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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odern RED

 

 

 

 

 

 

 

 

 

 

 

 

 

 

 

 

 

 

 

 

 

 

 

 

 

 

 

 

 

 

 

 

 

 

 

 

이어서 노래 몇 곡이 흘러나왔다.

성격 자체가 우울한 성격은 아니라고 자부했었는데, 지금 나오는 노래들은 왜이렇게 하나같이 다 슬픈노래인건지.

간신히 정리해놨던 마음이 다시, 마구 흔들렸다.

사실 난 요즘, 하루에 12번도 더 생각이 바뀐다.

내 맘을 알아주지 않는 김민규를 욕했다가,

 어차피 처음부터 혼자하는 사랑이었는데 왜 이제와서 유난일까- 라는 생각도 했다가,

그 생각들의 종착역은 항상 그냥 계속 좋아할까, 좋아할 수 있을까 였다.

내가 김민규를 볼 때면 느끼는 이 감정은 무엇알까, 사랑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웠다.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이런 마음을 갖은 적이 처음이라서 어리둥절 할 뿐이다.

원래 사랑은 아픈걸까-

내가 생각한 사랑은 행복한 이미지였는데, 나의 사랑은 아프기만 하다.

 

 

 

 

 

 

 

 

 

 

 

나 혼자 멋대로 김민규를 좋아했다.

김민규는 나에게 자신을 좋아하라고 부탁한 적도, 강요한 적도 없다.

혼자 착각했다.

김민규의 작고 소소한 행동, 말투, 눈빛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 것 또한 나 자신이다.

김민규 앞에선, 항상 나는 을이었다.

나의 감정이였지만 이미 그것의 주인은 내가 아니였다.

김민규한테 목메는 내가 싫었다.

그리고 지금도 , 이렇게 김민규를 생각하는 내가 너무 싫다.

 

 

 

 

 

 

 

 

 

 

 

 

 

 

 

 

 

 

 

 

 

 

 

 

 

 

 

 

 

 

 

 

 

 

 

 

 

 

 

 

 

 

 

 

 

 

 

 

 

 

 

 

 

 

 

 

 

 

 

 

 

 

 

 

 

 

 

 

 

 

 

 

 

 

 

 

 

 

 

 

 

 

 

 

 

 

 

 

 

 

 

 

 

 

 

 

 

 

 

 

 

 

 

 

 

 

 

 

 

 

 

 

 

 

 

 

 

 

 

 

 

 

 

 

 

 

 

 

 

김너봉이 자꾸 생각난다.

​어제는 꿈도 꿨다.

​꿈에 나온 김너봉이는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네를 타다가 넘어져서 울고있었다.

나는 놀이터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김너봉을 보고있었다.

울고 있는 김너봉이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근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음은 김너봉이에게 가서, 옷에 묻은 흙도 털어주고, 울지말라고 달래주고 싶었는데 다리가 얼어붙은 듯 했다.

간신히 한 발자국을 뗐지만 김너봉이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묘한 꿈이다.

내 꿈에 김너봉이 나온 것 자체가 이상하다.

 이 상황이 뭐길래, 김너봉이 뭐길래,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내가 가려고 했는데, 내가 힘들게 한 걸음 다가가려고 하는데 넌 왜 그 자리 없어, 왜-

 

 

 

 

 

 

처음에는 그냥 공허함, 혹은 그냥 허전함 정도인 줄 알았다.

항상 있던 무언가가 없으니 그냥 그것에 대해 느끼는 가벼운 느낌.

항상 끼고있던 반지를 잃어버린 손에서 느끼는 빈자리 같은 것.

그리고 조금 더 보태자면 박탈감이랄까-

항상 나를 좋아해주던 누군가가 사라지니 그 사람이 주었던 관심을 얻지 못해 느끼는 감정.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이제서야 깨달은 내가 너무 병신같은데, 나는 김너봉을 좋아했나보다.

내 감정의 정체를 알게되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만약 내가 김너봉이에게 돌아간다고 해도, 내가 간 곳에 김너봉이 없으면 어떡하지.

김너봉이 혹여나 다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 해도, 그 누군가가 내가 아니면 어떡하지.

다른 아이한테 새콤달콤을 사주는 김너봉,

사귀자는 말을 습관처럼 뱉는 김너봉,

내가 아닌 다른 아이의 하굣길을 졸졸 따라가는 김너봉을 상상할 수 없었다.

