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x레오(빅스)-꽃잎놀이
"아파?""많이 아파?" "많이 아프냐고 묻잖아, 여주야." 여태까지 나에게 가한 행동들과는 달리 천사를 연상시키는 무고한 그의 낮빛에 역겨움으로 속이 막혀왔다. 끝까지 그와 말도 섞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가만히 저어 보였다. "말로해 여주야, 말로하라니까?" 그는 내게 보이던 미소를 더 환히 지어보이고선, 이내 나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정수리쪽부터 가해오는 통증에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쉿, 우리 여주 착하지?" 그는 웃는 낯을 거두지 않은채로 머리채를 더 세게 휘어잡았다. 애석하게도 터져나오는 비명대신, 내 입에선 용서를 구하는 말들이 구차하게 쏟아져 나왔다. "잘못했어, 잘못했어. 미안해 정말... 잘못했어." 흐느끼는 소리와 섞여 엉망이된 말에 그는 피식피식 웃음을 흘렸다. "잘못한게 뭔지 아는 우리 여주가 왜 그랬을까." 그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두어번 갸우뚱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가 궁금증을 못견뎌하는 것 같아보여 내 속을 더 답답하게만들어왔다. "여주야, 너 뭐 잘못했어?" 그는 제 낯을 내게 더 가까이 하더니 내눈 어딘가를 깊이 응시하며 물어왔다. 대답을 안하면 지금보다 더 큰일이 일어날거란 직감에 휘둘려 대답을 해나갔다."네 허락없이 먼저 집간거, 그 다음에 어딨는지 제때제때 말 안한거.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내말에 그는 땅을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날 향해 고개를 돌리고선 푸흐ㅡ하고 소리내 웃어보였다. 그웃음소리가 내게 꽃히는 비수같아 등허리를 움츠려보였다. "왜 그래, 여주야. 설마 내가 너 때리기라도 할까봐?"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양 기겁하며 손사래를 치는 그의 모습이 치가 떨리도록 역겨웠다. 그런 내 속을 알리가 없는 그는 내게 더 가까이 다가와선 잔뜩 흐트러져버린 머리카락을 다시 제자리로 빗어넘겨주었다. 그의 손짓 하나하나에 한기서린 칼날이 지나가는 양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여주야 그럼 이제 잘못한거 알았으니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줘야지? 나한테 뭐 할말 없어?" 그의 물음에 나의 고개가 한없이 바닥으로 떨궈진다. "미안. 미안해 앞으로 잘할게. 사랑해 지수야." 쥐어짜듯 말한 마지막 말에 그의 눈동자에 온기가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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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두. 나두 사랑해."
흐트러진 차림새 그대로 체육창고 밖으로 나가자 햇살이 내눈을 찔러왔다. 견딜수 없는 눈부심에 손으로 햇살을 가렸다. 그상태로 비틀비틀 걷고 있는 와중 누군가 내어깨를 톡톡 건드리는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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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여주야?"
걱정을 많이 한듯 찌푸려진 미간을 하고선 물어오는 그 모습에"신경꺼"라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전원우는 가볍게 고개를 두어번 저어보이고선 "심했네, 이번엔 지수가."하고 말을 재차 걸어왔다. 의도를 아는데도 날 화나게 하는 그말에 전원우에게 쏘아붙혔다. "그래 그렇게 심한 홍지수나 너나 다 같은 또라이 새끼들이니까 내앞에서 그만좀 알짱거려." 말을 쏟아내고나서 그래도 걱정해준 전원우에게 너무 심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의식 속 깊은 곳 어디에선가 떠오른 홍지수의 그 티없이 맑은 웃는모습에 온 감각이 뒤틀려 오히려 전원우에게 쏘아붙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말 더이상 아무생각도 하고싶지 않은 탓에 종종걸음으로 집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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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여주야? 왜 도망쳐"
"정말우리 여주가 오늘은 또 왜그럴까"
"속상하게"
걸음을 재촉할 수록 홍지수가 자주하는 말들이 점점 나의 의식을 깊이 잠식해왔고 나의 사고는 점점 홍지수에 의해 불분명해져갔다. 아 싫다. 귀를 막고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숨이 차도록 뛰었다. 누군가가 내 폐를 꾹 쥐고 있는듯한 고통이 점점 거세져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폐를 쥐고있는 그건 아마 홍지수일꺼야. 이런 고통속에서도 생각나는 홍지수탓인지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더 흘러나왔다. 괜찮아 생각하지 말자.내자신을 다독이며 집으로 가는 길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그순간, 강한 충격에 아스팔트 위로 나뒹굴었다. 홍지수가 이전에 내몸에 잔뜩 남겼었던 상처와 멍들 탓인지 몸이 심하게 아파와 신음을 흘렸다. 재수없게. 나즈막히 욕을 읊고선 일어나려는데, 문득 보이는 손에 위를 올려다보니왠 남학생 하나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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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떡해. 많이 아파요?"
