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전체글ll조회 921l 5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w. 쮼

* 분량 조절 실패로 두 개로 나눠서 올립니다 *

* 오늘은 사진보다 글이 훨씬 많아요.. 마음의 준비 필수 *








"자 짠 짠~ 오늘 같은 날엔 마시고 죽어야지!"



"짠~!"



그러니까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면, 공모전 준비를 하기로 만난 우리가 지금 왜 술을 마시고 있냐면...



불과 8시간 전, 10시에 만나기로 한 팀원들 중 남자 팀원 2명이 30분이나 지각을 했다. 그런데 또 그 지각한 2명 중 팀장이 껴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삭히며 회의를 하는데, 자꾸 제출한 계획대로 스토리 라인을 짜지 않는 지각생들 때문에 2~3시간이면 끝났을 콘티 작성을 무려 6시간이 걸려서 끝이 났다.

황금 같은 연휴를 윤기와 보내지 못하는 것도 화가 나는데 일은 엉망진창이라 오후 4시 반이 되어 서야 끝이 나버려 윤기에게 미안함이 가득했다. 일단 핸드폰을 들어 기다리고 있었을 윤기에게 급하게 문자를 보냈다.



[윤기야 나 이제 거의 끝났어! 팀원들이랑 계획만 짜고 헤어질 예정!]


[완전히 다 끝나면 전화 해. 데리러 갈게]


[아니야 내가 갈게!]


[그래도 전화 해. 목소리 듣고 싶어]



이제 출발해도 6시가 훨씬 넘어 도착할 거라는 사실이 애석했다. 학교를 졸업하면 윤기 집 근처에서 회사를 다녀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만큼 우리 둘 사이의 거리가 멀었고 그게 자꾸 우리를 괴롭힌다는 사실이 슬펐다. 어떻게 다시 만난 윤기를 자꾸 이렇게 보지 못한다는 점은 하늘에 원망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게 왜 자꾸 이런 시련을 주는지도.




"벌써 5시가 다 되어가네요. 다들 뒤에 뭐 있으세요?"



"아니요"


약속이 분명 있다고 아까 아침에 말을 했는데 금붕어 같은 저 팀장 놈이 뒤에 일정이 있냐고 물었다. 윤기에게 답장을 하느라 있다고 말할 새도 없이 옆에 있던 남자 팀원이 없다고 했다. 쟤는 그 카톡 방에서 크리스마스에 만나게끔 바람을 잡던 놈이다. 진짜 여기에 정상은 나랑 저 여자 팀원밖에 없을까?



"약속 이미 취소했어요."



아, 취소 나만 정상이다.



"저는.. 약속이 있..."



"저희 곧 촬영도 들어가는데, 저희끼리 회식 하시죠."


약속이 있다는 내 목소리는 팀장의 목소리로 묻혔다. 다시 한 번 약속이 있다고 말하려는데, 팀장이 입을 열어 팀원들에게 말을 했다. 

자신이 공모전 경험이 많아서 그런데, 우리의 합이 좋아야 촬영 물도 좋게 나온다. 다같이 모일 시간이 별로 없으니 시간이 될 때 계획도 짤 겸 같이 단합을 하자..

나보다 나이는 4살이나 많은 사람이 대체 뭐 때문에 아직도 졸업을 못해서 저런 부장님 같은 멘트를 날리는지 혈압이 올랐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윤기에게 주려고 가져왔던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바라봤다. 윤기 봐야 하는데... 


간절한 나의 바람과 달리 다른 팀원들의 동의와 함께 내 약속은 마치 당신들이 싫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한 핑계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 나도 그들을 따라 나섰다. 물론 나도 이게 잘못인 걸 알지만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 공모전을 처음 준비하는 나는 저 4살 많은 팀장에게 패기 있게 그 자리에 끼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못한 내 소심함을 탓할 수 밖에. 




/




"자 여주씨도 짠!"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술자리에 껴있는 거였다. 그 이상한 단합이라는 말에 꼬여... 저들과 함께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삼겹살 집이라 윤기에게 줄 선물은 고이고이 내 코트에 둘둘 감싸져 내 드럼통 의자 안에 들어가 있었다. 술을 마시며 저들을 상대하는데도 내 신경은 온통 저 드럼통으로 가있었다. 아 윤기 만나야 하는데..


이상하게 윤기는 내게 문자도 전화도 없었다. 처음엔 서로 답장이 잘 되었다가 회식을 시작한 이후 내가 제대로 답장을 하지 못하자 윤기도 포기한 듯 더 이상 내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윤기에게 한 번 더 카톡을 보내볼까 하고 카톡에 들어가면




읽지 않았다는 1표시만 번쩍이는 대화창이 있었다. 벌써 9시를 향해 달려가는데도 회식 자리는 끝이 나지 않았다. 자꾸 소주를 내게 따르는 팀장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소주잔을 들이키며 쓰린 속을 또 쓴 술로 달랬다.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려면 취한 척 이 자리를 빨리 파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아직 취하지는 않았으나 빨리 집에 가기 위해 취한 척 팔에 고개를 기대고 애꿎은 파절이를 뒤적였다. 크리스마스임에도 윤기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했다. 꼭 바람을 피는 사람처럼 마음은 콕콕 찔리고 머리는 윤기 생각과 이 자리에 있는 팀원들로 향한 원망으로 어지러웠다.


계속해서 애꿎은 파절이만 괴롭히는데 얄미운 팀장이 그런 내 파절이에 삼겹살 한 점을 올려놨다. 아 저 놈은 왜 자꾸 아까부터 내 그릇에 삼겹살을 올려놓는 거야 진짜 짜증나. 나는 이 자리가 재미가 없는데 다른 두 팀원은 뭐가 재밌는지 서로 웃으며 얘기하는데 짜증이 났다. 저들이 웃을 수록 내 회식 엔딩 소원이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옆에 앉은 팀장이 내 빈 소주 잔에 또 소주를 따르는 걸 바라보다 화가 또 뻗쳐 그 잔을 한 입에 털어놓고 일어섰다. 내가 일어서자 웃고 있던 팀원 2명이 모두 나를 바라봤다.



"어? 여주씨 어디가?"


"아, 저 좀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러나 나는 여기서 제일 어렸다. 그러니까 나는 이 자리를 파할 능력 따위 없다는 소리다. 4살이나 많은 저 팀장은 꼰대 그 자체였고, 나머지 저 둘은 나보다 1살이 많다. 처음 하는 공모전이기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하고 싶어 찾은 팀이 내게 이렇게 걸림돌이 될지 몰랐다. 의견이 잘 맞지 않을지라도 모두가 의욕이 넘쳐 좋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바란 건 아니었다.

결국 혼자 삼겹살 집을 나와 다시 쭈구려 앉았다. 차가운 바람이 코트를 입지 않은 내 니트를 꿰뚫고 들어와 엄청나게 추웠지만 오지 않는 윤기의 답장보단 덜 차가웠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했지. 아픈 남자친구를 친구에게 두고 일찍 온다 해놓고 또 늦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이미 상습범이다. 매일 과제와 쪽지 시험, 공모전 준비에 치여 윤기와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아 깨가 볶여질 타임에 나는 늘 윤기를 혼자 두었다. 나를 보러 2시간이 넘는 거리를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을 혼자 두게 한 건 나였다. 끝나면 전화하라 했으니 전화라도 받을까 전화를 걸었다.


많이 아픈가 걱정도 되었지만 지금은 윤기가 화가 났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 되었다. 그냥 다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또 기나긴 통화음이 지나가고 안내원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윤기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윤기에게 일단 내 위치라도 알리고자 문자로 내 위치를 보냈다. 여기서 술 마시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코트를 입지 않고 밖에 나와 덜덜 떨며 문자를 보냈더니 오타가 많이 났다. 근데 그걸 다시 고칠 정신은 없었다. 머리는 복잡하고 몸은 추워서 오들오들 떨려오고 아주 최악이었다.


이런 경험은 연애를 해보지 못한 내 인생에서 처음이라 한숨을 내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데 크리스마스라고 커플들이 지나가는게 보였다. 반짝이는 건물들 빛과 연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표정이 쭈구려 앉아있는 나를 그늘 져 보이게 만들었다.

괜히 억울해 속에서 울컥 화가 올라왔다. 김제후? 이름도 그지 같은 게 팀장이면 다야? 결국 속으로 나를 이 상황에 쳐하게 만든 팀장을 욕했다. 



"여주씨 추운데 왜 안들어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런데 저 팀장은 일단 호랑이는 아니다.



"많이 취했어?"



늙은 여우..도 아깝고 그냥 말미잘 짜증나는 존재였다. 내가 대꾸를 하지 않자 내 옆에 슬쩍 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저 사람이 내 옆에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쾌해서 티 나지 않게 살짝 옆으로 피했다. 근데 저 놈이 내가 정말 많이 취했다 생각했는지 지가 입은 자켓을 내 어깨에 둘렀다. 

내 어깨에 그 사람의 손이 스쳐 불쾌하다 못해 짜증이 났다. 그런 행동이 싫었지만 당분간 자주 봐야 할 사람이기에 취하지 않았다며 어깨에 둘러진 자켓을 접어 그에게 건넸다. 



하지만 웃으며 내가 건넨 자켓을 밀어내며 거부하는데 그냥 저 자켓을 던져버릴까 3초 정도 고민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그 자켓을 바라보자 팀장이 내 얼굴을 보며 생긋 웃었다. 내 자켓을 받고 접힌 걸 펼치더니 이번엔 내 치마 위에 얹어 놓았다. 

"추운데 왜 치마를 입고 왔어"

팀장의 역겨운 말에 겨울이지만 크리스마스라고 윤기에게 잘 보이고자 입은 긴 니트 치마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짜증났다. 솔직히 너무 싫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꾸조차 하기 싫어 또 팀장의 말을 씹었다. 이 정도면 머쓱해서 갈 줄 알았는데 눈치도 없는 이 사람은 또 내게 이상한 질문을 던져왔다.



"여주씨 오늘 선물 가져왔던데, 누구 주려고? 설마 나?"



하하하 크게 웃으며 내게 장난을 걸어오는데 나보다 많이 먹은 떡국이 대체 어디로 간 건지 궁금해졌다. 나잇값 못하고 눈치도 없고... 4살 많건 팀장이건 불쾌함만 가득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뛰어 나가 윤기를 보러 가고 싶었다. 아저씨 그거 아저씨 거 아니고 윤기 거에요. 제 남자친구 민윤기 거라구요. 



"하하..설마요...제 ㄴ"



"아 그리고 사실 오늘 회의 잡은 건 저 둘 이어주려고 그랬던 거다? 시훈이가 윤채한테 관심 있다고 도와달라고 그러더라. 저 둘 이어지는 거 보는데 왠지 우리 조 남여 비율이 꼭 2대 2 미팅 같지 않니?"



아까부터 왜 자꾸 내 말을 자르고 반말을 하지 진짜... 잘만 존대를 해오던 사람이 갑자기 단둘이 있다고 친해진 것처럼 반말을 해오는 게 또 내 속을 뒤집어 놨다. 저 생긋 웃는 얼굴을 보자니 빨리 윤기에게 가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이제 진짜 집에 가야지 싶어 추파를 던지는 그에게 이제 남자친구가 있다며 그만 하시라는 말을 하려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저 남자친구.."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김여주"



그런데 내가 말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익숙한 목소리는 내 이름을 불렀다. 하필 이 상황은 정말 의심 사기가 좋았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찔렸다. 콩콩콩콩 뛰는 심장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니 민윤기가 서 있었다. 코와 귀는 빨갛고 열이 났던 애가 얇은 코트 하나 걸친 채 나를 쳐다봤다. 화가 많이 났는지 눈매가 매서웠다.



"윤기야..."



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윤기가 내게 성큼 성큼 걸어와 내 치마 위에 올려져 있던 팀장의 자켓을 획 하고 팀장에게 던져 치운 뒤,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팀장이 그런 윤기를 보며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단단히 화가 난 윤기가 잡은 내 손목을 확 당겨 나를 자신 뒤에 서게 했다. 덕분에 내 시야는 윤기의 등으로 꽉 찼다.



"남자친구요."