유치하지만, 새콤달콤은 나만 먹을거고, 사귀자는 말도 나만 들을 수 있고, 하굣길도 나랑 같이 걸어야 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서 김너봉이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 .

니 맘 몰라줘서, 아니 모른 체 해서 미안해-

내가  걸어갈 골인 지점에, 환하게 웃는 김너봉이 있었으면 한다.

김너봉도 그러고보면 요새 웃음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그게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더 미안해진다.

 

 

 

 

 

 

 

 

 

 

 

 

 

 

 

 

 

 

 

 

 

 

 

 

 

 

 

 

 

 

 

 

 

 

 

 

 

 

 

 

 

 

 

 

 

 

 

 

 

 

 

 

 

 

 

 

 

 



평소와 같이 수학 문제집을 펴 놓고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원래 이 쯤 되면 김너봉이 와서 새콤달콤 주고 가야되는데,

김너봉 없는 쉬는시간 10분은 길게만 느껴졌다.

쉴새 없이 떠드는 김너봉 때문에 수학숙제를 다 못 해서

선생님께 많이 혼났었는데-

지금은 그냥 김너봉이 와서 말이라도 걸어줬으면 싶었다.

2교시 쉬는 시간부터 지금까지 내 수학문제집은 여전히 23페이지였다.

문항수도 4개 밖에 안되는데.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 뒷문을 힐끗 쳐다보니 김너봉이 당황한 눈빛을 하곤 서 있었다.

나와 분명히 눈이 마주쳤는데, 인사를 해주지 않았다.

내가 질린걸까-

사물함을 뒤적거리더니 곧 자신의 체육복을 들고는 다시 나갈려고 뒷문으로 걸어갔다.

오해를 풀고 싶었다.

아니, 이유를 알고 싶었다.

김너봉이 나를 멀리하는 이유를.

 

야-

  나의 부름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김너봉"

 

"왜"

​"얘기 좀 하자, 3분만"

​"할 말 없는데"

​"내가 있어, 고집 부리지 마"

​고개를 반 쯤 돌려 나의 말에 대답을 하는 김너봉이의 목소리는 낯설기만 했다.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가라앉은 목소리.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돌아보지도 않는 김너봉이에게 가서 손목을 잡고 뒷문 앞 의자에 앉혔다.

너 왜 이래, 요즘, 나한테-

 

 

 

 

 

 

 

 

 

 

 

 

 

​친구가 체육복을 빌려달라 하길래, 아무생각 없이 교실에 들어간게 잘못이었다.

김민규는 항상 이 시간에 교실에 남아있는데,

그 사실을 자각했을 때에 이미 나는 교실문을 열었고, 김민규와 눈이 마주친 후였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나는 어쩔수 없나보다.

나를 보는 김민규 에 또다시 무너져내릴려고 했다.

애써 담담한척, 못 본 척, 신경쓰지않는 척-

온갖 척은 다 하며 나를 숨기는데 열중했다.

체육복을 꺼내, 다시 교실을 나갈려고 하는데 김민규가 날 붇잡았다.

할 얘기 없다-하는데도, 나를 억지로 의자에 앉혔다.

 

 

 

"너 왜이래 요즘, 나한테"

​"내가 뭘-"

​"무슨 일 있었어?"

​"없어 아무 일도"

​"근데 왜 이러냐고"

 

​"내가 뭘 어쨌는데"

​대화에는 진전이 없었다.

​추궁하는 듯한 말투의 김민규, 달아나기만 하는 나.

김민규는 화가 난건지, 이 상황이 답답한건지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래, 그냥 솔직하게 얘기할게- 니가 젤 잘 알거아냐 너 나 대하는 태도 달라진거"

 

"내가 너 안쫓아다니는거 때문에 그래?"

 

"어, 그거 때문에.

​너 왜 사귀자는 말도 안하고, 새콤달콤도 안사다주고, 집 갈때도 안 따라오고-

왜 그러는데, 나한테 화났어?"

 

"너 진짜 웃긴다, 내가 너 쫓아다니는게 의무야?

​그냥 싫어, 싫어졌어-

내가 너무 한심해서 이제 안할거야"

 

"내가 너 피한거 때문에 이러는거야?"

 

​어, 그거 때문-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 순간 예비종이 쳤다.

