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앞 싸가지
현국
큼-
안녕하세요. 성이름입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망의 첫 출근날이다. 평생 입을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정장치마도 단정하게 입고 거울앞에 서서 잠시 목을 풀었다. 기분 좋은 것을 숨기지 못하고 목소리에서부터 밝고 웃음을 머금은 풋풋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넉넉하게 남은 시간을 체크하고 길을 나섰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온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이 이런 것이었나. 오늘따라 바람 하나 없이 맑은 날씨도, 푸른 하늘도 너무 예뻤다. 바람에 길게 내려온 머리가 살랑거렸다. 두 귀에 꼽은 이어폰 사이로 달달한 노랫소리가 흘러들어왔고 이어폰 넘어로 구두가 또각또각 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이게 들려왔다.
빅히트 사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소녀팬들이 진을 치고 있을줄 알고 엄청 긴장하며서 갔는데 의외로 조용하길래 놀랐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 거리고는 이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문 손잡이를 잡을려고 팔을 뻗었다.
철커덕-
“ ...아! ”
앞만 보고 있다가 문이 당연히 열릴줄 알고 무식하게 머리부터 들이밀었다가 문에 머리를 박았다.
아퍼... 아이씨...
생각보다 더 세게 박았는지 눈물이 핑 돌았다. 아픔을 삼키고 손으로 빨개진 이마를 쓱쓱 쓰다듬으며 문고리 쪽을 보자 보이는 도어락, 비밀번호.
...비밀번호?
엥?
비밀번호가 있다는 건 못들었는데. 정말 당황스러워 멍하니 굳게 닫혀있는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지? 갑자기 빅히트에 전화해서 오늘 신입사원인데 비밀번호 좀 알려주세요 ...하면 안 알려주겠지? 나 같아도 안 알려줄거같은데 무슨.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봤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발만 동동거리다 어느새 출근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은것을 확인하고 결국 초록창에 나와있는 빅히트 전화번호를 다이얼에 입력했다.
아니 비밀번호 안 알려준건 회사 잘못이니까.
...늦어도 혼나진 않겠지, 뭐.
중얼중얼 불만을 토해내다 통화버튼을 누를려는 그 때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깜짝놀라 뒤를 돌아보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는 남자가 서 있었다.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 남자는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점점 눈살을 찌뿌렸다. 뭐, 뭘봐. 사람이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쫄보인 난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쳐다보기만 했다. 그때 그 남자가 내 어깨를 살짝 밀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난 그대로 밀려났다.
“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돌아가 주세요. ”
“ 저, 저기, 저 여기 직...! ”
“ 여기서 더 버티시면 경찰 부를거에요. ”
아니 댁은 누구신데...? 갑자기 나한테 다가와서 경찰 부른다고 협박하는 남자를 보니 어이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당황스러웠다. 그 남자를 무시하고 다시 전화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그 남자가 내 손목을 잡고 당겼다. 몇 계단 위에 서있던 나는 순식간에 그 남자와 같은 계단에 서게 되었고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검은 선글라스 속으로 보이는 눈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었다. 한참동안 누군지 머리를 굴리는 순간 그 남자가 뭐해요? 라며 까칠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그제서야 나는 내 앞에 서있는 이 남자가 방탄소년단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인기 아이돌을 바로 코 앞에서 봤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은 둘째치고, 앞 뒤 상황설명도 없이 나를 사생 취급하는게 너무 어이없고, 다짜고짜 손목잡고 밀치고 하는게 화가 났다.
우씨, 댁이 수십만명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일지는 몰라도 나도 우리 엄마의 귀한 딸이거든???
순간 열이 확 올라 도끼눈을 뜨고 그 남자의 선글라스 안에 보이는 눈을 다시 한 번 쳐다보자 보이는 그 똥 씹은 듯한 표정에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난
난...
...그남자의 정강이를 찼다.
조용하게 적막이 흐르던 사이에 그 남자가 악! 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그 자리에 바로 쭈그려 앉아 자기 정강이를 부여잡고 끙끙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너무 쎄게 때렸나...? 뒤늦게야 드는 걱정에 멍청한 내 자신을 마구마구 탓했지만 내가 인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의 정강이를 찾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나 고소 당하는 거 아니겠지? 나 소녀팬들한테 신상 털리는 거 아니겠지?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면서도 이미 내 머릿속은 인터넷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정강이녀가 뜨고 수십만명의 네티즌들이 나를 욕하고 있는 것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야 저거 미친년아니야? 감히 우리 오빠 정강이를 차?? 야 저 년 이름이 뭐래?
찾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 합정동에 사는 성이름랜다~~~~~~~(사진)
뭐야 존못이잖아; 개어이없네ㅋ
“ ...헐. ”
잔뜩 겁을 먹은 나는 일단 피하자 싶어서 그 남자에게 잡혀있는 손목에 힘을 줘서 손을 뿌리치고 일단 이 자리에서 벗어나자 싶어 뒤도 안 보고 뛰기 시작했다.
일단 튀어!!!
뒤에서 따라오지는 못 하는지 야!! 야!!!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달렸을까, 시야에서 빅히트 건물이 보이지 않자 뛰는 것을 멈추고 잔뜩 거친 숨을 뱉어냈다. 김여주 이 미친년아..!!!!! 거기서 왜 발이 나가가지고...
한참을 머리를 쥐어뜯다가 일단 회사에 안 갈 수는 없으니 빅히트에 전화를 했다. 아 나 첫 날부터 짤리는 건 아니겠지? 안녕하세요, 빅히트 엔터테이먼트입니다! 상냥한 데스크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 저기.. 저는 성이름이고요... 25살이에요... ”
“ ...예? ”
“ 아, 아니! 일단 들어주세여!!! 제가 오늘 마켓팅부에 첫 출근을 하는데 회사 비밀번호를 안 알려주셔서... 들어갈 수가 없어서요... ”
“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
정말 서로가 당황스러웠던 전화를 마치고 나는 다시 빅히트 사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데스크 언니가 날 뭐라고 생각할까?
...씨발.
내가 생각해도 너무 미친년같았어... 눈물을 삼켜내고 어느새 도착한 사옥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남자 있는 건 아니겠지? 고개만 빼꼼 빼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개미 하나 보이지 않는 사옥에 나는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비밀번호를 쳤다. 핸드폰을 켜 시계를 봤을때는 이미 출근시각보다 10분이나 더 늦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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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현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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