"남자친구? 김여주 너 남자친구 없다 하지 않았어?"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한 번 보고 보지 않을 사이 굳이 내 남자친구를 말하고 싶지 않아 없다고 말했던 것이 이렇게 또 내 걸림돌이 될 줄 몰랐다. 괜히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리면 혹시라도 그걸로 딴지 거는 사람이 있다는 친구의 경고에 아직 친해지지 않은 저 사람들에겐 없다고 했을 뿐인데, 왜 하필 타이밍이 이렇게 된 것일까?



"...여주 남자친구 있어요. 그게 저고, 김여주 너 짐 챙겨서 나와. 너 술 많이 마셨잖아."



윤기의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석진선배를 질투할 때보다 더 낮고 냉랭한 목소리. 딱딱한 윤기의 말투에 괜히 나까지 무서워지는 기분이었다. 


일단 고기 집에 들어가 드럼통 의자에 있던 내 짐을 챙겼다. 들어오자마자 다시 나가려는 내게 남은 팀원 둘이 팀장과 집을 가냐고 물어왔다. 이 상황에서도 언급되는 팀장의 이름에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린 후 테이블을 벗어나려 코트를 입었다. 남은 두 명이 놀라 뭐야 여주씨 남자친구 있었어? 하며 떠들어 대는데 정말 내가 무슨 바람에 피다 걸린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일단 화가 난 윤기에게 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저 둘에겐 있었다는 대답과 함께 예의를 차려 인사를 드린 후 삼겹살 집을 나왔다. 시끌벅적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둘은 별로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정말 팀장 말대로 저 둘을 이어주려 이 회의가 조작된 듯 하다. 나는 정말... 멍청했다. 어쩐지 저 두 남자들이 자꾸 시간을 끌더라... 진짜 불쾌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일은 일대로 꼬이고 윤기는 윤기대로 화가 났다. 그런데 그 모든 원인은 내 탓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코트를 입으며 윤기 옆으로 가는 내게 팀장은 왜 남자친구 있다는 말을 안 했냐며 물었다.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길 바라는 듯 화난 표정으로 나를 윤기가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아... 죄송하지만 제 사생활을 말하는 게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조금 신뢰를 쌓은 후에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어쨋든 이 상황에서 그 누구도 큰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내게 관심을 보이던 팀장이 내 말에 아 그렇구나.. 하곤 멋쩍게 서있는데 공기의 흐름이 어색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탓할 사람은 없다. 저 팀장이 내게 추파를 건 것도 내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서, 그리고 이 술자리에 끌려 온 것은 내가 거절을 잘 하지 못해서 그런 거니까.



팀장은 우리 둘의 눈치를 살피다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다음 회의 때 보자는 말과 함께 이 냉랭한 자리를 벗어나 따뜻한 삼겹살 집으로 들어갔다. 이 추운 겨울에 서로 눈치를 보며 숨을 내쉬는 우리의 분위기가 참 이상했다.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서로를 간호하며 웃었는데 하루 아침에 내 잘못으로 어색해진 분위기가 무거웠다. 

윤기가 걱정 되어 윤기의 코트 자락을 잡았는데 윤기가 내 손을 밀어냈다. 윤기의 행동에 가슴께가 저렸다.



"윤기야..."


"여주야, 나 네가 자꾸 이러면 나는 불안해..."


"미안... 내가 자꾸 너 기다리게 했지... 공모전은 처음인데다가 다들 나이가 나보다 많으시니까... 나 혼자 중간에 집 간다고 하기가 좀 그랬어..."



내 말에 윤기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우리 둘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차마 윤기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기 두려워 결국 나는 눈을 내리 깔았다. 불안해 아래 입술만 물고 있는 나를 보더니 윤기가 얼굴을 쓸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근데 너 아까 나한테 카톡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



윤기가 내게 핸드폰을 들이밀어 보였다. 

[ㄴㅏ 여깄어! -00 돼지- 겆겅하지마!]

아까 추워서 오타가 난 거였는데, 윤기는 내가 정말 많이 취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정말 무언가 하나도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었다. 윤기가 보여준 핸드폰 화면을 보고도 나는 뭐라 말할 수 없어 애꿎은 침만 삼켰다. 


"너가 이렇게 보내면 내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이걸 보고 너한테 달려가는 내 심정을 생각이나 해봤니?"

"넌 안 해봤겠지. 그러니까 아까 그 남자랑 그러고 있었겠지... 그럼 내가... 내가 뭘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해"



"근데 진짜 아무 사이 아니야..."



"아무 사이가 아니야? 너 아까 그 팀장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너 남자친구가 없어서 그냥 호기심에 얘기해본 게 다라고 하더라.."

"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화가 단단히 난 윤기에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다 변명일 뿐이었다. 나는 명백하게 잘못을 했고 윤기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정말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견디기 힘들었다. 내 잘못이 맞았기에 윤기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고 윤기 선물이 담긴 쇼핑백만 세게 쥐었다. 

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를 보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윤기의 빨개진 입술에서 나오는 입김이 우리 둘 사이처럼 뿌옜다. 화를 내던 윤기가 이젠 지쳐 보였다.



"하...호기심에 말 걸어 본 거라는 거... 내 앞이니까 순화시킨 거지, 너한테 뭐라도 하려고 한 거 잖아... 자켓도 벗어줬는데 진짜 몰랐어..? 그러게 왜 남자친구가 없다는 거짓말을 해..."


"나도 거절하려고 했는데 그 타이밍에 너가 와서 이상하게 보인 거지 진짜 별 일 없었어... 그리고 남자친구 없다고 한 건 진짜 아까 말한 그대로야..."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그걸 지금, 하... 너 진짜...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너는...내가.. 내가 널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내가 너한테 어떤 마음으로 다시 다가간 건데... 너는 어떻게 2년 전이랑 똑같을 수가 있어..? 넌 늘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어서 사람을 하늘 끝까지 올렸다가 꼭 이렇게 밑바닥까지 짓밟지... 네가 날 배려했으면, 아니? 너가 날 조금만 생각했으면 적어도 난 이런 식으로 안 해. 그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예의야."


"..."


"이젠 말도 안 하네.. 오늘은 너 혼자 가라... 미안 내가 널 더 볼 자신이 없어...내가 택시 불러 줄게 우리 다음에 보자."



윤기가 나를 지나쳐 택시를 붙잡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는 게 더 적합한 표현 같다. 윤기는 나를 택시에 태운 뒤 기사 아저씨께 내 집 주소를 불렀다. 그리고 너는 내 집까지 얼마나 나올지 잘 알기라도 하듯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어 이걸로 계산해 달라고 했다. 윤기는 나에 대해 참 잘 아는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나는... 나는 참 너를 몰랐다.



쌩쌩 달리는 택시 안에서 창문 밖 풍경을 바라봤다. 택시 창문에 서리가 껴 풍경들이 뿌연 것이 꼭 아까 나와 윤기 같았다. 지나가는 커플들의 반짝이던 눈빛들과는 상반된 흐린 눈빛의 우리.

아까 윤기 앞에서 겨우 참았던 눈물이 윤기가 보이지 않으니 흘렀다. 손으로 닦는데도 한 번 흐르는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으로 눈물을 닦으니 손목에 윤기에게 주려고 산 크리스마스 선물이 달랑 달랑 내 얼굴을 쳤다. 이것 마저 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최악이었다.





/





집에 들어와 한참을 멍을 때렸다. 윤기와 싸웠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오늘 하루가 참 길면서도 짧았다. 머리 속에선 윤기의 말이 계속 둥둥 떠다녔다. 



"너는...내가.. 내가 널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내가 너한테 어떤 마음으로 다시 다가간 건데... 너는 어떻게 2년 전이랑 똑같을 수가 있어..? 넌 늘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어서 사람을 하늘 끝까지 올렸다가 꼭 이렇게 밑바닥까지 짓밟지... 네가 날 배려했으면, 아니? 너가 날 조금만 생각했으면 적어도 난 이런 식으로 안 해. 그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예의야."


윤기의 말이 참 애달팠다. 무슨 답을 원하기라도 하듯 울먹이며 말하던 목소리가 생각 나 내 심장을 파고 들었다. 윤기가 나에게 실망을 했다. 나는 늘 내 입장에서 윤기를 배려해서 윤기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았다. 오늘의 내 모습은 그에게 있어 참 최악이었을 거다... 그러니 모두 내 탓이 맞았다.


윤기에게 어떻게 다시 다가가지, 윤기에게 뭐라고 사과를 해야하지... 다 얘기해줬는데도 못 믿으면 오해를 무슨 수로 풀어...


 아까의 충격으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는 윤기의 목소리와 저 고민들로 더 꼬여만 갔다. 복잡한 마음으로 다시 눈물이 흐르면 손으로 닦기도 힘들어 코트 소매로 눈을 가렸다. 카라멜 색의 코트가 화장에 더러워지던 말던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는데 코트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혹시 윤기일까 싶어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아쉽게도 발신인은 호석이었다. 운 목소리를 감추고자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여주야. 집이야?"


"응..."


"그 혹시 지금 잠깐 볼 수 있을까?"


"...윤기랑 같이 있어?"


"아니. 내가 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일단 그 너네 집이면 음.. 홍대로 올 수 있어? 9번 출구 앞에서 보자"


"아.. 응... 지금 나갈게"



내가 아는 호석이는 참 밝고 눈치도 빨랐다. 윤기와 같이 학생회를 하는 유일한 남자 동기였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는 사이임을 알았다. 윤기가 음악에 관심이 많은 만큼 호석이도 음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전 학교에서도 그 둘은 거의 소울 메이트였다. 분명 대학교에서 친구들은 비지니스라는 말이 있었는데, 저 둘은 반대였다.


아무래도 오늘 싸운 걸 호석은 알고 있으니 내게 무언갈 말해주려고 전화한 것 같았다. 내가 화가 난 윤기에게 다가가기 힘들다는 걸 알았던 걸까? 어쨌든 호석이를 만나야 내 복잡한 마음들의 짐도 좀 덜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 상태 그대로 나갔다. 울어서 더러워진 코트 소매는 대충 벅벅 문질러 옅어지게 만들었다. 다시 택시를 잡아 홍대로 향했다. 




/




호석이와 둘이 만나는 건 지금의 학교로 편입한 이후 처음이었다. 호석이가 진솔하게 해야 할 말이라며 조용한 이자카야로 데려갔다. 내가 이미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따뜻한 국물과 자신이 마실 소주잔만 주문했다. 처음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석이도 머릿 속으로 무언가 정리하고 있는 듯 표정이 꽤 진중해 보였다. 평소 밝고 장난기 많은 친구가 이렇게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어색했다.



"여주야, 너 오늘 윤기랑 싸운 거 나도 뭐.. 다 알고 왔어"



"응.. 같이 있었어?"



"어, 어쩌다 보니 계속 같이 있었거든... 윤기가 많이 화내디?"



"어... 근데 내가 차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지금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고... 답답해"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뭐.. 하긴 너 아직 윤기랑 사귄지 얼마 안됐잖아. 걔가 그렇게 화내는 거 본 적 없으니까 당황스러울 거야. 근데 내가 너한테 이런 말 좀 주제 넘는 거 알지만 윤기가 너 생각보다 많이 그리고 오래 좋아했어서... 그리고 난 그걸 옆에서 다 봐서..."



호석이 말을 흐리더니 술잔에 소주를 따랐다. 호석이 어떤 말을 할지 감이 안 잡혀 불안해져서 그랬을까 투명한 잔에 투명한 액체가 따라지는 장면이 느리게 느껴졌다. 



"너도 알겠지만 윤기가 원래 막 자기 얘기를 잘 하는 애가 아니거든? 감정 표현도 되게 서툴러. 웬만한 건 다 혼자 삭히는 편이고... 근데 너한테 하는 거 보면 아주 주체를 못해서 행동부터 나가는 게 좀 웃기더라"

"너는 모르겠지만 걔도 서운한 게 많이 쌓였는데 걔는 너를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해서 눌러 담았다가 오늘 터진 거야. 걔 너 2년 전부터 아주 오래 좋아했어. 그것도 많이. 윤기도 대충 얘기 했다던데 알고 있지?"



"...응... 그 사실은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되긴 했어... 알고 보니까 내가 걔 여자 있는 줄 오해해서 많이 돌아온 것 같더라"



"아, 유수아?"



호석이는 정말 모르는 게 없었다. 내가 놀라 호석을 쳐다보자 호석이 다시 소주를 한 잔 마시며 인상을 찌푸렸다. 소주는 쓰다며 능청스럽게 오뎅탕을 국자로 퍼서 내 접시에 담아줬다. 호석이 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어 나는 그냥 그런 호석을 쳐다만 봤다. 