걱정된다는 투로 발을 동동 구르는 그를 향해 "이렇게굴러떨어졌는데 당연히 안괜찮죠." 툭 쏘아붇히고선 손을 쳐내고 일어났다. 일어나는 순간 들리는 헉소리에 그 남자를 쳐다보니 두눈이 왕방울만해져서는 내팔을 보고 기겁하고 있었다. 그에 다시금 쳐다본 그의 얼굴은, 봄바람의 그것과 무척 닮아있었다.
“씨발, 재수없게." 그렇게그 남자 앞에서 제멋대로 짓껄이고선 달음박질해 멀어졌다. 운수도 좆같게 말이야. 왜 계속 홍지수에게서 벗어나면 그가 계곡 잔상처럼 아른거리는지 몰라서 미칠 지경이었다. 내가 어떡해야만 이 지겨운 악순환이 그만될까, 지수야. 문득 예전의 네가 생각나 눈물이 눈을 잠식해왔다.
처음의 너는 티없이 순수하고, 맑았다. 모든것은 청량감에 취해 나와 너를 웃게 했고, 이 모든 것은 도저히나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년 전, 처음 고등학교를들어왔을 때, 반배정을 받고 우린 각자 배정받은 반 앞에 한줄로 서있어야 했다. 그때 처음 낯선 타지로 이사를 온 탓에 우물쭈물 혼자 어디로 줄 서야 할지 생각을 하다 떠밀려오듯 4반 앞에 줄을 섰었다. 그때 무심코 눈에 들어온 내 앞에 선 너의뒷모습은 참, 뒤만 봤을 뿐인데도 사랑스러웠다. 너는 알고있었을까. 난 한참동안 너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동글동글한갈색 뒷머리와 그아래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던 남자아이의 것이라고 믿기 힘든 새하얀 뒷목. 그에 뒷받침해주는 부드러운 몸의 선도 모두 날 너에게 끌어당겼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때의 순수했던 너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너에게 매료되었던 나, 우리의모습이 너무나도 우스워서. 그렇게 얼마나 한참 널 바라보고 있었을까, 너는갑작스레 고개를 홱 돌려 나와 눈을 마주했었다. 그 때 난 너무 놀라서, 사고회로가 멈춰버리는 듯한 착각을 받았었다.네 눈동자를 보자마자 처음 들었던 생각은, 사람이 어쩜 저리도 완벽할까. 그도 그럴만한게, 너의 두 눈동자는 마치 초콜릿을 녹여놓은 듯 적당한 밝기에 따뜻함을 주었었다. 그 때의 난, 네 눈동자에 온 시선을 빼앗겨버리고 말았었다. 넌 그런 나를 보자마자 얼굴에 활짝 웃음을 피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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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고선 너무도 반갑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지수야, 그때는 나빠질래야 나빠질 수 없는 상황이었어, 그렇지? 그렇게 너와의 꿈같던 첫인사가 끝나고 우린 모두 교실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당연하다는 듯 넌 내옆자리에 폴싹 앉았고, 그 앞에는 너의 친구라던 전원우가 앉아있었다. 지수야 기억나? 그때 내가 전원우 보고 말이 없다고 날 싫어하는건 아닐까하고 엄청 걱정했었잖아. 그리고 그때 넌 내게 아니라며 위로해줬었고. 그렇게 모두가 친해지려던 찰나, 모든게 다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그래, 그때의 우린, 마치유리병 같았어. 이미 금이 가있는.
그 날 이후로, 이틀만에 다시 돌아간 학교에서 내가 처음 본 광경은 바로 내게 기다렸다는 듯 웃어보이는 홍지수와, 그옆에서 걱정했다는 듯 날 보곤 인상을 찌푸리는 전원우였다. "야 너 어디에...!" 전원우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홍지수는 갑작스레 내 손목을 잡더니 전원우에게 잠시 비켜달라는 듯, 내 손을 꼭 쥔채 전원우를 아무말도 않은 채 가만히 응시해보였다. 그렇게 손에 힘을 실은 채 홍지수가 날 데려온 곳은, 체육창고였다. 벌써부터 그 퀘퀘하고도 익숙한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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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왜 그동안 학교 안나왔어?"
