 수 있는것 같아요.. 급하게 쓰셔서 급전개도 많고 문장의 완성도도 떨어진다고 하시는데.. 전 전혀 못느꼈어여... 그냥 짱짱이시다!!! 하는 느낌이...ㅋㅋㅋㅋ 저 작가님 글 1일 1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글 넘나 잘 쓰시는 작가님...( 하튜 ) 그리고 작가님 저는 번외가 넘나 보고싶습니다!!!!! 이렇게 좋은글 써주시니까 번외도 보고싶어요... 혹시 택파로 만드실 생각은... 없으시겠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택파로도 보고싶은디...ㅇㅅㅇ 작가님이 힘드시다면 전 걍 여기서 볼께여...( 쮸글 ) 작가님 그럼 마지막으로 잘 보고갈께요!!! 신알신도 꾹 하고 가고! 전 글도 보고와야할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필력 짱짱이에여 사랑합니다!!!!!
8년 전
야채소
ㅠㅠㅠㅠㅠㅠㅠㅠ헐....이렇게나 긴 댓글을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ㅠㅠㅠ정말 모자른 글을 재밌게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동이예요 첫번째 음악은 럼블피쉬-비와 당신이구요,세번째 음악은 엑소 백현군이 부른 비처럼 음악처럼 입니다! ㅠㅠ텍파...저도 만들고 싶은데요...음 반응을 좀 더 지켜보고 텍파원하시는 분들이 더 계시면 번외편을 올리고 난 뒤에 텍파로 같이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
8년 전
독자2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 진짜 그냥 댓글도 잘 안다는 눈팅봉인데 진짜...여운이 장난이 아닌 것 같아요 아직도 눙물이 막ㅋㅋㅋ..ㅜㅜㅜ 작가님 번외편 꼭 오실꺼죠 제발 와 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영화 한 편 본 기분이에요 작가님 필력에 반하구 분위기에 치이고ㅠㅠㅠㅠ번외도 정말 궁그매요ㅠㅠㅠㅠㅠㅠ신알신 하고 갈게요!!!1
8년 전
야채소
허허허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 번외는 꼭 올게요! 쓰고있는 중입니다 영화 한퍈 본 기분이라니 너무 감덩이예요 감사합니다♥_♥
8년 전
독자3
세상에................진짜순식간에휘리릭읽어버렷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직도여운이엉엉
문장완성도가와우그냥 몰입이 확확되는데요 전혀부족하지않아요 자주와주세요ㅠㅠㅠㅠ필력장난이세요진짜ㅠㅠㅠㅠ
번외꼭기다리겟습니다!너무부담갖지는마시구 천천히 오셔요!!!!:)

8년 전
야채소
몰입이 잘 되었다니 다행이예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번외 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해요^_^!
8년 전
독자4
진짜ㅠㅠㅠㅠㅠ작가님이런글은너무하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저저번글읽고울어서 신알신해뒀는데 지금또울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텍파만드실때원우글도같이넣어주시면안돼나요...저이글읽고사실전글다시읽으러갈거거든요ㅠㅠㅠㅠㅠㅠ작가님필력진짜... 너무먹먹해요 우리석민이어떡해요? 승관이는어쩌고.. 여주한테는이제더이상남은사람이없네요.. 여주가제일걱정되기도하고해요ㅠㅠ
8년 전
야채소
아 원우글! 텍파를 만들게 된다면 꼭 같이 만들도록 할게요 제 글 읽어주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_^
8년 전
독자5
와.... 작가님 저 진짜... 무슨 말을 못하겠네요 비지엠 계속 틀고 봤는데 진짜 선곡이...ㅠㅠ 아 저 이렇게 여운 오래남는 글은 또 처음 읽어봐요 저 진짜 글잡에서 사는데ㅠㅠㅠㅠㅠㅠ 너무 몰입해서 보다보니까 읽는데 한참이 걸렸네요 어느부분 하나 콕 집어서 어땠다고 말씀드리기 보다는 진짜 읽는 내내 너무 먹먹하고 눈물나고 그랬어요... 작가님 필력 진짜ㅠㅠ 이게 ㅇ완성도가 떨어지는거면 어떤글이 완성도가 높다는건가요ㅠㅠ 진짜 중간중간에 어떤 부분에서는 제가 감정이입을 너무 많이해서 읽다가 이어서 못읽고 핸드폰 잠시 내려놓고 감정 추스리고 다시읽고 이럴정도로 진짜.... 번외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 진짜 ㅠㅠㅠ 두고두고 계속 읽고싶은데 텍파제작도 꼭 꼭! 하시게 된다면 정말 좋겠네요 좋은글 읽게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ㅠㅠ
8년 전
야채소
ㅠㅠ와 핸드폰을 잠시내려놓으셨다니 그만큼 감정이입이 잘 되신것같아 저는 너무 기쁘네오! 번외꼭 써오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텍파제작두요!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
8년 전
비회원106.77
와... 어떻게 이런 글을... 진짜 몰입이 잘 되가지고 이거만 읽고자야지 했는데 벌써 30분이 지났어요 막 진짜 감정이입 해가지고 마지막에는 너무 슬퍼서 울고ㅠㅠㅜㅜㅜ 와 진짜 글잡에서 많은 글들을 봤었는데 손가락에 꼽을정도로 몰입도 잘되고, 글도 좋아가지고ㅠㅠㅜㅜ 번외도 나오게되면 달려와서 봐야겠어요 진짜 작가님 사랑해요ㅠㅠㅜㅜ 그래서 여주 곁에 있던 사람들이 다 떠나버렸는데 그럼 여주는 이제 어떻게해요ㅠㅠㅜㅜ 진짜 작가님 필력 짱이에요 진짜 이렇게 좋은 글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8년 전
야채소
손에 꼽을정도라니!!!(감격) 비회원이신데도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야말로 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번외 빠른 시일내로 들고 오겠습니다!