호석이 자신의 개인 접시에 담긴 국물을 수저로 떠 마시며 말을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부른 거냐고 물었다. 또 한참을 망설이던 호석이 다시 소주 잔에 소주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너 혹시 너 취해서 윤기한테 전화한 날 기억나?"


"어... 내가 술 마시면 필름이 끊겨서... 친구들이랑 마시다가 취해서 잘은 기억 안나... 그 때 내가 너랑 연락 닿았을 때 내가 얘기해주지 않았었나..? 윤기한테 전화 간 거 찍혀서 실수 한 것 같은데 사과를 아직 못했다고..."


"어 맞어 그 날. 그 날 아예 기억 안나?"


"...응... 그 날 친구들이랑 다 같이 취해서 다들 기억을 잘 못했거든... 내가 아는 건 윤기한테 전해 들은 게 다야'


"아.. 그럼 거기까지만 알고 있겠구나?"


"거기까지만..? 내가 모르는 또 뭐가 있어?"


"응. 윤기가 말하지 말라 그랬는데, 나는 얘기 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동네 친구들과 친구 집에서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겼는데, 윤기가 말해준 게 다가 아니라니...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친구네 집에서 술을 마시다 중간에 끊긴 기억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는 기억을 호석이가 알고 있다고? 

왠지 가벼운 얘기는 아닌 것 같아서 술을 마시고 싶다며 소주 잔을 주문했다. 괜히 긴장감이 맴돌아 소주 잔에 술을 가득 채운 후 한 입에 털어 놓고 호석을 쳐다봤다. 호석도 그런 나를 보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날 네가 유수아 얘기해서 너가 윤기 좋아한다는 거 알게 된 건 맞아. 근데 걔가 왜 너한테 대놓고 안 다가갔을 거라 생각해?"


"윤기가 군대 때문이라고 했는데.."


"군대? 걔 군대 영장은 이미 시험 기간에 나왔어."


"뭐?"


"원래 군대 영장 입대 한 달 전에 나와. 걔 군대 1월 중순에 갔잖아. 기말고사 보는 도중에 영장 나왔었어"



"그럼 뭐야..? 군대 때문에 나랑 연락이 안된 게 아니야..?"


"그것도 어느 정도 맞긴 한데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야. 원래는 너 엄청 좋아했으니까 군대를 가더라도 친구처럼 계속 연락은 할 생각이었어."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미 끝난 과거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싸운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며 이 이야기를 하는 호석의 의도도 알 수가 없었다. 아까는 그냥 윤기에게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어보고자 나왔는데, 지금 호석과 나의 공기는 왠지 무거웠다.



"나도 너가 뭘 했는지 모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윤기한테 들어보니까 그 때 네가 나도 다른 남자랑 놀겠다고 확 끊어버렸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통화가 끊겨서 당황했는데 다시 전화 걸어도 전화는 안 받고... 걱정은 되니까 연락 오길 기다리는데 네가 다른 남자애랑 있다는 카톡이 온 거야."


"내가..? 나 친구네 집에서 마셨는데..?"


"응. 너도 기억에 없으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근데 그 날 우리 동기 중에 왜, 너랑 가까운 동네 사는 애... 기억나?"


"응"


"걔가 지 동네 친구들이랑 거기까지 가서 놀고 있었거든? 근데 너랑 너 친구들이 술에 취해서 다른 남자들이랑 놀고 있는 거 봤다고 남자 동기들만 있는 톡방에 올라왔었어. 윤기랑 사귀는 거 아녔냐고 물어보더라? 윤기는 네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하필 딱 타이밍도 참 그랬던 거지"


"내가... 다른 남자 애랑 있었다고? 나는 그 때 친구 집에 있었는데..? 분명.. 친구 집에서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기억이었다. 호석이가 얘기하는 그 동기는 나와 친하지 않았지만 나와 딱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면 가는 거리에 사는 애라 인사만 하는 정도의 사이였다. 우리 동네가 더 놀 곳이 많았기에 그 동기가 우리 동네에서 날 마주친 적도 많았지만 그 날 나를 봤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던 기억과 다른 이야기를 들어 혼란스러움에 눈동자만 굴리고 있자 호석이 일단은 들어 보라며 내 소주 잔에 술을 채워줬다.



"나도 네가 기억을 못하니까 그 상황을 잘 모르지만, 그 때 정말 그랬어. 그러니까 민윤기 입장에선 미치는 거야... 나 좋다는 식으로 말한 애가 지금 자기가 다른 여자 애 좋아한다고 오해해서 다른 남자랑 있다는데 연락은 안 받지..."

"그래서 그 날 걔가 너 찾겠다고 네 동네까지 가서 술집이란 술집을 찾아 다녔다가 결국 네가 다른 남자한테 업혀서 가는 거 보고 돌아왔어."

"걔 그래서 포기한 거야. 네가 그 남자애랑 잘 돼가는 줄 알고... 그러니까 걔는 네가 군대에서 자기 기다리느라 힘들 바에야 그 남자랑 잘 됐다가 헤어지면 그 때 다시 만나겠다고 했어. 어차피 자긴 같은 학교니까 만날 날 많다고...진짜 미련하지 않냐?"



"그럼 왜 걔가 나한테 그걸 말 안 한 거야...? 나한텐 그냥 유수아 얘기랑 군대 얘기만 했는데..?"



"뭐, 아마 걔 입장에선 네 걱정돼서 그랬을 거야. 하필 딱 타이밍이 이상해져서 남자애들끼리 네가 바람나서 윤기랑 헤어진 거라고 소문 돌았거든. 나랑 윤기랑 사귄 것도 아니라고 말을 해도 그럼 네가 어장친 거라는 소문도 돌더라.. 어쨌든 이 얘기를 꺼내면 그 소문도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적당히 덜어내서 얘기 한 거 같아."



"그냥 얘기해줬어도 됐는데... 나 지금 좀 혼란스럽다... 나도 모르는 기억이야 진짜... 차라리 그 때 물어보지..."



"윤기는 얼마 안 있다가 군대 갔으니까 너랑 오해 풀 시간은 없고 우리는 네가 기억 못한다는 걸 몰랐으니까... 그래서 우리도 네가 윤기에 대해 오해해서 다른 사람 찾아갔을 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한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도 너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였는데."

"근데 뭐.. 그 당시엔 윤기 군대가 너무 코앞이니까... 우리도 정신이 없어서 뭐라 말도 못한 거지 게다가 개강하고 나서는 네가 도서관에만 있었잖아. 나는 네가 편입 준비 중인 걸 모르고 도서관에만 있으니까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서 갑자기 그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기도 참 뭐했고... 이래저래 말 할 상황은 아니었어."



호석이 말한 그 당시 상황에 머리가 멍했다. 아니 그럼 윤기는 내가 다른 남자랑 사귀는 걸 그냥 두고 본 거라고..? 그래서 아까 그렇게 화를 낸 건가... 또 술 마시고 다른 남자랑 있어서...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들을 주입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게다가 나는 그런 소문조차 처음 들었다. 아무리 2학년 때 편입 준비를 한다고 도서관에만 있었다고 하지만 다른 친구들도 그 소문을 들었더라면 내게 말해줬을 것이다.



"근데 난 왜 그 소문을 아예 몰랐지.. 나도 2학년은 학교 다니면서 편입 준비한 거였는데...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읽지 않았다는 1표시만 번쩍이는 대화창이 있었다. 벌써 9시를 향해 달려가는데도 회식 자리는 끝이 나지 않았다. 자꾸 소주를 내게 따르는 팀장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소주잔을 들이키며 쓰린 속을 또 쓴 술로 달랬다.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려면 취한 척 이 자리를 빨리 파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아직 취하지는 않았으나 빨리 집에 가기 위해 취한 척 팔에 고개를 기대고 애꿎은 파절이를 뒤적였다. 크리스마스임에도 윤기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했다. 꼭 바람을 피는 사람처럼 마음은 콕콕 찔리고 머리는 윤기 생각과 이 자리에 있는 팀원들로 향한 원망으로 어지러웠다.


계속해서 애꿎은 파절이만 괴롭히는데 얄미운 팀장이 그런 내 파절이에 삼겹살 한 점을 올려놨다. 아 저 놈은 왜 자꾸 아까부터 내 그릇에 삼겹살을 올려놓는 거야 진짜 짜증나. 나는 이 자리가 재미가 없는데 다른 두 팀원은 뭐가 재밌는지 서로 웃으며 얘기하는데 짜증이 났다. 저들이 웃을 수록 내 회식 엔딩 소원이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옆에 앉은 팀장이 내 빈 소주 잔에 또 소주를 따르는 걸 바라보다 화가 또 뻗쳐 그 잔을 한 입에 털어놓고 일어섰다. 내가 일어서자 웃고 있던 팀원 2명이 모두 나를 바라봤다.



"어? 여주씨 어디가?"


"아, 저 좀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러나 나는 여기서 제일 어렸다. 그러니까 나는 이 자리를 파할 능력 따위 없다는 소리다. 4살이나 많은 저 팀장은 꼰대 그 자체였고, 나머지 저 둘은 나보다 1살이 많다. 처음 하는 공모전이기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하고 싶어 찾은 팀이 내게 이렇게 걸림돌이 될지 몰랐다. 의견이 잘 맞지 않을지라도 모두가 의욕이 넘쳐 좋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바란 건 아니었다.

결국 혼자 삼겹살 집을 나와 다시 쭈구려 앉았다. 차가운 바람이 코트를 입지 않은 내 니트를 꿰뚫고 들어와 엄청나게 추웠지만 오지 않는 윤기의 답장보단 덜 차가웠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했지. 아픈 남자친구를 친구에게 두고 일찍 온다 해놓고 또 늦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이미 상습범이다. 매일 과제와 쪽지 시험, 공모전 준비에 치여 윤기와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아 깨가 볶여질 타임에 나는 늘 윤기를 혼자 두었다. 나를 보러 2시간이 넘는 거리를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을 혼자 두게 한 건 나였다. 끝나면 전화하라 했으니 전화라도 받을까 전화를 걸었다.


많이 아픈가 걱정도 되었지만 지금은 윤기가 화가 났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 되었다. 그냥 다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또 기나긴 통화음이 지나가고 안내원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윤기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윤기에게 일단 내 위치라도 알리고자 문자로 내 위치를 보냈다. 여기서 술 마시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코트를 입지 않고 밖에 나와 덜덜 떨며 문자를 보냈더니 오타가 많이 났다. 근데 그걸 다시 고칠 정신은 없었다. 머리는 복잡하고 몸은 추워서 오들오들 떨려오고 아주 최악이었다.


이런 경험은 연애를 해보지 못한 내 인생에서 처음이라 한숨을 내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데 크리스마스라고 커플들이 지나가는게 보였다. 반짝이는 건물들 빛과 연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표정이 쭈구려 앉아있는 나를 그늘 져 보이게 만들었다.

괜히 억울해 속에서 울컥 화가 올라왔다. 김제후? 이름도 그지 같은 게 팀장이면 다야? 결국 속으로 나를 이 상황에 쳐하게 만든 팀장을 욕했다. 



"여주씨 추운데 왜 안들어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런데 저 팀장은 일단 호랑이는 아니다.



"많이 취했어?"



늙은 여우..도 아깝고 그냥 말미잘 짜증나는 존재였다. 내가 대꾸를 하지 않자 내 옆에 슬쩍 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저 사람이 내 옆에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쾌해서 티 나지 않게 살짝 옆으로 피했다. 근데 저 놈이 내가 정말 많이 취했다 생각했는지 지가 입은 자켓을 내 어깨에 둘렀다. 

내 어깨에 그 사람의 손이 스쳐 불쾌하다 못해 짜증이 났다. 그런 행동이 싫었지만 당분간 자주 봐야 할 사람이기에 취하지 않았다며 어깨에 둘러진 자켓을 접어 그에게 건넸다. 



하지만 웃으며 내가 건넨 자켓을 밀어내며 거부하는데 그냥 저 자켓을 던져버릴까 3초 정도 고민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그 자켓을 바라보자 팀장이 내 얼굴을 보며 생긋 웃었다. 내 자켓을 받고 접힌 걸 펼치더니 이번엔 내 치마 위에 얹어 놓았다. 