홍지수가 높게 쌓여진 매트 위에 걸터앉아 시선을 아래에둔 채 날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의 물음에 난 대답해보일 수가 없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네가 무서워서? 너를조금이라도 덜 보고 싶어서?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말들을 홍지수에게 내뱉으면 얼마나 큰 후폭풍이 몰아칠지, 생각만 해도 쎄해져 몸을 움츠렸다. 그런 나의 등허리께에 제 손을 올리며 슬슬 쓸어내리는 홍지수의 손길이, 마치 날이 서있는 양, 차갑게 에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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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대답 못해?"
재차 물어오는 홍지수의 행동에, 대답할 여지를 보이지 않은 채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바라보고만 있었을까, 그의 손바닥이 내 뺨쪽으로 향하는게 보여 눈을 질끈 감아보였다. 하지만 느껴져야할 고통대신, 들려오는건 홍지수의 작은 웃음소리였다. 그는 내 놀란 눈을 보며 다시금 웃어보였다. "여주, 허리똑바로 펴." 그 한마디와 함께 그는 줄곧 앉아있던 매트더미 위에서 내려와선, 내 눈높이에 맞춰 제 허리를 구부려 보였다. 내눈에 비치는 그의 눈에, 온기가 서려있다. 그는 내 눈을 몇초간 응시하더니, 부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제 집게손가락으로 가만히 쓸어보였다. 내 눈가를 지분거리던 그는, 이내 그 행동을 멈추더니, 내 귓가에 속삭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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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눈 똑바로 떠. 나 아직 너 벌 안줬어."
밖으로 나왔을 땐,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햇살에 비춰 더더욱 도드라져보이는 내 얼굴에 새겨진 멍자국들과 상처에, 홍지수는 물기어린 표정을 해보이곤, 그 흔적들을 제 손으로 슬슬 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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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겠다, 미안해."
눈에 온통 제 진심을 담은 채 내게 말해오는 그 모습이 역겨웠다. 그렇게 내 손을 부드럽게 잡은 채 반으로향하던 홍지수는, 복도를 지나가던 선생님의 부름에 내게 먼저 교실에 가있으라며 교무실로 향했다. 그렇게 혼자 걷는 복도는, 꽤 쓸쓸했다. 아무생각도 않은 채로 얼마나 걸었을까, 갑작스레 느껴지는 충격에 놀라 앞을 보면, 그때 횡단보도에서 마주했던 그 아이가 서있었다. 제얼굴을 다 가릴만큼의 양의 책을 들고선,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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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해!"
정말 놀란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내게 미안하다고 말해오는 그에게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보이곤, 그가 힘겹게 들고있던 책들의 반 정도를 가져가 들었다. "아, 진짜 괜찮은데!" 얼굴에 더더욱 당황한 기색을 진하게 드러내며, 그 남자아이가 말을 더듬었다. 그에 됐다며 어디로 갖고가면 되냐고 묻자, 그는 도서관에 가는 중이었다 대답했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 내내, 그는 저에 관해 끊임없이 말을 했다. 사실 내가 도서부 부원이라서 책을 옮기는 중이었다, 에서부터 나는 11반이다, 까지. 그에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마침내 도서관 앞에서 그는 내가 들고있던 책을 다 옮겨들고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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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찬! 그리고 넌 김여주, 맞지?"
그의 말에 어떻게 알았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해보이자, 그는 제 뒷머리를 매만지며 내 교복조끼를 가르켜보였다. "명찰! 다 써있는데..."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날 보는 그의 모습에 웃겨, 나도 한번 픽,하고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보였다. 실로 오랜시간 끝에 느껴보는 그런 소소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다시 내 반으로 향하려 발길을 돌리면, 그는 제가 줄곧 쥐고 있던 그것을 내 손에 쥐어주곤 급하게 도서관 안으로 향했다. 우리 반 앞문에 도달하고서야 확인한 그것은, 캐릭터가 그려진 밴드 두어개였다. 그리고 뒤집어본 그 밴드엔, 제 번호 11자리가 정갈하게 적혀있었다. 그에 입꼬리에 미소를 건채, 밴드 하나를 까서, 내 넷째손가락에 둥글게 붙였다. 그렇게 뒤늦게 들어와 앉은 내 자리 옆에서, 홍지수는 책상에 제 손가락을 톡톡, 두어번 두드리며 조금 다른 미소를 지어보인채, 턱을 괴곤 내 손을 가만히 응시해보였다. 그의 시선 아래 몸이 싸늘해지는게 느껴졌다.