복도에서 놀던 아이들도 하나둘 씩 교실로 돌아왔다.

김민규는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얼굴로 다시 한번 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야, 종쳤잖아- 뭐하는거야

내 말을 듣었음에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잡힌 손목이 꽤 아파서 풀려고 이리저리 비틀었더니, 손목을 쥐는 힘은 조금 빠졌지만 여전히 놓지 않았다.

학교 옥상에 있는  하늘정원으로 갔다.

 

 

" 얘기해 이제"

 

"종 쳤잖아, 뭐하는건데"

 

" 빨리 말해 돌 것 같아 지금"

​" 뭘 얘기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할 얘기도 없고.

​너랑 나랑 아무것도 아니야, 니가 지금 나한테 이러는거 의미없는거라고"

 

"그럼 내가 먼저 얘기할게, 내가 너 피한건 니가 싫어서가 아니야-

왜 그걸 몰라"

 

"야 말을 안하는데 어떻게 알아. 이제와서 이러는 이유가 뭔데-

어장치냐? "

 

"아니야, 나는,"

 

"내가 너 좋아하면서 얼마나 아팠는지 니가 알아?

니가 맨날 나 무시하고 그래도 나는 니가 김민규니까 다 참았어.

​왜 너는 배려라는게 눈곱만큼도 없는건데-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너 우리 집 온 날 그러면 안됐고, 지금 이러는것도 안돼"

 

"내가 너를 좋아해"

 



많이 생각해봤는데 그런 것 같아.

너랑 나랑 서먹했던 이주동안 미칠 것 같았어.

하루에 기분이 12번도 더 바뀌는데, 그제서야 니 맘이 이해되고

니 맘을 쉽게 생각한 내가 너무 병신 같아서 이렇게 얘기하는데까지 시간이 걸린거야.

 

 

 

 

 

 

김민규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나는 화를 내야하는걸까, 울어야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망쳐야할까.

김민규가, 날 좋아한다고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민규가, 저도 내가 좋다고한다.

이 상황이 좋고,싫고를 떠나 믿기지 않았다.

내가 수 개월을 좋다고 따라다닐 땐 한마디도 않더니, 이제와서-

간신히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기름을 부어버린다.

김민규는 내 손목을 잡고 슬픈 눈을 하고 있다.

울어야 할 사람은 난데, 왜 니가 그러고 있어.

괜히 내가 민규 마음에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미안했다.

김민규의 목소리가 여러번 오버랩되었고, 나는 그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더 있다간 눈물이 나올 것 같았고, 울어버리면-

숨기고자했던 내 맘을 다 들킬 것 같았다.

좋아한다고, 왜 내 맘 몰라줬냐고, 마음고생 많이 했냐고-

수많은 말들이 감당하지 못할만큼 뱉어질 것 같아서 그것들을 막기위한 방법은 자리를 피하는 것 밖에 없었다.

김민규를 그 자리에 두고 교실로 올라갔다.

⁠빈 손으로 들어가면,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해야하기에 보건실에 들려서 약을 두통약 하나를 먹었다.

나는 곧바로 수업에 참여했지만 김민규는 수업을 들어오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게, 이렇게 힘든일인줄 처음 알았다.

사실 이런 감정을 겪는게 처음이라서, 김너봉이는 나의 첫사랑이 맞았다.

내가  준 상처들이 얼마나 깊길래, 내 말을 듣고는 그럼 표정을 지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자존심 상할 일이 맞다.

나의 말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달아나듯이 가버렸으니, 차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가 나야하는데, 자꾸만 김너봉이에게 미안한 마음만 커졌다.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을, 나를 좋아한 수 개월 동안 느꼈을것을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괜히 오지도 않는 카톡창을 들락날락 거리고, 페북에 김너봉이의 이름을 검색했다.

카톡대화창은 5월에 멈춰져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6월인데-

아무도 보지 않을 페북 검색기록을  삭제했다.

첫사랑이란게 사람을 이 정도로 바보같이 굴게하고, 유치하게 만드는 줄 몰랐다.

처음이라서 그런건지, 아님 내 성격이 원래 이랬던건지-

 

 

 

 

 

 

 

 

 

 

 

 

 

 

 

 

 

 

 

 

 

 

 

 

 

 

 

 

 

 

 

 

 

 

 

 

 

 

 

 

 

 

 

 

 

 

 

 

 

 

내가 김민규에게서 도망친 후 김민규의 행동들이 달라졌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 김너봉 좋아해요-를 표출하고 있었다.