"추운데 왜 치마를 입고 왔어"

팀장의 역겨운 말에 겨울이지만 크리스마스라고 윤기에게 잘 보이고자 입은 긴 니트 치마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짜증났다. 솔직히 너무 싫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꾸조차 하기 싫어 또 팀장의 말을 씹었다. 이 정도면 머쓱해서 갈 줄 알았는데 눈치도 없는 이 사람은 또 내게 이상한 질문을 던져왔다.



"여주씨 오늘 선물 가져왔던데, 누구 주려고? 설마 나?"



하하하 크게 웃으며 내게 장난을 걸어오는데 나보다 많이 먹은 떡국이 대체 어디로 간 건지 궁금해졌다. 나잇값 못하고 눈치도 없고... 4살 많건 팀장이건 불쾌함만 가득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뛰어 나가 윤기를 보러 가고 싶었다. 아저씨 그거 아저씨 거 아니고 윤기 거에요. 제 남자친구 민윤기 거라구요. 



"하하..설마요...제 ㄴ"



"아 그리고 사실 오늘 회의 잡은 건 저 둘 이어주려고 그랬던 거다? 시훈이가 윤채한테 관심 있다고 도와달라고 그러더라. 저 둘 이어지는 거 보는데 왠지 우리 조 남여 비율이 꼭 2대 2 미팅 같지 않니?"



아까부터 왜 자꾸 내 말을 자르고 반말을 하지 진짜... 잘만 존대를 해오던 사람이 갑자기 단둘이 있다고 친해진 것처럼 반말을 해오는 게 또 내 속을 뒤집어 놨다. 저 생긋 웃는 얼굴을 보자니 빨리 윤기에게 가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이제 진짜 집에 가야지 싶어 추파를 던지는 그에게 이제 남자친구가 있다며 그만 하시라는 말을 하려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저 남자친구.."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김여주"



그런데 내가 말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익숙한 목소리는 내 이름을 불렀다. 하필 이 상황은 정말 의심 사기가 좋았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찔렸다. 콩콩콩콩 뛰는 심장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니 민윤기가 서 있었다. 코와 귀는 빨갛고 열이 났던 애가 얇은 코트 하나 걸친 채 나를 쳐다봤다. 화가 많이 났는지 눈매가 매서웠다.



"윤기야..."



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윤기가 내게 성큼 성큼 걸어와 내 치마 위에 올려져 있던 팀장의 자켓을 획 하고 팀장에게 던져 치운 뒤,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팀장이 그런 윤기를 보며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단단히 화가 난 윤기가 잡은 내 손목을 확 당겨 나를 자신 뒤에 서게 했다. 덕분에 내 시야는 윤기의 등으로 꽉 찼다.



"남자친구요."




"남자친구? 김여주 너 남자친구 없다 하지 않았어?"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한 번 보고 보지 않을 사이 굳이 내 남자친구를 말하고 싶지 않아 없다고 말했던 것이 이렇게 또 내 걸림돌이 될 줄 몰랐다. 괜히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리면 혹시라도 그걸로 딴지 거는 사람이 있다는 친구의 경고에 아직 친해지지 않은 저 사람들에겐 없다고 했을 뿐인데, 왜 하필 타이밍이 이렇게 된 것일까?



"...여주 남자친구 있어요. 그게 저고, 김여주 너 짐 챙겨서 나와. 너 술 많이 마셨잖아."



윤기의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석진선배를 질투할 때보다 더 낮고 냉랭한 목소리. 딱딱한 윤기의 말투에 괜히 나까지 무서워지는 기분이었다. 


일단 고기 집에 들어가 드럼통 의자에 있던 내 짐을 챙겼다. 들어오자마자 다시 나가려는 내게 남은 팀원 둘이 팀장과 집을 가냐고 물어왔다. 이 상황에서도 언급되는 팀장의 이름에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린 후 테이블을 벗어나려 코트를 입었다. 남은 두 명이 놀라 뭐야 여주씨 남자친구 있었어? 하며 떠들어 대는데 정말 내가 무슨 바람에 피다 걸린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일단 화가 난 윤기에게 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저 둘에겐 있었다는 대답과 함께 예의를 차려 인사를 드린 후 삼겹살 집을 나왔다. 시끌벅적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둘은 별로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정말 팀장 말대로 저 둘을 이어주려 이 회의가 조작된 듯 하다. 나는 정말... 멍청했다. 어쩐지 저 두 남자들이 자꾸 시간을 끌더라... 진짜 불쾌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일은 일대로 꼬이고 윤기는 윤기대로 화가 났다. 그런데 그 모든 원인은 내 탓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코트를 입으며 윤기 옆으로 가는 내게 팀장은 왜 남자친구 있다는 말을 안 했냐며 물었다.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길 바라는 듯 화난 표정으로 나를 윤기가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아... 죄송하지만 제 사생활을 말하는 게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조금 신뢰를 쌓은 후에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어쨋든 이 상황에서 그 누구도 큰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내게 관심을 보이던 팀장이 내 말에 아 그렇구나.. 하곤 멋쩍게 서있는데 공기의 흐름이 어색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탓할 사람은 없다. 저 팀장이 내게 추파를 건 것도 내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서, 그리고 이 술자리에 끌려 온 것은 내가 거절을 잘 하지 못해서 그런 거니까.



팀장은 우리 둘의 눈치를 살피다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다음 회의 때 보자는 말과 함께 이 냉랭한 자리를 벗어나 따뜻한 삼겹살 집으로 들어갔다. 이 추운 겨울에 서로 눈치를 보며 숨을 내쉬는 우리의 분위기가 참 이상했다.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서로를 간호하며 웃었는데 하루 아침에 내 잘못으로 어색해진 분위기가 무거웠다. 

윤기가 걱정 되어 윤기의 코트 자락을 잡았는데 윤기가 내 손을 밀어냈다. 윤기의 행동에 가슴께가 저렸다.



"윤기야..."


"여주야, 나 네가 자꾸 이러면 나는 불안해..."


"미안... 내가 자꾸 너 기다리게 했지... 공모전은 처음인데다가 다들 나이가 나보다 많으시니까... 나 혼자 중간에 집 간다고 하기가 좀 그랬어..."



내 말에 윤기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우리 둘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차마 윤기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기 두려워 결국 나는 눈을 내리 깔았다. 불안해 아래 입술만 물고 있는 나를 보더니 윤기가 얼굴을 쓸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근데 너 아까 나한테 카톡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



윤기가 내게 핸드폰을 들이밀어 보였다. 

[ㄴㅏ 여깄어! -00 돼지- 겆겅하지마!]

아까 추워서 오타가 난 거였는데, 윤기는 내가 정말 많이 취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정말 무언가 하나도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었다. 윤기가 보여준 핸드폰 화면을 보고도 나는 뭐라 말할 수 없어 애꿎은 침만 삼켰다. 


"너가 이렇게 보내면 내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이걸 보고 너한테 달려가는 내 심정을 생각이나 해봤니?"

"넌 안 해봤겠지. 그러니까 아까 그 남자랑 그러고 있었겠지... 그럼 내가... 내가 뭘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해"



"근데 진짜 아무 사이 아니야..."



"아무 사이가 아니야? 너 아까 그 팀장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너 남자친구가 없어서 그냥 호기심에 얘기해본 게 다라고 하더라.."

"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화가 단단히 난 윤기에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다 변명일 뿐이었다. 나는 명백하게 잘못을 했고 윤기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정말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견디기 힘들었다. 내 잘못이 맞았기에 윤기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고 윤기 선물이 담긴 쇼핑백만 세게 쥐었다. 

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를 보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윤기의 빨개진 입술에서 나오는 입김이 우리 둘 사이처럼 뿌옜다. 화를 내던 윤기가 이젠 지쳐 보였다.



"하...호기심에 말 걸어 본 거라는 거... 내 앞이니까 순화시킨 거지, 너한테 뭐라도 하려고 한 거 잖아... 자켓도 벗어줬는데 진짜 몰랐어..? 그러게 왜 남자친구가 없다는 거짓말을 해..."


"나도 거절하려고 했는데 그 타이밍에 너가 와서 이상하게 보인 거지 진짜 별 일 없었어... 그리고 남자친구 없다고 한 건 진짜 아까 말한 그대로야..."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그걸 지금, 하... 너 진짜...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너는...내가.. 내가 널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내가 너한테 어떤 마음으로 다시 다가간 건데... 너는 어떻게 2년 전이랑 똑같을 수가 있어..? 넌 늘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어서 사람을 하늘 끝까지 올렸다가 꼭 이렇게 밑바닥까지 짓밟지... 네가 날 배려했으면, 아니? 너가 날 조금만 생각했으면 적어도 난 이런 식으로 안 해. 그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예의야."


"..."


"이젠 말도 안 하네.. 오늘은 너 혼자 가라... 미안 내가 널 더 볼 자신이 없어...내가 택시 불러 줄게 우리 다음에 보자."



윤기가 나를 지나쳐 택시를 붙잡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는 게 더 적합한 표현 같다. 윤기는 나를 택시에 태운 뒤 기사 아저씨께 내 집 주소를 불렀다. 그리고 너는 내 집까지 얼마나 나올지 잘 알기라도 하듯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어 이걸로 계산해 달라고 했다. 윤기는 나에 대해 참 잘 아는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나는... 나는 참 너를 몰랐다.



쌩쌩 달리는 택시 안에서 창문 밖 풍경을 바라봤다. 택시 창문에 서리가 껴 풍경들이 뿌연 것이 꼭 아까 나와 윤기 같았다. 지나가는 커플들의 반짝이던 눈빛들과는 상반된 흐린 눈빛의 우리.

아까 윤기 앞에서 겨우 참았던 눈물이 윤기가 보이지 않으니 흘렀다. 손으로 닦는데도 한 번 흐르는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으로 눈물을 닦으니 손목에 윤기에게 주려고 산 크리스마스 선물이 달랑 달랑 내 얼굴을 쳤다. 이것 마저 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최악이었다.





/





집에 들어와 한참을 멍을 때렸다. 윤기와 싸웠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오늘 하루가 참 길면서도 짧았다. 머리 속에선 윤기의 말이 계속 둥둥 떠다녔다. 



"너는...내가.. 내가 널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내가 너한테 어떤 마음으로 다시 다가간 건데... 너는 어떻게 2년 전이랑 똑같을 수가 있어..? 넌 늘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어서 사람을 하늘 끝까지 올렸다가 꼭 이렇게 밑바닥까지 짓밟지... 네가 날 배려했으면, 아니? 너가 날 조금만 생각했으면 적어도 난 이런 식으로 안 해. 그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예의야."


윤기의 말이 참 애달팠다. 무슨 답을 원하기라도 하듯 울먹이며 말하던 목소리가 생각 나 내 심장을 파고 들었다. 윤기가 나에게 실망을 했다. 나는 늘 내 입장에서 윤기를 배려해서 윤기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았다. 오늘의 내 모습은 그에게 있어 참 최악이었을 거다... 그러니 모두 내 탓이 맞았다.


윤기에게 어떻게 다시 다가가지, 윤기에게 뭐라고 사과를 해야하지... 다 얘기해줬는데도 못 믿으면 오해를 무슨 수로 풀어...


 아까의 충격으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는 윤기의 목소리와 저 고민들로 더 꼬여만 갔다. 복잡한 마음으로 다시 눈물이 흐르면 손으로 닦기도 힘들어 코트 소매로 눈을 가렸다. 카라멜 색의 코트가 화장에 더러워지던 말던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는데 코트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혹시 윤기일까 싶어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아쉽게도 발신인은 호석이었다. 운 목소리를 감추고자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여주야. 집이야?"


"응..."


"그 혹시 지금 잠깐 볼 수 있을까?"


"...윤기랑 같이 있어?"


"아니. 내가 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일단 그 너네 집이면 음.. 홍대로 올 수 있어? 9번 출구 앞에서 보자"


"아.. 응... 지금 나갈게"



내가 아는 호석이는 참 밝고 눈치도 빨랐다. 윤기와 같이 학생회를 하는 유일한 남자 동기였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는 사이임을 알았다. 윤기가 음악에 관심이 많은 만큼 호석이도 음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전 학교에서도 그 둘은 거의 소울 메이트였다. 분명 대학교에서 친구들은 비지니스라는 말이 있었는데, 저 둘은 반대였다.


