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 13
w. 예하
"앞으로는... 앞으로는 나 피하지마 김설."
창섭이가 시선을 툭 떨어뜨리며 말했다.
"내가 연락하면 씹지 말고 꼬박꼬박 받고, 가끔 얼굴 보자고 하면 쉽게 좀 만나주고. 우리 서로 눈치 볼 사이 아니잖아."
"응."
"쇼케이스때는 왜 그냥 갔어? 이왕 온거 나 좀 더 보고 가지 그랬어. 손에 꽃다발 들고 있었잖아. 그거 나 주려고 가져온거 아니었어?"
"기억력도 좋다. 꽃다발 든거까지 기억하네. 그냥 너 웃으면서 보고싶었는데 웃으면서 못 보겠더라구. 눈물날거 같고 뭐 그런거 있잖아."
"울면 뭐 어때서. 우리가 서로 표정관리할 사이였나?"
"그냥. 그날은 니 앞에서 울기 싫었어."
카톡.
[카톡 이제 봤다. 오빤 따뜻하게 입었지. 작업은 잘 되가? 피곤하면 좀 쉬고 그래.]
"누구야?"
"현식오빠."
"현식오빠? 그게 누군데. 남자친구야?"
"아 맞다... 남자친구야. 이름은 임현식."
"...너 그동안 외롭진 않았겠네. 차라리 다행이다. 나 없는동안 심심하고 외로워서 어쩌나 했는데."
"되게 좋은 사람이야. 혹시 그 날 봤어? 쇼케이스날 같이 갔었는데."
"그래? 못 본거 같은데. 너 앉아있던 쪽은 너만 봐서 나머진 잘 몰라."
"애가 좀 느끼해진거 같다? 아무튼 현식오빠는 가수 지망생이야. 다음에 한 번 보면 좋겠다."
"니가 나만 안 피하면 볼 수 있겠지?"
"앞으로 안 피한대도! 이제 피할려고 해도 못 피하겠다."
"피하기만 해봐. 아주 그냥 생방송에서 니 이름 부르면서 찾을꺼다."
"예예 그러세요."
"자- 한잔 더!"
서서히 찾아오는 예전 그 느낌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조심스럽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표출해도 되는.
"아흐...머리야..."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아픔에 눈을 떴다.
익숙하지 않은 이불 감촉과 섬유냄새.
현식오빠 집 아닌데...
고개를 살짝 돌리자 한 벽면에는 이창섭 얼굴이 크게 프린팅 된 블라인드가 쳐져있었다.
창섭이 집이구나.
"창섭아. 이창섭."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짚고 창섭이를 불렀다.
그러나 대답없는 창섭이.
근데 집 좋네. 요즘 잘나간다 했더니 돈도 많이 버나보네.
자연스레 집 구석구석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여긴 욕실.
얘 아직도 치약 이거 쓰네.
옷장을 열자 꽤 깔끔히 정리된 옷들 사이에서
내가 그렇게 촌스럽다고 버리라했던 옷이 나왔다.
기어코 안 버리고 가지고 있었네. 그래도 이거 요즘 유행하는건데.
유행이 돌고 돌긴 하나봐.
한참 구경하다 여기 이대로 있어도 되나 싶어 폰을 켜자
창섭이의 문자와 현식오빠의 부재중이 와있었다.
[아침 스케줄 때문에 먼저 나감.]
[너무 잘 자서 못깨우겠더라]
[이상한짓안했으니까 안심하고]
[배고프면 냉장고 열어서 알아서 먹어]
[사생팬 같은거 없으니까 안심해. 집 가도 되고 아님 기다렸다가 나랑 나중에 같이 작업실 가던지]
스케줄 있구나.
몇 시쯤에 끝나지?
지금은 바빠서 연락 안 되려나.
배가 고파 먹을 것 부터 찾으려고 냉장고 문을 열어
찬찬히 살펴보는데 현식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어 여보세요?"
"넌 왜 전화를 안 받아."
"어제 너무 피곤해서... 미안 걱정했지."
"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미안해 진동으로 해놔서 몰랐어."