마치 나와 김민규가 바뀐 것 같달까?

어제는, 내가 교실에 앉아 무료하게 있었는데, 크고 까만 손이 눈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손에 쥐고 있는 양갱.

김민규가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웃고 있었다.

얼떨결에 양갱을 받아들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지- 생각하다가 관뒀다.

또 내 멋대로 의미부여하다가 상처받을까봐.

 

 

"뇌물이야"

 

"뭐?"

​"나 이쁘게 봐달라고 뇌물 바치는거라고"

 

"내가 널 왜 이쁘게 봐야되는데?"


"좋아하니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얘기한 김민규 때문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아, 이런 기분이구나-

뭔 말을 해서 받아치고 싶은데, 얼굴을 붉히는 것 외엔 되는일이 없었다.

양갱만 주고 갈 줄 알았더니, 아예 내 옆에 앉는다.


"근데 나 양갱 싫어해 이거 보단 니가 싫다고 하는 초콜릿, 사탕 뭐 그런걸 더 좋아해"


"나도 단거 좋아해, 거짓말 한거야 너한테"


"왜?"


"그냥 니가 계속 사오니까-미안해서 그랬지 그럼 안 사올줄 알고.

그럼 넌 양갱 왜 싫어해 난 좋아하는데"


"설국열차에 나오는 단백질큐브인가 무튼 그거랑 똑같이 생겼잖아- 그, 바퀴벌레로 만든거"



내가 책상 한 쪽에 둔 양갱을 까서 한 입 먹던 김민규가 나의 말을 듣고는 자기 손에 양갱을 다시 뱉어냈다.

아-더럽게 뭐해!



"야 나는 여태까지 양갱을 먹으면서 그런생각 한 적 한번도 없는데 너는...

역시 특이해"


"싫어 그래서?"


"아니? 누가 싫대?"


"됐고, 가 너- 나 뭐 해야돼"


"뭘 해, 내가 앞에 있는데"


"뭐든 할거야 좀 가- 그니까"


"너 할거 해, 나 그냥 이러고만 있을게"



내가 아는 김민규는 저렇게 능청스러운 애가 아닌데, 내 말에 한마디도 안지고 꼬박꼬박 대꾸를 한다.

김민규는 내 옆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는 큰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아니 그렇게 쳐다보는데 내가 어떻게 뭘 하냐고-

애써 김민규의 시선을 무시하며 풀지도 않을 영어 문법책을 뒤적거렸다.

김민규가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좋긴 한대, 그래도 부끄럽다.

나 왼쪽 볼에 뾰루지 났는데-



"야, 나는 니가 나 10동안 쳐다볼 때 쟤는 지루하지도 않나 이런생각을 했었거든?

근데 내가 틀렸네"


"뭔 소리야-"


"좋아하는 사람 얼굴 보는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네, 짜릿해! 짱이야"



무슨 이상한 말투를 배워와가지고, 김민규는 스프라이트 샤워한듯한 청량감을 뽐내며 짜릿하다고 말했다.

나 지금 눈물 날 것 같아, 내 본진이 내 빠심을 이해하고 있다니...

다음 교시에는 담임의 시간이었다.

담임은 자리를 바꾸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나는 솔직히 짝꿍이 누가되던지상관은 없는데, 김민규만 아니였음 좋겠다.

김민규 옆 분단이나, 뒷자리 정도는 좋은데 짝꿍은 너무 부끄럽다.

제비뽑기로 자리를 배치했는데 얼핏 들은 얘기로는 내 짝꿍은 김민규가 아닌듯 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는데 김민규가 내 옆으로 와 앉았다.

뭐야, 아까 듣기론 권순영이었는데?



"야, 너 여기 아니잖아"


"응, 권순영이랑 바꿨어"


"그래도 돼?"


"뭐 혼나도 내가 혼나니까 걱정하지 마"


"안 해"






























유난히 칠판에다가 판서를 많이 하는 한국사 시간이었다.

하필이면 자리가 맨 뒷자리여서, 잘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내가 키가 작은 탓도 있지만, 시력도 좋지 않았고 앞에 앉은 아이도 여자아이들 중 가장 키가 큰 아이였다.