아무래도 오늘 싸운 걸 호석은 알고 있으니 내게 무언갈 말해주려고 전화한 것 같았다. 내가 화가 난 윤기에게 다가가기 힘들다는 걸 알았던 걸까? 어쨌든 호석이를 만나야 내 복잡한 마음들의 짐도 좀 덜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 상태 그대로 나갔다. 울어서 더러워진 코트 소매는 대충 벅벅 문질러 옅어지게 만들었다. 다시 택시를 잡아 홍대로 향했다. 




/




호석이와 둘이 만나는 건 지금의 학교로 편입한 이후 처음이었다. 호석이가 진솔하게 해야 할 말이라며 조용한 이자카야로 데려갔다. 내가 이미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따뜻한 국물과 자신이 마실 소주잔만 주문했다. 처음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석이도 머릿 속으로 무언가 정리하고 있는 듯 표정이 꽤 진중해 보였다. 평소 밝고 장난기 많은 친구가 이렇게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어색했다.



"여주야, 너 오늘 윤기랑 싸운 거 나도 뭐.. 다 알고 왔어"



"응.. 같이 있었어?"



"어, 어쩌다 보니 계속 같이 있었거든... 윤기가 많이 화내디?"



"어... 근데 내가 차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지금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고... 답답해"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뭐.. 하긴 너 아직 윤기랑 사귄지 얼마 안됐잖아. 걔가 그렇게 화내는 거 본 적 없으니까 당황스러울 거야. 근데 내가 너한테 이런 말 좀 주제 넘는 거 알지만 윤기가 너 생각보다 많이 그리고 오래 좋아했어서... 그리고 난 그걸 옆에서 다 봐서..."



호석이 말을 흐리더니 술잔에 소주를 따랐다. 호석이 어떤 말을 할지 감이 안 잡혀 불안해져서 그랬을까 투명한 잔에 투명한 액체가 따라지는 장면이 느리게 느껴졌다. 



"너도 알겠지만 윤기가 원래 막 자기 얘기를 잘 하는 애가 아니거든? 감정 표현도 되게 서툴러. 웬만한 건 다 혼자 삭히는 편이고... 근데 너한테 하는 거 보면 아주 주체를 못해서 행동부터 나가는 게 좀 웃기더라"

"너는 모르겠지만 걔도 서운한 게 많이 쌓였는데 걔는 너를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해서 눌러 담았다가 오늘 터진 거야. 걔 너 2년 전부터 아주 오래 좋아했어. 그것도 많이. 윤기도 대충 얘기 했다던데 알고 있지?"



"...응... 그 사실은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되긴 했어... 알고 보니까 내가 걔 여자 있는 줄 오해해서 많이 돌아온 것 같더라"



"아, 유수아?"



호석이는 정말 모르는 게 없었다. 내가 놀라 호석을 쳐다보자 호석이 다시 소주를 한 잔 마시며 인상을 찌푸렸다. 소주는 쓰다며 능청스럽게 오뎅탕을 국자로 퍼서 내 접시에 담아줬다. 호석이 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어 나는 그냥 그런 호석을 쳐다만 봤다. 

호석이 자신의 개인 접시에 담긴 국물을 수저로 떠 마시며 말을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부른 거냐고 물었다. 또 한참을 망설이던 호석이 다시 소주 잔에 소주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너 혹시 너 취해서 윤기한테 전화한 날 기억나?"


"어... 내가 술 마시면 필름이 끊겨서... 친구들이랑 마시다가 취해서 잘은 기억 안나... 그 때 내가 너랑 연락 닿았을 때 내가 얘기해주지 않았었나..? 윤기한테 전화 간 거 찍혀서 실수 한 것 같은데 사과를 아직 못했다고..."


"어 맞어 그 날. 그 날 아예 기억 안나?"


"...응... 그 날 친구들이랑 다 같이 취해서 다들 기억을 잘 못했거든... 내가 아는 건 윤기한테 전해 들은 게 다야'


"아.. 그럼 거기까지만 알고 있겠구나?"


"거기까지만..? 내가 모르는 또 뭐가 있어?"


"응. 윤기가 말하지 말라 그랬는데, 나는 얘기 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동네 친구들과 친구 집에서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겼는데, 윤기가 말해준 게 다가 아니라니...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친구네 집에서 술을 마시다 중간에 끊긴 기억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는 기억을 호석이가 알고 있다고? 

왠지 가벼운 얘기는 아닌 것 같아서 술을 마시고 싶다며 소주 잔을 주문했다. 괜히 긴장감이 맴돌아 소주 잔에 술을 가득 채운 후 한 입에 털어 놓고 호석을 쳐다봤다. 호석도 그런 나를 보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날 네가 유수아 얘기해서 너가 윤기 좋아한다는 거 알게 된 건 맞아. 근데 걔가 왜 너한테 대놓고 안 다가갔을 거라 생각해?"


"윤기가 군대 때문이라고 했는데.."


"군대? 걔 군대 영장은 이미 시험 기간에 나왔어."


"뭐?"


"원래 군대 영장 입대 한 달 전에 나와. 걔 군대 1월 중순에 갔잖아. 기말고사 보는 도중에 영장 나왔었어"



"그럼 뭐야..? 군대 때문에 나랑 연락이 안된 게 아니야..?"


"그것도 어느 정도 맞긴 한데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야. 원래는 너 엄청 좋아했으니까 군대를 가더라도 친구처럼 계속 연락은 할 생각이었어."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미 끝난 과거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싸운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며 이 이야기를 하는 호석의 의도도 알 수가 없었다. 아까는 그냥 윤기에게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어보고자 나왔는데, 지금 호석과 나의 공기는 왠지 무거웠다.



"나도 너가 뭘 했는지 모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윤기한테 들어보니까 그 때 네가 나도 다른 남자랑 놀겠다고 확 끊어버렸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통화가 끊겨서 당황했는데 다시 전화 걸어도 전화는 안 받고... 걱정은 되니까 연락 오길 기다리는데 네가 다른 남자애랑 있다는 카톡이 온 거야."


"내가..? 나 친구네 집에서 마셨는데..?"


"응. 너도 기억에 없으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근데 그 날 우리 동기 중에 왜, 너랑 가까운 동네 사는 애... 기억나?"


"응"


"걔가 지 동네 친구들이랑 거기까지 가서 놀고 있었거든? 근데 너랑 너 친구들이 술에 취해서 다른 남자들이랑 놀고 있는 거 봤다고 남자 동기들만 있는 톡방에 올라왔었어. 윤기랑 사귀는 거 아녔냐고 물어보더라? 윤기는 네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하필 딱 타이밍도 참 그랬던 거지"


"내가... 다른 남자 애랑 있었다고? 나는 그 때 친구 집에 있었는데..? 분명.. 친구 집에서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기억이었다. 호석이가 얘기하는 그 동기는 나와 친하지 않았지만 나와 딱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면 가는 거리에 사는 애라 인사만 하는 정도의 사이였다. 우리 동네가 더 놀 곳이 많았기에 그 동기가 우리 동네에서 날 마주친 적도 많았지만 그 날 나를 봤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던 기억과 다른 이야기를 들어 혼란스러움에 눈동자만 굴리고 있자 호석이 일단은 들어 보라며 내 소주 잔에 술을 채워줬다.



"나도 네가 기억을 못하니까 그 상황을 잘 모르지만, 그 때 정말 그랬어. 그러니까 민윤기 입장에선 미치는 거야... 나 좋다는 식으로 말한 애가 지금 자기가 다른 여자 애 좋아한다고 오해해서 다른 남자랑 있다는데 연락은 안 받지..."

"그래서 그 날 걔가 너 찾겠다고 네 동네까지 가서 술집이란 술집을 찾아 다녔다가 결국 네가 다른 남자한테 업혀서 가는 거 보고 돌아왔어."

"걔 그래서 포기한 거야. 네가 그 남자애랑 잘 돼가는 줄 알고... 그러니까 걔는 네가 군대에서 자기 기다리느라 힘들 바에야 그 남자랑 잘 됐다가 헤어지면 그 때 다시 만나겠다고 했어. 어차피 자긴 같은 학교니까 만날 날 많다고...진짜 미련하지 않냐?"



"그럼 왜 걔가 나한테 그걸 말 안 한 거야...? 나한텐 그냥 유수아 얘기랑 군대 얘기만 했는데..?"



"뭐, 아마 걔 입장에선 네 걱정돼서 그랬을 거야. 하필 딱 타이밍이 이상해져서 남자애들끼리 네가 바람나서 윤기랑 헤어진 거라고 소문 돌았거든. 나랑 윤기랑 사귄 것도 아니라고 말을 해도 그럼 네가 어장친 거라는 소문도 돌더라.. 어쨌든 이 얘기를 꺼내면 그 소문도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적당히 덜어내서 얘기 한 거 같아."



"그냥 얘기해줬어도 됐는데... 나 지금 좀 혼란스럽다... 나도 모르는 기억이야 진짜... 차라리 그 때 물어보지..."



"윤기는 얼마 안 있다가 군대 갔으니까 너랑 오해 풀 시간은 없고 우리는 네가 기억 못한다는 걸 몰랐으니까... 그래서 우리도 네가 윤기에 대해 오해해서 다른 사람 찾아갔을 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한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도 너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였는데."

"근데 뭐.. 그 당시엔 윤기 군대가 너무 코앞이니까... 우리도 정신이 없어서 뭐라 말도 못한 거지 게다가 개강하고 나서는 네가 도서관에만 있었잖아. 나는 네가 편입 준비 중인 걸 모르고 도서관에만 있으니까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서 갑자기 그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기도 참 뭐했고... 이래저래 말 할 상황은 아니었어."



호석이 말한 그 당시 상황에 머리가 멍했다. 아니 그럼 윤기는 내가 다른 남자랑 사귀는 걸 그냥 두고 본 거라고..? 그래서 아까 그렇게 화를 낸 건가... 또 술 마시고 다른 남자랑 있어서...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들을 주입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게다가 나는 그런 소문조차 처음 들었다. 아무리 2학년 때 편입 준비를 한다고 도서관에만 있었다고 하지만 다른 친구들도 그 소문을 들었더라면 내게 말해줬을 것이다.



"근데 난 왜 그 소문을 아예 몰랐지.. 나도 2학년은 학교 다니면서 편입 준비한 거였는데...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읽지 않았다는 1표시만 번쩍이는 대화창이 있었다. 벌써 9시를 향해 달려가는데도 회식 자리는 끝이 나지 않았다. 자꾸 소주를 내게 따르는 팀장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소주잔을 들이키며 쓰린 속을 또 쓴 술로 달랬다.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려면 취한 척 이 자리를 빨리 파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아직 취하지는 않았으나 빨리 집에 가기 위해 취한 척 팔에 고개를 기대고 애꿎은 파절이를 뒤적였다. 크리스마스임에도 윤기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했다. 꼭 바람을 피는 사람처럼 마음은 콕콕 찔리고 머리는 윤기 생각과 이 자리에 있는 팀원들로 향한 원망으로 어지러웠다.


계속해서 애꿎은 파절이만 괴롭히는데 얄미운 팀장이 그런 내 파절이에 삼겹살 한 점을 올려놨다. 아 저 놈은 왜 자꾸 아까부터 내 그릇에 삼겹살을 올려놓는 거야 진짜 짜증나. 나는 이 자리가 재미가 없는데 다른 두 팀원은 뭐가 재밌는지 서로 웃으며 얘기하는데 짜증이 났다. 저들이 웃을 수록 내 회식 엔딩 소원이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옆에 앉은 팀장이 내 빈 소주 잔에 또 소주를 따르는 걸 바라보다 화가 또 뻗쳐 그 잔을 한 입에 털어놓고 일어섰다. 내가 일어서자 웃고 있던 팀원 2명이 모두 나를 바라봤다.



"어? 여주씨 어디가?"


"아, 저 좀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러나 나는 여기서 제일 어렸다. 그러니까 나는 이 자리를 파할 능력 따위 없다는 소리다. 4살이나 많은 저 팀장은 꼰대 그 자체였고, 나머지 저 둘은 나보다 1살이 많다. 처음 하는 공모전이기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하고 싶어 찾은 팀이 내게 이렇게 걸림돌이 될지 몰랐다. 의견이 잘 맞지 않을지라도 모두가 의욕이 넘쳐 좋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바란 건 아니었다.