8년 전
독자6
아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 저 진짜 눈물나요ㅠㅠㅠ 이제 여주 곁엔 아무도 없는건가요...? 석민이도 승관이도.. 이렇게 먹먹하고 여운이 남는 글은 오랜만인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찾아보는 타입도 아닌 이 글 보면서 엉엉 울었네요ㅠㅠ 마지막 말이 너무 먹먹해요 아진짜 저 주책 ㅠㅠㅠㅠㅠㅠㅠ 얼른 번외 보고싶어요 석민, 승관 시점으로요 둘 다 아니 여주까지 세명 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감사해요 작가님 이런 글 너무 좋아요ㅠㅠ 신알신 하고가요..! 번외도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8년 전
야채소
번외를 보면 조금 느낌이 달라질거예요! 제 글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번외도 기대해주세요^-^
8년 전
독자7
작가님진짜 잘읽었어요ㅠㅠ 주인공의마음이 이해가안되는듯하면서도 너무 몰입이잘돼서 진짜 울며봤네요ㅠㅠ 승관이찌통 ㅜㅜ으으 승관이 심장수술한것도 잘되겠죠?ㅜㅜ 너무아련한글인거같아요 진짜 분위기가좋아요ㅠㅠ 번외편도 기다리고있을게요!!
8년 전
야채소
음..심장수술이 잘된건 번외편을 보면 아실 수 있습니다! ㅎㅎ 번외 빠른 시일 내로 들고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독자8
아...ㅠㅠㅠ작가님 진짜 대박이예요 신알신떠서 들어와서 봤는데 또 이런 대작을....진짜 마지막에 석민이가 사랑한다고 손동작해줬단 부분에서 진짜 소름끼쳤어요ㅠㅠㅠㅠㅠ아직도 먹먹해요 저번 글도 그렇고 이번 글도 그렇고 원래 우울하고 눈물나는 글 자체를 별로안좋아하는데 작가님 글은 그런 제 편견도 깰 만큼 몰입도 잘되고 글 흐름도 너무 좋아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하고 꼭 번외가 나왔으면 좋겠어요!!!!텍파도...제작하시면 저번 글이랑 함께ㅠㅠㅠ꼭 제작 돼었으면 좋겠어요!!!
8년 전
야채소
헣! 감사합니다ㅠㅠ텍파 제작 꼭 할게요!! 제가 주로 슬프고 암울한 분위기의 글을 쓰는편이라 좋아해주시는 분이 별로없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9
와 진짜..... 눈물나요.... 신알신해요.... 뭐지 뭐지... 글 너무 잘쓰세요 진짜...
8년 전
야채소
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10
으아진짜잘읽었어요ㅠㅠㅠㅠㅠ여주는왜석민이를붙잡지않았을까요..ㅠㅠㅠㅠㅠ정말몰입도잘되고음악도글분위기에한몫거드는것같아요! 여운도정말많이남고두고두고다시읽고싶을것같아요 비오는날되면생각날것도같고ㅠㅠ 이렇게몰입하면서읽은글이오랜만이라댓글남겨요 신알신하고가요!
8년 전
야채소
감사합니다 번외 꼭 들고오겠습니다!비오는 날마다 생각해주시면 저야 너무 영광입니다 ㅎㅎ
8년 전
독자11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잡에서 소개받고 읽어봤는데 진짜 너무 슬프잖아여ㅠㅠㅠㅠㅠㅠㅠ 번외 꼭 갖고 오실거죠? 제발...... 번외 꼭 기다릴게요!!!!!!!!!!!!!!!
8년 전
야채소
넵 지금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이예요! 빠른 시일 내 찾아뵐 수 있도록 할게요!
8년 전
독자1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왜 이제서야 봤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슬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석민이도 안쓰럽고 주인공도 안쓰럽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승관이도 안쓰럽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슬퍼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번외 오시면 꼭 볼거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야채소
감사합니다ㅠㅠㅠㅠ!!빠른 시일 내 꼭 번외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8년 전
독자13
아 백일장 왜 취소ㅠㅠㅠㅠㅠㅠㅠㅠ 아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 슬퍼요 석민이가 불량배도 아니고 왜 듣지 못할 뿐인데 왜ㅠㅠㅠㅠㅠ 욕하는 것도 참 웃겨요 자기 일 아니라고... 브금도 잘 어울리고 아 눈물나요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 스크랩해두고 두고두고 읽을거야ㅠㅠㅠ
8년 전
야채소
ㅠㅠㅠㅠㅠ그러게요...ㅠㅠㅠㅠ사람들 마음이 참 못됐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야채소
명작이라니(뭉클) 감동이예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야채소
넵!!기억해둘게요! 감사합니다 ^_^
8년 전
독자16
오랜만에 생각나서 한번 더 읽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참 슬프네요.
일년이 넘고 이년이 넘어도 눈물이 나올것 같아요. 번외편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기다리고 있을게요.

7년 전
독자17
세상에 독방에서 추천받고 지금 읽어봅니다. 왜 이 글이 올라왔는때 발견하지 못한 제가 한스럽네요 가슴 먹먹해지고, 다시금 사람 관계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글이네요 이런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작가님 ㅠㅠ
7년 전
독자18
왜 이걸이제봤을까ㅠㅠㅠㅠㅠㅠㅠㅠ번외는 언제오나요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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