"방금 일어났어? 집이야?"
아... 집 아닌데. 창섭이 집인데...
"어 나 집이야. 방금 깼어."
"오빠 집 너네집 근처거든. 좀 이따 너네 집 가도 돼?"
"어? 아 내가 사실 지금 엄마 따라서 잠깐 마트에 와서.. 어.. 내가 집 거의 다 와가면 그때 전화할게."
"마트라고? 뭐... 그럼 안되겠다. 나 좀 이따 보컬수업있어서. 다음에 보자."
"아 그래? 아쉽다. 다음에 봐."
거짓말을 했다.
창섭이 집에 있다는게 숨겨야 할 건 아니지만
충분히 어제 전화 안 받고, 이른 아침부터 창섭이 집이라는건 충분히 오해받을만 하다.
고비를 한 차례 넘기고
먹을만한게 없어서 컵라면으로 해장을 했다.
배도 부르고 이제 뭘 할까 싶던 중에
거실 한 켠에 놓인 창섭이의 기타 3개가 보였다.
다른 두 개는 처음 보는데
하나가 낯익다.
저 기타 어디서 많이 봤는데...
기타로 가까이 가자 작은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거 그때 그거구나.
이창섭이 기타 치고 싶다며 부모님께 기타를 사달라고 졸라댄 적이 있다.
그 때 반에서 15등 안에 들면 기타를 사준다는 부모님 말에
뒤에서 1,2등을 다투던 창섭이가 그 시험기간에
한 번도 놀자는 소리 없이
어디냐고 물으면 독서실이라 했던 그 때
결국 반 13등을 하고 받아낸 기타.
그 때 내가 네임펜을 들고 기타 몸통에 작은 별표시를 해뒀다.
다음에 가수가 되서 단독 콘서트를 하게 되면
꼭 이 기타 가지고 공연 하라고.
아직도 꾸준히 사용하는 건지 아니면 관리를 잘 하는건지
기타에는 먼지 하나 쌓이지 않았다.
카톡
[일어났어?]
이창섭에게 카톡이 왔다.
[응 언제끝나?]
[모르겠어. 거의 끝나가긴 해]
카톡을 읽는데 전화가 왔다.
"야 전화로 하자."
"왜."
"아 그냥. 타자치기 귀찮아."
"별게 다 귀찮대. 야 나 오늘 너네집에 계속 있어도 돼? 나중에 작업실은 같이가자."
"니 맘대로 해. 근데 우리집에서 너무 편한거 아니냐."
"뭐.. 좀 편하네. 친구집이라 그런가."
"너 막 아무남자집에 들어가고 그러는거 아니지?"
"뭔소리래. 내가 그런 애로 보이냐."
"그건 아니고. 어 나 다시 들어가봐야된다. 좀 이따 봐"
"응."
조금 갑작스럽지만
생각보다 빨리 예전의 우리에 가까워지는거 같아서
이미 내가 너라는 존재를 편하게 느끼고 있어서
행복하다.
*
안녕하세요 예하입니다!!
요즘 모티로만 인티 드나들고
노트북 만질 시간이 없어여 ㅠㅠㅠㅠㅠ
좀있음 개학이네요 ㅎㅎ
전 새내기랍니다!!!!
ㅋㅋ 아 그리고 독방에서 창서비 오르막길 기차해준 설이!!
고마워용 ㅎㅠㅠㅠ 싸라해여!!
댓글 달고 구독료 돌려받으세요!
제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신!알!신! 해주세요!!
암호닉 항상 받습니다! [] 표시하고 신청해주세용ㅎㅎ
〈암호닉 확인>
돌하르방
팔딱팔딱매운탕
응멘
양바
꽃눈처럼
서리멜
계란쟁이
유메
씽씽
찹쌀떡1004
에어컨 껐능데여
핑커턴
오름
자기
눈
별이
도토리묵
달비
체리마루
벚꽃
내사랑 떡볶이
라이트형제
8ㅁ8
0103
천섭
♡감사합니다♡
와 초록글이네요ㅠㅠㅠ 엄청 부족한데도 늘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