결국 혼자 삼겹살 집을 나와 다시 쭈구려 앉았다. 차가운 바람이 코트를 입지 않은 내 니트를 꿰뚫고 들어와 엄청나게 추웠지만 오지 않는 윤기의 답장보단 덜 차가웠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했지. 아픈 남자친구를 친구에게 두고 일찍 온다 해놓고 또 늦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이미 상습범이다. 매일 과제와 쪽지 시험, 공모전 준비에 치여 윤기와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아 깨가 볶여질 타임에 나는 늘 윤기를 혼자 두었다. 나를 보러 2시간이 넘는 거리를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을 혼자 두게 한 건 나였다. 끝나면 전화하라 했으니 전화라도 받을까 전화를 걸었다.


많이 아픈가 걱정도 되었지만 지금은 윤기가 화가 났을까 그게 제일 걱정이 되었다. 그냥 다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또 기나긴 통화음이 지나가고 안내원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윤기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윤기에게 일단 내 위치라도 알리고자 문자로 내 위치를 보냈다. 여기서 술 마시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코트를 입지 않고 밖에 나와 덜덜 떨며 문자를 보냈더니 오타가 많이 났다. 근데 그걸 다시 고칠 정신은 없었다. 머리는 복잡하고 몸은 추워서 오들오들 떨려오고 아주 최악이었다.


이런 경험은 연애를 해보지 못한 내 인생에서 처음이라 한숨을 내쉬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데 크리스마스라고 커플들이 지나가는게 보였다. 반짝이는 건물들 빛과 연인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표정이 쭈구려 앉아있는 나를 그늘 져 보이게 만들었다.

괜히 억울해 속에서 울컥 화가 올라왔다. 김제후? 이름도 그지 같은 게 팀장이면 다야? 결국 속으로 나를 이 상황에 쳐하게 만든 팀장을 욕했다. 



"여주씨 추운데 왜 안들어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런데 저 팀장은 일단 호랑이는 아니다.



"많이 취했어?"



늙은 여우..도 아깝고 그냥 말미잘 짜증나는 존재였다. 내가 대꾸를 하지 않자 내 옆에 슬쩍 오더니 내 옆에 앉았다. 저 사람이 내 옆에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쾌해서 티 나지 않게 살짝 옆으로 피했다. 근데 저 놈이 내가 정말 많이 취했다 생각했는지 지가 입은 자켓을 내 어깨에 둘렀다. 

내 어깨에 그 사람의 손이 스쳐 불쾌하다 못해 짜증이 났다. 그런 행동이 싫었지만 당분간 자주 봐야 할 사람이기에 취하지 않았다며 어깨에 둘러진 자켓을 접어 그에게 건넸다. 



하지만 웃으며 내가 건넨 자켓을 밀어내며 거부하는데 그냥 저 자켓을 던져버릴까 3초 정도 고민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그 자켓을 바라보자 팀장이 내 얼굴을 보며 생긋 웃었다. 내 자켓을 받고 접힌 걸 펼치더니 이번엔 내 치마 위에 얹어 놓았다. 

"추운데 왜 치마를 입고 왔어"

팀장의 역겨운 말에 겨울이지만 크리스마스라고 윤기에게 잘 보이고자 입은 긴 니트 치마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짜증났다. 솔직히 너무 싫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대꾸조차 하기 싫어 또 팀장의 말을 씹었다. 이 정도면 머쓱해서 갈 줄 알았는데 눈치도 없는 이 사람은 또 내게 이상한 질문을 던져왔다.



"여주씨 오늘 선물 가져왔던데, 누구 주려고? 설마 나?"



하하하 크게 웃으며 내게 장난을 걸어오는데 나보다 많이 먹은 떡국이 대체 어디로 간 건지 궁금해졌다. 나잇값 못하고 눈치도 없고... 4살 많건 팀장이건 불쾌함만 가득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뛰어 나가 윤기를 보러 가고 싶었다. 아저씨 그거 아저씨 거 아니고 윤기 거에요. 제 남자친구 민윤기 거라구요. 



"하하..설마요...제 ㄴ"



"아 그리고 사실 오늘 회의 잡은 건 저 둘 이어주려고 그랬던 거다? 시훈이가 윤채한테 관심 있다고 도와달라고 그러더라. 저 둘 이어지는 거 보는데 왠지 우리 조 남여 비율이 꼭 2대 2 미팅 같지 않니?"



아까부터 왜 자꾸 내 말을 자르고 반말을 하지 진짜... 잘만 존대를 해오던 사람이 갑자기 단둘이 있다고 친해진 것처럼 반말을 해오는 게 또 내 속을 뒤집어 놨다. 저 생긋 웃는 얼굴을 보자니 빨리 윤기에게 가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이제 진짜 집에 가야지 싶어 추파를 던지는 그에게 이제 남자친구가 있다며 그만 하시라는 말을 하려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저 남자친구.."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김여주"



그런데 내가 말하기도 전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익숙한 목소리는 내 이름을 불렀다. 하필 이 상황은 정말 의심 사기가 좋았다.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괜히 찔렸다. 콩콩콩콩 뛰는 심장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니 민윤기가 서 있었다. 코와 귀는 빨갛고 열이 났던 애가 얇은 코트 하나 걸친 채 나를 쳐다봤다. 화가 많이 났는지 눈매가 매서웠다.



"윤기야..."



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윤기가 내게 성큼 성큼 걸어와 내 치마 위에 올려져 있던 팀장의 자켓을 획 하고 팀장에게 던져 치운 뒤,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팀장이 그런 윤기를 보며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단단히 화가 난 윤기가 잡은 내 손목을 확 당겨 나를 자신 뒤에 서게 했다. 덕분에 내 시야는 윤기의 등으로 꽉 찼다.



"남자친구요."




"남자친구? 김여주 너 남자친구 없다 하지 않았어?"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한 번 보고 보지 않을 사이 굳이 내 남자친구를 말하고 싶지 않아 없다고 말했던 것이 이렇게 또 내 걸림돌이 될 줄 몰랐다. 괜히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리면 혹시라도 그걸로 딴지 거는 사람이 있다는 친구의 경고에 아직 친해지지 않은 저 사람들에겐 없다고 했을 뿐인데, 왜 하필 타이밍이 이렇게 된 것일까?



"...여주 남자친구 있어요. 그게 저고, 김여주 너 짐 챙겨서 나와. 너 술 많이 마셨잖아."



윤기의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석진선배를 질투할 때보다 더 낮고 냉랭한 목소리. 딱딱한 윤기의 말투에 괜히 나까지 무서워지는 기분이었다. 


일단 고기 집에 들어가 드럼통 의자에 있던 내 짐을 챙겼다. 들어오자마자 다시 나가려는 내게 남은 팀원 둘이 팀장과 집을 가냐고 물어왔다. 이 상황에서도 언급되는 팀장의 이름에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린 후 테이블을 벗어나려 코트를 입었다. 남은 두 명이 놀라 뭐야 여주씨 남자친구 있었어? 하며 떠들어 대는데 정말 내가 무슨 바람에 피다 걸린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일단 화가 난 윤기에게 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저 둘에겐 있었다는 대답과 함께 예의를 차려 인사를 드린 후 삼겹살 집을 나왔다. 시끌벅적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둘은 별로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정말 팀장 말대로 저 둘을 이어주려 이 회의가 조작된 듯 하다. 나는 정말... 멍청했다. 어쩐지 저 두 남자들이 자꾸 시간을 끌더라... 진짜 불쾌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일은 일대로 꼬이고 윤기는 윤기대로 화가 났다. 그런데 그 모든 원인은 내 탓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코트를 입으며 윤기 옆으로 가는 내게 팀장은 왜 남자친구 있다는 말을 안 했냐며 물었다.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길 바라는 듯 화난 표정으로 나를 윤기가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아... 죄송하지만 제 사생활을 말하는 게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조금 신뢰를 쌓은 후에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어쨋든 이 상황에서 그 누구도 큰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내게 관심을 보이던 팀장이 내 말에 아 그렇구나.. 하곤 멋쩍게 서있는데 공기의 흐름이 어색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탓할 사람은 없다. 저 팀장이 내게 추파를 건 것도 내가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서, 그리고 이 술자리에 끌려 온 것은 내가 거절을 잘 하지 못해서 그런 거니까.



팀장은 우리 둘의 눈치를 살피다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다음 회의 때 보자는 말과 함께 이 냉랭한 자리를 벗어나 따뜻한 삼겹살 집으로 들어갔다. 이 추운 겨울에 서로 눈치를 보며 숨을 내쉬는 우리의 분위기가 참 이상했다.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서로를 간호하며 웃었는데 하루 아침에 내 잘못으로 어색해진 분위기가 무거웠다. 

윤기가 걱정 되어 윤기의 코트 자락을 잡았는데 윤기가 내 손을 밀어냈다. 윤기의 행동에 가슴께가 저렸다.



"윤기야..."


"여주야, 나 네가 자꾸 이러면 나는 불안해..."


"미안... 내가 자꾸 너 기다리게 했지... 공모전은 처음인데다가 다들 나이가 나보다 많으시니까... 나 혼자 중간에 집 간다고 하기가 좀 그랬어..."



내 말에 윤기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우리 둘 사이에 이상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차마 윤기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기 두려워 결국 나는 눈을 내리 깔았다. 불안해 아래 입술만 물고 있는 나를 보더니 윤기가 얼굴을 쓸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근데 너 아까 나한테 카톡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



윤기가 내게 핸드폰을 들이밀어 보였다. 

[ㄴㅏ 여깄어! -00 돼지- 겆겅하지마!]

아까 추워서 오타가 난 거였는데, 윤기는 내가 정말 많이 취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정말 무언가 하나도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었다. 윤기가 보여준 핸드폰 화면을 보고도 나는 뭐라 말할 수 없어 애꿎은 침만 삼켰다. 


"너가 이렇게 보내면 내가 걱정할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이걸 보고 너한테 달려가는 내 심정을 생각이나 해봤니?"

"넌 안 해봤겠지. 그러니까 아까 그 남자랑 그러고 있었겠지... 그럼 내가... 내가 뭘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해"



"근데 진짜 아무 사이 아니야..."



"아무 사이가 아니야? 너 아까 그 팀장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너 남자친구가 없어서 그냥 호기심에 얘기해본 게 다라고 하더라.."

"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화가 단단히 난 윤기에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다 변명일 뿐이었다. 나는 명백하게 잘못을 했고 윤기가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정말 당연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견디기 힘들었다. 내 잘못이 맞았기에 윤기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고 윤기 선물이 담긴 쇼핑백만 세게 쥐었다. 

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를 보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윤기의 빨개진 입술에서 나오는 입김이 우리 둘 사이처럼 뿌옜다. 화를 내던 윤기가 이젠 지쳐 보였다.



"하...호기심에 말 걸어 본 거라는 거... 내 앞이니까 순화시킨 거지, 너한테 뭐라도 하려고 한 거 잖아... 자켓도 벗어줬는데 진짜 몰랐어..? 그러게 왜 남자친구가 없다는 거짓말을 해..."


"나도 거절하려고 했는데 그 타이밍에 너가 와서 이상하게 보인 거지 진짜 별 일 없었어... 그리고 남자친구 없다고 한 건 진짜 아까 말한 그대로야..."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그걸 지금, 하... 너 진짜...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너는...내가.. 내가 널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내가 너한테 어떤 마음으로 다시 다가간 건데... 너는 어떻게 2년 전이랑 똑같을 수가 있어..? 넌 늘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어서 사람을 하늘 끝까지 올렸다가 꼭 이렇게 밑바닥까지 짓밟지... 네가 날 배려했으면, 아니? 너가 날 조금만 생각했으면 적어도 난 이런 식으로 안 해. 그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예의야."


"..."


"이젠 말도 안 하네.. 오늘은 너 혼자 가라... 미안 내가 널 더 볼 자신이 없어...내가 택시 불러 줄게 우리 다음에 보자."



윤기가 나를 지나쳐 택시를 붙잡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는 게 더 적합한 표현 같다. 윤기는 나를 택시에 태운 뒤 기사 아저씨께 내 집 주소를 불렀다. 그리고 너는 내 집까지 얼마나 나올지 잘 알기라도 하듯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어 이걸로 계산해 달라고 했다. 윤기는 나에 대해 참 잘 아는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나는... 나는 참 너를 몰랐다.



쌩쌩 달리는 택시 안에서 창문 밖 풍경을 바라봤다. 택시 창문에 서리가 껴 풍경들이 뿌연 것이 꼭 아까 나와 윤기 같았다. 지나가는 커플들의 반짝이던 눈빛들과는 상반된 흐린 눈빛의 우리.