억지로 척추를 세워가며 힐끔힐끔 칠판을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20분 즈음 지나니까 허리에 쥐가 날 것 같았다.


"야 김너봉 너 시력 안좋아?"


"..."


"아, 키가 작아서 그런가? 잘 안보여?"


"키 때문인 거 아니야, 시력이 나빠서 그래-"


"내가 불러줄까?"


"넌 필기 안해? 니꺼 보고 쓸게 그냥"


"싫어 불러줄건데?"



그럼 애초에 왜 물어본건데-

그냥 지꺼 보여주면 되겠구만 굳이 불러준다고 고집을 부리는 김민규이다.

한국사 시간은 여러 과목들 중에서도 특히 조용한 시간이었기에 김민규는 작은 목소리로 칠판에 적힌 내용들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권문....불교 비판......화친......홍건적은 농민.....고려를 침.."


"뭐라고? 하나도 안들려"



너무 작게 얘기해서 내용이 띄엄띄엄 들렸다.

이래선 도저히 필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김민규에게 조금만 더 크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나와 김민규는 죄 짓는 것도 아닌데, 앞에 앉은 아이들을 방패삼아 몸을 잔뜩 쭈그리고 있었다.

내가 잘 안들린다고 하자, 김민규가 귓속말을 했다.



"신진사대부가 성리학을 수용해서, 권문세족을 비판하였고 명과의 화친을 주장했대-

그리고 홍건적이라고 한족 농민 반란군이 고려를 침입했다고 적혀있어"


이미 내용 따위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니까 그냥 노트 보여주지 왜 굳이 말로 한다고 해서 이러냐고-

김민규는 정신 빠진 사람처럼 헤실헤실 웃어댔다.

노렸네, 노렸어.아주 여우구만?!



선생님은 아이들의 반 이상이 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 하는건지 아님 열정적인 수업으로 인해 보지 못하신건지 수업을 계속했다.

귓속말을 한번 하고나니까, 아 이건 위험하겠다- 내가 민규를 못 지킬것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노트를 보여달라고 했다.

김민규는 순순히 그러겠다고 하고는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필기에 집중했다.

쉬는 시간 종이 치고. 나는 자리에 남아 김민규의 노트를 필기하고 있었고 김민규는 그런 나를 보고 있었다.

이제는 나름 면역이 생겨 뜨거운 시선 즈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생각 없이 필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 잠깐만-





내가 너무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필기 된 내용엔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이 간혹 있었다.

김민규가 이런 깜찍한 짓을 할줄을 몰랐는데....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라 함은, 너봉이 이쁘다, 너봉아 우리 사귈까?, 너봉이가 한국사만 쳐다본다 나도 봐주지, 등등.

필기 된 내용들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 김민규를 쳐다보니, 또 베실베실 웃고있었다.

내가 젤 좋아하는 민규의 한 부분이다.

웃는 모습이 개구쟁이 유치원생 같다.

대형견 느낌-

지금 김민규가 딱 그랬다,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며 꼬리를 흔드는 모습.

그에, 나도 못 이기겠다는 듯 웃고 말았다.





















김민규 정말 관심종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상대가 반응을 안하면 장난을 관두는 아이들이 태반인데, 김민규는 10분째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내 책상에 낙서하기, 머리카락 땋기, 자기 발로 내 발 건드리기 등등 온갖 장난들을 걸어온다.

그리고 이제는 종이 던지기인 것 같다.

교과서 끄트머리를 작게 찢어서 돌돌 만 후, 나에게 던지고 있다.

오늘 여기 청소 난데...

김민규가 던지는 종이의 크기가 점점 커져서 안되겠다 싶어 김민규를 노려봤다.


"어, 드디어 보네- 아 좀 너 그리 못그리는거 다 알아 왜이렇게 집중하는거야 진짜-"


"학생이 수업시간에 집중하는게 잘못이냐?"


"애들 다 떠들고 있구만- 너만 계속 칠판 보고 있었거든?

칠판에 김민규라도 있냐-"


"뭐, 김민규 있으면 뭐-"


"야 4D 김민규 여깄잖아 여길 봐야지"


"아 뭐래, 종이 그만 던져- 나 여기 청소란 말이야"


"알았어, 그대신 나랑 사귀면"


"아 또 그 소리"


"내가 이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왠만하면 그냥 사귀자-좀."