얼마나 눈을 붙였을까, 일어나보니 내 주변은 온통 암흑으로 뒤덮여있었다.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보는게 내가 아무생각도 안하는데 도움이 될테니.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 문득 생각난 휴대폰을 집으려고 손을 뻗은 책장에는 아무것도잡히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분명 잠에 들기 전에책장 위에 휴대폰을 뒀었는데. 어디갔는지 스위치를 켜려는 찰나. 숨이멎는 듯한 충격이 날 강타했다. 침대 맞은편의 탁자에 누군가 걸터앉아있었다. 부들부들 떨려오는 오른 손목을 다른쪽으로 붙잡고 후들거리는 손으로 스위치를 켰다. 그 누군가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야 다리가 힘없이 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대로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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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누굴까봐?"
책상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다리를 가볍게 흔들고 있는 그 사람은, 홍지수였다.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고 있는 그 입꼬리와 상반되는 두눈은, 지독하게도 시린빛을 띄우고 있었다. 와이셔츠 밖으로 뻗은 그의 흰 팔을 타고 시선이 따라갔다. 시선의 끝에도달한 그의 손아귀에는, 방금 전까지 내가 찾던 휴대폰이 산산조각이 나버린 채로 들려있었다. 그에 내가 경악하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홍지수의 시선도 자연스레 제 손아귀를 향한다. "아," 지금 알았다는 듯 그의 얼굴엔 곤란한빛이 서린다. 그러나 그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홍지수의 얼굴에서 모든 기운이 죄다 지워지고 눈동자에는 한기가 서린다. 아니꼬운 듯 한쪽으로 치솟은 입꼬리는내게 어딘지 모를 위압감을 준다. "처음보는 애가 우리 여주한테 연락하길래." 그는 톡톡. 책상위에 제 손가락을두어 번 두들기고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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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잖아"
그의손가락 하나하나가 차례대로 책상표면을 강타할때마다 나도 자연스레 몸을 움츠린다. 홍지수의 동작 하나하나가 날 겨냥하는 것만 같았다. "여주야," 책상머리에 기대에 날 지긋이 응시하던 홍지수가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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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한테 벗어나고 싶었으면, 이미벗어났겠지?"
이 한마디를 조용히 읊조린 그는, 무딘발걸음으로 현관문 밖으로 나선다. 그의 마지막 한마디에, 내온몸이 아래로 곤두박질치는게 느껴진다.
아, 도대체 넌 어디까지.
다음날 찾은 학교엔, 우리 반 뒷문에 기대어 날 기다리고 있는 이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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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왜 연락 안받았어..."
걱정어린 그의 모습 대신,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광경은 이찬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홍지수의 모습이었다.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양, 그는 흥미롭다는 미소를 입가에 띄운채, 고개를 기울여 나와 이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그를 쥐고 흔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지수를 넌지시 바라보고 있던 난,갑작스레 이찬의 손목을 잡고 무작정 교실 밖으로 향했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이찬이 뒤에서 뭐라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내게는 뒤를 돌아볼 여유 따윈 없었다. 그렇게 이찬의 손목을 꽉 쥔 채 도착한곳은, 학교 옥상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날 보곤, 이찬은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내 얼굴을 향해 손을 뻗다가 이내 제 손을 내려놨다. "무슨일...있어?"하고 물어오는 그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하고싶지않았다, 이 순간만큼, 나의 머릿속엔 온통 홍지수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표정이 어떨지, 그게 너무 걱정되어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렇게 벙어리처럼 저를 바라만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이찬은 아픈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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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아까 걔 신경쓰이지."
그런 그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면, 그는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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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눈길이 간 이후로, 네시선만 따라가면 항상 그 애한테 닿아있는데 내가 어떻게 몰라,"
"볼때마다 항상 너무아픈 흔적이 많아서 마음이 아팠는데, 지금보니 널 아프지 않게 해줄 사람은 내가 아닌것 같네."
말을 이어가려는 그의 표정이, 너무도 절절하다. "빨리 가."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내 등을 떠민 채 옥상 문을 닫아버렸다. 난 그렇게 닫혀진 옥상 문을뒤로 하고, 무작정 홍지수가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으로 뛰어갔다. 지금은, 네가 너무 보고싶어.
문을 활짝 열어젖힌 창고 안에는, 홍지수가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표정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런것이었다. 날 올려다보는 그의 눈망울엔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사랑, 분노, 그리고 비참함. 오랜시간을그렇게 가만히 날 올려다보기만 하던 홍지수는, 이내 벌벌 떨리는 입술로 내게 물어왔다.
"나, 어떡해 여주야?"