아까 윤기 앞에서 겨우 참았던 눈물이 윤기가 보이지 않으니 흘렀다. 손으로 닦는데도 한 번 흐르는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으로 눈물을 닦으니 손목에 윤기에게 주려고 산 크리스마스 선물이 달랑 달랑 내 얼굴을 쳤다. 이것 마저 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최악이었다.





/





집에 들어와 한참을 멍을 때렸다. 윤기와 싸웠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오늘 하루가 참 길면서도 짧았다. 머리 속에선 윤기의 말이 계속 둥둥 떠다녔다. 



"너는...내가.. 내가 널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내가 너한테 어떤 마음으로 다시 다가간 건데... 너는 어떻게 2년 전이랑 똑같을 수가 있어..? 넌 늘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어서 사람을 하늘 끝까지 올렸다가 꼭 이렇게 밑바닥까지 짓밟지... 네가 날 배려했으면, 아니? 너가 날 조금만 생각했으면 적어도 난 이런 식으로 안 해. 그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예의야."


윤기의 말이 참 애달팠다. 무슨 답을 원하기라도 하듯 울먹이며 말하던 목소리가 생각 나 내 심장을 파고 들었다. 윤기가 나에게 실망을 했다. 나는 늘 내 입장에서 윤기를 배려해서 윤기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았다. 오늘의 내 모습은 그에게 있어 참 최악이었을 거다... 그러니 모두 내 탓이 맞았다.


윤기에게 어떻게 다시 다가가지, 윤기에게 뭐라고 사과를 해야하지... 다 얘기해줬는데도 못 믿으면 오해를 무슨 수로 풀어...


 아까의 충격으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는 윤기의 목소리와 저 고민들로 더 꼬여만 갔다. 복잡한 마음으로 다시 눈물이 흐르면 손으로 닦기도 힘들어 코트 소매로 눈을 가렸다. 카라멜 색의 코트가 화장에 더러워지던 말던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는데 코트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혹시 윤기일까 싶어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아쉽게도 발신인은 호석이었다. 운 목소리를 감추고자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여주야. 집이야?"


"응..."


"그 혹시 지금 잠깐 볼 수 있을까?"


"...윤기랑 같이 있어?"


"아니. 내가 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일단 그 너네 집이면 음.. 홍대로 올 수 있어? 9번 출구 앞에서 보자"


"아.. 응... 지금 나갈게"



내가 아는 호석이는 참 밝고 눈치도 빨랐다. 윤기와 같이 학생회를 하는 유일한 남자 동기였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는 사이임을 알았다. 윤기가 음악에 관심이 많은 만큼 호석이도 음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전 학교에서도 그 둘은 거의 소울 메이트였다. 분명 대학교에서 친구들은 비지니스라는 말이 있었는데, 저 둘은 반대였다.


아무래도 오늘 싸운 걸 호석은 알고 있으니 내게 무언갈 말해주려고 전화한 것 같았다. 내가 화가 난 윤기에게 다가가기 힘들다는 걸 알았던 걸까? 어쨌든 호석이를 만나야 내 복잡한 마음들의 짐도 좀 덜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 상태 그대로 나갔다. 울어서 더러워진 코트 소매는 대충 벅벅 문질러 옅어지게 만들었다. 다시 택시를 잡아 홍대로 향했다. 




/




호석이와 둘이 만나는 건 지금의 학교로 편입한 이후 처음이었다. 호석이가 진솔하게 해야 할 말이라며 조용한 이자카야로 데려갔다. 내가 이미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따뜻한 국물과 자신이 마실 소주잔만 주문했다. 처음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석이도 머릿 속으로 무언가 정리하고 있는 듯 표정이 꽤 진중해 보였다. 평소 밝고 장난기 많은 친구가 이렇게 진중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어색했다.



"여주야, 너 오늘 윤기랑 싸운 거 나도 뭐.. 다 알고 왔어"



"응.. 같이 있었어?"



"어, 어쩌다 보니 계속 같이 있었거든... 윤기가 많이 화내디?"



"어... 근데 내가 차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지금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고... 답답해"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뭐.. 하긴 너 아직 윤기랑 사귄지 얼마 안됐잖아. 걔가 그렇게 화내는 거 본 적 없으니까 당황스러울 거야. 근데 내가 너한테 이런 말 좀 주제 넘는 거 알지만 윤기가 너 생각보다 많이 그리고 오래 좋아했어서... 그리고 난 그걸 옆에서 다 봐서..."



호석이 말을 흐리더니 술잔에 소주를 따랐다. 호석이 어떤 말을 할지 감이 안 잡혀 불안해져서 그랬을까 투명한 잔에 투명한 액체가 따라지는 장면이 느리게 느껴졌다. 



"너도 알겠지만 윤기가 원래 막 자기 얘기를 잘 하는 애가 아니거든? 감정 표현도 되게 서툴러. 웬만한 건 다 혼자 삭히는 편이고... 근데 너한테 하는 거 보면 아주 주체를 못해서 행동부터 나가는 게 좀 웃기더라"

"너는 모르겠지만 걔도 서운한 게 많이 쌓였는데 걔는 너를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해서 눌러 담았다가 오늘 터진 거야. 걔 너 2년 전부터 아주 오래 좋아했어. 그것도 많이. 윤기도 대충 얘기 했다던데 알고 있지?"



"...응... 그 사실은 나도 얼마 전에 알게 되긴 했어... 알고 보니까 내가 걔 여자 있는 줄 오해해서 많이 돌아온 것 같더라"



"아, 유수아?"



호석이는 정말 모르는 게 없었다. 내가 놀라 호석을 쳐다보자 호석이 다시 소주를 한 잔 마시며 인상을 찌푸렸다. 소주는 쓰다며 능청스럽게 오뎅탕을 국자로 퍼서 내 접시에 담아줬다. 호석이 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어 나는 그냥 그런 호석을 쳐다만 봤다. 

호석이 자신의 개인 접시에 담긴 국물을 수저로 떠 마시며 말을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부른 거냐고 물었다. 또 한참을 망설이던 호석이 다시 소주 잔에 소주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너 혹시 너 취해서 윤기한테 전화한 날 기억나?"


"어... 내가 술 마시면 필름이 끊겨서... 친구들이랑 마시다가 취해서 잘은 기억 안나... 그 때 내가 너랑 연락 닿았을 때 내가 얘기해주지 않았었나..? 윤기한테 전화 간 거 찍혀서 실수 한 것 같은데 사과를 아직 못했다고..."


"어 맞어 그 날. 그 날 아예 기억 안나?"


"...응... 그 날 친구들이랑 다 같이 취해서 다들 기억을 잘 못했거든... 내가 아는 건 윤기한테 전해 들은 게 다야'


"아.. 그럼 거기까지만 알고 있겠구나?"


"거기까지만..? 내가 모르는 또 뭐가 있어?"


"응. 윤기가 말하지 말라 그랬는데, 나는 얘기 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동네 친구들과 친구 집에서 술 마시고 필름이 끊겼는데, 윤기가 말해준 게 다가 아니라니...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친구네 집에서 술을 마시다 중간에 끊긴 기억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는 기억을 호석이가 알고 있다고? 

왠지 가벼운 얘기는 아닌 것 같아서 술을 마시고 싶다며 소주 잔을 주문했다. 괜히 긴장감이 맴돌아 소주 잔에 술을 가득 채운 후 한 입에 털어 놓고 호석을 쳐다봤다. 호석도 그런 나를 보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날 네가 유수아 얘기해서 너가 윤기 좋아한다는 거 알게 된 건 맞아. 근데 걔가 왜 너한테 대놓고 안 다가갔을 거라 생각해?"


"윤기가 군대 때문이라고 했는데.."


"군대? 걔 군대 영장은 이미 시험 기간에 나왔어."


"뭐?"


"원래 군대 영장 입대 한 달 전에 나와. 걔 군대 1월 중순에 갔잖아. 기말고사 보는 도중에 영장 나왔었어"



"그럼 뭐야..? 군대 때문에 나랑 연락이 안된 게 아니야..?"


"그것도 어느 정도 맞긴 한데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야. 원래는 너 엄청 좋아했으니까 군대를 가더라도 친구처럼 계속 연락은 할 생각이었어."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미 끝난 과거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싸운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며 이 이야기를 하는 호석의 의도도 알 수가 없었다. 아까는 그냥 윤기에게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어보고자 나왔는데, 지금 호석과 나의 공기는 왠지 무거웠다.



"나도 너가 뭘 했는지 모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윤기한테 들어보니까 그 때 네가 나도 다른 남자랑 놀겠다고 확 끊어버렸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통화가 끊겨서 당황했는데 다시 전화 걸어도 전화는 안 받고... 걱정은 되니까 연락 오길 기다리는데 네가 다른 남자애랑 있다는 카톡이 온 거야."


"내가..? 나 친구네 집에서 마셨는데..?"


"응. 너도 기억에 없으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근데 그 날 우리 동기 중에 왜, 너랑 가까운 동네 사는 애... 기억나?"


"응"


"걔가 지 동네 친구들이랑 거기까지 가서 놀고 있었거든? 근데 너랑 너 친구들이 술에 취해서 다른 남자들이랑 놀고 있는 거 봤다고 남자 동기들만 있는 톡방에 올라왔었어. 윤기랑 사귀는 거 아녔냐고 물어보더라? 윤기는 네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하필 딱 타이밍도 참 그랬던 거지"


"내가... 다른 남자 애랑 있었다고? 나는 그 때 친구 집에 있었는데..? 분명.. 친구 집에서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기억이었다. 호석이가 얘기하는 그 동기는 나와 친하지 않았지만 나와 딱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면 가는 거리에 사는 애라 인사만 하는 정도의 사이였다. 우리 동네가 더 놀 곳이 많았기에 그 동기가 우리 동네에서 날 마주친 적도 많았지만 그 날 나를 봤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던 기억과 다른 이야기를 들어 혼란스러움에 눈동자만 굴리고 있자 호석이 일단은 들어 보라며 내 소주 잔에 술을 채워줬다.



"나도 네가 기억을 못하니까 그 상황을 잘 모르지만, 그 때 정말 그랬어. 그러니까 민윤기 입장에선 미치는 거야... 나 좋다는 식으로 말한 애가 지금 자기가 다른 여자 애 좋아한다고 오해해서 다른 남자랑 있다는데 연락은 안 받지..."

"그래서 그 날 걔가 너 찾겠다고 네 동네까지 가서 술집이란 술집을 찾아 다녔다가 결국 네가 다른 남자한테 업혀서 가는 거 보고 돌아왔어."

"걔 그래서 포기한 거야. 네가 그 남자애랑 잘 돼가는 줄 알고... 그러니까 걔는 네가 군대에서 자기 기다리느라 힘들 바에야 그 남자랑 잘 됐다가 헤어지면 그 때 다시 만나겠다고 했어. 어차피 자긴 같은 학교니까 만날 날 많다고...진짜 미련하지 않냐?"



"그럼 왜 걔가 나한테 그걸 말 안 한 거야...? 나한텐 그냥 유수아 얘기랑 군대 얘기만 했는데..?"



"뭐, 아마 걔 입장에선 네 걱정돼서 그랬을 거야. 하필 딱 타이밍이 이상해져서 남자애들끼리 네가 바람나서 윤기랑 헤어진 거라고 소문 돌았거든. 나랑 윤기랑 사귄 것도 아니라고 말을 해도 그럼 네가 어장친 거라는 소문도 돌더라.. 어쨌든 이 얘기를 꺼내면 그 소문도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적당히 덜어내서 얘기 한 거 같아."



"그냥 얘기해줬어도 됐는데... 나 지금 좀 혼란스럽다... 나도 모르는 기억이야 진짜... 차라리 그 때 물어보지..."



"윤기는 얼마 안 있다가 군대 갔으니까 너랑 오해 풀 시간은 없고 우리는 네가 기억 못한다는 걸 몰랐으니까... 그래서 우리도 네가 윤기에 대해 오해해서 다른 사람 찾아갔을 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한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도 너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였는데."

"근데 뭐.. 그 당시엔 윤기 군대가 너무 코앞이니까... 우리도 정신이 없어서 뭐라 말도 못한 거지 게다가 개강하고 나서는 네가 도서관에만 있었잖아. 나는 네가 편입 준비 중인 걸 모르고 도서관에만 있으니까 마주칠 일이 거의 없어서 갑자기 그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기도 참 뭐했고... 이래저래 말 할 상황은 아니었어."