"장난치지 마 진짜"


"장난아닌데.

넌 나한테 사귀자고 말할 때 장난이었냐-"


"..."


"아니잖아- 빨리 응 해, 그냥"


"왜, 나도 생각 좀 해볼게 이런 말 할거야"


"그냥 나랑 사귀면 행복해져- 빨리, 아 빨리"



자꾸 내 팔 한쪽을 잡고 이리저리 흔드는 김민규이다.

사귀자고 말하는게 아니라, 엄마 나 저거 사줘- 하는 표정과 행동들인데-

그래, 울 아들램이 하고싶은거 다 해줘야지 뭐-

 

"그래, 알았어"

 

"..진짜? 진짜로?정말"

 

"응 대신 지금처럼 이렇게 나한테 메달려라"

 

"뭐야, 성격 이상해-"

 

"나도 너한테 이 전 처럼 메달릴거니까 너도 메다려줘, 서로 집착하고 구속하자 나 그런거 되게 좋아해"

 

"오케이, 나도 질투는 잘 할 자신있어.

그런 의미에서 주말에 영화보러 갈까요?"

 

"알았어, 검사외전 보자"

 

"그거 커플한테 해롭대, 강동원형 보고 나서 남자친구보면 왠 오징어가 있나 이런 생각 든다더라"

 

"야 강동원오빠보다 니가 더 잘생겼어 물론 주관주의"

 

"주관주의면 어떄 내 여자 눈에만 멋져보이면 되는거지!"

 

 

 

 

 

 

 

 

 

 

 

 

 

 

 

 

 

 

 

 

 

 

 

 

 

 

 

 

 

+와우...역대급 뜬금 x, 노잼이 탄생했네요 정말 역대급으로 뜬금없음....

제가 이걸 일주일을 거쳐서 쓴거라서 그날그날 의식의 흐름이 담겨있달ㄲr?

하 를 완성했으니, 이제 번외를 써야하...는...거...져...

그리고...메.....일링........읔(앞길캄캄구만리

번외 별거 없어여 그냥 하 편의 마지막 부분과 비스무리한 민규와 여주의 moonmoon한 애정행각을 15G게 보여드릴겁니다...!

 

 

 

 

 

 

 

 

 

 

 

 

 

 

 

 

 

 

 

 

 

 

 

 

 

 

 

 

 

(내 사랑 암호닉분들)

 

원우야 밥먹자, 내일, 조아,뚜녕아따당해,0103,자몽몽몽몽몽몽몽,햇살,이이팔,씬틴,볼살,닭키우는순영,

귤쟁이,태침,월우설,호시기두마리치킨,늉늉,누텔라,별,세더넴,뿌존뿌존,로운,요2,

아이닌, 소년민규, 원우야나랑살자,붐바스틱,밍구리,규애,닭방,징징징,승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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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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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진짜 재미있어여!!!!!!!!!!!!!!!!!
8년 전
모던레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2
햇살/하아아아이ㅏ이잇!!!!!!!!오늘도 신알신 보자마자 뛰어와써여!!!!!!!!둘이 잘 되서 넘나 다행ㅠㅠ냉전 상태일때 기빨렸ㅇㅓ여ㅠㅠ너네 이럼 안된다고 혼자 난리치면서...중간중간 민ㄱ규가 여주 덕후적인 면모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자 너네 둘은 서로가 서로의 덕후지...나도 나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ㅠ3ㅠ밍구처럼 대형견같은 남자친구가 있으면 정말 잘해줄텐데...얼굴이 낫 김민규겠지만ㅠㅠㅠㅠ상중하 다 너무 재밋게 잘봤어용 작가님 고생하셨어요!!
8년 전
모던레드
햇살님!!결국은 서로가 서로의 덕후인거져 뭐.....연애하고 싶네여....(훌쩍)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잘보고갑니다!!상편도보고싶은데안들어가지네요ㅠㅠㅠ중하편잘보고가요!!
8년 전
모던레드
상편은 인티가 아파서 독자분들께 메일링 해드렸었어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4
너무 잘 읽고 갑니다ㅠㅠ 민규도 좋고 여주 성격도 넘나 좋아요 들이 잘되서 다행이네요! 상중하 모두 너무 잘 읽고 갑니다 글 써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고생하셨어요!
8년 전
모던레드
읽어주셔소 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66.233
로운입니다! 헐..... 결국 저렇게 예쁘게 사귀다니.... 아주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저렇게 예쁘게 지냈으면... 아 검사외전 아직 못봤는데... 동원느님이 그렇게 잘생겼다는데......
8년 전
모던레드
로운님 왜 이저야 본걸까요ㅠㅠㅠ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저도 갓참치님 보고싶네여.....
8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쓰차가풀려서이제야봅네다ㅠㅠㅠㅠㅠㅠㅠㅜㅜ상중편오떠케읽습네까ㅠㅠ큐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ㅠㅠㅜㅜㅜ앙대여ㅠㅠㅠㅠㅠㅠㅠ이럴수가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모던레드
ㅠㅠㅠㅠㅠ쓰차샸다니....공지사항 목록 가시면 메일링 글 있는데 상편 메일링은 끝나서ㅠㅠ중 하 번외만 보내드려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6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재밌어요 민규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이 잘되서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모던레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왜 울어요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7
붐바스틱입니다!!! 작가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중편도 메일로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전 아직 중편 렉이 심해서요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모던레드
메일링 할때 중편도 보내드릴거에용~~
8년 전
독자9
네네!! 감사합니당!!
8년 전
독자8
볼살이예염~~~~
민규야ㅠㅠㅠㅠㅠㅠㅠ저렇게 여주랑 똑같이 해주다니ㅠㅠㅠㅠㅠ설레네여ㅠㅠㅠㅠㅠ작가님 잘 읽구가염♡