애처로운 그의 목소리에 입술을 꽉 깨문 채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렇게한발짝, 두발짝. 점점 그에게 가까워져가던 와중, 홍지수는 갑작스레 내게 오지 말라 소리쳐왔다. 제 손을 힘없이 휘저으며 내게 소리치는 그 모습에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가까이 오면, 내가 상처주잖아. 응? 여주야, 난너한테 상처만 주잖아."
"나 정말, 정말 애쓰고 있어, 여주. 널 위해서 내가."
내게 애처롭게 말해오는 홍지수가, 애석하다.
"여주야, 주도권은 처음부터 내가 아니라 네가 잡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말을 힘겹게 끝마친 그는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곤, 끝내 제 눈가에서 방울방울 흩어지는 눈물들을 흘려보내며, 그는 내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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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제발 나 좀 사랑해주면 안돼요?"
그런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는 나의 입이 쓰게 차오른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끊임없이 차오른다. 너에게 점점 다가가, 이내 바들바들 떨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너의 눈가를 슬며시 쓸어주었다. 그추운 겨울날, 너는 네 자신도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와중, 내눈물을 닦아주는데 여념이 없었다. 항상 네가 말하는 대로, 네 집착이 사랑이라면, 나의 순종도 사랑이겠지.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하는 그게, 바로 사랑 아닐까? 그래, 어쩌면 내가 널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해." 살며시 홍지수의 귓가에 속삭이자, 그의 떨림이 점점 잦아든다. 어느새, 눈물을 멈춘 채 내 귓가에 다가와 속삭이는 그의 숨결이 더이상 아프지가 않다.
내가 본 이래로 가장 예쁜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그는 내 귓가로 그 누구보다도 더 달콤하게 제 목소리를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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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내가 너무 많이 사랑해요."
| 꽃봉오리 (긴글주의) |
+) 수정 다 했습니다...! 길고 긴 싸움 끝에....드디어.... 어제 쓴 사담인 점 양해부탁드려요...ㅠㅠ 그때의 기분을 살리기 위해 수정하진 않았어요! +) 치환이 안되서 일일히 다 고쳤는데 다 고치고 나서 미리보기를 보니까 받침이 있는 이름들은 좀 어색하게 치환되더라구요..이름이 예진이면 예진이야, 이런식으로... 제 이름이 예진이는 아니에여,,,! 암튼... 이름 치환 좀 어색한 점 양해 부탁드려영....ㅠㅠ
안녕... 만개에요... 저 지금 기운 탈탈.... 장장 5시간 글만 썼어요..... 왜 그동안 업로드가 없었느냐 물으신다면... 그건 바로... 이 글 때문.... 내용 고치고 다시쓰고 지수한테 맞게 대사를 바꾸려니까 시간이 좀 오래걸리더라구요...ㅠㅠ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심지어 오늘은 4시에 업로드...,, 네 제가 미쳤습니다.. 아 진짜 너무 죄송스러워요...ㅠㅠ 매번 늦는것 같아서,..ㅠㅠ 앞으로 더 분발하는 만개가 될께여... 오늘의 글 제목은 domestiquer인데요, 이건 불어로 길들이다라는 뜻이에요! 지수가 여주를 길들이다...,,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더이상 이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여. 기빨렸어여. 헤헤 장난이구요! 가볍게 올려본 글이 이런 길이로 결국은 올라가게 되네요! 뭔가 뿌듯하면서 동시에 힘들구 그럽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한 글에 추려서 올린지라... 마음에 드실지는 잘 모르게쓰요..ㅠㅠ 그래두 지수의 집착을 즐겨주셨으면 합니둥....ㅎㅎ 아 저번에 올린 양아치 순영이가 반응이 정말정말정말x100 좋더라구요!!! 제 생애 첫 초록글 1페이지... 진짜 반응 좋더라구요! 하나 더 쓰면 지겨워하시려나..? (쭈글) 그리구 제 꽃님들 중에서 저보고 글쓰는 걸 사랑한다고 해주신 꽃님 너무 고마워요~ 개인적으로 그 대목 읽고 약간 울컥...ㅎㅎ 너무 울보같았나여... 하지만 저는 모든 꽃님들의 댓글 하나하나를 전부 사랑한다는걸 알아주세요!! 꽃님들 댓글 읽는 재미루 살아요 제가ㅎㅎ 아아아 그리고 또!! 독방에서 저 사랑한다고 필명 언급해주신 꽃님들 너무너무 고마워요! 귀여워!!! 사랑해요!! 결론은 울 꽃님들 짱! 포에버! 사랑해! 그럼 굿밤되세요 모두모두~ |
| 꽃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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