호석이 말한 그 당시 상황에 머리가 멍했다. 아니 그럼 윤기는 내가 다른 남자랑 사귀는 걸 그냥 두고 본 거라고..? 그래서 아까 그렇게 화를 낸 건가... 또 술 마시고 다른 남자랑 있어서...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들을 주입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게다가 나는 그런 소문조차 처음 들었다. 아무리 2학년 때 편입 준비를 한다고 도서관에만 있었다고 하지만 다른 친구들도 그 소문을 들었더라면 내게 말해줬을 것이다.



"근데 난 왜 그 소문을 아예 몰랐지.. 나도 2학년은 학교 다니면서 편입 준비한 거였는데...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아 그 때 지선이도 당시에 프로젝트 준비한다고 학과 생활 많이 못해서 그 소문은 못 들었을 거고... 넌 도서관에만 있었으니 당연하고... 게다가 우리 연극 동아리 애들도 그 무리랑은 접점이 없잖아. 몇 명은 휴학한 상태였으니 당연히 모를 수 밖에... 나야 학생회였으니까 전해 들었던 거고."

"그래서 내가 너한테 기억 못한다는 걸 나중에 들었을 때 윤기한테 먼저 연락하라고 한 거야. 내가 볼 때 너가 윤기 얘길 나한테 꺼냈다는 건 너도 어쨌든 그 날을 신경 쓴다는 거니까. 그리고 친구로서 힘들어했던 윤기한테 짐을 덜어주고 싶었어. 난 둘이 연락이라도 닿으면 뭐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 거지... "

"근데 네가 말 안 했더라? 그래서 그냥 내가 걔한테 그거 얘기해줬어. 근데 걔가 그냥 웃고 말더라고 네가 기억을 못하면 자기 혼자 오해해서 오랫동안 연락을 안 했는데 너한테 더 연락하기 힘들어진 거 아니냐고..."



호석의 말을 듣는데 문득 아까 내게 화가나다 못해 울먹이며 말하던 윤기의 말이 떠올랐다.



"너는...내가.. 내가 널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내가 너한테 어떤 마음으로 다시 다가간 건데... 너는 어떻게 2년 전이랑 똑같을 수가 있어..? 넌 늘 나를 좋아하는 것처럼 굴어서 사람을 하늘 끝까지 올렸다가 꼭 이렇게 밑바닥까지 짓밟지... 네가 날 배려했으면, 아니? 너가 날 조금만 생각했으면 적어도 난 이런 식으로 안 해. 그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예의야."



윤기의 말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윤기는 내가 다른 남자와 잘 되어가는 줄 알았던 거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내가 돌연 학교를 바꿨으니 윤기 입장에선 자신과 난 소문들이 불편했을 거라 생각을 했다는 거다. 그러니 너는... 정말 너는... 그 모든 착각을 다 안고도 내게 다시 믿음을 준 거고, 나는 지금 그걸 또 무너뜨린 셈이나 마찬가지네...



어떤 오해가 됐든 내가 너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이 확실했다. 내가 너에게 바쁘다며 만나지 못한 건 어쩌면 수많은 서운함 중 티끌일 수도 있다. 윤기가 내게 그렇게까지 화를 냈던 이유는 내가 또 2년 전처럼 술에 취해 다른 남자와 놀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윤기에겐 상처였기 때문이었다. 

석진 선배와 질투 유발 작전을 했을 때보다 목소리가 더 냉랭했던 이유는 내가 윤기와 만나기로 해 놓고 또 바쁘다며 내빼서가 아니었다.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겠지...


"그럼... 윤기가 화난 게 내가 계속 밀어낸 것 때문이 아니라 술 취해서 또 다른 남자랑 있어서 그랬다는 거야..? 그 때 자기가 떠올라서?"




"응. 걔 너 회식 한다니까 데리러 가겠다고 나랑 네 학교 근처 카페에서 있었어. 네가 끝났다고 하면 바로 가려고... 네가 취한 것처럼 문자를 보내서 옷도 제대로 다 못 입고 뛰쳐나갔다 걔가."



"...그래서 금방 온 거였구나... 진짜 나 완전 최악이었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걔도 너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는 거 다 알아, 원래 걔라면 네가 뭘 하든 그냥 받아주는 편이었잖아. 아니야?"


"..."


"내가 이 말 하는 건 너는 지금 윤기가 그렇게까지 화내는 걸 처음 봤으니까 당황스러워 할까 봐 얘기한 거야. 너희 둘이 나중에 화해를 하더라도 민윤기는 또 그 얘기는 쏙 빼놓고 얘기할텐데, 그럼 너가 또 이런 실수를 할지도 모르잖아? 좀 주제 넘은 소리인 거 아는데, 아오 내가 이러는 걸 2년 동안 봐와서 그래... 어휴 그만 좀 돌아 가라"

"다 털어놓고 얘기를 해야 너네가 완전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앞만 보고 연애하지."



호석의 말에 좀 멍했다. 우리가 사귀던 사이도 아니었는데 그 짧은 새에 우리 둘은 서로에게 참 많은 걸 오해하고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난 몰랐다. 정말 윤기는 다 알고 있었고, 나만 몰랐다. 

윤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너와 재회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만 했다는 게 스스로 부끄러웠다. 호석의 마지막 말에 아무런 답도 못하고 애꿎은 소주 잔을 만지작거리는데, 호석이 내 소주 잔을 뺏어 들었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미련범벅 짝사랑 민윤기를 다시 만난다면-10-1 | 인스티즈

"그러니까, 술 이제 그만 마시고 얼른 민윤기한테 가봐. 걔는 오해를 한 게 아니라 그냥 확신이 필요한 거야"




/




호석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한 이자카야를 나와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그 목격담의 당사자가 정말 나인지는 친구를 통해 확인해야 했다. 나는 정말 친구 네 집에서 술에 뻗어 기억을 잃어 다음 날 아침에 친구 집에서 깬 기억밖에 없었으니까... 그 사실을 알아야 윤기에게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빠르게 핸드폰을 들어 그 날 같이 있었던 친구1(혜진) 과 2(채아)에게 문자를 걸었다.


[너네 중에 지금 당장 전화 되는 사람?]


[왜?]


친구2가 곧바로 답장이 왔고, 나는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왜?"


"채아야 나 너네 집에서 술 마신 날 기억나?"


"...너가 우리 집에서 술 마신 적은 너무 많은데 언제를 말하는 거야"


"아니 나 왜 좋아하는 사람 있었다고 말한 날"


"아, 엉 기억 나지 우리 그 날 너무 많이 마셔서 다 같이 필름 끊겼던 날... 근데 왜?"


"우리 그 날 밖에서 술 마셨어?"


"아 응. 우리 2차 가자면서 밖에 나갔잖아. 혜진이가 말 안 해줬나?"


"뭐야 혜진인 알고 있었어? 왜 나만 몰랐어?"


"아 사실 나도 혜진이가 말해줘서 알았어. 나중에 걔가 말해줬는데, 그 날 걔네 오빠랑 친구들이 마시던 술집에 우리가 취한 상태로 술집에 들어가서 같은 테이블에 껴줬다가 너무 취해 있어서 그냥 우리 집까지 다시 데려다 줬다고 들었음. 넌 특히 더 취해서 걔네 오빠가 업어서 들어갔대. 우리 셋 다 그 날 좀 많이 마셔서 밖에 나간 걸 기억 못한 것 같더라고... 혜진이도 오빠한테 한참 뒤에 그걸로 밥 사달라 협박해서 알았대."

"그나저나 우리가 너한텐 이걸 얘기 안 했었구나. 아마 너 편입 준비 중이라 얘기 못 했나보다. 근데 왜?"



"아... 일단 고마워! 내가 나중에 알려줄게... 나 좀 급해서 통화 끊을게!"



이상하게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나도 몰랐던 이야기여서 나는 네가 그런 걸로 속을 썩혔는지 몰랐다. 빨리 윤기에게 가서 모든 걸 말해주고 싶었다. 나도 그 때 너한테 가벼운 마음이 아니었다고, 난 널 정말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고.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호엥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 저 진짜 열심히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근데 여주 너무 답답하네요 왜 남자친구 있다 말을 못 해!!!!!!!!!!!!!!!!!!!!!!🤦🏻‍♀️🤦🏻‍♀️🤦🏻‍♀️🤦🏻‍♀️ 저라면 동네방네 여기저기 다 소문 냈을 겁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무튼 윤기 혼자서 속앓이 했을 거 생각하니 제가 다 마음이 아프네요 흐엥😭😭 작가님 바쁘신 와중에도 오늘 재밌는 화 들고 와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화이팅해요 제가 맨날 맨날 와서 댓글 달겠습니다 ㅎㅎ💜
2년 전
ㅠㅠ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여주 성격 정말이지 자기 일만 잘 하고 그 외엔 답답이… 오늘 여러모로 고구마인 화지만 담엔 설탕 듬뿍 넣은 사이다 들고 올게요ㅎㅎ 다음 화는 금방 들고 올거에요!!
2년 전
비회원79.72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고,서로의 오해 쌓인 거 같아서 너무 속상하고 답답했어요...
2년 전
ㅠㅅㅠ 맞아요…ㅠㅠ 하지만 한 번쯤은 시련두 있어줘야죠!!! 사이다 금방 들고 올게요!.!
2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프로듀스 그 애 이야기 #08. 그 날이 마지막이 될 줄은2 달보드레 09.29 19:3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붉은 실의 인연들 02.칡넝쿨 애플쥬스 09.27 12:48
프로듀스 그 애 이야기 #07. 처음으로, 미움 받을 용기가 사라진 날2 달보드레 09.24 23:56
프로듀스 그 애 이야기 #06. 뭐지, 이 감정은1 달보드레 09.22 02:13
프로듀스 그 애 이야기 #05. 이렇게 정이 가면 안되는데7 달보드레 09.20 02:28
프로듀스 그 애 이야기 #04.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2 달보드레 09.17 00:39
프로듀스 그 애 이야기 #03. 나는 나쁜 년이 되기로 했다1 달보드레 09.17 00:36
엔시티 [NCT/서영호/정재현] 독 꽃 : 4 災 現19 내 틴트 색은 서.. 09.15 20:42
프로듀스 그 애 이야기 #02. 너와 내 사이의 서막2 달보드레 09.15 02:39
프로듀스 그 애 이야기 #01. 너는 처음부터 신경 쓰일 아이였나보다2 달보드레 09.15 02:35
정해인 [남배우/이제훈/정해인/우도환/서강준] 영안, 그 평범함에 대하여 EP.2 관계5 이글쓰니 09.11 06:10
기타 [호텔델루나/만찬] 환생, 그 후 023 만워리 09.09 02:25
기타 [호텔델루나/만찬] 환생, 그 후 018 만워리 09.07 04:29
엔시티 [NCT/서영호/정재현] 독 꽃 3 : 獨 花16 내 틴트 색은 서.. 08.15 15:30
방탄소년단 [전정국/박지민] 우연(愚緣) : 어리석은 인연 - 조우(遭遇) - 서란 08.14 16:17
방탄소년단 [전정국/박지민] 우연(愚緣) : 어리석은 인연 - 서문(序文) - 서란 08.10 19:06
기타 [BL] 400일의 반달리즘 3 림몽 07.21 10:13
기타 [BL] 400일의 반달리즘 2 림몽 07.21 10:11
[BL] 400일의 반달리즘 1 림몽 07.21 10:08
기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림몽 07.21 10:06
엔시티 [NCT/드림] 고양이 학교 _ 上12 김대리가누구.. 07.12 03:04
세븐틴 [세븐틴] 구원자 034 호시의호두과.. 06.18 02:01
워너원 [워너원/윤지성] 윤황국의 3황자 이야기 4 알랑가몰라 06.06 23:56
엔시티 [NCT/서영호/정재현] 독 꽃 2 : 雨 美8 내 틴트 색은 서.. 06.06 21:26
배우/모델 [마녀프리퀄/단편] 열등감 알렉스 06.06 11:31
엔시티 [NCT/서영호/정재현] 독 꽃 1 : 毒 花21 내 틴트 색은 서.. 06.02 19:24
워너원 [워너원/윤지성] 윤황국의 3황자 이야기 3 1 알랑가몰라 05.31 00:22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