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한/민석]내 어린 남자친구 02
째깍째깍, 사무실 안의 모든 식구들이 시계 바늘에 집중하는 바로 그 순간. 7시가 되기 바로 1분전. 평소였더라면 루한 또한 그들의 행보에 기꺼이 동참을 했을테지만, 아쉽게도 오늘만은 불가능했다. 에라이, 하라는 일은 안하고.. 루한이 혀를 차며 컴퓨터 화면속 차트를 클릭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30초전, 사람들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루한이 화면 우측 아래의 시계를 힐끗거렸다. 역시, 시계에 눈이 가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도 퇴근하고싶다..."
무의식중 루한이 진심을 흘렸다. 옆 책상에 앉아있던 백현씨가 팀장몰래 가방을 챙기던 손을 멈추세웠다. 백현이 루한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하하. 부글부글 끓고있는 속내를 꼭꼭 감추고 루한도 마주보며 웃어주었다. 허허허... 그때, 순식간에 사무실 안이 조용해졌다. 모든 움직임 또한 일순 멈췄다. 사무실안 정수기 위에 달린 커다란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눈에서 불꽃이라도 뿜어져나올듯 그 열기가 대단했다. 헐, 난 또 무슨 내가 시간이라도 멈춘줄알았네. 퇴근전쟁에서 실패한 루한은 곧 다가올 퇴근소식에 그들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것도, 바로 이 시간 그들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도 미칠듯 배가 아팠다. 긴 시계바늘이 11을 넘기고 셋,둘,하나..땡.
"수고했어요!"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내일봐요!"
옘병. 수고는 무슨. 루한은 손가락 사이에 끼인 검은볼펜을 신경질적으로 빙빙빙 돌렸다. 지하철 놓쳐라, 길에서 넘어져라, 으오오오.
루한은 눈을 내리깔고 퇴근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승리자들의 모습을 애써 외면했다. 루한의 히스테릭한 모습을 옆에서 전부 지켜본 백현이 주춤주춤 루한에게로 다가왔다.
"루한씨. 음, 수고해요. 오랜만에 야근이죠?"
"예에.."
"그냥 대충대충 끝내고 가세요"
"네네 백현씨도 수고하셨어요 즐퇴하세요"
"네 그럼 수고~"
즐퇴염 즐퇴 백현씨. 따뜻한 웃음 뒤로 루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어두운 기운을 느꼈는지 백현이 사무실을 나가려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잘들어가세요. 루한은 백현에게 안심하고 가세요! 라고 온몸으로 말해주기위해 더욱 짙게 웃음지었다. 백현은 사무실 문을 잡고 멈칫거리더니 다시 뒤를 돌아 루한에게 다가왔다. 엥, 또 무슨일로? 백현은 사무실 불은 꼭 꺼야한다는둥, 문은 잠금장치를 누르면 된다는둥의 야근을 위한 작은 팁과 같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네네, 안심하고 꺼졍ㅋ.
"정말 갈게요~"
"예예.잘 들어가세용"
사무실 책상에 앉아 멍하니 프로파일을 문지르던 루한은 마지막으로 팀장까지 사무실을 떠나고 나서야 자유롭게 숨을 쉴수있었다. 5분 가량 시계를 쳐다보던 루한은 시간이 어느때보다 늦게 달리고있다는 것에 분노하며 X의 프로파일을 거칠게 넘겼다.
X, 나이? 알수없음 본명? 알수없음. 대중과 루한이 X에 관해서 확신할수있는 정확한 사실은 그의 성별이 '남성'이라는 것이다. X는 읽는 이로 하여금 깊게 빠져들게하는 소설가로써의 묘한 능력이있었다. 같은 남자인 내가 남주인공을 보며 멋있는데? 하고 생각할정도면 말 다했지 뭐. 줄거리도 주제도 기발하고, 재미있기도 했고 아무튼 X는 로맨스소설계에서 꽤 알아주는 작가라고 말할수 있다. 거기다가 더하자면 X는 출판사가 말하는 '좋은 작가'이기도 했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작가란 첫째로 제때제때 투고시간을 지켜줄주알며, 둘째로 그가 쓰는 책이 많이 팔릴때 우리는 그를 좋은작가라 칭한다. 그런데, 그런 좋은작가가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이제 블랙리스트에 당신을 넣어주겠어"
그래, 팀장님의 말처럼 신상을 탈탈 털어내서 아주 옆구리 콕콕 찔러줘버려야지. X의 프로파일은 다른 작가들에 비해 비고가 많았다. 대신에 적혀있는 것은 그의 집주소, 그리고 X라는 알파벳하나. 집주소도 사실인지 거짓인지 사실은 잘모르겠다. 써있기로는 시가지에서 꽤 멀리떨어진곳같은데. 내 생각이 맞다면 그 곳은 소위 달동네라고도 불리는 곳이었다. 가서 확인해보는 방법밖에. 루한은 책상위를 대충 정리하고는 꼼지락대던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백현의 말대로 사무실의 불도 끄고, 문의 잠금장치도 눌렀다.
"오늘도 수고했어. 루한아"
빈 사무실 안, 조용한 공간속으로 루한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움추려있던 어깨를 펴고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손으로 넘겼다. 마침내 사무실문이 닫히고 루한은 X에 대한 궁금증을 가득 안고서 회사를 빠져나왔다.
루한아 즐퇴요 다음 편 곧 올라갑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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