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되어 빨간 색으로 칠한 페인트가 반쯤 벗겨진 접의식 의자. 세 개의 다리로만 서 있는 베이지색 탁자. 그 위엔 투명한 초록색의 병들이 나뒹군다.
벽에 못질을 하여 걸어놓은 조그마한 시계는 항상 6시를 가리키고,
나는 이 풍경을 배경으로 늘 꿈을 꾼다.
하루도 빠짐없이, 꼭 여기서 말이다.
*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뭐야. 연결 됐는데? 왜 답이 없지."
내가 꿈속인 걸 자각한 후엔 꼭 한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벨이 울리고 4초 정도가 지나면 나도 모르게 무언가에 홀린듯이 전화기를 들어 귀에 가져다 댄다.
답을 바라는 남자에게 뭐라 답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이상하게 이 전화만 받으면 입이 꾹 닫혀버린다. 숨도 편히 쉬어지질 않고.
그리고 이 남자는 항상……,
"탁자 위에 올려놓은 저 술병들, 대체 언제 치우려는지 몰라. 볼 때마다 그냥 바닥에 확 던져버리고 싶다니깐?"
"……."
"흐음. 넌 대체 언제쯤 내게 말을 할 예정이야? 내 전화는 왜 맨날 받는 건데? 하루 종일 내 전화만 오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바로 받아놓고선."
"……."
"알겠어. 재촉 안할게. 그럼, 오늘도 좋은 꿈이었길 바라며……. 안녕. 내일 또 여기서 만나자."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의 꿈을 깨운다.
마치 뫼비우스 띠 마냥 반복되는 이 꿈의 끝은 절대 없으리라는 걸 알려주는 것 마냥 말이다.
'내일 또' 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그리고 사방에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에서 난 천천히 눈을 뜨며 아침을 맞이한다.
네....그냥 써보고 싶어서 써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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