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집이야! 왜!"
"지호야."
"시발, 존나 왜 우리 집에 다른 사람이 와서 사는데!"
아빠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빠도 슬슬 화가 난 듯 미간을 좁히고, 나는 이미 온 몸으로 나 화났어요,하고 표현하고 있었다. 계속 소리만 지르다가 내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를 잡아 뜯어 바닥에 던져 버렸다. 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아빠의 손도 내 볼을 내리쳤다.
"우지호, 너 지금 제정신이냐?"
말없이 방금 맞은 볼을 손으로 쓸었다.
"네가 지금 그럴 때야? 왜 이렇게 철이 없어! 사정이 있어서 우리 집에서 잠깐 있는 건데, 왜!"
"시발 엄마는! 엄마나 데리고 오라고! 왜 엄마랑 나랑 아빠랑 이렇게 살던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 오는데! 왜 전혀 연관도 없는 사람이 와서 사는 거냐고!"
"연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아빠 친구라고 했잖아!"
"아빠 친구지, 내 친구야? 엄마랑 관련이 있어? 데리고 오라는 엄마는 안 데리고 오고 왜!"
"엄마 얘기 그만 해라!"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는 나와, 그런 나를 향해 결국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지르는 아빠. 처음엔 '지호야, 태일이 듣겠다'하고 조용히 말하던 아빠도 어느새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래, 그래서 내가 아빠보고 멍청하다고 하는 거야. 지금쯤 방에 들어간 이태일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니가 양심이 있다면 우리 집에서 나가.
* * *
그 날 꿈을 꿨다. 너무 생생히 싸워서 일어난 뒤에도 분노로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안 그래도 기분이 나쁜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더 기분이 나빴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인 두꺼운 책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졌고 책은 책상에 부딪히며 책상 위의 잡동사니들을 떨구어뜨렸다.
"무슨 일이야?"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 온 이태일. 난 저 뻔뻔함이 싫다. 평소엔 내 앞에서 빌빌 기는 주제에, 가끔 이렇게 보여주는 뜬금없는 뻔뻔함이 싫다 못해 혐오스럽다. 일요일이라 학교를 나가지 않은 건가. 이태일을 노려보며 "나가!"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움찔하며 나가진 않는 이태일이다.
"존나 나가랄 때 좀 나가!"
"어, 어?"
"전에도 그렇고 항상 왜 넌 쓸데없는 곳에서 고집을 부리는데! 나가란 말 안 들려?"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마구 쥐어 뜯었다. 찰박찰박 마룻바닥에 발이 닿았다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이태일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치우고 있었다. 뻔뻔하긴. 뒷모습을 보는데 너무 화가 나서 이불을 걷어 차고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붙잡았다.
"아!"
신음을 내며 힘없이 뒤로 끌려온 이태일. 내가 비웃으며 이태일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바닥에 쓰러진 이태일이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본다. 겁에 질린 눈. 이제 와서 그러면 어떡해. 그러게 나가랄 때 나갔어야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나가랄 때 나갔으면 좋았잖아. 응? 나도 좋고, 형도 좋고. 그치?"
"지호야, 너 지금 흥분했어. 그만해."
그런 말하면서 목소리를 떨면 어떡해, 병신아. 이태일의 복부를 걷어차자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웅크린다. 그런 이태일을 계속 발로 차는데, 아무리 차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지기만 한다. 결국 씩씩대며 발길질을 멈추고 침대에 앉았다. 갑자기 온 몸의 힘이 빠져서, 그냥 누워버렸다. 끙끙 앓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태일이 방을 나갔다.
"진작에 나가지."
중얼거리며 힘없이 베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흥분이 가라앉고 떨림도 멈췄다. 숨만 색색 몰아쉬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이태일이 다시 들어왔다. 고개를 살짝 돌려 이태일을 노려보는데, 이태일이 손에 들린 컵을 책상에 놓더니, 내게 다가와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지호야, 약 먹자."
"내가 알아서 먹을 거야."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하며 이태일의 어깨를 밀어내지만, 이태일은 꿋꿋히 내 입술에 약을 가져다댄다. 약의 쓴맛이 싫어서 겨룩 입을 벌리고 약을 받은 뒤, 이태일이 겁네는 물로 약을 넘겼다. 입술에 닿았던 약의 느낌이 꺼름칙해 몸을 일으키고서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데, 이태일이 또 다른 잔을 건넨다. 김이 올라오고 있는 유자차. 이태일을 힐끔 바라보니 쳐진 눈꼬리로 날 바라보며 '마셔'랜다.
적당히 따뜻해서 식힐 필요도 없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따뜻한 느낌이 좋다. 유자차를 비우고 다시 침대에 누운 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태일에게 '블라인드'라고 말하자 이태일이 '어? 어어.'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차르륵하는 소리가 몇 번 들리더니 어느새 방 안에 들어오던 햇빛이 사라졌다. 한결 나아진 기분에 그르릉대며 몸을 쭉 폈다.
"아깐 왜 그랬어?"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 이태일을 노려보았다.
"신경써주는 척 하지마."
"척이 아니라 정말 신경 쓰여서 그래. 동생인데."
"누가 니 동생이야. 얹혀사는 주제에 말은 잘 하네."
잔뜩 가시가 돋힌 말이었지만 이태일은 싱겨쓰지 않는 듯 했다. 내 이마를 짚어오는 이태일의 손이 여느 사내애들과 달리 축축하지도 않고, 여자 손 마냥 부드럽다.
"왜 그랬어? 악몽이라도 꿨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베게에 묻었다. 어제 막 갈아서 베게피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어디 다른 데 아픈 건 아니지?"
"아주 멀쩡해."
"그럼 다행이다."
처음 봤던 날과 비교해 전혀 바뀌지 않은 웃음. 보기 좋은 웃음을 얼굴에 띤 이태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컵을 챙겨들며 이태일이 "일단 한 숨 푹 자.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하며 나가버렸다.
쾅, 하고 문이 닫히고, 이태일마저 없어지니 정말 어두워진 것 같은 방.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괴롭혀도 항상 저런다. 내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 같으면 꼭 저가 내 보호자라도 되는 것 마냥 다가와서 챙겨주려 든다.
그래서 난 이태일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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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헿헿헤헤헤헿 늦었죠? 알아요 그래도 욕하지 말아요 하트하트 소유욕...은 제가 읽어 본 적도 없고 해섴ㅋㅋㅋㅋㅋㅋ그냥 제가 써보고 싶었던 쓸데없이 나쁜 지호랑 쓸데없이 바보같이 착한 태일이를 쓸래요 아잌아잌
혹시 오타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제가 지금 가족들이 다 있어서 화면 크기 줄이고 쓰는 거라 오타가 분명 있을거에요 근데 확인을 못함 아잌아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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