8년 전
모던레드
볼살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149.57
밍블리에여!헐?????????????????????재미없다구여???????????????????????김민....크헙...김민규......ㅠㅠㅠㅠㅠㅠ설렌다ㅠㅠㅠㅠㅠㅠㅠ나한테계속매달리라니!!!!!!!!!!!여주야잘했어(씨익)
8년 전
모던레드
밍블리님.....자신감 채워주셔서 넘나 감사한것..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49.57
아녜여...진짜잘쓰세여...작가님요즘퓔받으셨나연???
8년 전
독자10
늘부입니다 아ㅠㅠㅠㅠㅠㅠㅠㅠ 대형견 밍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형견미 너무 좋잖아요 눈 땡그랗게 떠가지고 막 애기처럼ㅠㅠㅠㅠㅠㅠㅠㅠㅠ 늦게 깨달아서 좀 밉긴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밍구니까 ㅎㅅㅎ... 행쇼해라 근데 나는 언제쯤... (눈물
8년 전
독자11
작가님소년민규입니다....쓰차당해서이제야댓글써요ㅠㅠ엉엉ㅠㅠㅠ신알신울리자마자봤는데댓글을쓰지못하는슬픔이란...ㅠㅠㅠㅠㅠ드디어철벽민규끝났네여ㅠㅠㅠ아쉽지만다음작품도기대할게욥!!!
8년 전
독자12
(절쿨)
우와아ㅏㅇ!!!!!!!!!!!!!!!!!!!!!!!!!!!!!!!!! 김민규 이자식 ㅠㅠㅠㅠㅠㅠㅠㅠ 귀여운ㄱ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랑 잘되서 넘나넘나 좋은것 ㅠ^ㅜ 우리 대형견 밍구리.... 밍구같은 남자애가 나한테 저렇게 해준다면 난.. 이미 심장마비로 쓰러졌을꺼에여....흑...진심..발리네여ㅠ^ㅜ

8년 전
독자13
아 민규 웃는거 상상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게 봤어요!!!!ㅎㅎㅎ
8년 전
독자14
으아아ㅠㅠㅠㅠㅠㅠㅠ밍구야ㅠㅠㅠㅠㅠㅠ아 그렇게 귀엽게 고백하면ㅠㅠㅠㅠ받아줘야짛ㅎㅎㅎㅎ
8년 전
독자15
으억... 어떡해요... 밍구 막 너무 귀엽고 다정하고 여주는 살아있대요...? 밍구가 저러면 어떻게 살아요 어떻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심장에 해롭잖아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기님 이렇게 달달한 막 글 너무 사랑해요 저가 너무 아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아 너무 좋아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6
김밍구 대형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구 귀엽다 꼬리 살랑살랑 흔들 거 같아요
7년 전
독자17
헉 좋아여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사귀는 거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철벽 완전 해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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