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공주 뚝. 공주 울면 오빠 못들어가, 뚝하자. 응?"
"공주 계속 울면 오빠 들어가서 혼나는데. 오빠 몸 조심히 다녀올 수 있어, 뚝."
공주, 왜 자꾸 울어. 오빠 영영 가는거야? 라며 승철은 너봉이를 달랬다. 달래도 달래도 그칠줄모르는 울음에, 계속 울면 들어가서 선임들한테 혼난다고, 장난을 쳐댔더니 금방 울음을 그쳐버리고 훌쩍거리는 너봉이었다.
'오,빠.. 나한테, 흐, 전화 해,줄거지?'
"당연하지, 오빠가 뭘 해서라도 꼭 전화따서 공주한테 전화할건데?"
"오빠 이제 10분만 이따 들어가야하는데, 오빠한테 마지막으로 해줄 말 없어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는 내 말에 울먹거리면서도 할 말을 다 쏟아내는 너였다.
'밥 잘챙겨먹고, 편지 매일 쓸거야. 그리고 아프지말고. 내 생각도 맨날 해줄거지?'
이제 진짜 얼마 남지않은 시간에, 당연한것들만 쏟아내는 네 입술에 길게 한 번 닿았다 떨어졌다.
"공주, 딴 남자한테 한눈팔면 혼나. 더 자랑스러운 공주 남자친구 될 수 있게 열심히 훈련받고 올게, 기다려줄거지?"
"충성, 최 승철 몸조심히 다녀오겠습니다. 공주야,"
中-1
"공주, 오빠야. 오빠가 전화해준다그랬지? 나 안보고싶어요?"
전화를 걸고 한 내기에서 죽기살기로 해 이겨, 누구에게 전화를 걸 망설임도 없이 바로 너에게 걸었다. 한번밖에 없는 기회라, 네가 안받으면 얄짤없이 끝이었다. 길어지는 통화음에 불안해짐에 따라 다리가 덜덜 떨려오는데 그 때 네가 전화를 받아 누구시냐길래, 나라고했더니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는 너다.
"오빠 전화 몇 분 못하는데, 목소리 안들려줄거에요?"
"오빠는 공주생각하면서 훈련받는데. 공주는 내생각 하나?"
통화시간이 길어봤자, 기껏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다. 전화를 몇 분 못한다는 내 말에 그제서야 말을 꺼내는 너였다. 목소리에 물기가 서린게, 또 우는거 아니지 공주야?
밥은 잘 챙겨먹냐고, 선임들이 잘해주냐고, 다친덴 없냐고 한번에 물어오는 너에 웃으며 하나하나 다. 대답해줬다. 밥은 잘 먹는다고, 군대사람들이랑도 잘 지낸다고. 보고싶다고, 언제나오냐고 물어오는 너에 곧 나갈지도 모른다고 대답하고, 재촉해오는 동기들에 아쉬워하는 너를 뒤로하고 전화를 끊었다. 괜찮은척해도 내가 더 보고싶어 공주야,
中-2
나한테 아무 통보도 없이 면회를 온 너였다. 휴가까지 어떻게 기다리냐며. 예상치도 못한 너의 방문에 기다리고있을 너에 네가 있는곳으로 뛰어갔다. 가자마자 보이는 네 모습은 흰 원피스를입고, 그냥. 천사인줄 알았다.
"공주, 오빠한테 연락도 없이 여긴 왠일이야"
"여기 막 오면 위험한데? 남자밖에 없어서 안그래도 불안한데."
내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자리에서 뛰쳐나와 날 끌어안는 너였다. 공주야, 오빠 군복인데. 더럽다고, 원피스에 뭐 묻으면 어쩌냐고 널 다그쳤더니 상관없다고, 더 끌어안는 너에 나도 널 빈틈없이 끌어안고 한참을 있다가, 우리오빠 왜 이렇게 말랐냐며 걱정하며 도시락을 꺼내는 너에 자리에 앉았다.
어머님이랑 같이 싼 도시락이라 했다. 유부초밥, 김밥, 후식까지있는 도시락에 이걸 언제 다 준비했냐며 괜히 고마워서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자, 어머님도 날 좋아하신다며, 다음에 꼭 데려오라했다는 너의 말에 입꼬리가 잔뜩 올라간채로 네가 먹여주는걸 군말없이 받아먹었다.
면회시간이 끝나가자, 너는 내 앞에서 울지않을거라며 끝까지 헤실헤실웃다가 갔다. 공주야, 오빠 이제 진짜 휴가 거의 다 왔어요. 좀만 더 기다려.
中-3
"공주야, 오빠 나왔는데, 보고싶었어요"
너에게 연락 한 통도 없이 네 친구에게 네가 있는곳을 물어물어, 네가 있는곳에 도착해 너에게 말을 걸었다. 다 알고있었다는듯 웃으며 피해주는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며 한번 목인사를 하고, 아직 얼떨떨해 실감이 안난다는 표정같은 너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빠 금방 나온다니까. 살 많이 빠졌네. 속상하다."
한눈에 봐도 살이 빠진 너에 살이빠졌다며, 볼살은 다 어디갔냐며 물었더니 내 볼을 잡고 오빠야말로 왜이렇게 빠졌냐며 속상해하는 너였다.
내일이면 다시 들어가야하는 군인이라, 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도 채 되지않았다. 그 시간동안 너와 밥도먹고, 영화도보고, 네가 하고싶다는거, 다 하고는 결국 마지막은 고속버스공항이었다.
나중에 꼭 또 나오는거라며, 약속해달라는 너에게 약속, 복사까지 하고 고속버스를 타고는 너에게 손을 흔들었다. 출발 할 때까지 창문을 열고 대화하다, 서서히 출발하는 버스에, 곧 또 보자며 너를 보냈다.
下
제대였다. 우리공주 꽃신 신는 날.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너에, 짐이며 옷이며 부랴부랴 챙겨입고 얼른 나오자 면회때처럼 흰 원피스를 입고있는 너였다.
"공주, 충성. 오빠 드디어 공주 꽃신 신겨주지말입니다?"
어느새 배어버린 말투에, 장난스런말으로 너에게 꽃신을 신겨주겠다하자 나와 똑같이 충성표시를 해보이며, '오빠 너무 자랑스럽지 말입니다?' 하며 맞받아쳐주는 너였다.
공주가 나몰래 우리 엄마, 아빠와 친하게 지내왔다는 말에, 하루라도 서둘러 공주네집 찾아뵙자고했더니 좋다며 웃는 너였다.
이제 결혼만하면 되냐며, 꽃신 신겨줘서 고맙다고 예쁘게 말해오는 너였다. 고마운건 난데, 공주야.
"공주야. 기다려줘서 너무, 너무 고마워요. 꽃신 신겨줄수있게 해줘서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